[기획] 한국 시장 삼키는 키우기는 정말 '캐주얼한가'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0개 |
언제고 매출 최상위권을 지킬 것만 같았던 리니지와 리니지를 위시한 수많은 모바일 MMORPG. 하지만 이제는 MMORPG의 전성기는 끝났다는듯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다. 그중에서도 '버섯커 키우기', '라스트워 서바이벌',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 중국 게임, 혹은 타국에 회사만 둔 중국 게임들의 높은 성과가 각광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근래 시장 성과의 원인을 캐주얼 게임의 우세로 지목한다. MMORPG에 피로함을 느낀 유저들이 방치형, 미니 게임과 간단한 생존 어드벤처의 타이틀 등 캐주얼 게임으로 눈을 돌린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게임을 단순히 MMORPG냐, 방치형이냐 나누는 낡은 장르적 구분만큼이나 이런 타이틀을 캐주얼로 분류하는 것은 굉장히 게으른 시각이다. 사실 오늘날 '매출에서의' 성과를 내는 게임이 캐주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모바일 MMORPG의 핵심을 그대로 계승한, 오히려 더 티 나지 않게 발전시킨 수익화 전략을 가졌으니 말이다.




'세나키우기'로 대형 게임사의 방치형 게임 성공 가능성이 증명된 이후 많은 국내 개발사는 근래 서브컬쳐 게임이 그랬듯 방치형 게임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먼저 국내 시장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건 '버섯커 키우기'다. 그리고 '버섯커 키우기'는 방치형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참고할 법한 시스템을 다수 가지고 있다.

성장과 경쟁, 그리고 그 속도를 높이는 과금의 심리적 부담감을 조금씩 줄여가는, '저며드는' 흡수형 과금 구조를 영악하게 구현한 점이 그런 부분이다.

과거 클리커 게임으로 시작한 아이들(Idle) 게임, 그리고 오늘날 방치형 게임의 전통적인 과금 개념은 '돈을 주고 시간을 산다'이다. 시간을 꾸준히 들이면 달성할 수 있는 걸, 돈을 주면 더 빠르게 얻게 해주는 방식이다. 뽑기형 게임이 난립한 시장에서 이렇게 돈과 시간을 맞바꾸는 과금은 한때 '착한 과금'이라는 오묘한 표현이 쓰이는 부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고도화된 수익화 전략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버섯커 키우기'로 대표되는 중국산 방치형 게임의 과금 역시 돈을 시간과 바꾸는 핵심은 유지한다. 대신 과금의 목표가 되는 성장 속도를 매우 빠르게 제공한다. 그리고 게임에 재미가 붙었을 때는 앞선 성장 속도를 더 크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늦추는 데 수익화에 핵심을 뒀다.

게임 초반 쥐여주는 수백, 수천의 뽑기. 그리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며 이루어지는 폭풍 성장. 이러한 성장의 재미는 사실 거의 모든 게임이 추구하는 핵심 재미다. 그리고 중간중간 성장이 막혀 보스를 깨지 못하는 구간이 오면 광고를 보고 얻는 보상으로 눈을 돌린다. 광고 몇 번 보면 못 깨던 보스도 깰 정도로 성장하고, 다시 한 번 강해졌다는 쾌감을 얻는다.

분명 뽑기, 아이템 정리 정도에만 손을 썼는데 그러한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일견 모바일 MMORPG보다 훨씬 캐주얼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성장 속도 그래프는 구간 구간 더 크게 바닥을 향한다. 이전에 막힐 때는 광고 보고 깰 수 있었지만, 이제는 1,200원짜리 팝업 광고에서 주는 장비가 있어야 깰 수 있다. 고작 1,200원 정도야. 이렇게 막힐 때마다 나오는 팝업 광고의 가격은 조금씩 오르고, 어느 순간 수만 원 단위가 된다.

이른바 줬다 뺏기다. 이미 성장의 재미를 맛봤으니 그걸 낮췄을 때의 반동은 더 크고, 이는 결제로 이어지는 식이다. 주는게 워낙 많으니 빼앗았을 때 그 체감도 크다.

이제부터는 선택이다. 지금 성장 속도의 수십, 수백 배 늦은 플레이를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눈 딱 감고 63,000원을 결제할지. 분명 성장의 기쁨은 느낄 수 있겠지만, 카드 결제 문자가 채 오기도 전에 또 한 번 성장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단계까지 오면 광고 제거 상품 정도에 쓰는 몇만 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성장과 함께 게임이 추구하는 또 다른 재미는 사람들과의 소통, 정확히는 경쟁이 남는다. 성장을 위한 재화 종류를 다양하게 나누고, 특수 재화를 얻는 농장, 보상을 늘려주는 용병 등은 약탈 개념이 있다. 즉, 더 강한 이들에 의해 뺏길 수도, 더 강해져서 그걸 돌려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비슷하게 경쟁을 강조한 게임이 그렇듯 수많은 서버를 둔다. 그리고 신규 유저는 새로운 서버로 배정된다. 자신과 성장치가 비슷한 유저들만 있으니 상대적으로 경쟁이 가능한 상황을 신규 유저에게도 계속 부여하는 셈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서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으니 서버 탑을 토리는 사람들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쉽다. 물론 '상대적'으로 적다는 거지, 절대 적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니 저런 매출 순위를 올리는 거고.

'라스트워 서바이벌'로 대표되는 미니 게임형 매출 상위 게임 역시 핵심은 비슷하다. 이쪽은 SLG, 전략 타이틀이다. 클래시 오브 클랜과 비슷한 엠파이어류 게임이다. 기지를 건설하고, 영토를 확장하고, 나아가 같은 플레이어로 묶인 연맹 단위의 플레이를 그린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수없이 돌아다니는 광고에는 그런 거 없다. 게임 내 미니 게임인 캐쥬얼한 슈터만이 홍보된다. 유명 연예인, 인기 유튜버들이 나와 다른 허위 광고와 다르게 이런 미니 게임이 존재한다고 홍보한다.




실제로 이러한 슈터는 게임 초반, 그리고 게임 중간 미니 게임 형태로 제공되긴 한다. 하지만 여러 중국 게임이 그랬듯, 이런 미니 게임을 광고 포인트로 앞세운 것들 대다수가 RPG, 모바일 시뮬레이션 장르 등을 숨기고 플레이어를 모객하는 데 앞장선다.

뒤는 '버섯커 키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원을 모으고, 성장하고, 시간을 들여 건설하고, 시간을 들이기 싫다면 돈을 쓴다. 하지만 약탈 개념이 존재하니 손 놓고 모든 게 준비될 시간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기다린 시간 이상의 손해를 본다.

여기에 오늘날 SLG는 단순히 모병, 전투, 배치라는 전략적 수준을 넘어 능력과 스킬이 좋은 캐릭터 영웅의 존재를 앞세운다. 사실 비슷하다던 미니 게임도 영웅 등을 배치하고, 파워로 밀어내는 등 완전히 똑같지도 않다. 등급이 존재하는 뽑기, 강화 등의 요소가 더해지니 과금 필요 루트는 다양해진다. 당연하게도 초반 저렴한 상품을 제시하며 과금의 매운맛을 천천히 올려 적응하도록 만드는 부분도 비슷하다.

경쟁, 그것도 연맹 단위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단순 게임 시스템을 넘어 유저 간의 과금 유도도 이어진다.

방치형, SLG라는 장르적 특징을 짚어 게임들을 소개했지만, 사실 이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성장의 쾌감과 경쟁에서의 승리. 이건 모바일 MMORPG, 나아가 근래 매출을 짜내는 수많은 모바일 게임의 핵심과 다르지 않다.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외관을 둘렀으니 게임 자체는 상대적으로 담백하다. 초반에는 돈을 쓰면 그 결과도 확실해 돈 쓴 맛도 준다. 그만큼 많은 모바일 MMORPG가 강조했던 약탈적 수익화의 정수만 짜내 적용했고 유저들도 더 쉽게 거기에 손을 대는 단계에 도달한다.

높은 접근성은 게임 플레이만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현질'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적 분석 없이 접근하면 게임은 그저 캐주얼 타이틀, 조금 더 확대해도 코어 게임의 특색을 지닌 하이브리드 캐주얼 부류 정도로 구분된다. 그리고 이런 분류는 작금의 매출 순위를 보며 국산 MMORPG에 대항하는 중국 캐주얼 게임의 선전 정도로 포장된다.




지독하리만치 반복되는 광고를 통한 유저 유입도 무시할 수 없다. 비슷한 결제 유도, 낮은 접근성은 더 많은 유저가 모일수록 더 큰 매출을 만들어내기 용이하니 말이다.

한편에서는 광고로 이용자가 유입됐어도 높은 플레이 잔존률을 기록하는 것이 훌륭한 게임임을 증명하는 수치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F2P 게임을 붙잡고 있는 건 그저 게임이 좋아서만이 아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토리 기반 게임과 달리 위의 게임들은 초반 과도한 성장 구도를 그린다. 흔히 '도파민'을 분비하는 게임이며 그 성장을 기반으로 야금야금 결제까지 하게 되면 자연스레 매몰비용의 오류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식이다.

방치형 RPG, SLG는 모바일향 MMORPG처럼 이미 그 큰 틀이 오래 전에 갖춰져있다. 비교적 낮은 개발 자원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타이틀로도 꼽혔다. 그래서 비교적 소규모, 혹은 고사양 게임 선호도가 낮은 외국 시장에서 더 많이 개발됐다. 대신 방치형 게임은 장기적 수익 창출에, SLG는 초기 유저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심과 성장 심리를 부추길 수익화 요소, 돈을 앞세운 광고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힘이 됐다. 영악하게 게임, 아니 제품이 포장됐고 이는 매출로 드러났다.




지난 GDC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한 방치형 게임 개발자는 한국형 키우기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경쟁 요소와 고래들을 위한 수익화 요소 제거에 힘썼다고 밝힌 바 있다. 방치형 게임이라도 과도한 수익화에 집중하는 행태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존재한다는 의미다. 한국형 MMORPG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 그리고 그걸 구현하려는 노력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형적인 시장에서 성장한 착취적 모바일 MMORPG는 존재하고, 또 시스템을 옹호할 이유는 없다. 여기에 지친 유저들의 불만만 봐도 그렇다. 나아가 그들을 밀어내고 시장 상위권을 차지한 게임들을 캐주얼 게임으로서의 대안, 혹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들 역시 과도한 수익화를 노린, 옷만 다른 MMORPG이자 착취적인 제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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