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5] 콘셉트를 살려라, 삼국지조조전을 통해 본 IP 게임 개발하기

게임뉴스 | 강승진 기자 | 댓글: 6개 |
"원작이 그렇게 좋은데 이거 밖에 못 만드나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종방 이후, 팬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의 제목이다. 날이 시퍼렇게 선 질문. 그러나 저작물을 기반으로 한 창작품들이 언제고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IP로 2차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일견 쉬워 보이기도 한다. 대충 만들어도 팬심에 기대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개발자가 IP 게임에 도전하고 실패를 맛봤다. 원작에만 충실하면 새로울 것이 없는, 원작의 인기에만 기댄 돈벌이로 폄하되고, IP를 활용한 참신함이 과하면 고유한 특징을 잃고 유저들의 외면을 받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올바른 IP 게임 제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표준안은 미비한 실정이다. NDC 2015에는 이러한 뚜렷한 방안 없이 만들어지는 IP 게임의 개발 지침을 얻을 수 있는 강연이 개설됐다.

'포리프(4leaf)'와 '룬의 아이들'의 IP를 활용한 게임, 테일즈위버 제작한 바 있는 띵소프트의 이득규 디렉터. 이번에는 '삼국지 조조전'이라는 게임 IP를 활용한 '삼국지조조전 Online(이하 조조전)' 개발에 열을 올리는 그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강단에 올랐다. 그 주제는 'IP를 사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이다.



▲ 띵소프트의 이득규 디렉터



이득규 디렉터는 인쇄물, 영상물, 인물 등 비(非)게임 저작물을 사용해 게임을 만드는 것과 기존 게임 IP를 사용해 다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다른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기반으로 한 IP 게임 제작은 원작이 재미있어서 개발하기에 재미 검증이라는 허들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게임 품질에 대한 기준은 재미 검증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개발에 어려운 점이다.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이 후속작이 됐든 외전이 됐든 이 게임은 이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기준을 세워놓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매몰차게 외면하기 때문이다.

한편, 게임은 '룰', 그리고 캐릭터나 스토리등 서사적인 '콘텐츠'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냐에 따라 완성도나 재미가 달라진다. 이득규 디렉터도 '삼국지조조전 Online(이하 조조전)' 개발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할 때 이 룰과 콘텐츠를 참고했고 원작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부분을 구현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PC에서 모바일로의 플랫폼 변화를 고려해 떨어져 나간 요소만큼 모바일에 특화된 재미를 더해 연속성을 가지는 IP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 게임의 룰과 콘텐츠



▲ 각각 다양한 세부요소가 있다.



▲ IP 게임 개발 시 이 요소들 중 필요한 것만을 선별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룰과 콘텐츠를 IP 게임에 적용하고 개발함에서 중요한 과정을 세분화해 설명했다.

1. 분석/ 방향 설정

IP가 오래된 게임일수록 원작자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팬덤이 생각하는 이미지, 데이터로서의 원작 특성이 전부 다르고 그 오차도 시간에 따라 커지게 된다. 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달라 달라지게 되는데 이런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수호

관점 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것이 원작다운 것인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 기간에 어느 정도까지 원작다움을 지킬 것인지 설정해야 한다. 원작대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과 지켜야 할 것, 이것이 원작다운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원작에 대한 답습과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설정한 방향성은 이후 IP게임 개발과정에 계속해서 영향을 주게 된다.




3. 변화 + 혁신적 추가

어느 수준까지 원작다움을 유지할 것인지 설정한 후에는 무엇으로, 어떻게 다르게 만들지도 고민해야 한다. IP 게임 개발간 이 부분이 잘못되면 게이머들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이득규 디렉터는 IP라는 기반에 따라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기에 마치 온라인 게임의 라이브 업데이트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조조전도 이러한 업데이트 기획처럼 원작의 기본시스템을 최대한 살리고 외부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4. 제외

원작에서 어떤 부분을 버릴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개발자들이 이 부분을 많이 어려워하는데, 방향을 잘못 잡으면 게임의 고유한 장점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작의 단점을 모두 끌어안고 가면 유저들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 다만, 버려야 할 것은 게임마다, 상황마다 다르기에 신중한 검토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5. 가이드라인 구축

원작을 파악하고 지켜나갈 것, 바꿀 것,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면, 이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지켜야 한다.

모든 과정이 하나같이 중요하고 어려운 요소지만, IP 게임을 원작답게 만드는 '수호'는 완벽한 기획이 어려운 요소다. 만약 개발자가 원작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력이 부족하면 왜곡이 발생하고, 원작답지 않은 게임이 된다. 반대로 특정 캐릭터, 시스템, 콘텐츠 등에 대한 애착이 심하면 그 부분에 편향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원작에 대한 파악과 함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훼손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 원작의 적절한 계승을 위해 중간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원작 IP 활용의 부적절한 예로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꼽았다.

원작은 물론, 추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경쟁해야 하는 점도 IP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다. 예를 들어 원작 조조전에 강렬한 인상을 받고 재미있게 플레이한 유저에게는 원작의 게임성에 더불어 게임을 미화시키는 기억이 더해져 있다. 즉, 조조전을 다시 만들고자 한다면 추억보정을 거쳐 켜켜이 쌓인 기억들을 이겨낼 만한 게임으로 선보여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억 보정과의 경쟁 난이도는 오래된 IP일수록 높아진다.

이득규 디렉터는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인 시각과 함께 추억보정을 이길 수 있는 원작다움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저작물을 타인이 수정한 후, 이를 재평가하는 견해로 진행하는 작업 방식을 소개했다. 개발자는 자기 스스로의 작업물에 관대하지만, 다른 이의 손을 거친 결과를 원작자에 입장에서 바라보면 모자란 점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발 가이드라인과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IP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특히 플랫폼이 바뀌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수익모델이 바뀌고 플레이 방식도 바뀐다. 이 모두는 원작 재현에 걸림돌이 된다. 그렇지만 지름길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작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일일이 비교하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분석을 통해 만들어가는 원작다움이 똑같은 게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득규 디렉터는 이에 대해 "IP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똑같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고유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조전의 일러스트나 아트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조전은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유저들의 2차 창작물인 MOD의 성향을 함께 고려해 초상화를 새로 그렸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움직임도 새롭게 조정했다. 그 외에도 지형이나 일기토 배경 등도 새롭게 작업했다. 똑같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원작답다 여기고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새로운 IP 게임과 오래된 IP 게임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시대가 다르다 보니 트렌드가 다르고 자칫 잘못하면 추억 팔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조조전을 지금 이시기에 다시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이득규 디렉터는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한 조작법이 사장된바 있는 SRPG라는 장르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렇게 개발에 들어간 조조전은 소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튜토리얼이 딱히 없어도 플레이할 수 있는 직관성 있는 UI와 UX에 공을 들였다. 여기에 원작사인 코에이 테크모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게임을 게임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조조전을 즐기지 않았던 유저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퀄리티 게임을 추구한다.

이득규 디렉터는 "노력의 성과인지 경영진 리뷰에서 삼국지 시리즈의 제네럴 프로듀서 시부사와 코우로부터 대호평을 받았고, 예정에 없던 삼국지 30주년 기념작으로 공인받기도 했다."며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 코에이테크모의 확인 과정을 거쳐 끊임 없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갔다.

이후에는 조조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삼국지조조전 Online'은 100% 구현해 낸 원작의 스토리에 추가 시나리오를 더한 '연의편'과 여기서 획득한 장수를 사용해 다른 유저와 대결, 천하를 통일하는 온라인 모드인 '전략편' 등 두 가지 모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득규 디렉터의 말마따나 흔히 말해 갉아 먹이는 장수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로 구현. 성장하는 영웅을 만들었다. 여기에 배경과 환경에 3D로 만들어진 요소들을 추가했고, 2D와 3D를 더한 특수효과 표현을 더해 SRPG에 동적인 느낌을 추가했다.
























원작다움을 추구하는 IP 게임.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 하면 원작의 빛에 기대가는 것으로 그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득규 디렉터는 강연 말미 IP 게임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담긴 문장으로 질문에 답했다.

"IP 게임은 단순히 저작물을 가지고 만드는 게임이 아니라 특정 IP의 수명을 연장하는 형태의 하나다.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의 게이머와 원작자가 함께 피드백하는 과정의 일부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 노력해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IP 게임으로의 가치가 살아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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