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쉔무 열혈 팬 개발자가 '편의점 게임'을 만드는 이유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GDC ID@Xbox 행사장 초입, 전시대를 일본 편의점 과자들로 가득 장식해 둔 인디 게임 '인콘비니'는 단연코 가장 많은 관심이 오고간 작품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한,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색상을 활용한 비주얼도 한 몫 했지만, 역시나 그 콘셉트가 참 독특했다. 일본 편의점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라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나가이 인더스트리'는 8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개발사다. 대표인 드미트리는 어린 시절부터 세가의 전설적인 시리즈, '쉔무'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으며 자라왔다. 쉔무3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쉔무의 팬 게임을 개발하기까지 한 그는 최근 자신만의 IP인 '인콘비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게임 개발 일선에 뛰어들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서 편의점, 그것도 일본 편의점을 콕 집어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을까.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 디미트리 클루에프(Dmitry Cluev) 나가이 인더스트리 CEO

먼저 스튜디오에 대해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 일본에 거주한다고 했는데, 팀원이 모두 일본에 거주하고 있나?
= 일본에는 나만 거주하고 있고, 다른 팀원들은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사이프러스 등등 여러 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재택근무 환경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나가이 인더스트리는 그보다 역사가 좀 오래 되긴 했다. 10년 전부터 '쉔무'의 팬 게임을 만들었다. '쉔무3' 발표와 킥스타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말이다. 그 당시에는 유럽에 있었는데, 쉔무 신작의 발표와 함께 다른 인디 게임을 개발하면서 대체로 프리랜서 생활을 해 왔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외주를 받아 작은 게임을 제작해 왔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 대한 백그라운드도 구축할 수 있었고, 또 한동안은 프리랜서로 기자 일을 하기도 했다.

'인콘비니'를 개발한 지는 약... 이제 2년 반 정도 지났다.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시도를 하긴 했지만, 결국 완성까지 이루지 못했는데, 그러다가 좋은 기회를 만나 이렇게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첫 번째 메인 게임인 셈이다.


그런데, 첫 번째 게임 치고는 콘셉트가 신선하다. 편의점, 그것도 일본 편의점을 주제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 말 그대로 특별한 분위기가 나지 않나(웃음). 어디 가서 "콘비니로 게임을 만들고 있어" 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멋진데?"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지금도 약간 콘비니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말만 해도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인 게, 굳이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점이 뿌듯하고 기쁘다.

최종 콘셉트를 잡기 전에 회의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시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유소라든지, 수상 택시라든지 말이다. 그러다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가 하는 의견에 더해 일본 편의점이라는 데 까지 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문화을 좋아하는 면도 있다 보니 그런 관심사가 한 곳에 모이게 된 것 같다.


잔잔한 분위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느낌이 좋았다. 시간에 쫓길 필요 없는 시뮬레이션으로 제작하려는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아까 잠깐 이야기했듯 모바일 게임에 대한 배경이 있다 보니, '어 리틀 투 더 레프트'나 '언패킹' 같은 게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모바일 시장에는 이렇게 폭력적이지 않은, 잔잔한 게임들이 이전부터 많이 존재했는데, 스팀은 요즘 최근에야 조금 많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것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시간대 중에서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둔 이유도 궁금하다. 스마트폰도 존재하지 않던, 그런 시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 향수적인 분위기를 캐치하고 싶었고, 우리의 머리 속에 잠든 유년 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 때 당시를 다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그 때 내가 즐겨 했던 비디오 게임이 뭐였더라? 이런 것들이 생각하는 편안한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또 일본의 80년대, 90년대는 다시 돌아보면 상당히 격정적이다. 일본 굴지의 테크 기업들이 서서히 내리막길로 향하던 그 시대상... 뭔가 매력적이지 않나?


'쉔무' 팬 게임으로 개발을 시작한 이력도 독특한데, 이 게임에서도 쉔무를 연상하는 이스터에그나 숨겨진 요소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 데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스터에그를 군데군데 숨겨놨고, 일부는 대놓고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편의점 콜라 이름이 '제트 콜라' 인 것도 쉔무 속 콜라에서 따왔고. 쉔무를 즐겨했던 게이머라면 찾아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본 편의점으로 게임까지 만들 정도니, 개인적으로도 편의점을 좋아할 것 같다. 일본 편의점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 도쿄에 살기 시작하면서 좀 바뀌었다(웃음). 여행으로 왔을 때는 오니기리, 따뜻한 음료, 파미치킨(패밀리 마트에서 파는 치킨) 같은 즉석 식품을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도쿄에서)살고 나서부터는 아파트 비용, 통신비 등등도 다 편의점에서 낼 수 있고, ATM도 블록마다 있어서 정말 편리하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한 곳에 있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편의점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에게 보여주거나, 아니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 어떤 식으로든 '임팩트'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큰데, 게임을 다 플레이한 뒤에 게이머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은 이렇다. '현재 내 경험이 중요하고, 지나간 것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 말이다. 그저 눈을 뜨고, 반복적인 생활을 하고, 퇴근길에 언제나처럼 편의점에 들어 장을 보는 하루가 때로는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순간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 하나 더 이 게임의 특징을 말하자면, '일생에 한 번 뿐인 인연'을 뜻하는 전통적인 일본어 '이치고이치에(一期一會)'가 주된 테마라고 할 수 있다. 불교와도 조금 맞닿아 있는데, 이러한 만남은 일생에 단 한 번 뿐이고, 만남에 따라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편의점은 말하자면 모두의 운명이 교차하는 공간인 셈이다.






▲ 행사장에서 만난 드미트리(Dmitry, 왼쪽)와 그의 동료 일야(Ilya,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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