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1비트 그래픽 + 스페이스 호러, '문베이스 람다'

1인 개발사 썬더폭스 스튜디오가 개발중인 인디 게임 '문베이스 람다'는 1비트 디더링 그래픽을 활용한 서바이벌 호러 게임입니다. 한가지 색, 그리고 도트로만 표현된 특징적인 그래픽 덕분에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게임 구역에서도 한 눈에 띄는 편이었죠.

'문베이스'라는 이름과 같이, 게임은 달 어딘가에 위치한 우주 기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이 어두컴컴한 기지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지를 돌아다니며 탈출선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동력을 구해야만 합니다.

'문베이스 람다'의 기지는 매번 플레이할때마다 달라지는 절차적 생성으로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 어떤 사물을 접할 수 있는지 쉽사리 알기가 힘든 편이죠. 직접 체험해본 바로는 핵심 목표('기지에서 탈출하라' 같은) 외에는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기가 힘들었습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호작용 가능한 물체를 만져보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주복을 입고 나면 F를 눌러 손전등을 켜고 끌 수 있다는 친절한 메시지가 나오고, 책상 위의 물체들은 상호작용 키(마우스 왼 클릭)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고요. 그래도 게임에서 핵심이 되는 아이템은 한글로 이름이 나오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갈 일은 잘 없었습니다.

마우스 왼클릭으로 하는 상호작용은 단순히 클릭만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느 어드벤처 게임과 유사하게 드래그 앤 드랍 형태의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죠. 예컨대 캐비닛을 열 때는 문을 클릭한 뒤 드래그를 통해 열어야 하고, 물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우스 클릭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조작은 어드벤처 게임에 익숙하면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만, 사용자를 돕는 튜토리얼 메시지가 없어 조작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어떤 참관객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레버를 돌리는 상호작용을 잘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볼 수 있었죠.

핵심 아이템으로는 조명탄을 비롯해 카드키, 배터리 등이 등장합니다. 카드키는 곳곳에 잠긴 문을 여는 데 사용되고, 조명탄은 적으로 등장하는 괴물에게 붙잡혔을 때 빠져나오면서 소모되는 아이템입니다. 배터리는 기지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주요 아이템으로, 이를 사용해 탈출선에 전력을 공급해야 게임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기지와 나름의 규칙을 가진 아이템, 우주라는 배경에서 나를 쫒아오는 괴물의 구조는 꽤 단순한 편이지만, 1비트 디더링 그래픽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는 고립된 상황에서 쫒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편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았을 때, 느닷없이 커지는 심장소리가 들릴 때면 급하게 뒤를 돌아봐야만 했죠.

나름 우주에 있다는 배경 상황을 반영한 에어록의 존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갈 때는 감압 시간이 필요한 구역이 배정되어 있고, 그만큼 괴물로부터 달아날 때 이 시간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또한, 산소가 없는 장소에서는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 또한 괴물에게 쫒기는 상황에서 공포감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조금 더 서바이벌 호러로서의 깊이를 갖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기능이나, 요소가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괴물을 피하는 방법이 그저 빠르게 달려 인식 범위로부터 멀어지는 것 뿐이고, 조명탄으로는 잠시 시간을 벌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은 맵 구조가 아무리 달라져도 변함이 없으니,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면 빠르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입니다. 1비트 그래픽과 고립된 기지라는 콘셉트는 꽤나 흥미로운 방식으로 공포감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모습인 만큼, 플레이어에게 박진감과 공포감을 꾸준히 선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조금 더해진다면 충분히 기대할만한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