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

게임소개 | 김규만 기자 |
▲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 60분 게임 플레이

한국 시간으로 금일(1일) 오전, 코나미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자사의 호러 게임 프랜차이즈 '사일런트 힐' 신작의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특히, 이번 소식은 한창 리메이크 개발이 진행중인 '사일런트 힐2'와 함께, 신작인 '짧은 메시지'가 PS5 스토어에 무료로 공개되어 그 의미가 큽니다. 오랜만에 출시된 '사일런트 힐' 타이틀이기도 하고, 단편 게임 수준이지만 현 세대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코나미는 이번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를 무료고 공개하며, '새롭고 현대적인 사일런트 힐을 제작하기 위한 시도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비교적 오래 전 시리즈가 중단 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현 세대 게이머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개발진의 접근은 게임 속에서 활용되는 스마트폰, SNS, 각종 청소년 문제 등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 하더라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주는 감성 또한 제대로 구현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짤막한 무료 게임에서 확인한 분위기는 꽤나 과거 시리즈와 닮아 있었습니다.



▲ 현실적인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는 '짧은 메시지'

'사일런트 힐: 짧은 메시지'는 친구 '마야'의 메시지를 받고 버려진 건물로 향하게 된 10대 청소년 '아니타'를 주인공으로 그립니다. 미국의 가상 도시 '사일런트 힐'을 배경으로 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은 독일의 한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플레이 도중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을 살펴보면, 게임 속 벌어지는 사건은 COVID19 발발 이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타가 홀로 들어온 폐건물은 젊은 청소년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소로 유명한 곳, 이 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추모하는 공간에서 잠시 현기증을 느낀 주인공은 이내 건물 안에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컷신에서 주인공의 모델링을 계속해서 강조한 것과는 다르게, 실제 게임플레이는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한 때 사일런트 힐과 함께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양대산맥으로 불려 온 '바이오하자드'가 브랜드에 신선함을 부여하고자 시도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아니타의 스마트폰 조명을 이용해 건물 내부를 탐험하는 구간에서는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사일런트 힐'의 세계관을 구현하려는 개발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이 음습한 분위기, 너무 좋고...

1인칭 시점이라는 특징 때문에 플레이어블 티저로 끝나고 만 비운의 'P.T.'와 비교도 많이 될 것 같지만, 플레이 전반에서 유사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때때로 특정 방이 반복되거나 하는 요소들은 엿볼 수는 있었지만, '짧은 메시지'는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뚜렷하고, 특정 오브젝트를 접하기 전까지 다음 방이 열리지 않는 등 일직선적인 플레이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폐건물을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돌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주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서바이벌 호러라기 보다는 워킹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그리고 스토리의 비중이 굉장히 높죠. 여러 방과 복도를 지나면서 주인공 아니타는 서서히 자신이 잃어버린 '마야'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개발자가 현세대에 맞는 '사일런트 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밝힌 측면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짧은 메시지'에 활용한 소재나 배경이 되는 공간 등은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정과 학교 폭력, 자살, 소셜 네트워크 문화에서 오는 고립감 등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는 매우 불편하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사일런트 힐' 프랜차이즈가 그간 보여 온 '미묘한 불쾌함'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초반부 진행은 '사일런트 힐'이라기보다는 다른 호러 게임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현실과 같지만 다른, 기괴한 모습의 이면 세계라는 시리즈 특유의 요소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지고 난 이후, '짧은 메시지'는 금새 '사일런트 힐' 스러움을 연출해 냅니다.



▲ 불쾌하지 않지만 '사힐'스럽진 않다는 생각이 들 때쯤



▲ 희뿌연 안개가 플레이어를 맞이합니다

그간 시리즈에서는 마을에 사이렌이 울리거나, 화장실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가는 등으로 현실과 이면 세계의 경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번 '짧은 메시지' 세계관에서는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정신적인 현상(?) 정도로 여겨지거나,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확인 가능했죠. 이것이 이후 프랜차이즈 게임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일런트 힐'을 보여주려는 접근법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주인공 '아니타'의 경우 이면 세계는 '죽음의 반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점점 가까워지는 요소로 그려집니다. 어떻게 죽게 되는지는 스포일러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반복'은 P.T.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어쩌면 굉장히 '사일런트 힐'스러운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플레이어를 처음부터 계속 보아왔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환경으로 조금식 끌어들입니다. 사일런트힐의 아이콘과 같은 '이면 세계'로 말이죠.



▲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만큼, 경고 메시지도 여러 차례 나오는 편

다소 워킹 시뮬레이션의 면모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작품이지만, 딱 하나 게임플레이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면 건물을 활보하는 괴물로부터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것입니다. 그마저도 일부 구간이 정해져 있고, 그 사이에 문을 여는 상호작용밖에 가능하지 않지만, 괴물에게 잡힐 경우 그 구간은 완전히 다시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높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술래잡기 장면은 괴물을 피해 폐건물 대부분을 뒤져 특정 아이템을 입수하고, 이를 통해 마지막 방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도가 꽤 높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구간에서 볼 수 있는 주변 환경은 '사일런트 힐'의 그것이었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사일런트 힐을 마침내 보게 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장면입니다.



▲삼각두의 먼 친척 정도 되려나?

솔직히 말하면, 무료로 공개된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게임플레이 또한 그저 걸어다니며 단서를 수집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술래잡기 몇 번 하면 되기 때문에 인상적인 장면도 많이 없죠. 하지만, '사일런트 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사일런트 힐' 프랜차이즈에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그간 수 많은 서바이벌 호러 팬들의 염원에도 '사일런트 힐'은 좀처럼 다시 시리즈를 이어 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2편의 리메이크나 '사일런트힐 f' 등의 신작 소식이 들려 온 것도 고작해야 몇 년 전이죠. 그간 개발 취소와 같은 여러 이슈를 겪어 온 팬들에게 있어, 무료로 공개된 이번 작품 속 '사일런트 힐'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각별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깜짝 등장한 무료 시작, 그리고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한 '사일런트 힐2 리메이크'까지. 과연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올해를 기점으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호러 게임 팬들에게는 꽤나 흥미진진한 한 해가 될 예정입니다.



▲ 이면 세계 분위기는 합격, 앞으로의 '사일런트 힐'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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