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고요한 암벽 등반이 주는 뜻밖의 편안함 - '주산트'

게임소개 | 김규만 기자 |

주산트(Jusant)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시리즈로 네러티브 어드벤처 장르에서 높은 인정을 받은 프랑스 개발사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이다. 서머 게임 페스트 기간 중 Xbox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해당 게임은 오는 10월 31일, 출시와 함께 Xbox 게임패스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파스텔톤의 서정적인 그래픽을 갖춘 '주산트'의 핵심 게임플레이는 다양한 구조물을 암벽 등반하듯 오르며 진행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지역에 따라 바람이나 식물 등, 높이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고려해 가면서 등반을 해 나간다.

게임스컴 2023 8관에 위치한 Xbox 부스에서는 게임패스로 출시를 준비중인 다양한 중소규모 게임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주산트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꾸준히 참관객들의 시연 행렬이 이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시연 버전에서는 게임의 대략적인 분위기는 물론, 핵심 게임플레이 요소를 통해 내러티브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을 어느 정도 살펴보는 것이 가능했다. '주산트'는 의도적으로 게임 내에서 음성을 활용하지 않고, 주인공과 주변 풍경을 활용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확연히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비현실적인 신비로운 풍경을, 두 손과 로프에 의지한 채 오르는 등반이 더욱 대비되는 효과를 준다.

게임을 시작하면,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같은 풍경을 천천히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컷신으로 보여준다. 대체 그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또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전반적인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걷다가 까마득한 절벽 앞에 도달했을 때, 본격적인 '주산트'의 플레이가 시작된다.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는 Xbox 컨트롤러 기준 LT와 RT로 각각 양 손을 활용해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는 것이다. 한 손으로 암벽을 잡으면 오른 컨트롤러로 다음에 잡을 홀드를 노려 다음 손을 사용하게 된다. 등반을 시작하는 부분에는 로프를 고정하는 슬롯이 위치해 있으며, 일부 슬롯은 자동으로 로프가 고정되며 크게 신경쓰지 않고 등반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고려되어 있었다.



▲ 로프와 벽에 의지해 꾸준히 오르다 보면, 정상이 보이겠지?

로프를 비롯한 장비는 게임 내에서 실제 등반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꽤 먼 거리를 등반해야 하는 경우 중간중간 로프를 고정할 수 있는 핀을 최대 세 개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로프를 고정한 위치에서는 더욱 먼 곳으로 점프를 하거나 등반에 실패해 떨어지는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다. 다만, 로프는 일정한 길이가 정해져 있으며, 너무 길게 사용할 경우 로프의 색이 빨갛게 변하며 한계를 표현하는 형태다.

이번 시연은 일종의 튜토리얼 격으로, 암벽을 등반할 때마다 게임 내에서 활용 가능한 각종 동작을 알려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특정 시점에서는 로프를 고정하고 아래로 향한다든지, 그 상태에서 좌우로 반동을 줘 특정 위치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이를 적절히 조합한다면, 출시 시점에서는 목표 지점으로 향하는 데 독창적인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한편, 주인공이 벽에 계속 매달려 있을수록 기력 게이지가 천천히 소모된다. 중요한 것은 기력이 모두 소진되기 전까지 서 있을 수 있는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게이지는 한 번에 소모되는 형태가 아니라 두 단계로 소모되기 시작하며, 중간에 휴식 버튼을 사용하면 예비 게이지가 소진되기 전에 일정 수준의 기력을 회복하는 시스템도 확인 가능했다.



▲ 고요한 등반 속에서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암벽을 오르고, 어느 정도 올라오면 다시 로프를 감아 회수하고, 점프와 휴식을 적절히 사용하며 오르다 보면, 주인공이 읽을 수 있는 각종 상호작용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노트의 한 페이지로, 자세히는 모르지만 해당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었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의 편린을 활용해 플레이어 스스토 맥락을 상상해 나가는 방식의 내러티브 전개를 예상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시연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양 손을 활용한 컨트롤이나 다채로운 등반 동작, 서정적인 음악이 가미된 파스텔 톤의 비주얼은 돈노드 특유의 '힐링 감성'을 듬뿍 담고 있었다. 트레일러에서는 사막 절벽 외에도 다채로운 생물군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취향만 맞는다면 휴식을 취하며 찬찬히 즐기는 게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산트'는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돌부리들을 살펴보며,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데 집중하는 행위가 일종의 명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은 '떨어지는 데서 오는 좌절감'을 강조한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다.

태초마을로 돌아온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겠지만, 오르는 것의 즐거움에도 관심이 있다면 오는 10월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 작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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