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2 3차 CBT 체험기

또 한 차례 변화를 선택한 시리즈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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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전선의 후속작 '소녀전선2는 최초 공개 당시부터 '미소녀 엑스컴'이라는 별칭이 붙은 작품이었다. SRPG에 엄폐물이나 다양한 지형지물에 따라 갈리는 명중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나빗'에 3D 카툰렌더링으로 준수하게 뽑은 소녀전선의 전술 인형 등등. 2차 CBT까지만 하더라도 유저들에게 익숙한 요소들을 종합해서 '소녀전선'만의 요소와 시스템을 가미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그랬던 만큼,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한 소녀전선 3차 CBT는 그간의 행보를 지켜본 유저일수록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지난 5월 소녀전선 7주년 방송에서 예고되긴 했지만, 그간 테스트를 직접 해본 입장에서는 왜 근 2년 동안 소식이 없었는지 이해가 갈 만큼 큰 변화가 있었다.


소녀전선과 역붕괴 사이 이야기의 맥을 짚다


이미 두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서 '소녀전선2'의 이야기의 대략적인 맥은 공개된 상황이었다. 1편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인 지휘관은 모종의 이유로 몇 명의 전술인형과 함께 그리폰을 나와서 현상금 사냥꾼이자 용병으로 떠돌고 있으며, 붕괴폭풍을 뚫고 의뢰받은 물건을 수송하던 중에 바랴그단의 습격을 받게 된다. 다행히 예비 소체로 응전한 그로자 일행의 활약으로 바랴그단을 뿌리치고 안전구역으로 대피하지만, 상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헬레나'가 등장하고 이를 노리는 또 다른 세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거대한 음모 속에 휘말리게 된다.

지난 두 차례의 테스트에서는 바랴그단의 추적을 뿌리치고 안전 지역으로 오게 된 이야기까지만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나머지 부분은 스테이지만 공개됐었다. 그래서 대략의 내용은 짐작만 할 뿐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더 향상된 그래픽의 디테일처럼, 스토리 라인과 설정까지도 한층 다듬은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설뿐만 아니라, 소녀전선 시리즈의 전반적인 맥락이나 뒤이어 스토리가 전개될 '역붕괴'에 대한 연결고리도 생겼다고 할까.

특히 소녀전선에서 최근 스토리가 붕괴액, E.L.I.D 등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자아낸 세계관의 핵심 소재에 대해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에 이어 최근 테스트를 마친 역붕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완전면역체'까지 등장, 스토리의 중간 지점으로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 테스트에서 헬레나에 대한 정보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잠시 활약하는 모습만 보여준 것을 토대로 소녀전선의 코어팬들이 추측한 것이 대다수였다. 그 추측들을 뒷받침할 근거들이 이제 점차 빌드업되면서, 소녀전선 그리고 역붕괴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조율한 셈이었다.






▲ 그간 CBT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소재, 그리고 캐릭터들이 점차 수면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소녀전선'의 팬들이 기대했던 요소들도 더욱 충실해졌다. 작중 시간은 비록 짧지만, 실제 햇수로 7년 동안 동고동락한 전술인형 그리고 그리폰의 인물들이 과연 10년 뒤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한 것이 팬의 도리 아니던가. 물론 지난 6주년 방송에서 PV를 통해 UMP9, ST AR-15 등 전술 인형과 카리나까지 등장하면서 기대감을 모으기는 했지만, 언제 등장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4지역부터 카리나 그리고 UMP9가 등장, 지휘관이 그리폰을 떠난 뒤의 이야기와 근황까지 풀더빙으로 설명한다. 고위 공무원이 된 카리나의 현재 모습과 쾌활하던 PMC 보급관 시절을 대비하는 장면도 있으니, 오래도록 소녀전선을 즐겨온 유저라면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싶다. 그밖에도 헬리안, 댄들라이 등, 소녀전선을 플레이한 유저에게 친숙한 유저들이 다수 등장하니 소녀전선을 했던 유저라면 필히 해야 할 후속작으로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다져나갔다고 하겠다.




▲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기찬 움뀨...아니 레나(UMP9), 지휘관도 나인...아니 레나라 부르는 게 포인트






▲ 10년이 지나서 원숙해진 카리나 등등,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감나빗X, 엑스컴류에서 클래식한 SRPG로 변화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변경점이 극초반 튜토리얼 단계였던 만큼, 자연히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두 차례 CBT에서 만난 최종 보스가 그로자 소대로부터 상자를 탈취하려고 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그로자 소대가 전투하는 과정이 튜토리얼로 소개된 이후 오프닝으로 바로 넘어가는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스토리가 전개되고 캐릭터 뽑기까지 가면 종종 소녀전선에서 보았던 반가운 얼굴들이 또 보이니, 자연히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스토리 스크립트가 풀더빙이어도 꽤 긴 편이라 종종 스킵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소녀전선2'가 처음 공개 당시부터 미소녀 엑스컴류라는 스타일을 내세우면서 주목받지 않았나. 그 파트가 과연 어떻게 바뀌었나가 중요한 관건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감나빗'이 사라졌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소녀전선2'는 엑스컴류의 '감나빗'과 완전 동일한 시스템을 채택한 것은 아니었다. 아예 적에게 타격조차 주지 못하고 총구를 엉뚱한 곳에 돌려서 사람 혈압을 오르게 하는 게 아니고, 적에게 정확하게 쏘기는 하는데 대미지를 아주 조금밖에 못 주는 비교적 친절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1차 CBT에서는 블레이드, 2차 CBT에서는 첨병으로 분류된 클래스 중 일부 캐릭터는 아군이 자신의 공격 범위 내에 있는 적을 공격하면 협공하는 스킬도 있고, 빗나감이 떠도 그 조건은 만족하기 때문에 명중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적을 물리칠 방법이 있었다. 그래도 원체 적들이 강해서 한 번에 확실하게 제압하지 않으면 역습당하기 십상이었으니, 엑스컴류에서 기대하는 맛이 조금은 순한 맛으로도 온전히 느껴져서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할까.



▲ 2차 CBT까지만 해도 명중률에 기반한 시스템이라 '감나빗'이 있었지만



▲ 이젠 확정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수를 둘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명중률과 빗나감, 방어막 대신 방호 수치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적을 공격하면 방호 수치가 먼저 차감되면서 실제 공격력보다 훨씬 더 낮은 피해를 주게 되고, 방호 수치가 0이 되어야 비로소 100% 온전히 대미지를 입히는 방식이다. 엄폐물이 가로막고 있는 방향에서 적을 공격하면 방호 수치가 덜 차감되는 만큼, 적을 빠르게 제압하려면 시야를 가로막는 엄폐물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기본기 자체는 유지됐다. 그렇지만 이전에는 빗나감 때문에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기동해야했지만, 이제는 정해진 수치대로 정직하게 타격해서 좀 더 수를 계산하기 쉬워졌다.

또 모든 유닛이 공유하던 가이드 지수도 개별로 적용되고, 캐릭터 별로 많아야 두 개 정도의 액티브 스킬도 기본 두세 개로 확장했다. 이전 시스템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각자의 가이드 지수 소모량과 획득량까지 세밀하게 계산하고 예열한 뒤 다음 턴에 누구의 스킬을 써야 할지 전체적인 전황까지 보면서 스킬 빌드업을 짜야했다. 그러나 이젠 각 캐릭터의 스킬 쿨타임이나 가이드 지수만 체크해서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쉬워졌다. 또 이전처럼 예열이 필요한 스킬이 많이 감소하면서 초반부터 강공으로 적을 대거 정리한 뒤 까다로운 개체를 집중 공략하기도 쉬워졌다.



▲ 방호 게이지가 깎이면서 피해가 적게 들어가고, 약점 속성 중 하나로 때리면 게이지를 더 빠르게 깎을 수 있다



▲ 확정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스킬도 많아지면서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좀 더 쉬워졌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짚어보자면, 한 땀 한 땀 명중률과 경우의 수까지 계산하면서 신중하게 나아가는 엑스컴류에서 스킬 쿨타임이나 조건 위주로 카운팅하면서 턴마다 적을 확실하게 제압해나가는 클래식 SRPG의 느낌에 더 가까워졌다. 물론 지형지물에 따라 방호 게이지가 좀 덜 깎이는 등 기존의 요소는 남아있긴 하다. 그래도 스킬 연계로 적을 확실하게 하나 잘라낼 수 있고, 적을 몰아서 범위 스킬 집중 타격으로 몰살하는 등 착실하게 하나하나 수를 따지면서 풀이하는 SRPG만의 재미는 다져나갔다. 반대로 적 역시도 확실하게 아군을 제압할 수 있으니, 그냥 무작정 나가지 않고 이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나가는 기본기도 잊지 않았다.



▲ 쉬워졌다고 해서 적의 집중 사격을 맞고 살아날 수 있다는 건 아니니 주의


또 다시 방향을 튼 '소녀전선2', 아직 과제를 풀어 나가야


다른 소녀전선 시리즈도 그렇지만, '소녀전선2'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게임은 아니다. 사실 소녀전선이라는 시리즈가 소녀전선이라는 그 세계관에 유저들이 익숙한 여러 게임 스타일을 자신들에 맞춰서 믹스하고 완성도를 높이면서 호응을 얻어왔던 시리즈 아니었던가. 소녀전선2는 최초에 엑스컴 스타일을 섞으면서 관심을 받았지만, 이번 CBT에서는 다양한 캐릭터의 스킬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그 부분을 덜어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좀 더 가벼운 요소들로 채워넣어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 눈에 띄었다. 1차 CBT 때 선보였던 5속성 시스템에 최근 턴제 RPG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중 약점 속성 체계, 각종 스탯 업그레이드 연구까지 모바일 수집형 RPG에 익숙한 유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 약점 속성을 공략하고, 일일 던전 등으로 파밍하면서 육성하는 파트를 좀 더 세분화시켰다

아이템 파밍 방식도 큰 범주에서 보면 이러한 흐름에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각 병종의 캐릭터를 돌파하기 위한 재료나 경험치, 무기 육성 재료를 파밍하기 위한 일일 던전 뿐만 아니라 각종 무기 부속을 얻을 수 있는 독특한 모드인 '탐색'도 한 번 클리어한 이후 별도의 재화 없이 스킵으로 파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탐색'은 전투를 최소화하면서 다소 벅찰 수 있는 적 보스를 집중 타격해서 끝내버리거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가는 전술적인 묘미가 있었다. 실시간 쿼터뷰 잠입 액션 느낌에 SRPG를 섞은 게임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두 가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클리어 후 스킵까지 지원해 재미와 반복 파밍의 번거로움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까.

그러나 불안한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PVP의 추가가 가장 눈에 띄었다. 물론 라이브 서비스하는 SRPG 중 PVP가 있는 게임도 꽤 많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소녀전선 그리고 뉴럴 클라우드까지 PVP, 경쟁 콘텐츠를 상시 콘텐츠로 내세운 적이 없으니 무언가 낯설다고 할까. 이벤트나 스토리를 다 깨고 할 것이 없는 휴식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연구하면서 즐기기에 PVP만한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밸런스나 조합 이슈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도 더 늘어나서 일부 유저층이 이탈할 여지도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히 볼 필요가 있었다. 현재는 BM이 완성되지 않아서 그 중요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정식 출시가 되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전 대비 적의 공격 범위를 체크하기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UI/UX 편의성에서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띈다. 특히 지형의 고저차와 각종 엄폐물이 들어선 소녀전선2의 특성상 맵 카메라를 자주 돌려봐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옵션을 디테일하게 조정하기 어려웠다. 아울러 우편 및 유저 정보, 아이템 창고 등등 주요 메뉴로 진입하려면 맵 한 구석에 있는 내비게이션 칸으로 들어가야 하는 방식은 굳이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전체적인 구조를 보자면 역붕괴처럼 싱글플레이 게임의 UI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하는 의도는 느껴졌지만, '소녀전선2'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고 계속 우편 및 여러 창구를 통해 보상을 받으면서 하는 게임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현재의 '소녀전선2'는 모바일 게임의 편의성을 이식하고 있지만, 처음에 의도했던 싱글플레이 게임 감성과 완전히 조화롭게 녹여내지는 못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하겠다.



▲ 탐색 모드에서는 카메라 조정을 못해서 불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조마조마한 스릴이 있기도?



▲ 길이 없으면 선공으로 강행 돌파, 선턴을 가져오자

그런 과도기적인 양상이지만 '소녀전선2'는 소녀전선 팬, 그리고 SRPG 팬이라면 소식을 기다릴 만한 작품임은 확실하다. 이전보다 더 향상된 연출에 모델링, 그리고 스토리 라인으로 소녀전선 캐릭터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는 현 단계에서도 100%를 넘어 120%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엑스컴 스타일을 버리긴 했지만, 잡졸도 쉽사리 한 방에 죽이지 못하게 방호 게이지와 엄폐 정도에 따라 차감율을 조정하면서 신중하게 수를 두는 묘미는 유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확정킬이 가능해지고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스킬도 많이 확보된 만큼, 다양한 조합을 활용하면서 화끈한 스킬 연계로 잡졸들은 밀어버리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더군다나 적 병종에 따라서는 배후나 측면에 엄폐물이 없는 상태에서 치면 방호 게이지 영향 없이 방어 무시 딜이 들어가는 느낌이라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쓸어버리는 묘미도 있었다. 물론 원신 이후로 중국 서브컬쳐 게임에서 자주 보이는 BM에 PVP를 더하는 선택이나, UI/UX의 불편함 등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긴 하다. 그래도 아직 출시까지 시기가 남은 데다가 그간 여러 차례 변화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소녀전선2'인 만큼, 다음 번 테스트 혹은 정식 출시 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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