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이스컴뱃7, 돌아와 줘서 고마워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9개 |


⊙개발사: Project Aces ⊙장르: 플라이트 슈터 ⊙플랫폼: PS4, XBOX, PC ⊙발매일: 2019년 1월 17일

얼핏 보면 비행 시뮬레이터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쉽게 기체를 조작할 수 있는 '에이스컴뱃'은 어마어마한 미사일을 전투기에 싣고 공중전을 벌이는 '플라이트 슈터' 장르 게임이다. 타 장르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기에 마니악한 게임으로 불리지만, 그 팬층은 확실할 정도로 '에이스컴뱃'은 해당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게이머들은 '에이스컴뱃'에 대한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없었다. 2007년 XBOX 360으로 출시한 '에이스컴뱃6' 이후, 번외편으로 발매한 게임들이 하나같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달리던 '에이스컴뱃' 시리즈는 점점 잊혀 갔다.

그리고 2015년 12월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이후, '에이스컴뱃7'은 몇 번의 출시 연기 끝에 약 3년 만인 2019년 1월 19일에 정식 출시됐다. 그렇게 다시 만난 플라이트 슈터 장르의 일인자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고전으로 회귀하는 것을 선택한 모습이었다.

※ 본 리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먼 길을 돌아, 고전으로 회귀를 택하다
과거 시리즈의 특징을 되살린 최신작, '에이스컴뱃7'




'에이스컴뱃7'은 개발사인 프로젝트 에이스가 예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전성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시리즈의 팬들은 에이스컴뱃의 최전성기로 긴장감 넘치는 게임플레이와 함께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많은 호평을 받았던 '에이스컴뱃4'와 '에이스컴뱃5'가 출시된 시절을 꼽는다. 일부 팬들은 XBOX 360을 통해 등장한 최초의 HD 그래픽 타이틀로서 '에이스컴뱃6'를 가장 높이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매출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애초에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장르도 아니다 보니, 이후 프로젝트 에이스는 '에이스컴뱃' 시리즈를 좀 더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을 쏟는다. 그렇게 2011년에 출시된 '에이스컴뱃: 어썰트 호라이즌'은 DFM(Dogfight Mode) 시스템이나 당시 FPS 게임을 통해 유행했던 AC-130을 조종하는 미션 등을 추가하면서 게임을 좀 더 대중화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2014년에는 F2P 멀티플레이 타이틀로 '에이스컴뱃 인피니티'를 출시했으나, 두 작품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으며 '에이스컴뱃' 시리즈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 대중화를 위한 나름대로의 시도였으나, 팬들에게 외면당한 비운의 작품

이토록 시리즈를 신선하게 만들려는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혁신을 시도할 개발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 에이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이러한 실패들을 발판 삼아, 다시 예전 '에이스컴뱃'으로 돌아가기를 결정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많은 길을 돌아, 정식 넘버링으로는 약 12년 만에 세상에 등장한 '에이스컴뱃7' 곳곳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개발사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잡한 비행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사이 그 어딘가, 비행 시뮬레이터와 슈팅 사이의 그 미묘한 밸런스를 잘 맞춰 '플라이트 슈터' 장르의 독보적인 작품으로 존재했던 '에이스 컴뱃'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 이전 정식 넘버링 작인 6편과 비교하면



▲ 이런 그래픽으로 예전 '에이스컴뱃'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플라이트 슈터 명가'다운 게임 플레이는 여전하다
전통적인 '에이스컴뱃'으로 돌아온 게임플레이, 비행에 초점을 둔 신규 요소


프로젝트 에이스의 이러한 다짐은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물론 미션 구조, 스토리 전개, 기존 시리즈와 유사한 조작감, 사운드 등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 전반에서 느껴졌다.

조작감의 경우 '어썰트 호라이즌'에서 추가해 아케이드성을 한층 높였던, 그리고 많은 팬들의 비판도 함께 받았던 시스템들이 사라졌다. 더 이상 DFM을 사용해 적의 꼬리날개를 붙잡는 레일 슈터 형식의 게임플레이는 볼 수 없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유로운 비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을 위해 한층 강화된 초보자용 조작 방식을 옵션으로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총 20개로 구성된 미션 또한 기존 '에이스컴뱃'과 같아졌다. 플레이어는 스토리와 각 미션별 브리핑을 잘 듣고, 출격하기 전에 필요한 무기와 파츠로 전투기를 무장할 수 있다. 어썰트 호라이즌처럼 미션 중간중간 공격 헬리콥터를 조종한다든지, 또는 폭격기만을 사용하거나, 또는 AC-130을 조종할 필요는 없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미션 중반부에 제한된 시간 동안 일정 점수 이상을 달성해야 하는 목표의 미션이 모여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제한된 미션은 그 목표가 무엇이든 부담을 주기 마련이기에, 연속으로 이러한 미션을 접하게 되니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 제한시간 내에 일정 점수를 얻는 미션이 조금 많이 존재하는 편

시리즈의 전통적인 문법을 따르는 것 외에도 '에이스컴뱃7'에서는 새로운 요소로서 위와 같은 기후 변화에 따른 변화를 채택했다. 전장에서 볼 수 있는 리얼타임 렌더링으로 표현된 구름이 그중 하나다. 이런 구름들은 예전보다 하늘의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것 외에도 게임플레이 요소로서 작동하는데, 적과 교전 중에 구름 속으로 숨어 추적을 따돌리거나, 미사일을 좀 더 쉽게 회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구름 속에 있다 보면 기체에 얼음이 맺혀 일부 조작이 힘들어지는 등의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밖에도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난기류가 형성되는 지역에서는 갑자기 마음처럼 조종이 되지 않는다거나, 번개를 맞게 되면 HUD가 지직거리며 한동안 적을 조준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같은 날씨 요소의 추가는 카즈토키 코노 매니저가 2017년 E3에서 이야기한 "하늘을 날고 있다는 느낌을 구현하는 것" 목표를 게임에 성공적으로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리즈 최신작에 포함된 요소가 그저 하늘을 날고 있는 '느낌'만을 강화하는 데 그쳤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구름과 난기류, 뇌운 등은 미션 도중 만나는 기믹으로만 사용될 뿐, 실제 게임플레이에는 생각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 번개!! 피해욧!!!


초심자를 위한 배려 때문? 조금 아쉬웠던 스토리 전개
다소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전개와 아쉬운 캐릭터 조명



▲ 실제 지구와 흡사하게 생긴 '에이스컴뱃'의 가상 세계관

전성기 에이스컴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특유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시리즈상 가장 먼 훗날의 스토리를 다뤘던 '에이스컴뱃3' 이후, 프로젝트 에이스는 '에이스컴뱃 제로'를 포함한 정식 넘버링 작품을 통해 지구와 아주 흡사하게 생긴 모습의 가상의 지구를 배경으로 허구의 세계관을 정립해왔다.

최신작인 '에이스컴뱃7'의 스토리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최신작의 이야기는 시리즈 4편과 5편의 스토리 이후 약 10여 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에이스컴뱃4가 2001년에 출시되었고, 7편이 올해 출시된 것과 비교하면, 출시 연도만큼 게임 속 시간도 함께 흘렀다는 점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출시된 지 15년도 더 된 과거 작품과 시간대를 공유하는 스토리는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에이스컴뱃 속 가상 세계관에는 실존하는 국가들을 모티브로 한 크고 작은 여러 나라가 존재한다. 게임을 처음 접한 사람이 소행성의 충돌로 인해 발발한 1차 대륙전쟁과, 그 이후 일어난 환태평양 전쟁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나라의 역사 교과서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 5편에서 등장했던 '빈센트 할링' 대통령이나



▲ 소행성을 요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병기 '스톤헨지' 등도 7편에 재등장

물론, 이러한 것을 개발사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컷씬을 통해 전작에 등장했던 요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배경 지식으로 설명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딱 그 정도만 알아도 '에이스컴뱃7'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러한 신규 유저를 위한 배려와 '에이스컴뱃'의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 어딘가 서로 맞지 않다는 점뿐이었다.

전통적으로 '에이스컴뱃'에서 플레이어가 맡게 되는 주인공은 말이 없다. 시리즈마다 다른 콜사인(무전에서 사용되는 호출부호)으로 불리지만, 언제나 과묵한 성격의 파일럿이라는 설정이다. 스토리텔링은 주로 제3자인 캐릭터들의 독백으로 진행되는데, 이번 작품의 경우 출시 전 트레일러에서 수없이 얼굴을 비춘 이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밖에 미션을 수행하면서 변하는 전쟁의 흐름과 관련해서는, 같은 편대에 소속된 부대원이나 관제탑이 나누는 무전 교신 내용을 통해 일부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하기 쉬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아니다. 따라서 일부 플레이어들의 경우 스토리 전개가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기 쉬우며, 총 20여 개 밖에 되지 않는 미션의 중간중간에 컷씬을 통해 스토리를 진행하려고 하니, 어딘지 설명이 빈약하거나 허전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도, 크게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라이벌의 등장
숙적을 물리칠 때 오는 성취감은 이제 시리즈 전통


"너 같은 파일럿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지, 그리고 내가 그들을 마지막 하나까지 격추시켰다"
- 미하이 A. 실라지

스토리 전개에 대해 위와 같은 아쉬움을 느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에이스컴뱃'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스토리의 큰 축은 여전했다. 바로 아군 진영의 구원자로서, 편대원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는 되는 것 말이다.

이러한 느낌을 극대화하는 존재가 바로 상대 진영의 에이스 파일럿이다. 그간 에이스컴뱃 시리즈는 주인공과 비슷한 실력이거나, 훨씬 상회하는 실력을 갖춘 상대 파일럿을 등장시키고는 했다. 이런 상대 에이스 파일럿들은 일반적인 적들이 보여주지 않는 기동으로 미사일을 회피하거나, 매우 정확도가 높은 공격으로 상당한 난이도를 보여주는데, 결전 끝에 이를 무찔렀을 때 오는 쾌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했다.



▲ 본명이 길어도 너무 긴 전설의 에이스 파일럿



▲ 왜 멋진 적은 언제나 수호이를 타고 등장할까?

이번 작품의 라이벌 파일럿은 그동안 트레일러에서 모습을 많이 보인 '미하이 A. 실라지'로, 세계관 설정상 1차 대륙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전투기를 몰아온 노장이다. 그는 후방 좌석에 인공지능 기기를 탑재한 SU-30SM을 타고 비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그의 비행 데이터는 이번 작품에 주적으로 등장하는 무인 전투기들의 개발에 사용된다는 설정이다.

실제 게임플레이에서도 이 노장 라이벌 파일럿은 '괴물', '미스터X'로 불리며 등장부터 아군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각인된다. 플레이어가 역할을 맡는 주인공 '트리거'는 미션에 미하이가 등장할 때마다 아군 편대원을 한명씩 잃게 되지만, 종국에는 1:1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

어느 시대에나 훌륭한 파일럿을 모두 격추시켰다는 전설의 파일럿, 미하이의 등장은 에이스컴뱃 특유의 웅장한 BGM이 그 무게감을 더한다. 시리즈 4편으로 데뷔해, 굵직한 보스 BGM을 모두 담당해온 작곡가 코바야시 케이키가 담당한 음악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라이벌 파일럿 다운 미하이의 기동과 날카로운 공격을 상대하다 보면 손에 절로 땀이 날 정도다.

다만, 이토록 매력적인 라이벌 파일럿에 비해 주인공인 '트리거'의 경우 크게 매력을 어필할 기회가 적다는 아쉬움은 있었다. 과묵한 성격이라는 설정 탓에 말이 없는 주인공의 특성상 편대원들의 대화만이 그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유일한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에이스컴뱃7'의 스토리 전개에서는 편대원들의 이야기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일이 없었다.



▲ 중범죄자라는 오명을 쓰고 꼬리날개에 세 개의 줄이 새겨진 주인공 '트리거'



▲ 결국 모두의 인정을 받고, 진정한 하늘의 '에이스'로 거듭나게 된다


12년 만에 돌아와 줘서 고마운 신작
굳이 말하자면, 변화를 꾀하지 않아도 재미있다는 증거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갓 오브 워'와 '몬스터헌터: 월드', 그리고 이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바이오하자드: RE2' 등을 사례로, 요 근래 10여 년이 넘게 지속된 게임 시리즈들은 자신들이 답습해오던 기존의 플레이스타일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이어오는 추세다.

그런 관점에서 이 게임을 바라본다면, '에이스컴뱃7'은 그저 십수 년 전 출시된 게임을 최신 그래픽으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플레이했을 때 전반적인 뼈대가 전통적인 '에이스컴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시리즈를 보다 신선하게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 에이스가 시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실패로 돌아갔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과거로 회귀를 선택한 개발사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또 어쩌면 과거 '에이스컴뱃' 시리즈를 즐겁게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이번 작품이야말로 이들이 정말 기다려오던 작품이지 않을까.

물론, 스토리 전개가 좀 더 정돈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에이스컴뱃7'은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오랜만에 출시된 만큼 신규 유저들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띄었고, 난이도에 따른 격차는 시리즈 대대로 심하기 때문에 초심자부터 숙련된 이들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하늘과 비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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