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느리지만 탄탄한 발걸음, 대만 게임 개발사 '네오바즈'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지난 게임스컴 아시아에서 만난 우연한 인연이 타이베이 게임쇼까지 이어졌다. 네오바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 양(Al Yang)과 우연히 만나 나눴던 인사가 오피스 투어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네오바즈는 홍콩에 위치한 본사를 필두로 타이베이 오피스, 수저우 오피스, 그리고 최근에는 네덜란드 브레다에 새로운 오피스를 마련했다. 총 300여 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이 중 타이베이 오피스에는 약 2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7주년을 맞이했지만, 그 멤버들은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다. 장 마크 CEO는 "오랜 이들과 함께 하는 젊은 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네오바즈의 창립 멤버들이 15년 전 액티비전 재직 당시 친분을 쌓아온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스포머, 슈렉, 기타히어로 등 과거 액티비전의 게임들을 개발해 온 경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이다.

네오바즈의 사명은 새로움을 뜻하는 Neo와 음유시인을 뜻하는 Bard에서 탄생했다. 음유시인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직접 노래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극이나 노래를 다듬고, 자신만의 기교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오바즈는 대형 게임기업과 협업하고 있는 타이틀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 왼쪽부터 알 양(Al Yang) 디렉터, 장 마크 모렐(Jean Marc Morel) CEO,
토니 왕(Tony Wang) CCO(Chief Creative Officer)

네오바즈에 재직하고 있는 300여 명의 임직원들은 주로 구작을 현세대 콘솔에 맞게 포팅하거나, 타 회사 IP의 리마스터/리메이크 작품 개발에 참여하고, 때로는 오리지널 작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아트 팀 위주로 편성된 수저우 오피스는 최근 '파이널판타지 7 리버스'에 등장하는 괴수 등 일부 에셋 구현에 참여하기도 했다.

원작 IP를 기반으로 만드는 게임은 네오바즈의 주요 개발 사례 중 하나다. '바이오하자드 8(빌리지)' 출시와 함께 배포된 온라인 콘텐츠 '바이오하자드: 리버스'나, 비대칭 서바이벌 게임 '바이오하자드 레지스탕스'처럼, 주로 원작과는 다른 콘셉트나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게임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넥슨이 퍼블리싱하는 모바일게임 '진삼국무쌍 M' 개발하기도 했다.

장 마크 대표는 이처럼 여러 기업들의 IP로 게임을 만들어 온 배경에, 그간 리마스터 등 작업에 참여해 오면서 쌓아놓은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위에 언급한 게임들은 모두 IP 홀더인 캡콤이나, 코에이 테크모 측에서 네오바즈에 제안한 사례들이고, 제안할 당시에는 전반적인 콘셉트 외에는 모두 네오바즈에 일임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에게 레지던트 이블(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어울리는 PvP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겠냐고 제안이 왔다. 레지스탕스를 고안할 때는 프랜차이즈가 가진 아이덴티티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는 주인공이 언제나 흑막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이지 않나. 거기서 착안해 공간을 제어하는 한 사람과 네 명의 플레이어가 겨루는 비대칭 전투를 제안했고, 캡콤 측에서도 아주 흥미로워 했다"

이같은 사례는 캡콤 뿐 아니라 코에이테크모, 그리고 사일런트힐 f의 개발을 부탁한 코나미도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IP를 바탕으로 한 특정 게임의 필요성을 전달하면, 네오바즈가 리서치를 진행하고, 도출된 아이디어를 다시 기업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 개발에 참여한 작품들의 포스터가 장식되어 있다

알 양(Al Yang) 디렉터는 현재 네오바즈가 맡은 가장 큰 프로젝트인 '사일런트 힐 f'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협업을 시작할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코나미는 네오바즈의 게임을 접해봤는데 흥미로웠다면서, 사일런트 힐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도, 작가(용기사07)도, 아티스트도 있는 데 정작 게임을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라며, "그렇게 우리와 협업하기로 할 당시에는 전반적인 스토리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스토리를 바로 게임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나. 그렇게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오래 된 게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본 경험이 있는 네오바즈였기에, 사일런트 힐 f의 방향성을 잡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사일런트 힐'이라는 게임에 대해 팬들이 바라고 있는 부분과, 현세대 호러 게임 팬들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 밸런스를 찾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아이디어로 코나미 측으로부터 흔쾌히 수락을 얻어낼 수 있었고, 현재 100여 명이 넘는 임직원이 해당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가장 어려움이 많았다는 '메가맨 배틀 네트워크 레거시 콜렉션'



▲ 원작 디렉터들의 사인이 들어간 포스터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세대 작품을 현세대 콘솔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공수가 들어가는 작업이다. 장 마크 CEO는 귀무자 리마스터 타이틀과 메가맨 배틀 네트워크 레거시 콜렉션(이하 메가맨 콜렉션)을 개발했던 사례를 들어 네오바즈의 개발 역량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모든 리마스터링, 포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원작의 게이머들이 느꼈던 감성을 최대한 남겨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전했다. 특히, 어린 시절에 즐겼던 게임에 대한 감정은 다 큰 어른이 된 이후 즐겼을 때와 일치하는 것이 힘들다. 물론 이러한 방향에는 마케팅이나 다른 분야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네오바즈의 역할은 최대한 오리지널에 가까운 게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하나는 현세대 게임에 익숙해진 접근성이나 컨트롤을 녹여내는 작업이다. 플레이스테이션2로 처음 발매된 '귀무자'의 경우 당시 아날로크 스틱을 이용한 컨트롤이 제공되지 않았다. 캡콤과의 조율 끝에 현세대 게이머에게 더욱 친근한 방식의 컨트롤을 추가할 수 있었고,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원작 성우인 '카네시로 타케시'를 초청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이스오버를 새롭게 적용하기도 했다.

알 양 디렉터는 원작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보다 창의성을 가미한 작업이 더 큰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부분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팬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는 "예를 들면, 자동 저장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의견들이다. 클라이언트가 정한 부분이 있는 만큼 우리가 임의로 추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보고 들은 이용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고객사에 제안하는 편이다"며, "바이오하자드7 업그레이드 버전의 사례가 그렇다. 차세대 업그레이드 버전에서는 컷신을 스킵하고 싶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었지만, 게임이 개발된 기본적인 구조 때문에 실제로 적용하지는 못했던 기억이 난다. 최대한 게임을 바꾸지 않고, 접근 가능한 방향으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네오바즈가 개발중인 '사일런트 힐 f'

메가맨 콜렉션도 네오바즈에게 있어 중요한 마일스톤이었다. 지금까지 맡아 온 게임 중 가장 어려웠던 작업이었다고 회고한 장 마크 CEO는 과거 게임 특유의 비주얼을 현세대 툴에서는 쉽사리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를 위해 소스코드부터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필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로는 원작자 또한 자신의 게임이 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부분이나, 당시에 느꼈던 후회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 메가맨 개발 당시에 원작자가 직접 당시에 후회했던 리스트를 들고 왔던 일화도 네오바즈 사내에서는 유명한 편이었다. 알 양 디렉터는 "이것이 우리가 포팅이나 리마스터를 진행할 때 원작자와 협의를 하는 이유"라며, "그들도 사람인 만큼 '아 이 부분 정말 고치고 싶었는데'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많다. 클라이언트, 개발자, 그리고 게이머를 이해하는 것은 네오바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고 말했다.

"구세대 게임을 되살리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은 다양한 엔진에 대한 지식과 성과를 쌓아 왔고, 특히 누군가 시켜서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발휘해 개발해 낸 게임들이 지금의 네오바즈를 있게 했다" 장 마크 CEO는 다년간 여러 게임을 포팅하고, 리마스터하고, 개발해 온 네오바즈의 경력이 모두 앞으로의 개발을 위한 역량으로 축적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 2024에서는 대만 게임 기업들의 작품을 확연히 많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작품은 인디 게임이나 소규모 개발사의 작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네오바즈의 행보는 여느 대만 게임 기업과 다른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 발전할 대만 게임 시장에서, 네오바즈가 어떤 역할을 맡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에, 토니 왕 CCO는 대만의 주류 게임 산업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만의 게임 산업의 규모가 아직 한정적인 만큼, 개발하는 게임 또한 방향이나 플랫폼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네오바즈의 경우 잔뼈굵은 창립 멤버는 물론 제품을 출시해 본 경험을 어느 대만 개발사들보다 많이 갖추고 있어, 보다 완성도와 밸런스 있는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토니 왕 CCO는 "앞으로도 지금 하고 있는, 할 수 있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더욱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네오바즈 타이베이 오피스 전경

물론 게임 개발사인 만큼 언젠가는 네오바즈만의, 독창적인 IP를 창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장 마크 CEO는 "300여 명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인 만큼 모든 것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걸 수는 없다. 지속적인 수입은 물론, 사업을 유지할 수단도 필요하고 말이다. 지금은 비록 느린 걸음처럼 보일 지 몰라도,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을 이어가고 있는 게 맞다"며,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오리지널한 IP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IP를 만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 지금은 상황이 더 나아진 만큼, 기존 클라이언트와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며, 우리가 가진 창의적인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알 양 디렉터는 네오바즈가 걷고 있는, 느리지만 착실한 발걸음이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한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전 세계의 많은 개발자들은 힘든 길에 놓여 있을 것 같다. 바로 최근에도 대규모 구조조종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나. 하지만, 네오바즈는 COVID 등을 겪어 오면서도 단 한 번의 구조조정도 없었다. 어찌 보면 너무 조심스러워 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을 케어하지 않는 빠른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럽다"

마지막으로 알 양 디렉터는 콘솔 시장에 진입하는 한국 게임 산업을 바라보며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한국은 수십년 간 이어오는 다양한 IP를 창출한 게임 강국"이라고 전한 그는, "'던전앤파이터' 또한 앞으로 다양한 싱글플레이 타이틀을 선보일 계획이고, 중국에서 유명한 크로스파이어 또한 레메디와 협업해 싱글플레이 경험을 만들어낸 사례가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스텔라 블레이드'가 굉장히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다. 이처럼 싱글플레이 경험 위주의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에 응원을 보내고 싶고, 앞으로 한국 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있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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