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도네시아 인디 게임의 길잡이별, 토게 프로덕션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커피 톡(Coffee Talk)시리즈 흥행 이후, 토게 프로덕션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촉망받는 인디 개발사로 알려졌습니다. 토게 프로덕션이라는 이름도, 어느 나라에 위치한 개발사인지 모르는 사람도 '커피 톡'이라는 게임의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인디 게임 시장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토게 프로덕션은 자체 개발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을 퍼블리싱해 나가며 인도네시아 인디게임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난해 주목받은 인디 게임 '묶이지 않는 자들을 위한 우주' 이기도 하고요.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 2024 인디 게임 부스에서는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년여 전, '커피 톡 2'를 홍보하기 위해 BIC 부산 현장을 방문했던 토게 프로덕션의 랄라(Lala) 매니저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토게 프로덕션의 목표, 그리고 인도네시아 인디 게임 시장의 현황은 과연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 토게 프로덕션 랄라(Lala) 소셜 미디어 매니저

Q. 2년 전 BIC 행사로 부산에서 보고 오랜만에 타이베이에서 만났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토게 프로덕션도 그만큼 많이 성장했을 것 같은데.
= 그때보다 더 큰 회사로 성장했죠! 지난해 말에 '묶이지 않는 자들을 위한 우주(A space for the Unbound)'를 개발한 모지켄 스튜디오를 인수합병하면서 직원도 많이 늘었어요. 2022년까지는 서른 명 정도 되는 직원이 함께 일했는데, 지금은 52명으로 늘었으니, 2년 만에 2배 조금 안 되게 늘어난 셈이죠.


Q. 갑자기 직원이 늘어난 만큼 이전과 비교해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지켄 스튜디오와 토게 프로덕션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함께 일해온 관계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묶이지 않는 자들을 위한 우주'도 모지켄 스튜디오가 메인 개발을 맡기는 했지만, 첫 시작 단계부터 저희와 함께 협업해 온 사이예요. 더 커지고, 더 많은 팀과 프로젝트들이 생긴 점은 오히려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Q. '커피 톡'을 통해 한국에서도 많이 유명하긴 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독자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토게 프로덕션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해요.
= 토게 프로덕션은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입니다.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에 출품한 '크릭스프론트 택틱스', '위스퍼 마운틴 아웃브레이크'같은 게임을 직접 개발하고 있고,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로 인도네시아 인디 게임을 위주로 퍼블리싱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에는 유럽 개발사의 신작도 퍼블리싱도 맡았어요. The Wild Gentleman 이라는 개발사의 신작 'Moses and Plato' 를 저희가 퍼블리싱하게 됐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 밝힐 수 없는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준비가 되는 대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 인도네시아를 넘어, 유럽 개발사의 작품도 퍼블리싱을 시작했다

Q.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 2024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 참가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 일단 첫번째로는 참가작들에게 제공되는 스팀 플랫폼 내 피쳐링이 주된 목표였죠.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타이베이 게임쇼 출품작들의 리스트를 모아서 볼 수 있으니까요. 또 인디 게임 씬에 있는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아시아 지역의 개발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렇게 방문하게 됐습니다.

물론, 대만 플레이어를 만나는 것도 즐거웠어요. 저희가 중국어를 못 하는데도 설명해 주시려 노력하시고, 또 저희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시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Q. 최근 인도네이사의 인디 게임들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 게임이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은 최근에 많은 성장을 이뤘는데, 주요한 이유는 아무래도 팬데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합니다.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캐주얼하든, 하드코어하든 게임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더 많은 스튜디오들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만큼 정부의 지원도 늘어났고요. 특히, 독일 게임스컴과 연계해서 선정된 작품을 쾰른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게임 시장을 육성하는 사업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이 인도네시아 게임이 세상에 나설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더 많은 소비자를 위해 성장하는 방법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학생들의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습니다. 양적, 질적인 성장을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메타크리틱 85점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

Q.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던 '커피 톡'도 좋은 사례로 작용했을 것 같아요.
= 맞아요. 인도네시아의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커피 톡으로부터 영향이나,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인도네시아를 넘어 해외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그런 부분들을 커피 톡의 사례에서 찾아본다고 하더라고요.


Q.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토게 프로덕션에서는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게임 산업에 발을 딛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사실, 조금 특별한 케이스긴 해요. 저는 원래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상호작용과 관련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죠. 상호작용과 관련해서는 게임만한 것이 없어서 자연히 게임에도 관심이 높았는데, 프로그래밍은 하나도 몰랐어요. 그래서 아티스트로서의 힘을 최대한 쏟아 피그마(Figma, 웹 기반 디자인 툴의 종류)로 어찌어찌 게임을 만들어 봤죠.

그게 결국 대학교 최종 과제가 됐는데, 교수님이 인도네시아 게임 협회에 발표를 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자리에 토게 프로덕션의 CEO도 함께 있었는데, 발표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후에도 이메일 등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만든 게임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당시에 저는 게임을 만들 팀도 없었고, 프로그래밍을 아는 친구도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투자를 받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 거절했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CEO로부터 "SNS 활발하게 잘 하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에 소셜 미디어 관리자가 필요해. 해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이 왔어요.

소셜 네트워크를 좋아하긴 하지만, 관리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기도 하고, 또 아티스트라는 제 배경이 조금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또 업계를 좋아하니까 어디서부터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제안을 수락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네요(웃음).




Q. 그 이후에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아니면 언젠가 이룰 목표로 가지고 있나요?
= 회사 내부 게임잼 프로젝트로 참여하긴 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지금으로는 딱히 '만들고 싶다'는 게임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대학교 때 제가 만든 게임은 기르던 고양이에 대한 건데, 제 고양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게임을 만들었거든요. 그러면서도 고양이를 잘 케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조금은 교육적인 내용들도 담았고요.

그래도, 언젠가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이 생긴다면 꼭 완성까지 해보는 것이 목표이긴 합니다.


Q. 이번 게임쇼에 출품한 두 신작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어떤 게임인가요?
= 먼저, 크릭스프론트 택틱스는 1970년대 동남아를 배경으로 하는 메카닉 전략 게임입니다. 과거 '프론트미션' 이라는 게임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하고 있어요. 프론트미션과 비슷한 게임플레이에 저희가 유니크한 포인트를 추가한 게임이라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스퍼 마운틴 아웃브레이크는 3인칭 슈터입니다. 최대 4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인데, '레지던트 이블: 아웃브레이크' 같은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토게 프로덕션이 처음으로 개발하는 멀티플레이 지원 게임이기도 합니다.


Q. 잠깐 플레이해봤는데, 진짜 헤드폰으로 누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위스퍼 마운틴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해 의도한 부분인가 싶었습니다.
= 맞아요. 또 재미있는 사실은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속삭임을 '자바어(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녹음했어요. 자바어 단어나 문장을 느리게 트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요소를 추가하려고 시도했습니다.


Q. 그러고 보면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도 그렇고 동남아시아 문화권의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전통 문화를 소개하는 요소들을 게임에 녹여낼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동남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게임 개발사인 만큼, 나고 자라온 곳의 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우리에게) 소중한지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그런 부분을 강요하기만 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앞으로도 지나가면서 슬며시 눈에 들어오는 정도로, 간단하고 무겁지 않도록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Q. 지원하는 언어에 대한 것도 궁금한데요, 이번 행사에서 시연한 게임들은 한국어 지원 계획이 있을까요?
= 아마도 토게 프로덕션에서 만드는 게임은 언제나 한국어를 지원할 거예요. 위스퍼 마운틴 아웃브레이크는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출시 시점에는 추가될 예정이고요. 또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크릭스프론트 택틱스는 조만간 큰 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데모 버전들은 모두 스팀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가요?
= 크릭스프론트 택틱스는 상시적으로 데모 빌드를 스팀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데, 위스퍼 마운틴 아웃브레이크는 타이베이 기간 중에만 데모 빌드를 제공하고 있어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늦지 않게 체험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소셜 미디어 매니저로서 언제나 한국 플레이어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느낍니다. 커피 톡이 출시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코멘트나 팬아트를 남겨 주시는 한국 팬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곤 한답니다.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지만, 새롭게 선보일 게임들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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