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 만드는 공포 게임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언제나 톡톡 튀는 매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 주는 인디 게임 시장. 그 중에서도 '1비트 그래픽'같은 비주얼은 요즘같은 대 생성형 AI 시대에 반기를 든 것만 같은 과감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페이퍼 플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디 개발자 루카스 포프가 개발한 '오브라딘 호의 귀환' 이후, 1비트 그래픽이 한동안 인기를 얻은 적도 있습니다. 일단, 한 눈에 봤을 때 뭔가 멋있지 않나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터미널 같기도 하고 말이죠.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 인디 부스에서도 위와 같은 이유로 한 눈에 들어온 작품이 있었습니다. 배로 우주 기지에서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바이벌 호러 게임, '문베이스 람다'죠. '오브라딘' 이후 쌓인 편견이 당연히 외국 개발자가 만든 작품처럼 느껴지게 했지만, 그 주인공은 한국의 1인 개발자였습니다.

1비트 그래픽으로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만들게 된 데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썬더폭스 스튜디오의 권현안 대표와 함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해 봤습니다.



▲ 썬더폭스 스튜디오 권현안 대표

Q. 먼저 간단하게 스튜디오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는 1인 개발로 '문베이스 람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썬더 폭스 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제 자신을 대표하기 위해 지은 이름입니다. 진짜 스튜디오나 팀은 아니고,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출품한 '문베이스 람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요?
= 문베이스 람다는 장르적으로 보면 공포 서바이벌이 되겠고, 무작위로 생성되는 미로에서 괴물을 피해 탈출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1비트 디더링이라고 하는 그래픽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오브라딘 호의 귀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해당 게임 같은 경우는 정적이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퍼즐 성격이 강한 게임인데, 그런 그래픽으로 공포 게임을 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작품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게임플레이 매커니즘 같은 경우에는 '그림자 복도'나, '몬스트럼'같은 작품들에서 참조했다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Q. 이번 타이베이 게임쇼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번 참가를 통해 성취하고 싶었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지난 부산 BIC에 참가했을 때 전시회에 대한 인상이 좋았습니다. 참관객 분들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시더라고요. 당시에 앞으로 (이 게임을)더 개발할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많은 분들로부터 용기를 얻어 완성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전시회도 참여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BIC에서 만난 개발자 분께서 함께 나가보자고 권유해 주셔서 이렇게 출품하게 됐네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나온 건 아니고요. 해외 게임쇼에 대한 경험을 얻는 것이 필요했다고 할까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경제적인 성과보다는 명예를 원하고 있어서,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게임쇼를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은 게이머들을 직접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Q. 첫날부터 시연을 계속 진행하셨는데, 현장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제가 외국어를 영어만 할 줄 알다보니, 중국어를 하시는 분들은 쉽게 접근을 못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BIC 당시와 비교해 보면 대만 분들은 좀 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 주려고 하시는 편인 것 같습니다. 분명 표정은 아닌것 같은데 말로는 '굿! 굿!'이라며 칭찬을 해주시는 것 같은... 영어권 분들도 많이들 오셨는데, 호응이나 좋은 평가를 남겨 주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Q. 평소에도 호러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도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좋아하긴 하는데, 사실 직접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훨씬 많이 즐기는 편입니다. 겁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공포게임이 '무서워질 수 있는지'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포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점프스케어(깜놀)'을 가능하면 배제하는 쪽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도 하고요. 공포게임을 많이 봐오고, 또 접해봤기 때문에 다른 장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Q. 게임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문베이스 람다를 개발한 지는 1년 반 정도 됐는데, 게임 개발은 2017년부터 시작했어요. 회사를 다니다가 지금은 전업으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은 많은 개발자들이 갖는 꿈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큰 회사를 다니면서 이러한 부분을 성취하거나, 욕망을 채우기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창 '내 게임을 만들고 싶어!' 라는 욕구가 극에 달했을 때 전업으로 인디 개발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Q. 1년 반동안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적은 언제였나요?
= 크게 두 가지 정도 될 것 같은데, 하나는 피드백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는 인디게임 커뮤니티라고 할 만한 부분이 많지가 않아 정보를 올리거나 피드백을 받거나 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한 번은 Itch.io라는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에도 게임을 올려봤는데, 그 때도 그렇게 반응이 있지 않아서 '내가 만든 게임이 제대로 가고 있나'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또 하나는 아무래도 프로그래머이다 보니 기획이나, 디자인 쪽에 해당하는 영역들이 다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회사에서는 어떤 기능을 계획하면, 그 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갖춰지는 일이 보통이잖아요. 제가 혼자 하니까 반대로 디자인에 기능을 맞추게 되는 거죠. 또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잘 아니까 기획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깨닫게 됐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합니다.


Q. 콘텐츠 측면에서 게임은 어느정도 완성했다고 보고 계신가요?
= 일단은, 현재 빌드는 문제점이 명확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얼마나 완성됐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문제점에 대해 확실하게 수정 계획이 있다면 말씀드릴 수 있을텐데, 현재는 문제점만 인지하고 구체적인 답안을 찾아나가는 단계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어떤 부분에서 문제점을, 고민거리를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지금까지는 기존의 게임들에서 보여준 문법과는 다른 문법들을 적용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Itch.io의 반응을 보니 실패했구나 하고 느끼고 있죠. 지금이라도 차차 많은 공감을 살 수 있는, 공포 게임에 정석적으로 이용되는 장치들을 추가해 보고자 합니다.

고민들도 이런 것들이죠. 처음 게임을 접한 플레이어들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또 괴물이 어디에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들. 기존 공포게임에서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점들을 조금 모호하게 바꿔보려고 했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Q. 직접 해봤을 때는 그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모호함이 더 공포감을 주는 장치처럼 느껴졌는데, 확실히 대다수 게이머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아무래도 전시회라는 것이 많은 취향을 가진 분들이 오시다 보니, 시연에 참여한 분들과 제가 목표로 삼는 고객층이 같기가 힘든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신 피드백을 어디까지 수용하거나, 조율할지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고요. 그래도 지금 상태가 미흡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어떻게든 해결해야 제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지,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목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게임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라시나요?
= 질문 그대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많은 인디 게임들이 출시된 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정말 많지 않나요? 제 경우에는 재미 여부를 떠나서 어떤 충격을 줄 수 있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어, 그런 게임 본 적 있어'라고 말씀 하실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목표를 많이 이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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