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디펜스 게임의 답이 된 '라인 레인저스'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5개 |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디펜스'는 인기 장르 중 하나였다. 많은 게임사가 저마다 디펜스 게임을 내놓았고 라인(LINE)도 보유한 캐릭터 IP를 활용해 '라인 레인저스'를 선보였다.

2014년 2월 출시된 '라인 레인저스'가 어느새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 메신저앱 점유율 특성상, 라인 캐릭터로 구성된 '라인 레인저스'는 국내 유저에게 낯설 수 있다. 그런데 라인 점유율이 높은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는 지난 10년간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라인 레인저스'는 누적 다운로드 7,400만 건을 돌파했고, 400개 이상의 스테이지와 500개 이상의 레인저로 구성됐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라는 말이 있다. 동시대에 출시되고, 서비스됐던 디펜스 장르 게임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어느새 '라인 레인저스'는 '전통 디펜스' 장르의 강자가 됐다. 물론, 꾸준히 서비스를 유지 보수해 나간 라인의 성과이기도 하다.



▲ '라인 레인저스' 정구영 PD

정구영 PD는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한 것에 대해 "한국, 일본 기준으로 10년 이상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라인 레인저스' 정도의 매출을 유지하는 디펜스 게임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라며 "1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성과를 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출시 초반에 큰 매출을 올리고, 이후 점차 하향안정화에 접어든다. 게임사는 종종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큰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그럼에도 지표는 점차 0을 향해 가기 마련이다.

'라인 레인저스'도 다른 게임과 같이 하향안정화 시기가 있었다. 다른 점은 최근 몇 년 동안 유저와 매출 지표가 반등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6년 차까지 하향안정화로 가다, 최근 4년 반등을 이어갔다. 특히 일본, 대만, 태국에서 성과가 좋다. 정 PD는 "그런 점에서 앞으로 서비스 15주년,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겠다는 회사의 기대감이 있다"고 반겼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정 PD는 "10년 전에는 디펜스 장르 게임이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게임사들이 순수 디펜스 장르를 내지 않는 게 장점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과거 디펜스 장르가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고, 점차 모바일 MMORPG가 주류로 변했다. 그동안 몇몇 디펜스 장르 게임이 나왔지만 서비스를 길게 이어나가진 못했다. 수많은 모바일 MMORPG 속에서 '라인 레인저스'가 정통 디펜스 장르만으로 눈에 띄는 셈이다.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라인 레인저스'는 CBU(컴백, 복귀하는 유저) 지표가 좋다. 긍정적인 성과 이유로는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꾸준한 업데이트가 꼽힌다. 오랫동안 '라인 레인저스'를 즐긴 유저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콜라보레이션을 게임의 특징으로 여긴다. 탄탄한 회사 능력으로 '라인 레인저스'는 '진격의 거인', '에반게리온' 등 유명 IP와의 콜라보를 꾸준히 진행했다.

다만, 10년 서비스 기간 이미 지나가 버린 주요 콜라보가 많다. '진격의 거인'이나 '에반게리온', '스트리트 파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정 PD는 주요 콜라보 재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새로운 콜라보는 계약 문제가 있겠지만, 했던 콜라보를 다시 하는 건 오히려 쉽다"라고 말했다.

라인 입장에서 궁극의 콜라보 대상은 '카카오'일 수 있다. 카카오 캐릭터 IP인 라이언이나 춘식이와의 콜라보에 대해 정 PD는 말을 아꼈다. 게임 스튜디오가 약속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 PD는 춘식이 캐릭터를 매우 좋아하기에 '라인 레인저스'에 춘식이를 넣는 상상만으로도 웃었다.

그동안 '라인 레인저스'는 캐릭터 스킬과 어빌리티(기본 특성) 업데이트를 10년 동안 이어갔다. 유저 입장에서 게임이 오랜 기간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방치됐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개발진은 최소 2개월 주기의 업데이트를 10년 동안 지키면서 게임이 계속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 PD는 오랜 기간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어간 것이 서비스 10주년을 맞이한 비결로 여겼다.




'라인 레인저스'는 일본에서 NFT를 적용한 '토큰 레인저스'로도 서비스 중이다. 정 PD는 NFT가 접목된 게임 서비스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캐릭터 수집에 해당하는 레인저 모집과 NFT의 가치의 조화를 맞춘 게 주효했다. 관련 마켓이 활성화되어 있고, NFT를 얻기 위해 발생하는 리텐션 지표도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이어 '토큰 레인저스'로 쌓은 NFT 사업 노하우로 향후 더 큰 성과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개발자 관점에서 게임을 10년 동안 서비스하다 보면, 코드가 쌓이기 마련이다. 쌓인 코드를 정리하기 위해 몇 달은 업데이트를 멈추고 유지 보수를 하고 싶은 게 프로그래머 마음이다. 그러나 업데이트가 멈추면, 게임이 방치됐다고 여겨져 업데이트와 유지 보수를 동시에 진행한다.

오래 개발하기 위해 '라이브러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새로운 스킬과 어빌리티를 업데이트할 때 과거 적용한 것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 PD는 "10년 동안 업데이트를 하니 케이스가 너무 쌓였는데, 만약 예전부터 정리를 잘했다면 업데이트 때 고생을 덜 했을 거 같다"라며 "이제라도 라이브러리화를 잘하고 있고, 오래된 게임일수록 정리가 중요한 거 같다"라고 전했다.

서비스 측면에서 '라인 레인저스'는 파워 인플레이션과 즐길 거리에 대한 고민 해결이 과제다. 결국 항상 좋은 아이템이 업데이트되기에 과거 아이템의 쓸모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또한, 디펜스 장르의 고정된 재미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문제다. 어떤 게임이든 10년 동안 같은 재미를 주기란 어렵다.

정 PD는 능력치 위주의 숫자 업데이트가 아닌 다양한 스킬 업데이트를 통해 파워 인플레이션 문제를 풀고자 했다. 그는 "메타를 다양화하는 방향성으로 레인저를 수집하게 하는 수평 성장을 기본으로 한다"라며 "과거에 400%까지 능력치가 올라가는 문제도 겪었는데, 숫자 상향 외에 기능을 추가해 활용성을 넓히는 방식을 택했다"라고 설명했다.



▲ 라인 레인저스

최근 적용된 미궁 콘텐츠도 라인 레인저스가 즐길 거리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정 PD는 "결국 디펜스 장르는 100명의 캐릭터를 모아도 쓰는 것만 쓰는 문제가 발생한다"라며 "밴되는 캐릭터를 정해서, 결국 100명의 레인저를 모두 쓸 수 있도록 해 수집하는 이유와 재미를 추가했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미궁 업데이트로 레인저 수집에 관한 지표가 상당히 좋아졌단 평가다.

국내에서 '라인 레인저스'는 비교적 약한 캐릭터 IP가 약점이다. 초기에는 메신저 라인을 연동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라인 레인저스'는 공격적인 콜라보 진행으로 캐릭터 IP를 강화했고, 메신저와 연동해야만 하는 것도 개선했다. 덕분에 7~8년 만에 복귀하는 유저도 다수 생기는 요즘이다.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가 지난 10년 서비스로 얻은 교훈이라고 정 PD는 전했다. 최근 모바일 게임은 단기 매출 상승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는 "뻔한 정답이겠지만, 유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계속 제공해서, 게임이 재밌어 유저가 돈을 지불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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