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이엇 코리아가 '한국 문화재'에 한몫하는 이유

인터뷰 | 박희수 기자 | 댓글: 18개 |




'나비효과'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가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입니다. 지금 컴퓨터를 켜 게임을 하는 것도, 에어컨 리모컨을 찾아 헤매는 행동 하나하나 이후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사실 글로 말하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매년 점점 심해지는 기후 변화를 보면 인간의 사소하지만, 작은 행동이 모이고 모여 얼마나 큰 결과를 두고 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매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와중에도 문화재 환수에 기여하고 계시다는거 아시나요? 게임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리그 오브 레전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11년째 한국 문화재 지킴이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6개의 국외소재문화재를 환수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2017년엔 외국계 기업 최초로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기록도 있습니다. 사실, 외국계 기업이 이렇게나 한국 문화재에 진심인 적이 없어서 무척이나 생소했습니다. 라이엇의 이러한 이색 행보는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에게도 자부심으로 이어졌으며,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지만 나도 알게 모르게 문화재 환수에 한몫하고 있었던 거죠.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이러한 도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은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8월 15일, 광복절입니다. 한국 역사와 해당 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만큼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 직접 찾아가 해당 사업의 총괄을 맡은 분을 만나 좀 더 자세하게 들어 봤습니다.




▲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구기향 홍보 총괄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구기향 총괄: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홍보, 사회 환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구기향’이라고 하고요. 2012년 초에 입사해서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라이어터 중 한 명입니다.


Q. 현재 어떠한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는가요?

구기향 총괄: 이 회사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파트너사들과 협의를 하는 모든 과정을 맡고 있고요. 홍보라고 하면 기업의 대변인 격으로 회사의 행보, 각 게임의 업데이트 소식들을 알리는 부분도 하고 있습니다.


Q. 그 중,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택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구기향 총괄: 저는 첫 회사가 넥슨이었는데, 거기서도 사회 환원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았어요.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입사 첫날부터 회사가 우리 플레이어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의 사회 환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을 구체화하는 일을 맡았어요. 이제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할 때 세상에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은 매우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우리 회사’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 이 회사의 색깔을 담아서 유의미하게 어떤 분야에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제일 우선시되는 거 같아요.

라이엇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그때, 아리 챔피언 개발을 위한 내부의 대화 중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적인 수준 이야기가 나왔기도 하고요. 그리고 대중 언론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국사, 역사 공부를 우선순위에서 멀리하는 경향이 있어 염려된다고 얘기가 있었어요. 우리가 우리 문화의 기반을 잘 모르는 심각한 상황으로 볼 수 있죠. 이러한 부분도 함께 합쳐서 얘기하다 보니 우리가 가장 현대적인 문화를 만드는 회사이니까 저 문화의 뿌리를 보호하는 데에 기여를 한다면 그게 가장 라이엇 게임즈 다운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그 당시엔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 서비스 시작하자마자 3개월 만에 피시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던 때였어요. 그만큼 젊은 세대들이 저희 게임을 많이 즐기고 있던 때라, 문화유산 분야에 대해 우리가 얘기하면 조금 더 귀 기울여서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라이엇 게임즈가 가지고 있는 젊은 대중과의 소통의 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 2022년에 10주년을 맞이한 문화재 지킴이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Q.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구체적으로 해당 사업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구기향 총괄: 저희는 매해 1년에 한 번씩 문화재청에 기부하는 형태예요. 그 기부 구조에서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사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민간 기업으로서 문화유산 부문에서 도울 부분이 어디인지 기획을 미리 다 해서 정해진 대로 실행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이외에도 라이어터들이 직접 나서서 청정 활동, 문화유산 체험의 영역이 있는가 하면 청소년, 게이머들 대상으로 하는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 또한, 국외 문화재를 환수하는 사업에 또 매해 일정 금액을 지정 기탁을 해서 누적으로 쌓게 한 다음 필요한 즉시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습니다.

환수 사업 같은 경우엔 저희가 직접 경매나, 협상에 나서진 않고 있고요. 저희는 어떻게 보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바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같이 판단하고 후원해서 돈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유산, 유적지의 가치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사업은 매해 기획에 따라 변해요. 근현대 문학 관련해서 저희가 지원을 드린 적도 있고, 문화유산에 대한 인적자원 지원을 기획해서 전통 문화대학교 학생, 무형문화재 선생님들 도와 사업을 진행한 적도 있어요. 매해, 어떠한 부분을 도울지 함께 기획하고 실행을 이어가는 주체이자 국외문화재환수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거죠.


Q. 매년 8억을 기부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데, 기부금들은 주로 어디서 나오는 건지?

구기향 총괄: 매해 이걸 진행하다 보니까 이 사업이 한 해, 두 해 돕고 말 것도 아니고 이만하면 됐다는 영역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우리가 올해 얼마를 썼고, 얼마의 홍보 효과를 벌었는지 따질 것이 아니고, 이 좋은 사업은 꾸준히 이어가야 할 사업이 맞는다고 이미 공론화되어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매해 본사랑도 얘기하고 예산 승인을 받지만, 굉장히 지지해 주고 계셔서 큰 어려움 없이 잘 누적해서 가고 있습니다. 저희 나름 진심을 다해 마련하고, 사용을 이어가는 예산인 만큼 꾸준히 앞으로도 좋은 프로젝트 기획해서 이어가려고 합니다.


Q. 지금까지 총 6점의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성공했는데, 환수 과정에 대해 간략한 설명 및 가장 어려움을 겪은 문화재가 있다면?

구기향 총괄: 문화재 환수 사례마다 과정이 다 달라서 하나하나를 다 설명해 드리기에는 너무 길지만, 2014년에 환수한 ‘석가삼존도’ 같은 경우엔 미국의 ‘허미티지 박물관’에 워낙 크다 보니 돌돌 말려서 창고 천장 매달려 있었어요. 석가삼존도는 처음으로 3자 구조로 만들어서 저희가 그 박물관을 지원하고, 박물관이 국가에 유물을 돌려보내는 형태로 환수가 맺어졌어요.

외국 경매로 발견된 유물들 같은 경우엔 유물의 가치 평가에 따라서 환수가 필요한 경우엔 바로 극비리에 저희와 함께 상의해요. 각종 경비, 현재 상황에 대해서 제가 빠르게 정리한 다음 내부 보고를 드려 지원할 수 있게 도움을 드려요. 경매를 통해 환수한 문화재는 총 4건으로 가장 많아요.



▲ 그 당시 보도된 석가삼존도 귀환 뉴스
(출처: YTN 뉴스)


구기향 총괄: 이번 국가지정문화재에 등재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같은 경우엔 문화재청에서 경매를 아예 중단 요청을 한 경우였어요. 죽책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있는 왕세자빈을 책봉하는 임명장이거든요. 사실 이건 왕가에서 나갈 리가 없는 물건에 가깝데요.

사실은 이게 병인양요 당시의 외규장각에 있던 많은 유물이 화재로 소실되거나 국외로 나가버렸어요. 죽책도 원래 그게 여기에 있던 기록은 있는데, 나간 기록은 없어서 불타서 없어진 유물 중 하나인 줄 알았던 거죠. 그래서 죽책이 외국 경매에 올라왔을 당시엔 무조건 낙찰받아야 한다 해서 이례적으로 문화재청에서 경매 중단을 요청했죠. 이후 협상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Q. 그럼 항상 대기조처럼 계속 기다리셔야 하는 거네요?

구기향 총괄: 그렇죠. 돈주머니를 매해 조금씩 저축해 놓고, 갖고 있다가 누군가가 지금 얘기 드릴 게 있어요! 뭐죠? 하면 제가 보기에 내부 보고를 빠르게 드려야 될 거 같다고 하고, 컨펌받고 큐사인을 드리면 움직이는 구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어떠한 점을 콕 집어서 어렵다고 말하기 참 어려울 것 같네요.

구기향 총괄: 유물마다 다 사연이 달라서 모든 과정은 쉽진 않았어요.

죽책을 갖고 올 때 이게 한 나라의 문화 유물인데 그냥 등에 메는 가방에 들고 올 순 없잖아요? 손상되지 않도록 특수 포장을 하고, 007가방처럼 잠금장치가 있는 함에 넣었죠. 또한, 이게 좌석 하나를 차지하기 때문에 두 분의 담당자가 양옆에 앉아서 지키면서 오는 구조였어요.

얼마 전에 그 담당자분을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나눠봤는데, 그때 두 분이어서 번갈아 가면서 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비행기 스튜어디스분들도 저게 뭐지? 라는 눈빛으로 보셨고, 혹시 둘 다 자는 사이에 누가 손댈까 봐 교대로 잠을 잤데요. 게다가 도난 방지를 하기 위해서 허리에 끈을 묶어서 한국에 갖고 오셨데요. 양쪽 담당자 두 명, 가운데 유물 약간 ‘삼위일체’처럼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하나하나 인연을 만나고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게 마냥 쉽지 않았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것을 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인연을 하나 만드는 건 정말로 쉽지 않은 작업인 거 같아요.


Q. 죽책이 가장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문화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구기향 총괄: 네 그런 거 같아요. 아무래도 죽책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은 유물인데, 국외에서 발견될 거라고 상상도 못 한 경우였거든요. 그때 당시 제가 출산 휴가를 가서 유일하게 언론 공개회를 함께 못하기도 했고요.



▲ 지난 6월에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된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Q. 개인적으로 꼭 환수하고 싶은 문화재가 있으실까요?

구기향 총괄: 저희는 사실 하나의 문화재를 콕 집어서 타깃 하는 것은 없어요. 내년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지 이런 게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흰 우리가 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일 큰마음이에요. 가장 최근에 환수한 보록도 3년이라는 긴 시간의 공백 이후 만나기도 했고요. 최근엔 코로나, 오프라인 경매 중단 등 다양한 요소들 때문에 다음 인연을 찾기가 힘들어요.

다음 유물은 럭키 세븐, 7번째 인연을 기다리는 입장이라 특정 시대의 유물을 찾고 싶은 이런 구체적인 욕심보다는 또 한 번 7번째 인연을 기다리며 부지런히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올해도 문화재 환수에 대한 좋은 소식을 기대해 봐도 될지?

구기향 총괄: 저도 매해 기대하거든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다고 얘기 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저희는 요청이 들어오는 순간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대기하는 중입니다.


Q. 사실 문화재라고 하면 유형, 무형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여겨보는 분야가 따로 있는지?

구기향 총괄: 저희가 매년 해당 사업에 대해 기획해요. 가장 우리가 할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가 못 보고 있는 영역은 없나? 어디까지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계속해요. 조선 시대의 고궁들을 벗어나 근현대사 문학들을 집중했던 해도 있고요.

특정 분야에만 너무 묶여 있지만 않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어요. 문화재 사업이 기획의 가능성이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그래서 더욱더 넓은 시각으로 보면서, 탐구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Q. 문화재 환수 사업 외에도 문화 유적지 보존 관리 및 보수 재정비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문화 유적지가 많이 훼손된 상태인지?

구기향 총괄: 문화 유적지들은 매 순간 시간의 흐름을 가져가는 존재에요. 그러다 보니까 정부에서 관리를 잘 해주심에도 지원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요.

예를 들어 MZ 세대들에게 다과 먹는 장소로 핫한 경복궁의 생과방, 소주방도 당초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현이 안 되어 있던 곳이에요. 유지만 하고 있다가 점차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문화유산도 사람이 비로소 들어가야 완성된다는 기조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생과방과 소주방을 다시 과거를 재현할 수 있도록 제반을 도운 적이 있어요.




▲ 지난 6월 28일까지 진행된 경복궁 생과방 행사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공식 홈페이지)


구기향 총괄: 또한, 문화재청, LX한국국토정보공사랑 같이 전국에 있는 서원 중 몇 군데를 골라 3D 정밀 측량 사업을 도운 적도 있어요. 해당 사업은 공간을 모두 3D 정밀 측량을 해서 학술적 연구에 쓰이거나 화재로 소실될 경우 측량된 데이터 값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백업하는 거죠.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훼손이 많이 되어 있어서 보수, 재정비할 때도 있지만, 지속해서 도움이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적정하게 활용 사업, 등재에 필요한 지원을 위해 저희가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5,378명의 플레이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을 진행했는데,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선정에 기준점이 있다면?

구기향 총괄: 주로 프로그램 내용은 역사 전문 선생님들이 모여 계시는 전문 파트너 기관들과 함께 머리를 모아 만들어내요. 아무래도 교육 트렌드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자문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교육의 트렌드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 체험을 중요시하는 거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더라고요.

저희가 항상 프로그램을 짜면서 고민하는 게 문화 유적지를 눈으로 보고 느낄 좋은 기회이다 보니 문화 유적지가 루트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거점으로 삼고 있고요. 두 번째로 고퀄리티, 역사를 살아있는 이야기처럼 배우는 것을 축으로 하고 있어요.

아직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사실 게임 클라이언트를 키고 바로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공지 또는 배너를 안 보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지금 여름이라 쉬고 있지만, 다가오는 8월 말에 다시 모집을 시작하니까 많은 관심을 두시면 좋겠습니다.



▲ 다가오는 9월 티모와 함께 문화유산 원정대에 합류해보자


Q. 또한, 지난 2021년엔 한복을 알리는 ‘아리'따운 우리 한복展 온라인 전시회가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공개되자 많은 호평을 얻었는데요. 이렇게 챔피언들과 한국 문화를 접목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더 많이 볼 수 있을까요?

구기향 총괄: 아무래도 한국 서비스 헌정 챔피언, 한국 서비스 1주년 헌정 스킨을 출시하던 초년과 달리 갈수록 리그 오브 레전드가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는 지금 특정 지역을 콕 집어서 어떠한 콘텐츠를 하기가 되게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여러 문화에서 콘텐츠에 대한 영감을 얻는 건 계속되지만, 특정 지역이나 기념일에 한정된 콘텐츠출시는 세계 게임 플레이어 중 누군가를 더 기대하게 하거나 서운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최근에는 아리 출시 10주년 아이콘 또는 작년에 사회 환원 사업 1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된 감정 표현 등 이러한 부수적인 콘텐츠로 시도되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었어요. 그래도 지역의 색깔을 담은 시도들은 계속해서 이어지는데, 아리 또는 신바람 탈 샤코처럼 특정 챔피언 또는 챔피언을 헌정하는 형태까지는 아닐 것 같아요.


Q. '아리'따운 우리 한복 展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구기향 총괄: 무형문화재 분들을 돕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원래는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서 무형문화재 중 취약종목, 즉 기술을 전승하는 데에 집중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죠.
그때 당시에 아쉬웠던 거는 그분들이 진짜 국가대표 ‘금손’들이시거든요. 단순히 지원금을 지원해 드리는 것보단 이분들과 같이 뭘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고민이 있었어요.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의 리스트를 보니 침선, 매듭, 화혜, 금박장인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따로 선생님들을 모셔서 제안했죠. 저희가 게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한복이 있는데 이걸 혹시 현실에 재현을 해주시면 어떨지 얘기를 드렸어요.

무형문화재 선생님들께선 너무나도 재밌는 도전이었데요. 특히, 화혜장 선생님께선 하트 무늬를 처음 해봤다고 하셨어요. 또 침선장 선생님께서 아리 같은 경우엔 인게임에선 짧은 형태의 한복으로 나와요. 아무래도 전통의 대표성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 단순히 인게임 한복과 똑같은 치마가 아니라 최대한 비슷한 예복의 실제 기록을 찾아 그걸 모티브로 만드셨어요. 역사 고증까지 확실히 해주셨던 거죠.



▲ 한복전에 참여하신 4분의 무형문화재 선생님들


구기향 총괄: 저희가 원래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개최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여서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옷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건 패션 화보겠다고 생각해서 ‘보그 코리아’를 설득했죠. 설득 끝에 구미호 컨셉의 모델을 섭외해서 한복 화보를 선보였습니다.

전문다큐촬영팀과 같이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의 작업현장을 따라다니며 수개월에 거쳐 촬영, 편집한 다큐영상 같은 경우엔 한복의 날을 맞이하여 공개해서 실제로 누적 조회수가 90만 뷰를 넘기도 했고요. 이름도 제가 지었어요, ‘아리'따운 우리 한복 展, 제목만 보시더라도 또 우리끼리 통하는 게 있잖아요? (웃음)

그리고 대중들도 칭찬해 주시는 것도 있어서 재밌는 프로젝트였어요. 단순히 지원 사격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아리'따운 우리 한복展에 공개된 아리, 이즈리얼 한복


Q. 아무래도 챔피언 ‘아리’와 ‘신바람 탈 샤코’ 스킨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데, 각 챔피언과 스킨이 본인에게 갖는 의미는?

구기향 총괄: 아리와 신바람 탈 샤코는 저뿐만 아니라 한국 플레이어들이면 모두 공감하실 것 같아요. 아리는, 우리 아리죠. 신바람 탈 샤코? 어우 우리가 만들어 낸 거죠.

어떻게 보면 저에겐 오랜 친구 같아요. 특히, 사회 환원 사업에선 상징성을 갖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담으로 아리를 잘 플레이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Q. 요즘 전통 음식 재료를 이용한 할매니얼 디저트가 화제입니다. 이러한 전통 음식 재료를 이용한 콘텐츠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는지?

구기향 총괄: 개인적으로 이런 트렌드를 무척 좋아해요. 우리 것이 가장 힙한 거로 보이고 있잖아요? 이게 결국은 시간을 넘어서, 어르신 입맛이라고 했던 지금과는 달리 젊은 세대들이 우리 것의 멋을 아는 게 너무 멋있고 좋은 거 같아요.

아직은 구체적인 방법을 찾진 못한 거 같아요. 그래도 저희가 계속해서 이어서 갖고 갈 사업인 만큼 젊은 세대들과 어떠한 요소로 공감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게 있을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해당 사업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진행하셨는데, 언제 가장 뿌듯하다고 느끼셨는지?

구기향 총괄: 저는 아무래도 사업을 기획하고 담당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저희 사업에 대한 각 커뮤니티의 반응을 알기 쉽지가 않은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문화재 환수할 때 정말 수많은 응원 댓글들은 물론 다른 업계에서도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는지 연락을 주실 때도 있어요.

이럴 때 제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매우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최근에는 게임 업계에서도 문화재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발표를 주시는 곳도 있으시더라고요. 몇몇 분들은 그래도 원조가 저희인데 비슷한 사업이 다른 곳에서 나오는 게 억울하지 않으냐? 라고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매우 좋아요.



▲ 지난 2022년엔 문화재 지킴이 10주년을 맞이하여 이벤트를 진행했다.


구기향 총괄: 이게 정말 누구나 관심을 두셔야 하는 분야이고, 문화재 환수 같은 경우엔 특정 누구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민간 기업들이 더 넓게 관심을 두시면 그래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세대들의 귀를 열어주는 자들의 도움은 정말 필요해요. 특히, 민간 기업들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업이다 보니까 저희 사례를 많이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쉬운 답이 있는 영역의 사업은 아니지만, 사례가 0일 때와 1일 때는 정말 다르거든요. 이러한 부분들이 계속 퍼져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Q. 해당 사업의 최종 목표가 따로 있을까요?

구기향 총괄: 지금은 매해 어떤 영역을 새롭게 기획하고 개척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단기적인 목표를 잡고 있어요. 또 앞으로 누적 기부 금액 100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때 우리가 지나온 15, 16년의 긴 세월을 어떻게 잘 돌아보고 다시 한번 외부에 알려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분이 게임을 하나의 취향의 콘텐츠로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희가 이 사업을 반복할수록 저희가 강조하는 게임이 가장 현대적인 놀이 문화 중 하나라는 명제가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부분을 좀 기여하고 싶은 게 큰 목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해당 인터뷰는 광복절을 맞이하여 나갈 예정인데요. 오늘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며 애국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구기향 총괄: 이 사업은 플레이어들이 없었으면 많은 칭찬을 받으며 길게 진행할 수 없었어요. 그저 너무 감사하고, 저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방향을 찾는 사람이지만 이게 정말 오늘날 만 11년을 넘어, 12년 차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플레이어분들이 같이 응원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꼭 스킨을 사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저와 이렇게 함께 주체가 돼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저희는 계속 꾸준히 이어갈 테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구기향 총괄님에겐 ‘문화재’란?

구기향 총괄: 저에게 문화재란, 처음에는 제가 떠올린 엉뚱한 발상,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색 행보가 가능할 수 있게 한 영역인 거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문외한으로 시작했지만, 공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영역이에요.

저희의 다양한 이색 행보를 통해서라도 플레이어 한 분이라도 역사를 보는 눈이 조금 바뀔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