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준 교수 "게임 과몰입은 원인이 아닌 결과, 가정을 먼저 살펴라"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25개 |
게임 중독법, 셧다운제 등 논란의 게임 정책 뒤에는 항상 '학계의 의견'이 있었다. 누군가는 게임 중독의 근거라며 MRI로 찍은 뇌 사진을 들이밀었고, 다른 학자는 게임 때문에 청소년의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고 이야기한다. 반짝이는 뇌 사진과 점차 줄어드는 수면 시간 그래프는 스모킹 건처럼 다뤄졌고, 주홍글씨를 새기기 충분했다.

반대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논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항상 따라다녔다. 이에 최근 건국대학교 정의준 교수의 '게임이용자패널 4차 연도 연구'는 게임업계 입장에서 반갑다. 보고서에 주목할 점은 2천여 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모았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MRI 체크와 정성조사를 통해 심도 있는 자료를 모았다. 게임 이슈 메이커들에게 충분히 논리적으로 반박할 만한 자료들이다

"게임 중독의 논리는 틀렸다"라고 말하는 정의준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

학계에서 게임을 주제로 연구하는 몇 안 되는 학자다. 어떻게 게임에 관심을 두게 됐나?

= 지난 2001년에 한국게임산업진흥원에서 게임과 처음 연을 맺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지금의 한국콘텐츠진흥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게임과 관련해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때 게임을 더 공부해야겠다라 생각했고, 그래서 미국 유학을 가서도 관련 연구를 했다.


게임의 어떤 부분이 끌리던가?

= 효과에 관심이 갔다. 당시 게임은 그냥 오락, 애들의 놀이, 청소년들의 문화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게임이라는 게 인터랙티브(interactive), 서로 오고 가는 게 있다. 그 과정에서 학습되고 인지되는 요소들이 매력적이었다. '이런 게 하나의 미디어 툴(도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에서는 게임을 커뮤니케이션 툴로 보는 것과 효과를 인지과학하고 연결해서 공부했었다.


게임을 커뮤니케이션 툴로 봤다니 학자답다.

= 게임은 커뮤니케이션 툴 중에서도 가장 진일보한 도구다. 다른 미디어 툴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이 직접 주인공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학에서 '직접 그 사람이 되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본다. '소설 속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라'고도 하니까. 게임은 큰 어려움 없이도 이게 가능하다.


직접 주인공이 된다는 점은 확실히 영화나 책은 줄 수 없는 매력 같다.

= 과거 '둠'이 나왔을 때 폭력성이 대두됐다. '둠'의 콘텐츠로 인해 사건사고가 발생했고, 앞으로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이런 게 인터랙티브다. 바꿔 말하면, 게임은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 사람을 교육할 생각을 해야지 폭력성만 봐서는 안 된다.

인터랙티브는 VR과 AR 기술이 나오면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더 몰입할 수 있는 거다. 미래에는 더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성공할 것이다.


'미디어는 마사지다(마셜 맥루한)'라는 건가?

= 바로 그거다.



▲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가 인간이 지닌 재능의 심리적 또는 물리적 확장이라는 의미를
"미디어는 마사지다"로 표현했다.


그러나 아직 '게임을 한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 기성세대가 아직 게임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게임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단순히 놀이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아이, 청소년이 사회생활에 앞서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툴로 봐야 한다. 단순히 몰입 효과가 있다거나 공부를 방해하는 놀이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런 고정관념은 4차 산업혁명과도 모순되는 얘기다.

우리 세대가 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게임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아직도 '공부를 방해한다'고만 게임을 바라본다. 너무 1차원적인 시각이다.

웃긴 게 '교육용 게임'을 학교에 들고 가서 시켜달라고 하면 교장들이 안 받아들인다. 그런데 '교육용 소프트웨어'라고 소개하면 잘 써준다. 결국, 둘은 같은 건데 말이다. '게임'이라는 주홍글씨가 아직도 선명하다. "애들한테 게임을 시킨다고?!"와 같은 반응들이 나오니까.


공부와 게임은 꾸준히 엮인다.

= 동양의 입시 문화가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이 심하다. 공부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악(惡)이라고 본다. 사실, 세대가 변하면 인식도 변할 줄 알았다. 젊을 때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를 즐기던 세대들이 어느덧 자식을 교육하고 있다. 내가 게임을 재밌게 했어도, 내 자식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부정적인 놀이라고만 여긴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부모에 대한 게임 교육, 게임리터리시를 하고 있기는 하다. 여러 방면에서 노력은 하는데... 근본적으로 기저에 깔린 게 변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거 같다.


인식을 바꾸는 데에 게임사가 나서야 할 것은 없을까?

= 맞다. 게임사가 변해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문화재단을 만들고, 넥슨이 어린이 병원을 세우고, 게임산업협회를 만들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수준이 아니다. 오랜 기간 게임을 연구하지만, 게임사가 하는 건 과거랑 별 차이가 없었다. 게임이 중독이면, 게임사는 중독을 만드는 회사가 된다. 오명을 뒤집어쓰는데 왜 소극적인지 이해가 안 간다.




▲ 최종 보고서로 예정된 '5차년도 보고서'는 내년 3월에 출간될 예정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낸 보고서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2,0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게 대단했다.

= 5년 동안 진행했던 연구 중 4년차년도 보고서가 최근 발행됐다. 마무리될 5년 차 보고서는 현재 정리 중이고, 내년 3월쯤 나올 예정이다. 참 오랫동안 연구했다. 처음 고1 때 시작한 애들이 어느덧 대학교 2학년이 되었으니까. 대상이 청소년이라 대부분 조사에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해서 관리가 쉽지도 않았다. 특히 MRI는 부모를 설득하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촬영했다. 그렇게 조사하고, 인터뷰해 데이터를 모았다.


연구에서 과몰입 진단은 어떻게 했나?

= 영(Young) 척도를 사용했다. 인터넷 중독 척도로 널리 쓰인다. 20개의 문항 중에서 인터넷은 채팅-게임-포르노-도박 중독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 게임을 특화해 사용하고 있다.


보고서에 참 많은 결과가 담겨있었다. 스스로 요약해보자면?

= 게임은 그냥 문화라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게임이 특정한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냥 노는 거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학교 끝나면 같이 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름대로 우정도 쌓고, 친구 관계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예전과는 기능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사실, 나만 해도 공부를 포기한 친구들이 게임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청소년 대상 인터뷰를 통해 느꼈다. 애들이 게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하나의 툴이고 생활 도구이자 놀이였다. 이걸 알코올 중독처럼 떨어지면 섭취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일상생활의 물이나 공기 같은 거다.


게임이 문화이자 놀이라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인식이 오는 걸까?

= 문제는 부모다. 연구에서 부모-자식 갈등이 가장 심한 때도 있다. 부모는 게임을 안 좋게 생각하는데, 애들이 게임을 하는 경우다. 이게 갈등이 가장 심하다. 그리고 원인은 아무래도 공부다.

게임을 좀 하다 보면 성적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떨어진 성적이 그대로 쭉 가느냐? 그건 또 아니다. 마찬가지로 1년 차에 우울과 고독을 겪은 친구들이 그대로 가지 않는데. 5년 차가 되면 수그러든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비슷해진다. 이를 연구에서는 '회귀한다'라고 표현한다.

회귀하지 않는 게 질병이다. 특수한 요인이 있다면 전문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줘야 한다. 게임에 관한 대부분 문제는 회귀한다. 한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그대로 놔둬도 자연 상태로 간다.



▲ 게임보다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부모의 상태다

청소년이라 특수한 예도 있나?

= 청소년 시절 자체가 워낙 변화가 심한 시기다. 뇌 구조 자체에 변화가 온다. 앞뒤(전두엽과 후두엽)의 네트워크가 발전하고 지능이 발달한다. 친구 관계 사이에서도 감정적인 동요가 워낙 변화무쌍한 시기다. 이때 게임이 일시적인 자극이 되어 부정적인 요소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결국 되돌아온다. 그저 청소년 시기 자체가 상당히 변화가 심한 시기다.


'회귀한다'의 정도가 궁금한데.

= 1년 차 2,0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할 때 과몰입 정도가 심한 친구들 100여 명을 봤다. 바로 다음 해에 50명이 정상 범주로 돌아왔다. 5년 차까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남은 애들이 11명이다. 2,000명으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과몰입이 심한 친구들이 11명에 불과하다.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게임 과몰입은 어떻게 보나?

=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라고 본다. 아직 어떤 것을 가지고 '애는 게임 과몰입, 중독이야'라고 정하자는 사람은 없다.


반면 의학 쪽은 온도가 다른 거 같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해국 교수는 '게임 중독'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 유독 의학 쪽 사람들이 그러는 거 같다. 게임 과몰입은 의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칼자루를 이쪽(의학)이 쥐고 있어서 의사들이 맞는 거처럼 이야기된다.

게임을 다루는 사람들은 미디어학자, 심리학자, 사회심리학자 등 매우 많다. 이걸 사회과학에서 연구한다고 하는데, 특히 인지심리에서는 병이라고 안 본다. 심해 봐야 '잘못된 해빗(habit, 습관)'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양으로써 모든 사람이 다 정해져 있다고 본다. 또 많이 쓰는 개념이 어텐션(attention, 집중)과 자기통제다. 이 개념들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특정한 자극이 주입되면, 그 자극에 몰입할 수 있다고 본다.

자기통제를 낮추는 요소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인지심리에서는 외부적인 환경과 함께 특히 심리적인 걸 중요하게 여긴다. 스트레스다. 부모의 강압과 우리나라에서는 학업 스트레스가 주로 나타난다. 이것들이 자기통제를 낮추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취약층'에서 말이다. 환경과 심리적 요인들이 다 모이고, 그들에게 게임이라는 것이 주어졌을 때 평균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는 있다.



▲ 이번 국감에서 '게임세'를 주장한 최도자 의원과 중독을 이야기한 이해국 교수(오른쪽)

사회과학과 의학의 다른 점이 있다면?

= 의학는 게임을 병리학적으로 해석한다. 병리는 원인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사회과학에서는 외부환경을 중요하게 보고 게임을 심해야 촉매제다. 반면, 의학은 게임을 원인으로 본다. 정상적인 친구라도 게임 시간이 높으면 부정적인 영향이 확 올라간다. 취약층이든 아니던 말이다. 이걸 병리에서는 게임을 하는 거 자체를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중요한 건 아직도 게임 '과몰입', 그들의 언어로 게임 '중독'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얘기가 필요한 사항이다. 이를 의학에서 게임을 원인으로 보는 건, 개인적으로 아주 교만한 생각이라고 본다.


의학이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게임을 중독의 원인으로 만드는 건가?

= 중독은 행위와 물질로 나눌 수 있다. 영 척도에서 담배와 같은 것을 물질 중독으로 본다. 행위 중독에는 도박이 있다.

의학계에선 게임을 행위 중독으로 보려 한다. 이미 도박이 행위 중독으로 인정받았다. 행위 중에선 도박이 유일하게 중독이다. 게임을 도박과 연관시키면, 모든 게 해결된다. 도박이 중독이니, 게임이 도박과 유사하면, 게임이 중독이라는 논리다. 현재 의학계는 이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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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 중독의 근거를 게임에 적용하기 위해선 논리를 비약해야 한다

문제가 뭔가?

= 게임 중독이던 과몰입이든, 그 자체가 정의가 안 됐다. 일단 게임과 도박을 연관시키려는 논리는 틀렸다. 게임은 행위 중독은 물론 물질 중독과도 다르다. 의학계에선 "뇌 사진을 찍으면 담배나 마약, 도박할 때와 비슷하게 나온다"라고 스모킹 건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공부할 때도 뇌 사진은 비슷하게 나온다. 사회과학의 연구를 보면 게임만의 특별한 특징은 아닌 거 같다.


이번 4년 차 보고서에는 'ADHD'를 중요하게 꼽았다.

= 최근 게임 연구에서 많이 나오는 게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다. 물론, 이것도 논의 중인 사안이다. 점점 페이퍼(논문)이 나오고 인정받아 가는 단계다. 게임 중독은 공존질환으로, ADHD 일련의 반응으로 나온다는 게 골자다.

이해국 교수가 주로 주장하는 ICD-11 논리는 '공존이든 아니든, 어쨌든 있다'라는 거다. 학자로서 주장할 논리는 아닌 거 같은데... 주로 내보이는 케이스가 한국과 중국이다. 인터넷 망이 발달하고 청소년이 게임을 많이 하는 나라들이다. 그러면 "미국과 유럽은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게임 중독이 우리처럼 이슈가 안 되는 건, 이슈로 만들 논란거리가 없어서다. DSM에서 말하는 게임 중독은 주로 동양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예로 게임 중독 예방 캠프를 든다.

한국과 중국의 공통점은 둘 다 부모의 과잉기대가 심하고, 부모와 자식이 수직 관계이며,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나라라는 점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입시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한 나라다. 경쟁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부모의 과잉간섭은 스트레스를 어마어마하게 준다. 이 요소들은 인지학에서 말하는 거처럼 자기 통제를 급격하게 떨어트린다.



▲ "게임은 중독의 원인이 아닌, 가정과 학업 스트레스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

게임이 원인이 아니라, 자기통제를 낮추는 게 진짜 원인이다는 것인가?

= 사회적인 문제다. 부모가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면 확실히 스트레스가 떨어진다.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도 했다. 부모 스스로 자기 통제력이 떨어지면, 자녀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삶의 만족도 면에서도 부모와 자식은 함께 간다. 스트레스는 자기통제의 이뮨(immune, 면역력)을 떨어트린다. 그러면 몸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배출이 필요하다. 게임은 배출의 수단일 뿐이다.

결국 게임 과몰입은 결과다. 어떤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 반면, 의학계에선 '어쨌든 결과'라고 본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니, 게임을 끊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문제가 다른 곳에서 돌출될 것이다.


의학계의 말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나타난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 과거에 마약, 알코올 중독자는 격리시켰다. 중독은 범죄로 주홍글씨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거기서 오는 후유증이 있다. 오히려 더 교류하고 대화하고 만나야 한다. 중독에 주홍글씨를 새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 게임은 중독이 아니다. 자기통제력을 높여야 한다. 메타 인지라고 해서 '나를 스스로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왜 공부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 진단하는 능력이 좋다. 이를 '자기객관화'라고도 한다. 자신을 냉정히 보는 것이다. 이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뭐를 하더라도 중독에 취약할 애들이다. 게임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유튜브, 1인 방송 등에 중독될 것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의학의 관점에서는 세상 모든 게 중독 대상이다. 가정에서부터 애들이 메타 인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줘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이나 중국은 그러기 쉽지 않다. 수능 때까지 달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가지나.


정치권이나 의학에선 이를 모를 거 같지 않은데

= 다르게 보면, 세금이나 고객이 많아진다. 병이 되면 고치러 병원에 가야 하니까. 장사가 된다. 그러나 이런 논리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ICD는 작은 문제라도 공공의 문제로 봐서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병이라고 낙인을 찍으면, 파생되는 문제가 너무도 많다. 섣부른 행동이다. 건들지 말아야 할 상자를 건들고 있다.

게임에 낙인을 새기고 나면, 다음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유튜브, 1인 방송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다.



▲ "병이라는 낙인은 섣부른 행동, 건들지 말아야 할 상자를 건들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계라고 해야 할까?

= 운동장이 다르다. ICD에서 얘기할 때 30여 명의 사회과학자가 반발 논문도 올렸다. 그런데 의학계에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MRI 등 임상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임상은 의학이다. 의사만 할 수 있다.

결국 게임을 다루는 운동장은 의학계에서 만든 무대다.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운동장 자체가 의학계이니까 사회과학자가 반박할 수가 없다. 의학에서 MRI를 찍고 뇌가 반짝이는 걸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내민다. 이런 건 공부를 할 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의사들이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는다.


다른 문제는 없을까?

= 용어를 올바르게 써야 한다. 게임 중독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다. WHO에서는 정의하려 노력하고 있다. 게임 때문에 1년 이상 자제하기 힘들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으면 중독으로 보려 한다. 단, 현재는 암처럼 게임 중독은 명확한 개념이 아니다.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 도박, 알코올 중독과 연관이 된다. 영 척도는 20점부터 100점까지 있는데, 50점 미만은 정상 그룹이다. 50과 80 사이가 잠재 그룹이고, 80 이상이 심각한 그룹이다. 그런데 이 범주를 사람마다 다르게 쓴다. 이해국 교수는 50점 이상을 중독이라고 본다. 왜? 80점 이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워낙 없다 보니 조사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50점 이상으로 범위를 넓힌 거다.

다른 얘기로 의학에서 유병률이란 게 있다. 유병률이 1% 미만이면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게임은 유병률이 나온 적이 없다. 1년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드물고, 전문가의 치료 없이도 치유되기 때문이다. 게임 과몰입은 환경이 개선되면 나아진다. 부모의 과잉기대가 떨어지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낮아지면 된다.

WHO가 유병률 논리를 반박할 때, 조현병을 든다. 조현병도 유병률이 1%가 안 된다. 조현병이 그러니, 게임을 병으로 봐도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다.


게임을 결과로 보면... 마치 암처럼 보는 거 같다. 일단 떼야 한다고 보니.

= 맞다. 우리는 암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의사는 일단 암이 걸렸으니, 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암에 걸렸는데 예방과 원인이 무슨 문제겠나? 이를 게임에 적용하는 게 의학계다.


요즘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 트롤링이라고 해서 게임 내 비도덕적 행위를 연구하고 있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왜 트롤링을 하고 어떤 효과를 가지고 오느냐에 대한 연구다. 내년 5월 쯤 보고서가 나올듯싶다. 게임 과몰입에 관한 연구도 계속 하고있다. 지금까지 모은 데이터를 앞으로 2년은 분석해야 한다. 학자로서 논문으로 계속해 영향을 줄 것이다. 그게 내 역할이기도 하고.



▲ 게임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인 정의준 교수팀
제자 중에 '목사'는 기독교 교육에 게임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앞으로 게임이 국민적 여가 생활이 되는 데 필요한 게 있다면?

= 인식 개선 사업이 더 많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게임사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노력은 하지만, 게임은 많은 곳과 연관이 있다. 기술로는 과기부, 사내 문제는 노동부와 연결된다. 어찌 보면 여성부와도 할 얘기가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육부와도 연관된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결 방법이 보인다.

바람이 있다면, 게임을 연구하는 학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게임을 연구하는 사람이 한국에는 정말 적다. 학문적으로 데이터가 나와야 게임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 게임이 커뮤니케이션의 최첨단 툴이라고는 하지만, 늘 주장만 할 뿐이다. 학문으로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도 있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취약층에 대한 게임사의 관심이 필요하다. 게임에 대한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이에 취약층이 분명 존재하니, 게임사가 먼저 관심을 두고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건 게임 중독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고객을 대하는 문제다.

어느 하나가 나선다고 게임 과몰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방면으로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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