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페트릭 메테 "눈물을 마시는 새, 놀라운 작품이 될 것"

인터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65개 |



눈물을 마시는 새, 한국 장르 문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명하고, 또 뛰어난 작품이다. 동서양이 결합된 배경, 영웅이 아닌 주인공, 4개의 선민 종족 등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에 한국적인 요소를 섞어 풀어낸 에픽 판타지로, 한국 내 장르 문학 팬들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작품들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 눈물을 마시는 새를 ‘게임’으로, 그것도 AAA 게임으로 제작하겠노라 밝힌 곳이 있다. 바로 크래프톤이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로 유명하지만, 크래프톤은 사실 여러 제작 스튜디오들로 구성된 회사다. 각 스튜디오들이 자체적인 개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구상하고, 또 개발한다.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는, 놀랍게도 한국 스튜디오가 아닌 저 멀리 몬트리올에서 개발을 전적으로 담당한다. 심지어 스튜디오까지 새로 설립했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그 지휘봉을 잡은 건 파 크라이 시리즈로 유명한 베테랑 개발자, ‘페트릭 메테(Patrik Methe)’다.

이제 막 모든 것을 시작한 신규 스튜디오, 과연 그들이 준비 중인 눈물을 마시는 새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스튜디오가 바라보는 목표와 얻고자 하는 비전은 무엇일까.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봄의 어느 날, 저 멀리 몬트리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을 게임으로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페트릭 메테 대표에게 ‘눈물을 마시는 새’, 그리고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 크래프톤 몬트리올 페트릭 메테(Patrik Methe) 대표



“실용주의적인 몽상가들이 가득한 크래프톤 몬트리올”

페트릭 메테 대표는 게임 디자인과 연출 분야에서 20년 이상을 일했다. 레인보우 식스, 스플린터 셀 시리즈 등에서도 작업한 바 있으며, 파 크라이 시리즈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베테랑 개발자가 아직 국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IP, 눈물을 마시는 새를 AAA 게임으로 제작하게 된 데에는 크래프톤 김창한 CEO의 역할이 컸다. 크래프톤의 연락으로 처음 눈물을 마시는 새를 알게 된 후, 점점 더 작품에 대해 알아가며 기대감을 높이던 시점에 페트릭 메테 대표는 한국을 방문해 김창한 CEO를 만났다.

“김창한 CEO도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멋진 여정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도전을 시작했다. 완전히 모든 것을 첫 삽부터 직접 뜨게 됐지만, 페드릭 메테 대표는 게임 개발자로서, 판타지 소설과 세계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특별한 여정의 한 부분이 되고자 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멋진 IP가 있었다. 유니크하고 독창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가치를 지녔기에 서구 팬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만한 작품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을 모았고, 스튜디오를 꾸렸다.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최종 목표는 약 150명 규모의 팀이지만, 현재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15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 15명은 스튜디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눈물을 마시는 새를 성공적으로 그려나갈 만한 강력하고 숙련된 개발진이다.

그 중 베누아와 프레데릭은 파 크라이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했던 멤버다. 페트릭 메테 대표는 그와 함께 파 크라이 시리즈를 제작할 때 경험했던 업무 환경과 성공 비결을 재현하고 싶다고 했다.

15명의 개발진에는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를 작업한 손광재 아트 디렉터도 포함되어 있다. 손광재 디렉터와 그가 이끄는 한국 팀은 원작 소설에 대한 지식이나 아트북을 통해 보여준 멋진 작업물로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은 ‘눈물을 마시는 새의 드넓은 세계를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만한 최고의 게임을 개발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려 합니다. 우리 개발팀은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로 구성돼 있으며, 개별적인 업무보다 전반적인 게임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어요.”

스튜디오가 자리한 몬트리올에는 200개가 넘는 게임 스튜디오와 19,000명에 달하는 전문 개발자들이 있다.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그중에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화로운 멤버를 찾고 있다. 게임을 만들면서 모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개발자를 말이다.

“오랜 시간 게임 디렉터로 일하며 항상 최고의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팀원들과 밀접하게 소통해 왔어요. 이번에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이 역할에는 스튜디오를 빌딩하고 멋진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책임들이 따라왔습니다. 할 일이 많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팀이 원하는 것이 동일하거든요. 멋진 게임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우리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죠.”


크래프톤 몬트리올은 이제 막 발을 뗀 스튜디오다. 지금부터 스튜디오가 그려가고자 하는 비전을 막 만들어나갈 그런 단계랄까. 하지만 베테랑 개발자들이 모였기 때문인지 크래프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이미 ‘실용주의적인 몽상가들’이라는 확실한 개발 철학을 세웠다.

지나치게 큰 꿈은 자칫 전체적인 게임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 페트릭 메테 대표도, 그와 함께하는 개발팀도 이미 과거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목표는 구체적이다. 완성도와 밸런스 등 게임의 필수 측면에서 차별적이면서도 명확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그냥 뜬구름과 같은 비전 대신, 게임 디자인과 시스템 측면에서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 자체를 비전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 멤버들은 디렉터와 엔지니어가 긴밀히 협업해 게임 디자인을 고심하고 있으며, 게임 엔진과 시스템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팀원들이 모두 원작을 읽었어요. 책의 내용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작의 세계관을 이해한 후 그 내용을 어떻게 게임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고 관점을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하죠. 우리는 원작을 읽고 이를 ‘독서’라는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게 하면 안 됩니다. 이 소설 속 세상을 모니터로 옮겨내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원작이 있으니 반드시 플레이할 사람이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눈물을 마시는 새는 서사의 흐름이 참 뛰어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군상극이지만 산만하지 않고,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갈래별로 쭉 흘러갔다가 또다시 뭉쳐진다. 이런 원작의 흐름이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 과연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페트릭 메테 대표는 눈물을 마시는 새가 ‘게임스럽게’ 쓰여있다고 했다. 그 중심에는 인물이 있다. 저마다 약점과 강점을 가진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보완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게임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속에서 어떻게 스토리가 전개될지 정의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하지만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각기 다른 캐릭터와 그들의 시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시점을 따라가게 되든지 이용자가 게임에 적합한 방식으로 원작의 풍성함을 확실히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하고자 해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게임이 책과는 많이 다르며 게이머들 또한 책의 독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를 경험한다는 것이죠.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합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새로운 세계관을 너무나 탄탄하고, 또 거대하게 그려낸 에픽 판타지다. 그리고 이런 탄탄함과 새로움은 매번 직접 세계관을 구축하고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아주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미 세계관 자체가 단단하고 조직적으로 짜여있기에 창의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할 정도로 어려운 단계가 사라진 것이다.

페트릭 메테 대표는 마치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며 기뻐했다. 덕분에 개발팀은 2~3년 가까이의 시간을 벌게 됐다고도 말했다.

다만 극과 극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눈물을 마시는 새를 게임으로 만드는 것 자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장르 문학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모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의 작품이지만, 반면 그 외의 국가에서는 이제 막 발을 떼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눈물을 마시는 새다.

어떻게 보면 한쪽에서는 너무나 잘 알고, 또 한쪽에서는 전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랄까. 너무 잘 아는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그려내는, 원작에 대한 기대를 채워주는 게임을 바란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오히려 게임을 통해 원작을 알게 되는 경우가 다수일 것이기에 게임의 아이덴티티가 더 중요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 상충하는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 분명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봅니다. 그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고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팬들이 애착하는 부분들에 대해 충실할 계획이지만, 동시에 문화나 배경지식 측면에서 세계 각국 사람들의 경험이 다를 것임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원작만의 특별한 점들과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주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의 콘텐츠와 완성도적인 측면이다. 원작이 있든, 오리지널이든 게이머들이 선택하는 건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의 팬’들이 있기에 좀 더 고민할 것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원작 IP는 절대로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각색의 방식에 따라 어느 부분은 내 것이 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IP는 나보다 큰 존재니까요. 그리고 원작이 있으니 당연히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여겨서는 절대 안 됩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의 스토리는 정말 강력해요. 그래서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게이머들에게 일정 수준의 주체성을 주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세계관이 워낙 풍성하기에 게이머들은 그곳에서 뻗어나온 다양한 샛길을 탐험하기도 하고, 세계 그 자체와 인물에 대해 더 많이 파고들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죠. 우리가 제공할 게임에는 원작 속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도 있을 겁니다.”







“놀라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원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는 거대한 월드, 매력적인 인물들, 여러 새로운 개념과 용어 등을 탄탄한 전개로 풀어낸 소설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한국의 전통과 관련된 요소들이 꽤 등장하는 만큼 한국형 판타지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 예시로 선민 종족 중 하나인 도깨비는 그 존재부터 특징까지 모든 것이 ‘한국적’이다. 여기에 마립간, 씨름, 두억시니 등 한국의 역사 및 전통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과 용어가 그대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고유 개념을 과연 게임 속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까.

“크래프톤 본사의 '팀 윈드리스(Team Windless)’와 긴밀히 협업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가 소설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전 세계에 어필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원작의 내용이나 이영도 작가의 관점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덧붙여 원작 소설의 높은 퀄리티는 한국적인 요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서 전세계 독자에게 영감을 주고 어필할 수 있는 주제와 줄거리, 캐릭터가 있는 훌륭한 판타지 소설이죠.”








실제로 얼마 전 출간됐던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에서는 한국의 전통 요소를 담은 장면들을 포함해 다양한 종족과 인종, 문화를 그려낸 아트가 공개됐다. 여러 문화가 섞였음에도 마치 처음 마주하는 듯한 요소들이, 그리고 소설 속 거대한 세상의 일부가 책 속에 가득했다.

원작 팬으로선 이런 아트북이나 공개된 다양한 영상들 자체가 참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콘텐츠였다. 원작 발매 이후 20여 년에 걸쳐 머릿속으로만 그려오던 비주얼이 실제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덕에 게임화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도로 올라간 것 역시 사실이다.

“아트북은 우리에게도 선물과 같았습니다.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고요. 소설과 마찬가지로 아트북도 게임 개발의 좋은 출발점이 됐습니다. 아트북의 내용이 게임의 최종적인 아트 디렉션이 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탄탄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죠.”




사실 AAA 게임이 개발되는 데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는 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그 소식부터 아트북, 심지어 영상화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공개됐다. 그만큼 바깥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의외로 몬트리올 스튜디오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큰 조급함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이 놀라운 프랜차이즈를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할 뿐이며, 기억에 남을 만한 게임을 출시해야 된다는 점이 유일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를 기다리게 될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추후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아주 놀라운 무언가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게임을 시작부터 함께 경험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원작의 팬들은 물론, 이 멋진 프랜차이즈를 이제 막 발견한 새로운 팬 분들도 게임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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