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발자님, 여기 사셨군요" 후속작으로 돌아온 'ALTF42'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4개 |



수많은 게이머들을 비롯, 여러 스트리머들의 속을 벅벅 긁은 플랫포머 게임. 너무나도 악랄한 발판 배치로 괜히 개발자의 주소를 찾고 싶게 만들던 '알트에프포(ALTF4)'의 후속작의 데모 버전이 지난 스팀 넥스트패스트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역시나 이 게임, 스팀 상점 페이지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ALTF4'바로 다음에 후속편을 의미하는 2를 붙여 알트에프사십이(ALTF42)처럼 보이게 적어두고는, 그게 오타가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 페이지에 적어두기까지 하는 모습입니다. 게임 속 발판 말고도 오묘하게 사람 속을 긁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몇년 전만 해도 ALTF4 시리즈를 개발하는 펌킴은 전주에 위치하고 있는 국내 개발사입니다. 우연의 일치로 ALTF42의 데모가 공개되지 얼마 되지 않아 펌킴이 위치한 전북테크비즈센터에 방문할 일이 생겼는데,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해 주셔서 개발사에 대한 근황과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펌킴(PUMPKIM) 김상원 대표


■ "가장 잘 하는 부분을 남들보다 더 잘하는, 탄탄한 개발사가 목표"

Q. 올해로 벌써 3년차에 접어든 게임 개발사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소원' 출시부터 최근 'ALTF42' 데모 공개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데, 그간 근황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이제서야 뭔가 회사다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팀원들이 서로 뚜렷히 맡은 바를 가지고 있어서 오더할 일이 줄어들고 있고, 개발의 방향성도 잡혀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처음 혼란스러웠던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고 할까요?

현재 펌킴은 총 네 명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인력 충원에 대한 고민도 물론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투자 제의 같은 것도 받고 하면서, 형편이 조금 괜찮아졌을 때는 인력을 더 뽑아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생각도 있엇어요. 하지만, 게임을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하다 보니 인력난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지역적인 문제도 있고요.

앞으로 회사의 방향성은 소규모로 탄탄한 인디 게임사가 되보자는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조직보다는 한명 한명의 내실이 탄탄한 회사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뜻밖의 기회를 맞아 전주 사무실에 찾아뵙게 되었는데, 게임 개발사가 주로 위치한 판교나, 부산과는 달리 생소한 지역인 것이 사실입니다.

= 원래는 서울에서 살면서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늘어나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게임을 만들었죠. 빚을 지어 가면서 개발했는데, 성적이 안 좋아서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소원'이라는 게임은 계속 만들고 있었고, 완성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사업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서울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갖춰진 회사들이 지원한다는 느낌이 있는 반면 전라북도에는 마침 제가 원하는 규모의 지원 사업이 있었습니다. 사무실과 인건비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보고 결정하게 됐던 게 가장 컸죠.


Q. 지원 사업은 다양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전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갑작스러운 타지에서의 생활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지역 글로벌 센터는 여러 곳들이 있지만, 아내의 고향이 전주라서 결정했던 것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저는 연고가 없지만, 가족이 함께 내려왔을 때 '나 빼고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도 제게는 중요했어요. 회사 설립 이후에는 금새 서울에서 다른 친구들도 내려오고, 어느 정도 팀을 꾸리게 되어서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 펌킴이 위치한 전북테크비즈센터

Q. 최근 인력 충원도 고려해보셨다고 들었는데, 사무실의 위치 상 개발 인력 충원에도 비교적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회사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이 따로 있나요?

= 직장생활을 한 7~8년 하다 보니 예전에는 자소서 이런 게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오직 포트폴리오만 보고 뽑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3년 정도 함께 지내다 보니까 회사도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크게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면, 돈독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성격 차이는 실력보다 더 좁혀지지 않으니까요.

지금도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은데, 정말 우리 회사에, 프로젝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오신 분들이라서 즐겁게 개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정말 오랜 기간이 지나, 지난해 10월 '소원'을 출시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제목과 주인공 모두 따님의 이름을 사용한 만큼 출시 이후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 사실,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갔던 건 전에도 말씀드렸듯 '소원'이었고, 'ALT F4'는 일종의 스터디 프로젝트였어요. 그게 벌써 2년이 넘었으니까, 정말 개발을 하면서 제 자신이 성장을 하더라고요. 처음 막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초보였고, 출시할 때 쯤 되니까 눈높이가 높아져서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차지도 않고요. 그렇지만 이대로 (개발을)계속하면 4년, 5년 더 만들게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서 출시를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딸 아이의 이름으로 게임을 만든다는 게 출시를 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모든 면에서 웰메이드 게임이었으면 한다는 욕심이 자꾸 생겼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감수하기로 하고 이야기의 결말을 내보자는 마음 하나로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감은... 스스로 좀 뿌듯하더라고요. 한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해 온 약속을 지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 수능을 다 마치고 난 것처럼 후련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 어려웠던 시절, 마지막으로 만들고 게임 개발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던 '소원'

Q. ALTF4로 먼저 펌킴의 게임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소원'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사뭇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공포 요소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딸이 무서운 걸 정말 좋아해요. 또래 애들이 좋아하는 '신비아파트' 이런건 시시하다고 하고,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파피 플레이타임'인데, 게임 캐릭터들 인형을 모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거든요. 가끔 사무실 놀러오면 무서운 게임 틀어보라고 하고요. 그런 배경에서 '소원'에도 약간 무서운 분위기가 들어간 면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따님인 소원이는 게임을 플레이해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게임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 재밌다고 하더니... 빨리 더 무서운 거 틀라고 했었나? (웃음)

그래도 되게 좋아해 줬고, 약간 욕심도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지스타에 부스로 출전하게 됐는데, 우리 부스보다 다른 부스에 사람이 많으니까 질투도 하더라고요. '아빠가 더 잘 만들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했지만, 다행히 유저 투표에서 1등을 해서 아빠로서 체면은 세웠던 기억이 납니다.


Q. 오랫동안 개발해 온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 개발하는 데 있어서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겠다거나, 또는 어떤 깨달음을 얻은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몇가지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 예를 들면, '소원'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상당히 스토리텔링에 집중되어 있고, 캐릭터성이 강한 주변인물을 많이 구상했어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듯 튼튼한 구조를 만들고자 했는데, 아무래도 1인 개발이다보니 잘할 수 있는 면보다 제가 못 하는 부분들이 많이 노출되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다른 게임과 비교해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가장 잘 하는 부분을 남들보다 더 잘 하자'는 기조로 변화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개발자라면 누구나 모든 게 꽉 찬 AAA급 게임으로 만들고 싶은 열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리하게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대신 남들보다 잘하는 부분은 더 잘하자는 게 저희 개발 목표입니다. 다른 게임들을 만들면서 그 부분들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도 하고요.



▲ ALTF4와는 다른, 동화같은 형식의 퍼즐이 인상적인 '소원'

Q. 혹시... 남들보다 잘하는 게 게이머들 속에 불지르기는 아니시죠?

= 하하. 제 생각에 우리 회사의 장점은 아이디어가 빨리빨리 회전한다는 것과, 또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뭐든지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크죠. 독립 자본으로 이뤄진 소규모 팀이니까, 큰 회사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만 결정하면 더 과감한 결정들도 쉽게 쉽게 이뤄질 수도 있고요.

가끔 직원들이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만들어도 되냐고...(웃음) 지금까지는 많은 유저분들이 좋게 판단해 주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Q. ALTF4처럼 익살스러운 게임도, 또 '소원'처럼 동화같지만 깊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게임도 출시에 성공하셨는데, 앞으로 '펌킴'은 어떤 작품을 개발하는 게임사로 유저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하시나요? 또,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장르나 게임은 어떤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희 서버에 잠들어 있는 프로젝트가 세 네개는 될 정도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고, 그 정도로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회사의 특성 상 프로토타입까지 완성된 단계에서 재미를 검증하는 기간이 상충되지 못할 때, 보다 리스크가 적은 선택을 하면서 지내온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의 사정이 더 나아진다면 장르나, 테마, 그래픽적인 부분보다는 아이디어가 빠르게 전환될 수 있는 독특한 게임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게임은 처음 봤어' 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그래픽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스토리나 진행 방식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와 함께 일하는 것도 재미있는 그런 회사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Q. 참, 일전에 'HANS'라는 작품에 대한 개발 소식을 공개하신 적이 있는데, 해당 작품의 개발 상황은 어떤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HANS는 만화가 '한서경'님의 웹툰을 게임으로 즐기면서 간단한 퍼즐을 푸는 호러, 캐주얼 장르로 개발중이었어요. 전주에 와서 처음 함께 일해보자며 의기투합한 직원분인데, 만화가 특이하고 어딘가 잔인한 면이 있지만, 어딘지 그 안에서도 따뜻한 면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죠. 저희의 창의적인 테마와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심의나 이런 문제 때문에 신고를 많이 받아서 잘렸다고 하더라고요.

한 작품이 플랫폼때문에 사라진다는 게 마음이 아프잖아요. 게임이 그나마 표현의 범위가 자유롭다 보니까 라이선싱 계약을 회사와 하고 같이 (게임으로)만들어보자고 했던 프로젝트인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회사 서버에서 쉬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세상에 나오지 않을까요.


Q. 이번 'ALTF42'의 소식을 보고, "벌써 속편이 나오다니, 개발 속도가 빠르다"는 식의 유저 반응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는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특출난 능력이 있어서 빠르게 만든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잘 보면 엉성한 면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엉성한 부분들을 덮을 만큼 다른 부분에서 시선을 뺏는 것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광고 회사에서 일할 때 겉보기만 잘 보이는 것들을 오래 해왔거든요.

요즘은 그런 방법이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고, 오래갈 수 있도록 근본을 튼튼히 만드는 방향으로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빨리 만들기보다는, 빨리 만들면서도 튼튼한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혼자서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팀원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인 개발로서 제 한계는 '소원'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 "남 생각이요...? 그냥 제가 넣고 싶으면 넣는데..."



▲ 언리얼엔진5로 한층 더 발전한 그래픽을 보여줄 'ALTF42'

Q. 최근 공개된 신작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서, 전작과 'ALTF42'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데모로 공개한 부분은 저희가 2주 동안 만든 것들이에요. 사실 아직 보여드린 게 많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는 꼭 나가고 싶었는데, 본 게임을 보여드리기는 일정이 애매한 부분이 있었어요. 뭐라도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이번 데모를 공개하게 됐습니다.

데모에서 보셨던 부분이라면 아마 엔진이 바뀌어서 그래픽이 좋아졌다는 느낌은 있으셨을 거예요. 그 외에도 본 게임에서는 재화나 아이템, 스토리적인 면들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다른 게임들에서 '게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을 더욱 많이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전작을 단순한 플랫포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면, 후속작에서는 그 외에 부수적인 요소들도 더 느끼실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아예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 하는 분들이 없도록 하고 싶어요. 하지만 여전히 악독한 난이도는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Q. 데모에서 보여준 '스팀 평가' 스테이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스테이지는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전작의 스팀 리뷰가 7천 개가 넘는데, 거의 80% 정도는 화가 나 계시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절대 게이머들을 약올리려는 목적에서 스테이지를 만든 건 아닙니다.

플레이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그 평가 하나하나를 발판으로 만들었어요. 비판이든, 칭찬이든 밟고 다음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하면 조금 아름답게 보일까요? 하하. 사실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멀티플레이 게임이 아니다보니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되어 있는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일종의 방법이었다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게이머 분들과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 리뷰로 발판을 만든 아이디어가 꽤나 인상적이던 데모 버전

Q. 보니까 추천하는 발판은 앞으로 진행하는데 필요하고, 비추천 발판을 밟으면 전혀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장치도 의도적으로 구현된 것인가요?

=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약간 인간의 고정관념인 것 같아요. 그 스테이지를 접한 분들이 대부분 같은 말을 하시더라고요 (웃음).

보통 광고를 보면 제품에 대해 좋은 의견만 모아두잖아요? 영화로 치면 "역대급~," "지금껏 볼 수 없었던~"라든지. 하지만 저희는 나쁜 글(?)도 좋아하거든요. 분명 그 리뷰를 올리신 분들도 이를 통해 누군가를 웃기려고 했다고 생각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저희가 만드는 게임과 같은 결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해요. 발판은 좋아요와 싫어요를 구분해서 배치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Q. 전작도 그렇고, 게이머의 속을 까맣게 태우는 발판 디자인은 보통 누구의 머릿속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레벨 디자인은 대표님께서 주로 하시는지, 아니면 회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회사 규모가 작긴 하지만 파트가 세분화되어 있는 편이라 각자 역할에 집중하고 계시고, 레벨디자인은 거의 다 제가 하고 있습니다. 전작에는 다른 분들이 디자인한 레벨이 몇 개 들어있었는데, 대부분 제가 만든 파트에서 제일 화내시는 걸 보면 약간 '내가 많이 삐뚫어졌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레벨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발판을 하나 설치하고 나면 제가 만족할 수 있을때까지 뛰어보곤 해요. 만족스러운 '맛'이 나면 다음 발판을 설치하고...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만들다 보니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합니다.


Q. 그렇다면 하나의 스테이지를 개발하는데는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편인가요?

= 이번 데모 전체 분량을 2주동안 만들었으니, 보통 그 정도 시간을 두고 개발하는 것 같습니다. 데모에 나오는 맵 세 종류는 그래픽과 테마를 생각하느라 1주일이 걸렸고, 그 다음 스테이지가 4-5일 정도 걸렸습니다.


Q. 전작인 ALTF4는 처음 등장해서 신선함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무래도 후속작의 경우 전작을 접해본 분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어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또는 기대를 깨버릴 특별한 요소들을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어떻게 들리실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을 만들면서 남 생각을 안 하는 면이 있어요. '내가 넣고 싶은 게 뭘까'를 계속 고민하고, 생기면 그때 게임에 추가하는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자전거가 등장하는데, 보통 기사가 자전거를 타지는 않잖아요. 그것도 그냥 어느날 에셋 마켓에서 자전거 프롭을 무료로 주더라고요. 이것 저것 시도해 보니까 재밌어서 게임에 넣어 봤어요. 많은 분들께서 이런 점 때문에 게임에서 이상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 데모 기간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움직이는 성' 스테이지

Q. 이번 데모에서 등장한 다리 달린 성도 그랬죠. 유튜브 썸네일도 많이 장식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도대체 왜...? 어떤 기획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그 부분은 약간 예행 연습 같은 것이었어요. 일단 콘셉트 자체는 주인공 기사를 '돈키호테'로 치면, 책에 보면 돈키호테가 풍차를 마녀가 마법을 건 거인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문득 움직이는 거대한 풍차에 올라가는 기사의 모습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웃음).

'완다와 거상'같은 게임은 거대한 사물과의 메커니즘을 연구한 끝에 개발된 작품들이고, 기계 역학적으로 구조가 탄탄해야 하는데 저희는 그럴 시간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성에 사람의 다리를 달아서 표현해 봤는데, 생각보다 게임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도 데모를 접한 분들도 재미있게 소화해 주셔서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여러가지를 시도해볼 생각은 있습니다.


Q. 또, 이 성 다리 사이에 요상한 돌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서 데모 기간 중에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놓여있는 것인지 개발자님의 이야기를 꼭 듣고싶었어요.

= 아, 그 돌은 그냥 어린 아이들의 장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어린애들이 가끔 보면 생각 없이 이런저런 것들을 그리고 하잖아요. 그런 스타일의 장난이었다고 봐 주시면 좋겠어요.

사실, 걱정이 있어요. 전작이 19세 심의를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받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도 '무조건 19세 이용가겠구나' 생각해서 표현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표현해 보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편에서도 기대해 주시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심의를 거부받진 않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죠.


Q. 보통 게임들은 더 많은 이용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떻게든 낮은 등급분류를 받기를 희망하는데, 19세 이용가로 출시될 것에 대해 큰 고민은 없으신가요?

= 그건 맞지만, 19세 이용가를 받아야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과장스럽게 말이죠. 저희 철학부터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게임을 다 판매하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저희의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만 다가가도 앞으로 개발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Q. 스팀 넥스트 페스트로 데모 버전을 공개했을 때 이용자들의 반응이나 피드백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생각보다 국내 게임만 해도 너무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호그와트 레거시'라든지 좋은 작품들도 많아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사실 없었어요. 그래도 스트리밍이나 이런 부분을 봤을 때는 저희가 생각했던 소정의 목표를 이뤘다고 보고 있습니다.

1편에 비해서는 퀄리티가 조금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똥겜'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유저분들이 '똥겜 이상의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데모 버전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 본편에 추가될 요소들 중에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또 한 번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전작 같은 경우 출시 이후에 '헬 모드'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여러 모드를 준비중이신지 궁금합니다.

=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본 모드인 '스토리 모드'와, 넥스트 패스트 데모로 공개한 '공성전 모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성전'이라고 한 이유는 캐릭터가 탑을 계속 올라가야 하거든요. 깃발이 있는 탑까지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테이지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기본 스테이지에 더하는 서브 스테이지 형태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작인 'ALTF4'같은 경우 스트리밍으로 즐기시는 분들도 있고, 직접 해보자고 도전하시는 분도 계신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타임어택'을 즐기고 계세요. 특히 독일에서 인기가 많은데, 실시간 멀티플레이 게임이 적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린 나라들이 주로 타임어택 모드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2편의 서브 스테이지들도 타임어택에 중점을 두려고 하고, 본 게임인 스토리 모드는 보다 게임 자체의 재미를 늘리려 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도 나오고요. 또 게임에 나오는 동전을 모아서 세이브 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게도 하려고 해요. 물론, 다른 게임들처럼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요. 거기에 자신만의 코스튬을 상점에서 구매하는 등 방법으로 게임을 계속 즐겨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에 대한 허탈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작이 완전히 퍼마데스였다면, 어느 정도 로그 라이크 성격을 띄려고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죠. 물론 로그라이크처럼 매 게임마다 새로운 맵이나 경험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자신과 캐릭터의 성장을 비주얼이나, 아이템 등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또, 특히 어려운 함정을 전에 모아놓은 아이템을 사용해 조금 더 쉽게 넘어가는 등 편의성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 플레이에 따라 기사를 입맛대로 꾸며 줄 아이템도 제공될 예정

Q. 3월부터 얼리액세스로 선보이는 게임의 분량이 본편의 20~30%라고 상점 페이지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목표로는 무엇을 염두에 두고 계신지, 분량은 어느정도일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2편 개발 과정에서 달라질 여지가 많아서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회사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바라는 것은 멀티플레이 요소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 부분이 많은 유저들이 저희 게임을 즐기는 요소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스토리라든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의 게임플레이는 앞으로 1년 정도 개발 기간을 보고 있고, 이후에는 멀티플레이에 좀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은 구상 단계고, 2편 본편에 추가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하진 않지만, 한 가지 꿈은 있어요. 게임이라는 것이 거대한 적의 역할을 하고, 사람들이 서로 협동해 이를 극복하는 콘셉트가 'ALT F4' 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또 어떨 때는 타인을 대신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저희가 기획하는 방향이라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아예 게임을 깨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셨는데, 난이도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요소들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 함정 자체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시스템을 차용함으로써 난이도 곡선이 완화될 수 있는 형태의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면 세이브 풍선이 인벤토리에 모일 정도로 생기거나, 2단 점프하는 신발을 얻거나, 장애물을 파괴할 수 있는 로켓 닭 등이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것이죠. 톡톡 튀는 아이템을 많이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Q. 보통 소규모 인디 개발사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ALTF42'는 그것도 언리얼엔진5로 개발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엔진을 채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이전에 모델러로 일했었고, 이후에는 라이팅 아트를 맡아서 일했던 적도 있어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라이팅이 언리얼과 맞아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정말 작은 회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도전이죠. 아직 제대로 런칭된 게임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국내 게임중에서는 제일 빨리 상용화되는 언리얼엔진5 게임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Q. 1인 개발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3년차 개발사의 대표로 계십니다. 지금도 1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예비 게임 개발자나, 개발을 막 시작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지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 시행착오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보통 빠른 길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오히려 빠른 길을 고민하다가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책도 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이것들이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것을 겪고 나니 어느새 성장이 되어 있던 느낌이죠. '드래곤볼'에서 보면 강해지기 위해서 카린탑을 올라가는데, 사실 올라가는 것 자체가 수련이잖아요. 그 비슷한 셈이죠.

유튜브로 배워라, 독학을 해라, 강의는 어디가 좋더라... 요즘은 개발을 배우거나 시작하는 방법이 정말 많아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해보면서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게, 첫 번째 실패를 빨리 겪는 게 차라리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에는 한 번 (개발을)포기한 적이 있었어요. 책을 샀었는데, 책장에만 한 2년 놔뒀다가 언젠가 생각이 나더군요. 그렇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 이번이 처음이었다면 또 포기를 했을 것 같기도 해요.

한두 번 포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에 다시 잡아보면 좀 더 쉬워지는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지금도 열심히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새싹 개발자들에게, 그리고 ALTF42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 거창하게 드릴 말씀은 없고, 열심히 하셔서 꼭 원하는 바를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거든요.

사실, 요 근래 너무 정신없이 개발만 하고 있어서, 머릿속에 게임 개발로만 차있어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도움이 모였기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지원 사업을 받아서 전주로 내려오게 된 것도 대단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저희 게임을 좋아해주시고, 또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게임이 교육적이거나, 사회에 큰 도움이 되거나, 국내 게임 시장에 큰 발전을 이루거나 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스타트업이 지원 사업에 도전하고, 결과물을 내는 과정에 대해 이해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저희같은 '새싹'들이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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