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업계 대모' 장인경 대표가 입을 열었다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1개 |


▲ 어제(3일) 진행된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현장

'게임업계 대모' 장인경 대표가 입을 열었다. 김정주, 김택진, 송재경과 같은 이름이 우리나라 1세대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남겼다면, 장인경 대표는 그들을 키워낸 스승이다.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카이스트 재직 시절에 게임 동아리를 만들어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을 키웠다. 그의 손을 거친 게임은 '단군의 땅', '쥬라기 원시전', 아크메이지' 등으로 우리나라 초기 온라인 게임 개발에 족적을 남겼다.

최근 기자가 게임이용장애 관련 토론회 취재를 다닐 때마다 장인경 대표를 봤다. 이때까지 그는 행사장 한쪽에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제(3일)는 입을 열었다. 최근 장인경 대표의 기사를 검색해봐도 2000년대 초반 기사가 대부분이다. 말미에 남긴 말은 김정주, 김택진, 방준혁이 우리나라 게임을 세계 시장에 성공시켜서 자랑스럽다는 소감이었다. 오랜만에 입을 연 장인경 대표는 업계에 일침을 가했다. 참고 참은 스승의 따끔한 훈계였다.

장인경 대표는 먼저 "(자신이) 95%는 행복하지만 5%는 불행하다"고 운을 뗐다. 우리 게임업계가 지난 20년간 이룬 성공에 95%는 행복하지만, 최근 게임업계의 대응에는 5% 불행하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의 불행은 게임업계가 공격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과거 게임중독 논란을 시작으로 현재 게임이용장애 질병화에 이르기까지 업계의 모습을 보고서 장인경 대표는 '어쩌고저쩌고만 하다가 끝났다'고 정리했다. 게임사 대표와 정치인이 국회나 판교에서 목소리를 냈지만, 끝내 거기서만 그쳤다는 일침이다.

그리고 장인경 대표는 그들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모습을 지난 10년 동안 반복만 했다고 평했다.

10년 동안 게임업계가 같은 모습만 보일 때, 반대편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게임 포비아(game phobia)에 빠진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다니는 모습을 장인경 대표는 봤다. 그는 "반대편의 논리가 게임업계 주장보다 더 나았을까? 그렇진 않았다"며 "그러나, 10년 동안 게임업계의 주장이 학부모의 귀에 닿지 않았을 때 반대편은 점차 학부모를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게임업계는 95%의 성공을 이루고도 5%를 채우지 못해 뒤집히고 말았다"며 게임이용장애 질병화가 그 결과라고 말했다.

그의 훈계는 왜곡된 정보가 아이들에게 퍼지질 않길 바라면서, 게임 포비아에 빠진 사각지대를 우리 게임업계가 더 자세히 봐주길 바라면서 끝났다.

사실, 기자도 최근 게임이용장애 관련 취재를 다니면서 업계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반대편의 논리는 과거보다 더 견고해졌다고도 느꼈다. 안타까웠던 것은 WHO의 결정 이전과 이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제 장인경 대표의 말이 더 인상 깊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현재 업계는 질병화에 맞서 "게임은 문화다"라 주장하는 사람들과 "게임은 놀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로 나뉜 모습이다. 이른바 문화파는 문화 수출 산업에 있어서 게임의 비중을 강조하고, 놀이파는 게임을 가장 진보한 오락으로 봐주길 바란다. 둘 다 게임의 다양한 모습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반대편의 논리에 각개격파 당하는 형세다.

반면, 반대편은 최신 논리를 잘 가다듬어 전파하고 있었다. 최근 이해국 교수는 세미나에서 게임업계의 주장을 여섯 개로 정리해 모두 반박했다. 주장에 깃든 자신감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 세미나 이후에도 게임업계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나마 어제 발표된 한덕현 교수의 5년간의 게임과몰입자 치료 경험은 데이터양과 질 면에서 반대편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임업계 대모' 장인경 대표가 발언할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숨죽여 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패널로 참석했던 김병관 의원도 그의 말을 메모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경종이 되기엔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의 말이 업계의 자세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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