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日記] "나는 AAA보다 中게임" 이게 되네

칼럼 | 강승진, 박광석, 윤서호 기자 | 댓글: 1개 |
중국 게임 시장의 오늘을 알 수 있는 차이나조이지만, 2023년 행사는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중국 정부 주도 아래 게임 산업의 위축 움직임도 있었고, 오프라인 행사가 다시 이루어진 첫해인 만큼 행사 중심이 달라졌죠. 시연 가능한 기기 몇 대 더 들여놓기보다는 참여형 이벤트를 열러 플레이보다는 현장 이벤트를 즐기는 형태를 그렸죠.




이런 상황에서도 게임 체험만으로 부스를 살뜰하게 챙긴 곳이 있었으니 바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입니다.

사실 플레이스테이션이야 빵빵한 퍼스트파티 라인업에 서드파티 게임까지 충분하게 채우니 어느 국가, 어느 게임쇼든 시연 1티어 부스로 꼽히죠.특히 이번 차이나조이2023에서도 일반 시연 없었던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원작 게임 '샌드랜드'를 비롯해 아직 중국에 서비스되지 않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게임들이 여러 시연 버전으로 공개되며 가던 발길을 멈추게 했죠. 뭐 다른 부스의 시연이 적다 보니 이곳에 더 많은 팬이 몰리는 건 당연하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부스 구성을 보면 이렇게 많은 팬이 몰린 게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소니는 올해 부스를 중앙 이벤트 구간을 중심으로 둘로 나눴습니다. 오른쪽은 플레이스테이션 대표 작품, 서드파티 게임들을 배치하며 말 그대로 이름값 하는 게임들을 배치했습니다. 반대로 왼쪽에는 중국 게임사들의 작품들로만 부스를 꾸렸고요.

워낙 많은 팬들이 몰리고, 시연 기기 자체는 적어서 온종일 기다려야 게임 몇 개 겨우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퍼스트파티 대기줄과 중국 게임 대기줄을 따로 구분해 둘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했죠.

이런 구성에 자칫 글로벌단에서 이미 큰 호평과 기대를 받는 게임들이 몰린 부스 오른편으로 팬들이 쏠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죠. 오른쪽의 대형 게임 시연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팬이 중국 게임사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아침 일찍 줄을 섰습니다.

실제로 중국 개발사의 게임들이 아쉬운 모습만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요.

오래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를 시작으로 최근 공개되며 준수한 소울라이크 플레이로 눈길을 사로잡은 '다바: 랜드 오브 워터 스카', 개발사를 말하지 않으면 국적을 가늠할 수 없는 잘 만든 SF 세계관에 묵직한 3인칭 슈팅을 그려낸 엑자일엣지, '원신' 이후 다시 한 번 모바일 기반 게임의 PS5로의 이식이 이루어진 '타워 오브 판타지' 등 많은 작품이 훌륭한 만듦새를 보여줬습니다.




이들 작품은 소니의 중국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인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작품들입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퍼블리싱 역량을 갖춘 플랫폼 홀더 소니의 지원과 함께 세계 시장을 노리고 개발되는 타이틀이라는 점이죠. 소니는 개발을 위한 총알이 부족한 회사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자금줄이 되어주기도 했고요.

코로나19에 오랫동안 이어진 판호 발급 중단에 중국의 많은 중소규모 개발사들이 휘청거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기업인 소니의 투자, 그리고 안정적인 개발 지원은 꽤 이색적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런 지원 아래 1인 개발작이던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는 수십 명의 직원을 둔 개발 스튜디오로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콘솔향 게임으로 꼽히는 싱글플레이 게임, 혹은 소규모 인디 개발사로 그 대상이 한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수많은 콘텐츠가 꾸준히 붙어 확장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자 전 세계에서 막대한 매출을 벌어들이는 '원신' 역시 소니의 지원과 함께 PS로 출시됐고 '타워 오브 판타지', '붕괴: 스타레일' 등도 PS5를 통한 콘솔 출시가 예정되어 있죠.

소니의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여전히 폐쇄적인 중국 시장에서의 활로를 뚫기 위한 투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그런 의도와는 별개로 이러한 투자가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는 거죠.

국내 역시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콘솔 게임에 기대할 법한 타이틀, PC나 콘솔을 가리지 않는 고퀄리티 라이브서비스 게임의 개발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개발 재원 없이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또 그것으로 팬들의 기대를 채우는 작품으로 시연 부스가 가득한 게임쇼를 만드는 건 분명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런 개발사들의 안정적인 개발을 큰 회사들이 투자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순환구조 역시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고요.

하지만 차이나조이의 소니는 그게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줬죠. 탄탄한 내수 시장, 중국 게임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폄하하기엔 그 성과가 분명합니다. 단순히 투자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만듦새 있는 게임을 발견하고, 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화된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그게 곧 게임 팬들이 만족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일 테니까요.

다음 언제가의 게임쇼에서는, 글로벌 AAA 시연을 미루고 한국의 기대작을 플레이하는 게 낯설고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능력이 있음에도 여러 외부 요인에 그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게임들이 체계적인 지원과 투자와 함께 날개를 펼치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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