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日記] 사고, 놀고, 받고, 'QR이 모든 걸 지배'한 차이나조이

칼럼 | 강승진, 박광석, 윤서호 기자 | 댓글: 1개 |



'중국 갈 때 돈 절대 환전해 가지 마라'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온 한 친구가 차이나조이를 위해 중국에 간다고 했더니 가장 먼저 했던 말입니다. 미국, 일본, 유럽 어디를 가든 혹시 모를 상황에 비상금 정도는 넉넉하게 챙겨가라는 게 보통인데 말이죠. 그리고 친구의 조언대로 현금은 가져가지 않았고, 중국 출장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동전 하나 없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살 것 다 사고 먹을 거 다 마시고, 이동도 다 했습니다.

중국은 일찌감치 디지털 결제 상용화를 이뤘습니다. 뭐 사실 우리나라도 현금 없이도 거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카드 결제 안 되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고 지폐 한 장 없이 생활하는 게 가능하죠. 이제는 실물 카드 없이도 갖가지 스마트 페이를 이용한 결제가 가능한 결제 시스템이 등장하고요. 신용카드 경제에서 페이 경제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QR코드를 통한 결제 시스템이 일반 결제를 거의 없애다시피 했습니다. 마트는 물론 중국 전통의 로컬 음식점, 길거리 노점까지 QR 코드를 통해 결제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알리/위챗 페이에 QR코드를 띄워 이걸 보여주거나, 상점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돈을 보내는 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지죠. 지하철에도 QR 코드 인식기가 있어 이걸로 이동하고요.




QR코드가 너무나도 일상에 맞닿아있다 보니 국제 게임쇼인 차이나조이 역시 거의 모든 이벤트가 이 QR코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고요.

올해 차이나조이는 다시 재개된 현장 이벤트, 한동안 중국 정부 주도의 게임 때리기 탓에 시연 버전을 낼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행사도 시연 중심에서 이벤트 중심으로 무게가 많이 기울어졌고요. 유저들 역시 새로운 게임 시연보다는 지금 즐기고 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혹은 그것과 관련된 현장 굿즈를 받기 위해 더 길게 줄을 섰고요.

이렇게 부스에 들어가 쿠폰이나 굿즈를 받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바로 QR코드 체크입니다. 기업마다 그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QR 코드는 곳곳에 있었고 이걸 먼저 찍어야 이벤트 참가가 가능했으니까요.

우리나라 행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홈페이지로 연결시켜 정보를 입력하는 사이트도 있지만, 별도의 체크 페이지를 띄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혹은 메신저 위챗으로 연결해 친구를 맺고, 메신저 안에서 정답을 맞히거나 간단한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있었고요.

간단한 시연, 이벤트 참여 시 도장을 찍어주는 부스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경품 교환이나 도장을 찍기 위한 이벤트 참여 자체를 위해 QR 코드를 입력해야 했죠. 나아가서는 이벤트 참여했다는 거 자체를 증명하는 데 QR 코드를 쓰고 부스 퇴장 시 보여줘 다른 경품을 수령해가기도 했습니다.

현장 이벤트보다도 더 빛을 본 건 강력한 결제 시스템과 연결된 굿즈 판매였습니다. 올해 굿즈 전문 부스는 정말 엄청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충실하고,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현장에는 그저 완성된 실물 상품만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사고 싶은 게 있다면 입구, 결제창구, 혹은 부스 곳곳에 안내된 QR코드를 찍어 판매 페이지로 넘어가면 되죠. 이곳에서 살 굿즈를 고르고, 가격 확인하고 결제 부스에서 QR코드 찍어 가격 넣으면 끝이고요.




여러 팬미팅, 현장 이벤트를 다니다 보면 굿즈 구매 때 꽤 답답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가격 계산부터 그걸 직원이 하나하나 안내해줘야 하고, 카드 결제 승인까지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요. 현금 계산이라도 한다면 시간은 더 오래걸리고요. 기다리는 건 그렇다 치죠. 오랜 시간을 줄 서서 기다렸는데 내가 살 굿즈 재고가 내 앞에서 똑 떨어진다면?

반면 여기서는 QR코드 한 번으로 유저가 재고, 가격 확인, 살 상품 구매까지 하고 다시 한 번의 QR코드로 결제까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결제 승인까지의 대기도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가 기다려야 하죠. 즉, 차이나조이처럼 관람객과 구매자가 길게 몰리는 현장 이벤트에서 정말 엄청난 효율을 보이는 시스템인 거죠.

QR코드를 통한 인원 체크를 통한 부스 인원 통제가 가능해 한 번에 많은 인원이 부스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 구축 역시 가능했고요.

물론 이런 장점만 줄줄 나열할 수는 없습니다. QR코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필수죠. 배터리라도 다 됐다간 받아가는 굿즈가 반에 반으로 줄어버릴 겁니다. 뭐 그것보다는 당장 집에 어떻게 돌아가야하나부터 걱정해야 겠지만요. 또 현지 신원 카드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는 서비스가 꽤 많습니다. 당장 굿즈 몇개 사려고 했더니 QR코드 인식 후 계속 막혀 결국 사진 찍어 보여주고 구매해야 했죠.

거대한 규모,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진 게임쇼를 추구하는 차이나조이인 만큼 중국인 외에도 여러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는 필요해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점 정도를 뺀다면 분명 QR코드를 통한 독특함, 편리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도 분명했죠.

결제 서비스, QR 코드 활성화라는 시장 환경의 차이에 국내에서 차이나조이와 같은 모습을 바로 만나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현장 관람객의 불편함이나 안전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머리에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좋은 건 얼마든지 받아들여 바꾸고, 아쉬운 부분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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