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바야흐로 AI 시대, 하드웨어의 성장을 주목하라

칼럼 | 이현수 기자 |
21세기로 들어서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거장, 넷스케이프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소프트웨어가 온 세상을 집어삼킨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




틀린 말이 아니다. 21세기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그리고 SAP가 등장하며 소프트웨어 산업은 호황기를 맞았으니까. 세기말 시장을 주름잡던 IBM, 인텔, 소니 등 하드웨어 산업이 연이어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던 때라 당시 업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때맞춰 앤드리슨도 페이스북, 트위터, 스카이프 등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이는 이름만 봐도 아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ICT 시장을 점령한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의 공룡 기업들도 결국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니 더 설명이 필요할까. 이후에도 시장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왔다.

넘어가 사담을 한 번 나눠보자면, 나도 그 한때에 편승했던 사람이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해 학부까지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그에 관련된 학과로 진학하며 꿈을 키웠으니까. 코딩, 플랫폼, 가상현실(VR) 넘어서 AI까지도. 그 영향력은 컸고, 경쟁력도 높았다.




이후 지루했던 내 일상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바로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학부 강의실서 여느 때나 다름없이 수업을 준비하던 그 5분. 인터넷의 모든 기사 헤드라인에는 한국 최강 이세돌을 무너뜨린 알파고라는 문구로 도배되어 있었다.

알파고? 이질적인 이름이었다. 바둑을 잘 알진 못하지만 이세돌에게 도전할 만한 기사라면 한·중·일 외에 어디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기사를 좀 더 내려보니 웬걸,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 그것도 AI 연산을 가능케 하는 1200여개의 CPU와 176개의 GPU가 결합된 슈퍼컴퓨터.

충격이었다. 사람을 이기는 컴퓨터라니. 그것도 실력이라면 세계 저리 가라 하는 사람을. 상상은 했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후 소프트웨어 AI 분야의 성장은 딥러닝 분야를 시작으로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시대가 찾아오기까지 빠르게 발전했다.

그렇게 AI가 발전하며 잠시 소프트웨어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하드웨어 시장이 AI를 통해 도약하고 있다. CPU나 GPU와 같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필두로 IoT 기기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치로 꼽히는 2차 전지까지 말이다.



▲ 엔비디아 주가가 금달 5일 기준 1조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출처 : 야후파이낸스 갈무리)

스위스 은행 UBS에 따르면 AI 하드웨어 시장은 연평균 20%씩 성장하여 곧바로 내년까지 약 9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연구 조사 기업인 가트너는 올해부터 18.5%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줄 것이라 예측했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AI 산업에 뛰어든 이후 작년 시가총액 1조 돌파, 올해 기준 1.7조까지 성장한 모습만 봐도 확 와닿지 않는가.

AI로 인해 하드웨어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AI의 기본적인 연산 작업인 딥러닝 기술, 데이터 분석과 그로 인해 생성되는 많은 데이터 결과물들을 처리해야 할 실물 장치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 이 모든 작업들을 위에서 말한 시스템 반도체(하드웨어)가 하는 역할이며 그 비중은 생각보다 큰 편이다.




현재는 이 흐름에 따라 엔비디아를 넘어 인텔, AMD 등 여러 반도체 공룡 기업에서 AI 하드웨어에 대한 연구와 제작에 힘 쏟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아마존, 구글, 삼성 등에서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하드웨어를 만들기도 하고. 모두 AI와 연계된 AI 하드웨어로 말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얘기해봤지만 AI 하드웨어 역시 과거 소프트웨어 호황기 시절 닷컴버블(IT버블) 사례를 생각해 봤을 때 부정적인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중에서도 살아남는 회사는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더해서 다가올 AI 하드웨어 시대를 책임질 기업이 어디가 될 지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미국의 출판 및 미디어 기업인 포브스는 'AI가 유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며 '전용 하드웨어의 필요성이 증가하며 전 세계의 하드웨어 산업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고 진화하고 성장하는 AI 하드웨어 시장의 귀추를 주목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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