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원칼럼] 법리적으로 살펴본 'P2E 게임'의 본질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11개 |



정정원 박사는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교수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위원, 게임문화재단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전문위원, 법제처 연구원 등을 지낸 법률 전문가다. 지난 한국법정책학회 동계 정기학술대회에서는 '게임 이용행위의 질병적 취급의 문제점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또한 '사행성게임물에 대한 이해', '온라인게임 아이템의 형사법적 취급' 등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 기고 내용은 본지의 입장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이른바 'P2E 게임(?)' 논란,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국회의 국정감사나 관련 정부부처의 논의 등에서 이른바 'P2E(Play to Earn) 게임' 혹은 'P&E(Play & Earn) 게임' 등의 표현이 언급되었고, 그에 대한 다수의 언론 보도를 거치며 사회적 관심사의 하나로 등장한 바 있다. 최근까지 언론 보도 등을 살펴보면, 몇몇 국내 게임사업자들은 - 각 개념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대동소이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 'P2E 게임', '블록체인 게임', 'NFT 게임' 등을 표방하며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을 이용에 제공하고 있거나 근시일내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른바 'P2E 게임' 등은 사회 일반에 있어서는 '게임의 이용을 통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의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P2E 게임' 등을 표방하며 해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게임의 다수는 ①이용자가 일정한 행위를 통하여 게임 내에서 일정한 아이템을 획득한 후, ②그 아이템을 토큰 등으로 교환하고, ③그 토큰 등을 해당 게임 사업자가 발행한 'FT(Fungible Token: 통상 암호화폐로 지칭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로 교환하여, ④이용자가 교환된 'FT'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구조를 가진 게임을 '블록체인 게임' 혹은 'NFT 게임'으로 지칭하며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형식의 게임에 대하여, 관련 기관 등은 가상자산화(NFT)한 아이템은 - 'FT'로 이해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할 수 있는 토큰 등을 전혀 다른 본질을 가진 'NFT'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 게임산업법에 의하여 금지되고 있는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는 ‘경품’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진바, 그에 따라 해당 유형의 게임들은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에 제공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P2E 게임' 등은 관련 기관 등이 이해하는 것처럼 경품의 제공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경품으로서의 성질을 인정하려면 무엇보다도 사업자에 의하여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바, 현재 'P2E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의 구조를 살펴보면 이용자가 일정한 행위를 통하여 'FT'로 교환 가능한 토큰 등을 제공받고 있으므로 이를 사업자에 의하여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경품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NFT’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조건 아래 이용자가 토큰 등을 획득하는 것을 이용자에 의한 ‘NFT’의 발행으로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관련 기관 등은 규범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그리고 사업자는 본질적 차이를 가지는 것들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에 있어 각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의 핵심은 단 한 가지다. 사업자의 서비스가 종료되면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는 게임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용자가 시간, 노력, 현실 세계의 재화 등을 투입하여 생성한 일정한 디지털정보(예컨대, 게임 캐릭터, 게임 아이템 등)에 대하여 경제적 가치를 긍정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말해 게임 이용자가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 새로운 디지털 정보를 생성하는 것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논의되어야 하는 최우선적 문제의 본질이다.

현재 게임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아이템, 게임머니 등)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는 게임산업법에 의하여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에 대하여 - 최소한 그 게임의 이용자 사이에 있어서는 - 현실적인 경제적 가치를 긍정하는 전제 아래, 그것을 현금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게임머니 등이 도박이나 사행행위를 모사하여 만든 게임에서 이용되고 그 게임머니 등을 현실 세계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그러한 행위는 게임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도박이나 사행행위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이용자가 종래 그가 투입하였던 노력과 재화 등에 대하여 경제적 가치를 긍정 받고 그가 'NFT'의 발행 등 행위를 통하여 그러한 경제적 가치를 규범적 보호를 받는 권리로써 보유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게임산업법에 의하여 금지되고 있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논의에 있어서는 관련 기관 등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행성'과 관련한 논란은 전혀 등장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to Earn'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이용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에서 나아가 메타버스 현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가상 세계에서 이용자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 각종 현실 세계의 재화 등이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긍정되지 못한 채 해당 플랫폼의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사라지는 것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예컨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이용자에 의한 ‘NFT’의 발행 등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최우선으로 논의의 필요성을 가지는 지점이다. 경제적 가치를 긍정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은 경제적 가치는 규범적으로 어떤 권리로 보호받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치의 진실성은 어떤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인가 및 가치의 이동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하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 역시 동시에 논의되어야만 할 것이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채 '게임의 이용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부질없는 논란에서 벗어나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P2E 게임'이라는 정체불명의 표현 역시 조속한 시일 내에 사라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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