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팰월드' 성공이 말하는 것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24개 |
은행에 있는 잔액이 바닥날 때까지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10억 엔(우리 돈으로 90억 원) 정도 되는 돈이었습니다. 그렇게 '팰월드'가 출시됐고 5일 만에 700만 장이 팔렸습니다. 50만 명 때 '어라? 잘 나가네' 싶었는데 어느덧 스팀 동접 최대 기록은 200만 명입니다. 비슷하게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며 배틀로얄 바람을 분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역대 2위입니다. 증가 속도는 배틀그라운드보다 훨씬 빠르고요.

게임은 지금 10% 할인가인 28,800원에 판매되죠? 국가별 게임 가격, 사운드트랙까지 합본으로 파는 번들 비용, 수수료 다 빼고 단순 계산하면 대충 2,000억 원 정도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는 더 많이 팔렸을 테고요. 소규모 게임의 또 다른 성공 신화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진짜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우니 어딜 가나 '팰월드'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해외 뉴스고, 커뮤니티고 관심이 뜨겁죠. 게임 해보면 많은 사람이 왜 즐겼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재미도 확실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게임을 그저 '재미있는 게임이었다'라고 정도로만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팰월드'에 담긴 이런저런 요소들은 유사성이라는 표현 안에 언급되고 있습니다. 표절, 모방, 영감, 오마주 등 그걸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순 있겠죠. 이런 가운데 이걸 잘 팔렸으니 '포켓몬스터에서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준 서바이벌 판타지'라고만 띄워줄 수는 없습니다. 또 반대로 그런 확인되지 않은 논란 때문에 게임의 조합과 성공이 보여준 의미에 대해 헐뜯어서는 게임이 시장에 준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팰월드라는 게임 안과 밖, 두 면을 동시에 뜯어보며 이 게임이 오늘날 시장에 주는 이야깃거리를 한번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① 어쩌면 포켓몬스터 팬들이 정말 원했을 포켓몬

포켓몬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지는 힘은 사실 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포켓몬은 그 출발부터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 큰 사회현상을 불러왔죠. 지금까지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이 줄지어 나옵니다. 그 핵심인 게임도 여전히 출시되고 있죠.

'그래픽이 별로다, 발전이 없다, 포켓몬이 줄었다' 등등 매 작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만 그래도 매번 천 만장은 거뜬히 넘깁니다. 사실 개발사 게임프리크가 괜히 근간을 바꿀 이유가 없었던 걸지도 모르죠. 든든한 코어 팬 층이 확고하다는 의미겠고요.

'팰월드'가 구현한 포켓몬 비스무리한 팰은 그렇게 포켓몬스터 시리즈가 거듭되면서도 추가되지 않았던, 팰의 다양한 활용 방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인칭 생존 게임의 핵심을 그대로 유지한 만큼 팰은 너 한 번, 나 한 번 때리는 턴제 전투를 넘어 오픈 월드에서 뛰어다니는 존재입니다. 모든 실시간 상황 안에서 맞이하는 이벤트들은 별다른 전환 없이 그대로 이어지는 거죠. 그리고 이 안에서 팰에게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RPG라는 큰 틀에서 전투 그 자체에 집중한 포켓몬스터 속 포켓몬의 역할은 강하고, 잘 싸우는 것으로 집중됩니다. 대신 팰은 생존 게임 안에서 거점의 운영에 그 핵심이 쏠리죠.

팰들은 전투 외에도 저마다 생활 콘텐츠 관련 12가지 작업 적성 중 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로 거점 성장에 제 역할을 맡길 수 있죠. 불피우는 팰이 불을 붙여 광석을 주괴로 뜨고, 물 속성 팰은 씨 뿌린 밭에 물을 대 식량을 키우기도 하고요.

이런 생산성 콘텐츠의 팰 활용은 사실 포켓몬은 하지 못했지만, 포켓몬이 해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전투의 비중 만큼이나 이야기가 핵심인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포켓몬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말썽꾸러기 꼬부기단이 소방대로서 화재 진압을 하는 것처럼요. 이런게 게임에서는 이벤트, 혹은 막힌 길 뚫기 정도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고요.

포켓몬스터의 이야기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정작 게임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팰월드가 맛보게 해주는 겁니다.



▲ 만화에서 보던 비슷한 경험을 팰월드가 먼저 시켜주는 셈

팰이 이렇게 전투 현장만이 아니라 생존, 확장에 핵심이 되고 그래서 수집에 대한 욕구도 높습니다. 저마다 가진 특성이 다르니 궁극적인 거점 성장에 필요한 여러 노동 전문 기술을 가진 팰을 얻어야 하는 게 첫 번째. 그리고 전문 기술마다 레벨이 존재해 일 더 잘하는 팰을 찾아야 하는 게 두 번째. 마지막으로 같은 팰이라도 저마다 특성이 붙어 전투나 노동에 최적화된 팰을 찾는 게 세 번째 수집 욕구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기존의 생존 게임 안에 포켓몬스러운 별도의 콘텐츠를 더한 셈. 그리고 포켓몬스터에 부족했던 활용 방법을 더욱 크게 늘려 게임의 폭을 크게 넓힌 거죠.


② 팬들은 원하지만, 닌텐도는 원치 않을 포켓몬

게임의 공개 이후 팰에 관한 부분을 어떻게 다듬을지는 참 궁금한 요소였습니다. 이 귀여운 팰들을 어떻게 밥만 주고 부리는 노동력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는 판매, 도축 같은 내용까지 담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인상적이게도 팰월드는 출시 전 강조한 팰 활용을 뒤바꾸기보다는 플레이어의 인식을 바꾸도록 인게임에서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위한 여러 시스템이 알게모르게 그런 감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죠. 어쩌면 이 부분이 팰월드를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다른 생존 게임에서 다 베껴온 듯하지만, 그 속에서 게임을 가장 구분시켜주는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팩토리오가 자동화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게임에 적극 도입하며 신선함을 안겼던 게 어느덧 8년이 됐습니다. 당연히 경영 개념을 담은 근래 많은 생존 게임에도 이런 자동화 시스템이 들어갔습니다. 편의 요소의 상승도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손 안 대고 코 풀 정도로 개선됐습니다.

그런데 이 팰월드는 여러 게임의 특징을 끌어온 주제에 이 편의 요소가 꽤 부실합니다. 제작한 재료는 완성 후 직접 챙겨야 하고 생산도 하나씩 개별 생산으로 귀찮게 만들어 놨어요. 팰 없는 초반에는 이걸 내가 직접 해줘야 하니 말 그대로 참 귀찮게도 만들어놓았다는 말이 그냥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그리고 서서히 탐험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팰을 얻게 되면서 이 귀찮음을 팰들이 대신해주게 되죠. 반복 생산해야 하는 제작품도 여러 개 대기시켜놓으면 관련 생활 능력이 있는 팰들이 알아서 만들고, 만든 무기나 생산된 자원도 알아서 척척 보관함에 옮겨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팰들은 나와 모험을 떠나는 동료보다는 시스템적으로 귀찮음을 해결해주는 편리한 노동력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여기에 몇몇 빠른 팰들은 타고 다니면 답답한 이동속도도 한껏 개선해주니 탈것으로의 가치도 커지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팰의 쓸모와 가치를 돌아보게 되죠. 필요 없는 팰은 판매, 유기, 그리고 도축 등의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하고요.



▲ 귀찮던 일을 팰들이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팰의 쓸모,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보면 주식회사포켓몬으로서는 이런 인기가 썩 달가울 리 없긴 합니다. 나중에 얘기할 표절 시비를 제외하고라도 말이죠. 포켓몬스터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르거든요.

포켓몬스터 속 포켓몬은 사실 드래곤퀘스트부터 이어지는 고전적인 RPG 속 전투요원 틀을 유지합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그 속에서 함께, 혹은 앞장 서서 전투에 나서는 동료의 역할을 맡았죠. 수집하고, 성장한다는 개념 안에 이 핵심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팰월드는 생존 장르라는 특성상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들어내는 월드, 혹은 멀티플레이 전용 세션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 그 자체에 집중했죠. 그래서 몰입 방향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시스템적으로 이런 매운맛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몰아가고 있고요.

그래서 앞에서도 팰과의 관계를 교감이나 교류가 아니라 활용 방법이라고 표현한 거기도 하고요.

또 아무리 어른들이 더 많이 즐기는 포켓몬스터라고는 하지만 닌텐도는 여전히 전연령을 대상으로 장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생존 게임 특유의 부도덕함까지 자유도 안으로 담아낸 팰월드 만큼의 자유로움을 게임 안에 강조할 수는 없는 법이기도 하고요.

물론 그동안 바랐던 월드 구성 자체의 부실함을 게임의 타깃층이 넓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 줄 팬들은 없겠죠. 분명 팰월드의 흥행은 포켓몬스터 측에게 일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특정 기종, 특정 세대만을 깊이 파고들 팬이 있을 정도로 포켓몬스터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본가에서 이 정도의 변화는 앞으로도 적용하지 않고 아르세우스 같은 외전으로 이를 돌릴 가능성도 여전하고요.



▲ 양치를 돕고 일찍 잠에 들게하고,
포켓몬이 추구하는 IP 방향을 생각하면 팰월드의 성공이 포켓몬을 마냥 바꾼다고 생각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③ 크래프토피아2: 아크 브레스 오브 더 원신 몬스터

2021년 게임이 공개됐을 팰월드는 북미에 있던 총 쏘는 포켓몬 밈을 그대로 흡수했습니다. 마치 팰월드 개발사 포켓페어가 슬로건처럼 썼을 것만 같은 총 든 포켓몬이라는 표현도 레딧 등에 크게 퍼졌고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포켓페어는 그 밈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당시 인터뷰에서 포켓몬보다는 이 게임에 영향을 준 다른 타이틀들이 있다며 더 언급했는데요. 거기서 나온 게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러스트'입니다.

생존 게임인 지금의 형태를 생각하면 꽤 당연한 언급입니다. 특히 아크에서의 부족함. 괴물이나 공룡과 함께한다는 요소를 게임에 더 관여하도록 했고 그게 팰의 활용으로 확대된 셈입니다. 여기에 '마인크래프트'의 자유로움, 'GTA'의 경찰 시스템 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요.

어쨌든 실제로 게임을 하면 이 게임의 생존 파트 근간 시스템은 아크를 기준 삼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레벨에 따라 능력치를 올리고, 자원을 모아 장비를 만들어나가고, 엔그램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제작 장비의 수를 늘리죠. 전체적인 성장 방식부터 UI 디자인과 확장까지 아크를 대부분 떠올리게 합니다.



▲ 포켓몬만 유사 게임 얘기에 떠오르는 게 정말 불편했을 건 아크였을 겁니다

물론 아크만이 아니고 아트는 젤다의 전설 최신작, 그리고 거기서 특징을 더한 원신의 것들, 생존에서 러스트 등 여러 게임의 특징을 다수 담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시작부에 만나는 지역 소개는 누가 봐도 젤다의 전설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포켓페어가 이 모든 것들을 모두 팰월드에서 처음 조합한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발사의 이전 생존 게임인 크래프토피아 역시 여러 게임의 특징을 가져와 그려낸 적이 있거든요. 일부는 연출에서의 개성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기도 했고요.

크래프토피아는 여전히 얼리 액세스로 남아있는데요. 포켓페어는 크래프토피아에 팰 개념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보다는 신작 팰월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사실상 크래프토피아의 개발에 손을 떼고 개발을 새로 한 만큼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물론 크래프토피아를 통해 낸 수익은 팰월드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신작과 기존 작품의 콘텐츠 추가를 동시에 할 정도의 개발 여력도 당시 포켓페어에는 없어 보였고요. 중소 게임사가 이렇게 한 쪽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식의 특징 다 가져와 흉내 내고 섞어버린 신작도 또다시 유기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고요. 물론 이 정도로 성공했으니 포켓페어가 당장 게임 콘텐츠 개발을 소홀히하지는 않을 테지만요. 지금은 말 그대로 유기할 팰이 아니라 생산성 최고 레벨 찍힌 팰이니까요.

또 팰월드의 여러 게임의 짜깁기는 단순히 크래프토피아가 보여준 잡탕과 비교하면 그래도 맛있게 섞은 부대찌개에 가깝습니다. 한계가 분명한 잡탕에 맛있는 재료를 더하기보다는 새로 끓인 찌개였고, 그게 흥행의 한 축이 된 것도 맞죠.



▲ 먹튀, 표절 논란 컸던 크래프토피아지만, 이걸로 번 돈으로 팰월드가 나온 것도 맞말


④ 서바이벌을 모르는 자, 지친 자를 위한 덜 서바이벌

그렇다면 포켓몬과의 유사함, 그리고 생존 게임. 이 두 가지 중 어느 부분이 실제 게임의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까요? 확실한 건 이 게임의 성공이 단순히 포켓몬 스킨에 기반한 생존 게임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근래 잘나갔던 생존 게임들의 이용자를 모두 흡수하지는 않았거든요.

게임이 출시된 1월 19일을 전후로 러스트, 테라리아, 7 데이즈 투 다이, 프로젝트 좀보이드, 아크 등 스팀 상위권 생존 게임의 이용자 추이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게임들은 생존이라는 큰 틀 안에 있지만, 게임을 풀어내는 방식 자체는 다른 게임들인데요. 러스트나 아크처럼 팰월드와 시스템이 유사한 게임, 나아가 게임 방식이나 연출은 전혀 다른 게임 모두 눈에 띄는 이용자 감소는 적었습니다. 오히려 일부는 팰월드 이후 전주보다 증가를 보여주기도 했죠.



▲ 비슷한 생존 게임들의 이용자가 팰월드 때문에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다는 점

결국 생존 게임을 쉬고 있던 유저. 혹은 생존 게임을 즐기고 있지 않던 유저들이 새롭게 팰월드에 유입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유저들은 되려 자기들이 즐기던 기존 생존게임을 하러 갔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게 단순히 '포켓몬스터와의 유사함 때문이냐?'라고 하면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하기가 또 어렵습니다. 이 게임이 가진 생존의 특성 때문입니다.

생존 게임 자체는 새로운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스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장르입니다. PC 게이머들에게 인기 있고, 익숙한 장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이런 경쟁에서 게임들은 더 리얼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더해내고 있습니다. 사냥이나 채집만이 아니라 건축, 경영의 요소도 더욱 복잡해지고요.

팰월드는 편의성은 아직 대표적인 생존게임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비교적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게 아직 얼리 단계라 추가가 덜 되어서일 수 있지만, 콘텐츠의 깊이, 관리의 복잡함은 확실히 덜었죠. 사실 팰을 활용하는 데 있어 더 한 단계의 관리 시스템이 팰과 엮이면 제곱수로 복잡한 시스템으로 얽힐 위험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죽었을 때 떨어트리는 아이템의 구분부터 재료 드롭 비율, 피해량, 경험치 획득량 등 세세한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입맛에 맞춰 서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서버 생성 단계만이 아니라 서버를 만들고 나서도 수정하는 게 되죠.



▲ 여러 보정 시스템으로 생존 게임의 재미를 쉽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생존 게임은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나간다는 특징을 키우기 위해 협력 플레이를 적극 권장합니다. 혼자서는 살기 어렵고, 협력하고 각자 능력으로 도와가며 극복한다는 개념이죠. 대신 함께할 플레이어가 필요하고, 또 그게 없다면 고독함과 함께 재미도 줄어들게 되고요.

팰월드 역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만, 여러 난이도 보조 시스템 덕에 어렵지 않게 세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나 혼자서 못하는 걸 팰과 함께 해나가니 싱글플레이가 주는 단조로움을 피할 수도 있고요. 멀티플레이는 이렇게 쉬운 싱글로 적응한 후 본격적으로 도전해나가는 겁니다. 물론 같이 할 친구 없으면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가며 팰들과 함께해도 되고요. 그러면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생존 게임 특유의 몰입과 반복성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거고요.

앞서 말했듯 비교적 가벼워진 생존 문법이 불만인 팬들이 다시 하드코어 생존 게임을 즐기러 간 게 맞았겠네요.

물론 모두가 말하는 포켓몬의 이름이 팰월드의 초반 관심을 끄는 건 맞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생존 게임이라는 인기 장르의 재미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점.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커뮤니티에 이름이 올라오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팰월드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계속 더해지는 큰 이유가 되겠죠.

포켓몬을 떠올리게 하는 팰도, 쉬운 생존 게임도, 팰월드의 성공에 저마다 역할을 한 셈입니다.

물론 지금에서야 게임이 장르, IP 구분의 벽을 부숴버릴 정도로 잘 나가니 뭐가 더 중요한지는 따질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요.



▲ 총 든 포켓몬이라는 키워드가 게임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⑤ 표절에 AI 이용 의혹 남아 VS 소규모 게임 성공을 시기하는 행위

이러한 게임의 흥행에서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의혹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역시나 표절 논란이 그 핵심에 있고요.

앞서 말했듯, 게임의 근간 시스템, UI는 아크와 러스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합니다. 팰 스피어라고 쓰고 몬스터볼이라고 읽는 포획 장비와 시스템도 포켓몬스터와 거의 같죠. 물론 이런 유사성이 저작권의 개념과는 약간 벗어나 있기에 쉽게 법적 제재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다만, 게임의 많은 모델링이 포켓몬에서 영감을 얻은 데 그치지 않고 추출, 복사해 만들어졌다는 의혹도 출시와 함께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X에 한 유저가 공개한 영상에는 다양한 폴리곤 집합체인 메시의 구성이 매우 유사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 X 유저가 제기한 모델링 비교 사진, 이후 해당 유저가 스케일을 변경했다고 시인하며 더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VGC와 익명으로 인터뷰한 두 명의 AAA 개발 경력직 아티스트는 이 모델링 비교 영상이 팰월드의 캐릭터가 실제로 포켓몬스터의 애셋을 기반으로 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동일한 비율은 모델을 따온 게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라며 필요하다면 증언을 위해 법정에 설 준비가 됐다고도 했죠. 포켓몬의 데이터를 따와서 만들었다고 본 셈입니다.

게임파일과 인터뷰한 전 주식회사 포켓몬 법무팀의 돈 맥고완 역시 팰월드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2020년까지 약 12년간 포켓몬 관련 법무팀을 이끌었던 그는 팔월드가 재직 당시 기준으로 '1년에 천번은 봤을 흔한 표절꾼의 헛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 출시까지 이루어진 지금의 상황이 놀라울 정도라고 표현했죠.

이 외에도 많은 이용자가 온라인 상에 팰과 포켓몬의 유사성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과열 양상을 띄고 있죠. 이에 포켓페어 대표 미조베 타쿠로는 SNS를 통해 아티스트에 대한 비방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팰월드와 관련된 여러 제작물의 관리는 자신이 하고, 책임 또한 자신에게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죠. 또 커뮤니티 매니저는 개발자나 회사 자체에 대한 살해, 위해 협박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앞선 유저의 모델링 비교 영상도 일부 편집이 있다고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스케일, 그러니까 크기와 비율을 조정해 비슷하게 맞췄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이런 편집이 팰월드를 향한 악의적인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비율만 다른 거지 도용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하고요.

반대로 여러 아티스트가 주장한 모델링 유사 의혹이 마땅한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하나 둘 나서고 있습니다.

어쨌든 닌텐도, 주식회사 포켓몬으로부터의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제3자가 먼저 이러한 유사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25일 결국에는 여러 의견을 받아들여 유사성 논란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요. 물론 직접 팰월드를 언급한 건 아닙니다. 이미 팰월드용 포켓몬스터 모드는 일찌감치 차단시킨걸 보면 이미 차단시킨 여러 모드보다는 팰월드 그 자체를 대상으로 삼았다 보는 건데요. 그마저도 IP 활용을 허가할 생각은 없으며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IP 보호에 힘쓰겠다는 쪽의 입장이 강합니다.



▲ IP 침해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주식회사 포켓몬

또 다른 의혹은 생성형 AI의 활용 여부입니다. 이건 단순히 포켓몬 디자인 표절 그자체에 대한 의혹에 그치지 않고 포켓페어 대표의 꾸준한 발언들이 더해져 더 불이 크게 붙은 상황이죠.

AI가 포켓몬스터의 포켓몬을 학습해서 그것과 유사한 팰을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간 미조베 대표는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긍정적인 발언을 꾸준히 남겼습니다. Dall-E 등 대표적인 생성형 AI가 제작한 유사 포켓몬 이미지를 여러 차례 공유하기도 했죠. 나아가 2022년에는 AI가 저작권 문제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팰월드 이전의 포켓페어 최신작이 AI가 생성한 아트로 거짓말쟁이를 가려내는 'AI: 아트 임포스터'라는 점도 그런 의혹을 키웠습니다. 여담으로 임포스터라는 이름처럼 출시 초기 캐릭터 디자인이 어몽어스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있긴 했는데요. 그보다는 생성형 AI로 허락받지 않은 아트를 무단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더 커 가려지긴 했지만요.

또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개발자 이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3D 모델을 팰 하나는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는데 새로운 모션 디자이너의 영입으로 이를 해결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개발 속도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제작방식'이 언급됩니다.



▲ 생성 AI로 이미지 불법 사용/훈련 지적을 받았던 포켓페어의 전작

물론 이런 의혹은 여전히 추측에 가깝습니다. 밸브가 최근 스팀에 AI가 생성한 에셋이 있는 게임에는 AI 생성 내용을 공개해야 하도록 규칙을 바꿨는데요. 팰월드에는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또 오토마톤과의 인터뷰에서 미조베 대표는 다른 회사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할 의도도 없고, 법적 검토도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취한 구체적인 조치도 없었다고 했죠.

다만, AI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표현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 문제가 없을 정도로 AI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여전히 나옵니다. AI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위의 과거 발언을 더해 스팀에도 AI 활용을 고의로 포함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고요.

이러한 AI 활용 논란은 근래 업계에 불어닥친 생성 AI, 그리고 그 반감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확실한 AI 의혹과 과도한 공격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이게 단순히 AI가 아니라는 주장을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AI 논란 때문에 앞서 말한 모델링 유사 의혹, 또 아크 등 누가 봐도 유사한 모방 요소에 대한 해명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이유에서죠.

반대로 아무런 증거도 없고, 개발자가 해명에 나섰는데도 의혹을 반복해서 제기하는 행위 자체가 온라인 괴롭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특히 발더스 게이트3의 성공 이후 그 성공에 의견을 남겼던 AAA 게임 개발자들이 다시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부 개발자들은 발더스 게이트3가 비정상적인 개발환경에서 나온 특이물이라고 주장했죠. 잘 나가는 게임에 대한 시기. 그게 이번 팔월드의 성공에 더 크게 벌어지고 있고 소규모 게임사를 전 세계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거죠.

지금의 AI 기술로 저정도의 모델링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고요.

확실한 건 게임의 큰 성공만큼이나 출시 전까지는 깊이 있게 지목받지 않았던, 아직은 확인할 수 없는 의혹들이 더 공격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⑥ 팰월드의 성공이 바꿀지도 모르는 것

어줍잖은 흥행으로 끝났다면 이 정도로 활활 타오르지는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엄청난 성공은 여러 생존 게임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배틀로얄이 그랬든 크리쳐가 함께하는 생존 게임의 난립 역시 생각해볼 수 있고요. 그 정도로 큰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배틀로얄 장르의 대중화를 넘어 전혀 다른 장르와의 조합까지 끌어냈습니다

한발 더 멀리서 보면 업계의 흐름도 감지됩니다. 일찌감치 많은 회사가 포켓페어에 투자를 고려했다는 내용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중에서도 자금력 있는 MS는 먼저 나서 게임을 게임패스 안에 넣고 얼리 액세스 단계부터 함께 하죠. PC, Xbox 출시 소식에 PS 출시를 바라는 팬의 말에 인디 부문 수장 요시다 슈헤이는 'はい〜'라며 긍정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200만 돌파 SNS 포스트에 축하 답글을 남기기도 했고요.

닌텐도 대표 프랜차이즈와 유사성 논란이 있는 게임이지만, 큰 성공에 대표적인 플랫폼 홀더 Xbox와 소니 모두 눈독 들이고 있음을 숨기지 않은 셈입니다. 닌텐도는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가 아플 테고요.

닌텐도 입장에서 보면 포켓몬스터라는 프랜차이즈가 나아갈 긍정적 방향에 대한 유저들의 니즈를 다시 한 번 확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부족함이 항상 지적됐으니까요. 주식회사 포켓몬의 대응 발표도 당장 문제가 되는 부분을 그냥 무시하기보다는 해당 논란을 직접 조사하고 보호하겠다는 수준의 입장으로 나왔죠.

밸브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과거 액티비전이 콜 오브 듀티의 에셋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 DMCA 근거로 게임 '오리온'의 얼리 액세스를 스팀에서 제거한 바 있습니다. 당시 개발사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추후 확인 결과 한 아티스트가 실제로 에셋을 포함시킨 정황이 발각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포켓페어의 의견 청취 전에 밸브가 게임을 스팀에서 제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문제 해결의 키가 밸브로 넘어가는 거죠.



▲ 액티비전의 에셋 사용 의혹으로 스팀에서 내려갔던 오리온

극단적인 예겠지만, 팰월드의 여러 의혹이 어느 수준까지 이어지고, 또 정리될지는 여전히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 정도로 여러 게임과 유사성을 지녔기에 여러 의혹을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졌다고. 다르게 말하면 떳떳함에도 필요 이상의 논란에 휘둘리고 있는 거겠고요.

나아가 이번 사태가 여전히 모호한 표절과 도용, 모방에 대한 논의도 더 깊이 있게 이어질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 활용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게임 업계에서도 이에 관한 움직임도 필요하고요. 실제로 니콘, 소니, 캐논 등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기업들은 최근 힘을 합쳐 AI 이미지를 증명하는 기술 개발과 툴 공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유용성만큼이나 해당 기술이 합법적인 학습 자료를 사용했는지, 또 AI 기술이 어떻게 적용됐는지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온 거죠.

그래야 AI를 활용한 곳은 그걸 떳떳하게 밝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 AI 활용 의혹에 휘둘리지 않을 테니까요.




2024년 연초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팰월드는 숫자가 보여주는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재미라는 게임의 핵심을 플레이어는 개발사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지. 또 도용과 모방이라는 논란 속에서 개발사가 결백하다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팰월드의 지금은 '향후 수년간 논의되어야 할 여러 문제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핀 게임'이라는 타이틀에 더 어울리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지금의 상황때문에 소규모 게임사가 보여준 2024년, 아니 스팀 역대 최고 속도의 흥행 가치를 재미있는 게임과 함께 온전히 그 게임 이야기로만 즐길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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