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더 남은 이야기, 너티 독이 말하는 '라오어'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28개 |
라스트 오브 어스에 파트3가 있을까? 너티 독이 자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구상을 일부 전했다.




너티 독은 현지 시각으로 2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개발 다큐멘터리 'Grounded II: Making The Last of Us Part II'를 공개했다. 너티 독은 약 3주 전부터 티저 트레일러를 통해 일찌감치 다큐멘터리 영상을 예고하며 게임과 관련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할 것임을 알렸다.

이러한 의도에 맞춰 이번 영상은 약 2시간 분량으로 제작됐다. 또한, 한국어를 포함해 26개 자막이 담겨 전달됐다.

너티 독의 대표이자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작가 닐 드럭만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리즈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다시 라스트 오브 어스를 개발할 기회가 없다면 파트2가 끝난 지금이 마무리하기 가장 좋은 지점일 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는 아직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을 다룬 1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정의를 추구하는 2편. 그리고 앞선 두 편과 3편을 관통하는 주제를 최근 찾았다며 시리즈의 혹시 모를 다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어쩌면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이 스토리에 아직 하나의 챕터가 더 남아있을 수도 있다고 영상을 끝맺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토미에 관한 스토리를 썼다고 밝힌 인터뷰의 헤드라인이 '라스트 오브 어스3의 윤곽이 잡히다'라는 타이틀로 나간 것에 대해서도 틀린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업계에는 너티 독이 대규모 싱글 타이틀을 개발하고 있다는 루머들이 줄이었다. 드럭만의 이번 답변은 적어도 개발 중인 타이틀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3는 아니라고 추측할 근거를 준 셈이다.




너티 독은 이날 영상을 통해 게임 개발 과정에서의 기술적인 부분, 배우들의 연기, 현실적인 제작 과정, 크런치, 팬데믹 상황에서의 작업과 무기한 연기, 출시 과정과 이후, 드라마, 팀의 미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상 초반 닐 드럭만은 1편의 완성 이후 고민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공동 게임 디렉터 커트 마게나우와 앤서니 뉴먼은 '라스트 오브 어스가 정말 멋지게 마무리 지어졌다며 너무 속편이 나오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팬들의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1편의 엔딩 이후 눈치 빠른 엘리가 조엘의 거짓말을 계속 받아들이고 살 수는 없는 인물이라며 2편 제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직접적인 계기 역시 함께 설명됐다. 드럭만 대표는 1편에서 엘리에게 기타를 가르쳐주기로 한 조엘의 약속을 이루어지지 못할 약속 같았다고 회상했다.

게임 출시 후 1년 뒤인 2014년 원 나잇 나이트라는 특별한 게임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로이 베이커, 애슐리 존슨, 애니 워싱 등 게임 속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이 직접 한 장면을 재연했다. 여기서 드럭만은 라스트 오브 어스 엔딩 이후의 장면을 하나 새로 썼다.

스트리밍이 끝난 후 현장에 있는 관객들만 볼 수 있었던 해당 극은 조엘이 엘리에게 기타 연주와 노래를 보여주고 기타를 건네는 장면이다. 엘리는 처음 기타를 손에 쥐고 단 한 음만을 치며 극은 끝난다. 드럭만은 그 이미지에 강렬한 영감을 얻었고 이는 예고편의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이후 너티 독은 콘셉트 아트 작업을 시작했고 스토리에 살을 붙여 나가며 언차티드4의 모든 인력을 투입,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개발을 이어갔다.






▲ 2편 제작의 기반이 됐던 엔딩 이후 스토리의 연극

드럭만은 플레이어가 1편에 대한 애착이 있고, 속편이 별로면 전작에 대한 감정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부분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3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매력적인 주제가 필요했을 때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폭력의 순환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 폭력의 순환에 결코 만족할 수 없고,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지도 않는 아이러니를 언급하며 이러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게임으로 전하고자 했다. 그 테마를 생각한 후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이야기는 방향이 잡혔다. 조엘이 의사를 죽인 것, 그것이 폭력의 순환의 시작으로 2편으로 이어졌다.

이 아이디어와 함께 새로운 캐릭터로의 플레이, 그리고 그 캐릭터가 조엘을 죽인다는 세부적인 이야기로 이어졌다. 드럭만은 이 캐릭터를 괴물처럼 묘사하고자 했고 조엘을 사랑하는 엘리로 이어 플레이하며 스스로의 정의 추구를 플레이어가 경험하게 했다. 엘리가 모두를 죽이고, 이번에는 괴물처럼 보였던 캐릭터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바라보게 하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과 조엘을 찾아 죽이려는 이유를 함께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이야기는 꽤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몇몇 부분에서 진행이 더뎠다. 이에 새로운 각본가를 섭외해 이야기에 변주를 더하고자 했고 공동 각본가이자 내러티브 리드인 핼리 그로스가 참여했다.




조엘을 연기한 트로이 베이커의 이야기도 나왔다. 도덕적인 선을 넘은 조엘. 트로이 베이커는 1편 제작 당시 조엘이 죽는 것이 더 극적인 결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드럭만은 이에 '제정신인가요?'라며 원래 스토리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런 경험 탓에 2편의 조엘의 죽음을 트로이 베이커가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편에서 조엘의 죽음을 들은 트로이 베이커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회상하며 캐릭터가 자신에게 가진 의미를 떠올렸다. 편집을 맡은 조 패니나티는 조엘이 죽지 않는 이야기는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그것이 엘리와 같은 증오를 플레이어가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곧 게임의 이후 이야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 내부에서는 제작 초반 게임을 블러드본에 영감을 얻은 오픈 월드로 제작하고자 했다. 게임의 훌륭한 근접 전투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개발 방향의 결과 중 하나다. 복잡하게 열리는 지역 구조도 탐험할수록 더 넓어지는 블러드본의 개방적인 세계에 영감을 얻은 레이어 구조에서 나왔다.

배우들의 연기 과정도 그대로 공개됐다. 게임의 커다란 주제를 전하고 플레이어가 이에 몰입하길 바랐던 제작진은 조엘이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죽길 원했다. 그 결과가 눈 앞에서 조엘의 죽음을 경험하는 엘리였다.

배우들은 슈트를 입고 모션캡처를 진행, 이 장면을 게임과 동일하게 연기했다. 엘리 역의 애슐리 존슨은 울부짖으며 조엘의 죽음을 마주했고 애비 역의 로라 베일리는 슬픔과 함게 배트 모양의 모션 장비를 트로이 베이커에게 계속 휘둘렀다. 배우들은 이날을 매우 감정적이고 힘든 날로 기억했고 연기가 아니라 순수한 감정만 남은 촬영이었다고 떠올렸다.



▲ 조엘 성우 트로이 베이커



▲ 조엘의 죽음 장면을 촬영하는 애슐리 존슨

팬데믹 상태에서의 유출 과정에 관해서도 언급됐다. 개발팀은 재택 근무를 위해 수 많은 부분을 조율해야 했고 제 시간에 게임 개발을 마무리하기 어려웠다. 결국, 회사의 요청에 소니는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 플레이 내용이 온라인상에 유출됐다.

한 네덜란드 출신의 사람은 백도어를 통해 몇 테라 분량의 영상을 다운로드했다. 너티 독이 급하게 백도어를 닫자 이번에는 다운받은 영상이 온라인에 업로드됐다. 게임 일부가 공개된 후 온갖 루머가 이어졌다. 특히 조엘의 죽음이 출시 전 공개된 이후 드럭만은 해당 사실을 전해듣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트로이 베이커가 조엘을 죽이고자 했던 자신의 주장에 세상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봤죠? 당신이 틀렸어요'라고 말할 것만 같다고 했다.

드럭만은 트로이 베이커에게 자신들이 옳은 일은 한 것이냐고 물었고 트로이 베이커는 게임을 해보지 않았으니 아직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유출과 관련해 분노의 감정은 분명 느꼈다.

드럭만은 게임의 일부만을 담고 있는 영상을 통해 추측과 루머가 팬들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며 당시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망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살해 협박, 반유대주의적 댓글에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고도 이야기했다. 애슐리 존슨은 글 뒤에 증오가 그대로 느껴졌다며 슬픈 날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살해 협박에 신고까지 해야 했던 로라 베일리는 게임 개발 중 태어난 아들을 해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결국, 그는 어려움 속에서 이러한 상황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고 전했다.

드럭만은 출시 전 유출로 인해 받았던 비난은 자신과 팀원에게 평생 충격으로 남을 기억이라며 분노했다. 또한, 게임 내용을 유출한 20대의 '악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처벌받길 원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 애비 역의 로라 베일리

한편, 팬데믹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의문은 너티 독이 크런치를 없애는 결정을 불렀다. 앤서니 뉴먼 게임 디렉터는 훌륭한 프로세스와 탁월한 조직성을 갖춰 크런치를 해결하고자 했던 시도를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온다며 크런치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크런치를 없애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드럭만은 스튜디오 전체가 노력해 크런치를 없애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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