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팀 동접자 '천만 명' 시대, 차트로 보는 국가별 게이머 유형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4개 |



PC플랫폼 스팀의 통계 사이트 스팀DB(SteamDB)는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스팀에서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천만 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기간 플랫폼에 접속해 있던 동시 접속자 수는 3,307만여 명으로, 이 또한 역대 최초로 3,300만 명을 넘어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서울특별시 인구(22년 11월 기준 940만여 명)보다 많은 사람이 스팀에서 한날한시에 저마다 게임을 즐기된 것은 COVID-19로 인한 격리 기간 도중 게임이 '안전한' 여가생활로 재조명 된 점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콘솔 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국가에서도 PC 게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온 결과이기도 하고요. 또 스팀덱의 출시로 휴대성까지 확보하며 동접자 수가 증가했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시장 조사 업체 뉴주(Newzoo)가 발표한 2022년 게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4.3% 줄어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PC 게임 시장은 지난해 대비 0.5%의 성장을 보였습니다. 또한, 콘솔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도 PC 게임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이뤘으며, 2021년에는 일본의 전체 게임 시장의 7%를 PC게임 시장이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규모는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4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규모입니다.

2003년 9월 정식 출시 이후, 20주년에 들어서며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스팀을 기념하며,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주간 차트를 통해 전 세계 게이머들은 주로 어떤 게임을 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지 살펴봤습니다. 흥미롭게도 이웃 나라끼리는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 스팀 주간 최고 인기 게임 (1.3~1.10) 기준입니다


CS:GO 우세한 아메리카 대륙, 선전하는 '로스트아크'




가장 먼저, 스팀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2018년 기준 14% 가량) 그 인근 국가의 차트를 비교해 보면, 캐나다와는 눈에 띄는 차이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휴대용 게임기 '스팀덱'이 차트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으며,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팀 차트 기준으로 '글로벌 오펜시브'는 무려 544주동안 '최고 인기 게임 100개'안에 포함되어 있는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스팀 내에서 유일하게 일 최다 동접자 1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을 봐서는 이 기록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일만 남았습니다.

한편,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스팀 차트를 확인할 수 있었던 브라질의 경우 스팀덱이 차트에 존재하지 않으며, 역시나 글로벌 오펜시브가 가장 사랑받는 게임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는 축구의 고장답게 EA스포츠의 FIFA23이 2위를 차지했으며, 밸브의 MOBA 도타2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국산 MMORPG인 '로스트아크'가 스팀 플랫폼의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드는 차트입니다. 캐나다에서도 3위를 기록했고, 브라질에서도 9위에 랭크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팀덱이 접수한 유럽, 우리나라는 언제쯤?







출시 직후 미국과 함께 즉시 배송이 시작된 유럽 국가에서는 '스팀덱'이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가들의 차트를 확인할 수 있지만, 편의상 위 여섯 국가의 순위를 살펴보았는데, 꽤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위 국가들 중 스팀덱이 1위가 아닌 국가에서는 모두 '글로벌 오펜시브'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두 나라가 이웃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아예 10위권 안에 글로벌 오펜시브가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 년 전부터 '확률형 아이템'과의 전쟁을 선포해 온 유럽 국가들 중 대표적 나라들로, 이에 대한 영향이 차트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마찬가지로 확률형 아이템인 선수 카드를 뽑아야 하는 FIFA23이 유럽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단지 국가별 게이머의 성향 차이에서 비롯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의 차트 10위권 내에 들지 못한 크래프톤의 'PUBG'는 스페인에서만큼은 글로벌 오펜시브, 스팀덱 다음으로 인기 있는 작품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로스트아크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 3,4위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각각 7위와 9위로 1월 첫 주를 마무리했습니다.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지만, 도타2는 호불호가 나뉘는




유럽 국가의 차트가 많은 관계로, 자동차 운전대가 오른쪽에 붙어 있는 세 나라의 차트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도 위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스팀덱이 차트 최상단에 위치해 있지만, 세 나라 모두 '글로벌 오펜시브'가 가장 사랑받는 게임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의 차이점은 '도타2'의 인기에서 드러나는 편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글로벌 오펜시브 다음으로 사랑받는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9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후 살펴볼 동남아 국가의 차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동북아시아를 제외한 APAC(아시아 태평양) 권역에서는 도타2의 인기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한편, 로스트아크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7위와 6위를 기록했으나, 영국에서는 국산 게임이 10위 내에 들지 못했습니다. 역시 축구 종가답게 FIFA23과 풋볼매니저 2023이 10위 내에 들어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생존 게임 좋아하는 북유럽 친구들?




소위 스칸디나비아 국가라고 불리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오펜시브가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괜히 일 최다 동시접속자 100만 명을 유지하는 게 아닙니다. 또한, 노르웨이 차트에 스팀덱이 포함되지 않은 것만 제외하면, 세 나라 모두 얼추 비슷한 게임을 즐겨오고 있는 것도 확인 가능합니다.

사실상, 노르웨이에서 10위를 기록한 에이팩스 레전드를 제외한 모든 게임이 세 나라에서 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도타2의 인기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대체로 '워 썬더'와 '엘든 링', 'FIFA23', '로스트아크' 등의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칸디나비아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취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샌드박스형 생존 게임 '러스트'가 공통적으로 순위권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편의상 기사에서는 10위권까지 조명하고 있지만, 순위를 20위까지 넓혀 보면 뗏목 생존 게임 '래프트' 또한 세 국가의 차트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남아에선 도타2가 '1등 게임'




영국이 호주와 뉴질랜드 차트 옆에 위치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만의 차트가 여기에 포함된 것에 대한 큰 이유는 없습니다. 동아시아 국가 중 그나마 동남아시아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이웃 나라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 국가의 인기 게임 통계에서는 도타2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남아에서 진행중인 도타2 e스포츠 대회인 Mansion Invitation 2023으로 인해 더 높은 관심이 더해진 결과로 보입니다. 그 뒤로는 FIFA23이 나란히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글로벌 오펜시브가 3위를 기록한 싱가포르와 달리 태국에서는 워존2.0의 인기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동아시아에 위치한 대만의 스팀 차트는 뒤에 살펴볼 일본의 스팀 차트와 매우 유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민게임으로 떠오른 '에이팩스 레전드'가 1위를, 그리고 서구권 국가에서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몬스터 헌터 라이즈가 4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순위권 내 게임들이 온라인 FPS를 제외하면 대부분 싱글플레이 게임이라는 점도 여느 국가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은 '먼나라 이웃나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중일 세 나라의 차트는 앞서 살펴본 여러 이웃 나라들 중 가장 명확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다 동접자 게임을 제외하면, 장르적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편입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크래프톤의 배틀로얄 게임 'PUBG'가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해당 차트 이전 몇 주 정도는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게임인 만큼, 이에 영향을 받은 게이머들이 해당 게임으로 진입한 결과로 유추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밖에도 국내 차트에서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 이터널 리턴과 같은 국산 게임들이 순위권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역 제한 문제와 같은 플랫폼 측면의 문제로 인해 일부 게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현상도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는 로스트아크를 들 수 있겠으며, 워존2.0의 경우 블리자드의 배틀넷 앱과 플랫폼이 분산되어 있어 차트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모습을 확인 가능합니다.

국내 차트 순위권에서는 FM2023이나 문명6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도 확인할 수 있었던 반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스팀 이용자 수 (2018년 기준)를 보유한 중국은 차트 내 대부분의 게임이 멀티플레이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차트 집계 시점에서 '에이팩스 레전드'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이어 PUBG와 글로벌 오펜시브가 뒤따르고 있는 모양세입니다.

콘솔 게임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역시 스팀 차트에서도 싱글 플레이 게임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모양세이며, 카드 게임과 서브컬쳐 게임들이 인기 순위 10위권 내에 들어있는 모습이 돋보입니다. 일본의 국민 게임 '에이팩스 레전드'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은 사실이고, 그 뒤로는 연말 할인으로 다시 부상한 '엘든 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기간 전 세계의 차트 중, '유희왕 마스터 듀얼'이 3위를 차지한 국가도 일본이 유일합니다.

또한, 국내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헤븐 번즈 레드'나 '타워 오브 판타지' 등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모바일 서브컬쳐 게임이 스팀 차트에서 보이는 것도 일본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22년 출시된 '헤븐 번즈 레드'는 구글플레이 '올해의 베스트 게임'에 선정되는 등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해리포터' 글로벌 기대감 확인, 한·중·일은 예약 구매를 믿지 않아?




이번 기회에 전 세계 스팀 인기 차트를 살펴보면서, 대부분 국가 차트에서 10위 내에 들어있는 '호그와트 레거시'를 확인 가능했습니다. 전 세계의 '해리포터' 팬들을 생각해 보면, 출시 이전 사전 예약 구매만으로 글로벌 차트 대부분에 포함된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네덜란드나 벨기에같은 일부 국가는 스팀덱 바로 다음으로 '호그와트 레거시'가 뒤따를 정도로, 서비스 중인 게임보다 더 많은 기대감이 표현된 국가도 있을 정도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시아 지역의 차트로 눈을 돌려보면 호그와트 레거시가 차트에 존재하지 않거나, 9위 선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2위에서 4위 사이에 해당 게임을 올려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는 대목이죠.

이처럼 아시아 지역에서만 예약 구매 게임들의 순위가 저조한 것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국내 커뮤니티에서 '예약 구매를 하면 손해만 본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한 데에는 출시 직후 기술적 측면에서든 재미 측면에서든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임들이 미친 영향이 클 테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입니다. 최근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 가며 AAA게임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소위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개발이 지연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게임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발 초기 단계에서도 게임을 발표하는 일이 잦아졌죠. 하지만, 정작 출시된 게임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모습을 몇 번 본 게이머들의 지갑을 열기는 앞으로도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분히 재미로 본 스팀의 글로벌 차트에서, 적어도 한국과 중국, 일본 이 세 나라에서는 이미 예약 구매에 대한 신뢰가 다른 국가보다 낮은 모습입니다. 물론, '호그와트 레거시'에 한정된 현상일 수 있지만, 슬슬 게임 산업도 기대하지 않기 시작한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오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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