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넥슨노조, 민주노총에 선 그었다..."기자회견 동의 못해"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3개 |


▲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지회장 배수찬)가 최근 불거진 '뿌리 사태'에 입장을 밝혔다.

배수찬 지회장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총연맹이 지난 28일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여한 것을 두고 "우리 지회와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발표 내용에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하청 문제가 생길 때 아무런 협의 과정 없이 총연맹이 와서 규탄 시위를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이건 그냥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배 지회장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의견을 묻는 설문 요구도 받았지만, 시행하지 않을 거라고 전했다. 그는 "설문의 결과로 나오는 숫자 대신에, 최선을 다해 게임업계 노동자로서의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가급적 많은 조합원을 설득하는 길을 걷고자 한다"라며 "모두를 납득시키기는 불가능할 수 있지만, 그래도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배 지회장은 콘텐츠 검수는 일의 영역이라며 "의도를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 유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는 노력은 필요하며, 콘텐츠 제공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그것이 작업자 개인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 전제하며 "이를 걸러내는 작업은 사람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작업물에 대한 확인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노조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넥슨 조합원의 보호를 우선시한다"라며 "때로는 우리 조합원의 이익과 다른 회사 노동자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그렇게 생각될 때가 있는데,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배 지회장은 넥슨노조가 민주노총을 떠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이다"라며 "추후, 민주노총이 우리 지회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에 대해 솔직히 나열할 시간을 갖겠다"라고 말했다.

이하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넥슨 노동조합 지회장 배수찬입니다.

최근 우리 회사의 콘텐츠 검수가 이슈화되며 조합원으로부터, 외부 단체의 부당한 비난에 대해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 받았고 동시에 검수 과정 속에서 동료들로부터 질타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11월 28일 넥슨 지회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총연맹의 공동주최(주관은 여성민우회)로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를 상대로 사상검증을 했다며 비판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지회와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발표 내용에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이 일련의 사건에 대한 넥슨지회의 입장은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각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의견을 묻는 설문을 해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집행부 회의를 거친 후,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설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설문의 결과로 나오는 숫자 대신에, 최선을 다해 게임업계 노동자로서의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가급적 많은 조합원을 설득하는 길을 걷고자 합니다. 모두를 납득시키기는 불가능할 수 있지만,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아래는 앞으로의 방향성입니다.

첫째, 콘텐츠 검수는 일의 영역입니다. 이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의도를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 유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과거 공중파 방송에서도 고인 모독으로 의심되는 이미지가 노출되었을 때,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사과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겪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콘텐츠 제공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이 작업자 개인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개인의 1차 작업물에서 불편함이 완벽히 사라진 채 나오긴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이를 걸러내는 작업은 사람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작업물에 대한 확인이어야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개인의 지문과도 같은 그림체 때문에 본인이 원치 않아도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군에 대해선, 보다 세심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수렴한 해당 직군의 의견을 바탕으로 회사 차원의 검수 가이드 및 대응 매뉴얼 확립 등을 회사에 건의하려 합니다. 앞으로도 조합원에 대한 세부 직군 면담을 진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만약 회사 내부의 프로세스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공격받게 된다면, 언제든 노동조합을 찾아주세요. 조합원이 어떤 사람이어도 어떤 의견을 가진 사람이어도 우린 조합원을 내치지 않습니다. 혼자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둘째, 우리 노조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넥슨 조합원의 보호를 우선시합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미 이룬 목표지만, 게임업계 전체의 포괄임금제 폐지나 69시간제 개악을 막기 위한 것에 대해서 연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모두의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 조합원의 이익과 다른 회사 노동자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그렇게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하려 합니다. 그간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우리 조합원의 이익과 다른 무엇을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순간 이 일을 할 수 없게 됨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다른 회사에서 안 좋은 전례가 생기면 넥슨 조합원에게도 그렇게 적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우리 회사는 노조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일어난다면 투쟁해야죠.

현재 많은 조직에서 검수 과정 중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논의하여 케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외부 및 다른 회사와의 관계에서 넥슨 구성원을 비난하는 케이스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한 탱킹해보겠습니다. 그 밖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실질적인 개선 방법을 찾아나가겠습니다.

셋째, 상급단체에 대해서는 강력대응합니다.

민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하청 문제가 생길 때 아무런 협의 과정 없이 총연맹이 와서 규탄 시위를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건 그냥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겁니다. 심지어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냥 좀 항의만 하는 시늉이 아니라, 최대한 외부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저희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 며칠 걸립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겁니다. 추후, 민주노총이 우리 지회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에 대해 솔직히 나열할 시간을 갖겠습니다.

일단 정리된 방향성은 이렇습니다.

솔직히 욕 많이 먹을 듯 합니다. 나중에 더 배우고, 함께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게 우리 집행부가 생각하는 최선의 결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서로를 대함에 있어서 날카로움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확실하지 않으면 에이~ 아니겠지 넘어가면서요. 그런 미래가 왔으면 하는데, 조금씩이라도 당기는 방법이 쉽지만은 않네요. 필요하다면 건전한 비판과 토론도 계속 하는 한편,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어 줄 수도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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