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도 넘은 중국 게임 마케팅... 문제 생기면 대행사 '탓'

기획기사 | 이두현 기자 | 댓글: 21개 |


▲ '왕이되는 자' 영상 광고의 한 장면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기"

중국 게임사 kr cool에서 개발한 '왕이되는 자'는 출시 초기, 자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기"와 같은 문구, 상의 탈의한 여성 일러스트를 두고 징벌, 총애, 장려 중에서 선택하기, '독창적인 일부다처제 시스템' 선전 등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왕이되는 자'가 문제되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광고와 선전물의 차단 조치에 들어갔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게임에 대해 적법성을 감시한다.

국내에 있는 모든 게임은 PC, 모바일과 같은 플랫폼 상관없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제34조의 법률 적용을 받는다. 제34조는 광고 및 선전의 제한을 담은 법률이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게임과 다른 내용의 선전물을 배포할 수 없고, 경품제공 등 사행심을 조장하는 내용의 선전물을 게시할 수 없도록 한다. 어길 시 제38조에 따라 게임위는 폐쇄 및 수거 등의 조처,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가할 수 있다.

게임위가 이 게임에 제재는 가했지만,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게임사가 노이즈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게임위가 '왕이되는 자'에게 취한 조처는 △광고와 선전물 차단 조치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가능 △마켓과 커뮤니티에 차단 권고 △연령등급 직권 재분류 정도다. 결국 '왕이되는 자'는 무리 없이 서비스가 진행된다.


수위와 플랫폼을 넘나드는 과도한 마케팅



▲ 페이스북에 노출되는 '내가왕이라면' 광고, 사용자 수와 조회 수는 검증되지 않았다

선을 넘은 중화권 게임사의 선정적 광고는 웹게임 시절에도 다수 있었다. 당시 중화권에서 수많은 웹게임이 쏟아지자, 경쟁작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해 자극적인 홍보 문구들이 난무했다. '묻지마 베끼기' 식으로 도용하는 문제는 국내 지사 없이 해외에서 운영되니, 자극적인 마케팅을 내보내면서 자신들을 향한 비난은 무시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대형 SNS에서도 자극적인 마케팅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도용과 선정성에 관한 행태 역시 점차 대담해진다. 이런 광고에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일단 '내보내고 보자' 식이어서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무단 도용은 유명 게임사일수록 대상이 되기 쉬웠다. 게임카프의 '에버배틀2'는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프로젝트TL'의 게임 내 영상을 무단 도용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대응에 나서 '에버배틀2'의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하고 공식적으로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 문제가 되면 게임사는 광고대행사에 책임을 돌리기 일쑤다

JD게임즈의 '짐의강산'은 "출쟁하러 가는 길에 병사가 부녀자를 희롱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욕하기', '강제제지', '함께 참여', '즉시 참수' 등을 선택지로 내놓는 광고를 노출했다. 게임과 무관한 내용의 광고이며, 단순히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자극적 마케팅이다. XIAO long의 '걸스 레볼루션'는 다수의 게임 일러스트를 무단 도용했으며, 특히 미성년자 겁탈 이미지를 광고로 사용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게임 광고는 자율규제로 이뤄지며 문제가 되면 사후조치 된다. 방송 또는 인터넷상의 유해한 광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후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와 같이 중화권 게임사가 '나 몰라라' 식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마켓에 소개용으로 올리는 홍보물의 경우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관리 기관이 사후조치하기 이전에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보았고, 사후조치를 하더라도 게임에 직접적인 조처는 힘들다.


오히려 '인증'이 되어버린 제재



▲ 구글 트렌드로 확인한 '왕이되는 자' 관심도

게임위가 '왕이되는 자'의 광고를 차단 조치하자, 오히려 관심도는 크게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위의 차단 조치는 '왕이되는 자'가 자극적인 게임이라는 '검증'이 돼버린 셈이다. 현재 '왕이되는 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으로 20위 내외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그나마 '왕이되는 자'에 조처를 할 수 있던 것도 광고와 게임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조처 이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오르내린 이유는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기', '탈의, 옷 찢기 등 미니 게임', 홍보물에 래퍼 스눕독의 'the next episode'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사회의 기본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홍보는 제재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못했다.

즉, 이번 조처는 우회해서 제재를 가한 경우다. 만약 기존 '왕이되는 자' 광고와 실제 내용이 같았다면, 현재의 게임법으로는 규제할 마땅할 수단이 없다. 등급거부 대상으로 지정해 제공중지 조처를 기대하는 정도다.

실질적으로 게임사가 눈치를 보는 곳은 마켓이다. 게임사 관계자들은 공공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담당자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글의 경우 개발자들에게 '아동 학대', '부적절한 콘텐츠', '음란물' 콘텐츠를 게임에 넣는 것을 금지한다. 따르지 않을 경우 마켓에 올라가지 않고, 올라간 경우에도 이후 차단될 수 있으므로 게임위의 규제보다 더 강력하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게임과 광고의 감독과 규제, 일원화가 필요하다

이같은 중화권 게임사의 행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중소게임사 관계자는 "야한 광고, 유명 게임을 아예 가져다 쓴 광고 등이 난무해 유저들을 현혹하고, 다른 게임의 IP까지 훼손하는 일이 잦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어서 그는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강력히 대응해 정상적인 회사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현재의 게임법으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허위과장광고, 선정적 광고 등이 무차별 노출되는 점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면서도 "그러나 광고와 관련된 법적 한계로 인해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개정 등 게임 선전물에 대한 관리강화방안을 위해 주무부처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현재 게임광고 관리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게임물에 관한 광고나 선전물에 대해서 게임위로부터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확인받도록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민경욱 의원은 개정안의 취지로 "게임 광고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만큼 바로 잡아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경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금까지 사후관리 체제였던 게임광고를 사전심의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화권 게임사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광고하는 실정에서 사전심의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이들 SNS는 사전심의 여부에 상관없이 광고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정안이 사전심의의 근거는 되더라도, 마땅한 제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현재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국내 게임사의 마케팅 활동에 불똥이 튀는 셈이다.

게임이 자율심의로 점차 나아가는 상황에서 광고가 갑자기 사전심의로 바뀌는 것은 역행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 업무에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게임위가 광고 사전심의까지 맡게 된다면, 정상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괜히 기존 게임사가 활동하는 데 있어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고를 현재의 사후심의로 유지하되, 문제가 있는 광고에 대해서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흐리는 법이다. 문제가 명확하다면, 그 문제를 고치면 된다.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현행 게임법의 문제는 광고물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 광고물에서는 게임위와 같은 공공기관이 사후심의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에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소수의 비정상적 행동에 대해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피해는 게임사뿐만 아니라 광고에 노출되는 일반인, 청소년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피해를 막기 위해, 건강한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답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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