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나라' 속 국악 작업기, 펄어비스가 선보인 창작 국악

기획기사 | 김수진 기자 | 댓글: 39개 |



펄어비스가 게임사 최초로 국립국악원의 초청을 받아 게임을 소재로 '국악 전공생을 위한 직업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직업 아카데미는 국악과 무용을 전공한 17세 이상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2월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다. 국립국악원의 직업 아카데미인 만큼, 국악 전공생의 직업 찾기에 도움을 주고, 맡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총 6개 세션의 교육 강좌로 이뤄져 있다.

강연자로는 펄어비스 오디오실의 류휘만 음악 감독, 김지윤 오디오실장과 주인로 작곡가, 오동준 작곡가가 참여했으며, 약 2시간에 걸쳐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게임을 위한 창작 국악 작업기에 대해 발표했다.

강연자들은 서양음악을 전공한 오디오실 4명의 작곡가들이 아침의 나라의 창작 국악을 작업하면서 느낀 국악에 대한 음악적 특징과, 대중 및 게이머에게 국악이 어떻게 다가가면 효과적으로 그 멋을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적 사례를 공유했다.





▲ 펄어비스 오디오실 류휘만 음악 감독

류휘만 음악 감독은 아침의 나라 파트1에 적용된 것 중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사물놀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국악을 잘 모름에도 사물놀이를 참 좋아했었다며, 과거 디제이맥스를 통해 한 번 사물놀이를 접목해서 곡을 만들어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검은사막 영미권 담당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사물놀이가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류 감독은 아침의 나라 작업을 하며 곡을 쓰기 전 몇 달에 걸쳐 국악 공부에 매진했다. 국립국악원 강의를 듣거나, 다양한 공연 등을 봤다. 그때도 사물놀이가 참 좋아서 이를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시간 상 연주를 배운 건 아니고, 컴퓨터로 연습시키는 걸 공부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그때 마침 우사의 전투 영상이 제작되었는데, 류 감독은 그 배경음악으로 사물놀이 연주를 넣어봤다. 그런데 이게 게이머들에게 매우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다. 예상 이상의 반응이었다. 한국에서만 조회수가 단기간에 100만을 넘겼다. 류 감독은 이러한 긍정적 반응을 얻은 이유에는 한국적인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전투도 있겠지만, 음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봤다.

이후에는 다양한 음색을 활용하고자 여러 악기의 음을 한음 씩 녹음해서 샘플링 작업을 했다. 이렇게 시퀀싱한 장단을 이후 여러 곡에 활용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전 국악을 서양 음악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류 감독이 생각한 국악은 곡선이 매우 강렬하고, 인간의 움직임과 숨결이 느껴지는 음악이자, '덩실덩실'로 표현되는 원형의 리듬이 중요한 음악이었다. 곡선이 한 선으로 장단을 타고 변화하면서 이어지는 개념, 그런 것이 국악이라고 느낀 것이다.

그렇게 류 감독은 서로 개념도, 모습도 다른 국악과 서양 음악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숨쉴 수 있는 여유로운 리듬이나 멜로디가 있어야 하고, 서양식 멜로디와 화성에 국악 리듬만 접목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고민 끝에 국악에 서양 음악 작곡 기법을 최대한 촌스럽지 않게 적용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곡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만든 음악 두 개가 아침의 사람들과 저잣거리의 이방인이다. 아침의 사람들은 솔-라-레-미를 모티브로 멜로디를 작곡, 굿거리 장단을 기본으로 장단을 타고 변화를 시키는 느낌으로 멜로디 진행을 마무리했다. 저잣거리의 이방인은 볼레로와 같은 화성 진행을 넣었다. 이외에도 무당령, 손각시, 어둑시니 등 아침의 나라에 사용된 다양한 음악을 국악 장단을 활용해 작곡했다.

류 감독은 마지막으로 아침의 나라 파트2인 아침의 나라: 서울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그는 파트1의 목표가 사물놀이였다면, 파트2에서는 파트1을 통해 성장한 국악 능력으로 다양한 시도의 곡을 쓸 예정이라 전했다. 특히 한양이 아무래도 왕의 도시이다 보니 정악을 모티브 삼아 곡을 써 볼 계획이며, 쉽지 않은 시도겠지만 노력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어 강연을 진행한 김지윤 오디오실장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을 실천한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영남가락으로 국악을 만났기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사물놀이와 더불어 국악의 여러 모습을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넓혀왔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신해철, 윤상, 김동률, 이적, 서태지 등 90년대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 상업적 성과와 관계 없이 국악과 자신의 음악에 대해 고민했다며, 이들의 국악 시도가 본인을 비롯해 많은 뮤지션들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이러한 뮤즈들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여러 곡을 작업 했고, 그 결과 국악의 장단과 선율성, 국악기의 뉘앙스를 살려내는 것, 그것이 고려되어야 창작 국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김 실장은 아침의 나라 작업에 임했다. 그 과정에서 기본, 5음계로 돌아가고자 했다. 이 5음계로만 만든 것이 첫 곡, 동해도 전경이다. 이후에는 아침의 나라 그 천의 얼굴, 우두머리 대창귀, 우두머리 산군, 낯선 땅의 나그네 등의 음악을 통해 다양한 대중 음악과 국악 장단의 결합을 이루어냈다.

김 실장은 좋은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사물놀이의 비정형성을 서양악기와 조화롭게 곡으로 연출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침의 나라 작업을 하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형성한 민족적 특징에 대해 단아하고 소박하고 백의 민족이라는 이야기가 피상적 표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이는 모두 국악을 지켜온 분들의 유산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오동준 작곡가

오동준 작곡가는 수양산가를 재탄생시켜 회한에 물든 석양을 제작한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덕수궁 취타대의 용고를 맡으며 국악과 처음 만났다. 이때의 경험이 회한에 물든 석양을 제작할 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아침의 나라 작업이 시작됐다. 펄어비스의 경우 새로운 지역과 콘텐츠 제작이 확정되면 그 안에서 연출되는 상황에 맞춰 작곡가들이 곡을 분배한다. 오 작곡가는 국악을 잘 몰랐기에 키워드를 정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익숙함이다. 스스로에게 쉽게 들리고 설득이 되어야한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애환이었다.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희노애락을 잘 녹여서 만들어내면 좋겠다 싶었다. 그 애환을 잘 담아 표현한 음악이 국악이라고도 생각헀다.


그렇게 키워드에 맞춰 검은사막 유저들에게 가장 익숙할 수 있는 음악, 발레노스의 주제 멜로디를 국악에 접목하고자 시도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오케스트라 현악기의 느낌을 국악기에 접목하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악기의 특성과 동서양 정서를 융합하는게 큰 과제로 다가왔다. 긴 고민 끝 템포를 많이 낮춰 가야금으로 반복적 멜로디를 담으며 도입부의 분위기를 잡았다.

이후 장단, 리듬 부분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사물놀이의 굿거리 장단으로 작업했다. 사물놀이와 가야금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악기들도 조금씩 레이어링했다. 웅장하고 거대한 소리가 필요해서 팀파니를, 첫 박 마다 교방고를 활용했다. 교방고는 고려와 조선시대 가무를 관장하던 기관에서 쓰던 북이다.

악기 구성을 마무리하던 중 애환을 담을 요소가 필요했는데, 그때 우리의 애환을 가장 잘 담은 게 바로 판소리라고 생각했다. 이후 정말 다양한 판소리를 들어보던 중 조일화님의 수양산가를 선택했고, 그 음원을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담아냈다. 그렇게 나온 음악이 회한에 물든 석양이다.

오동준 작곡가는 국악도 정말 드라마틱하게 연출할 수 있는 음악이라 생각한다며 "국악이 활용되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는데 게임 산업 안에서도 그 추세가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러한 여러 콘텐츠 안에 국악을 잘 활용한다면,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고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마지막으로 주인로 작곡가의 국악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주 작곡가는 양방언 프론티어를 통해 국악과 서양 오케스트라가 융합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이후 육룡이 나르샤 등의 음악에 참여하며 국악과 대중음악을 접목할 기회를 얻었고, 그 다음 아침의 나라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국악 오케스트라와 서양 오케스트라의 접목에 대해 연구를 했다.

이후 악기를 쌓아나가는 형식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아침으로의 초대다. 가야금, 사물놀이 등 모든 요소를 합해 제작했다. 보스 음악은 사물놀이와 태평소를 활용해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구미호&금돼지 왕이라는 음악이다.

주 작곡가는 파트2 서울에서는 좀 더 심도있게 국악을 공부해서 서양 오케스트라와 잘 융합한 음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