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4] 팬과 게이머, 모두 만족시킨 '호그와트 레거시’의 마법

게임뉴스 | 강승진 기자 | 댓글: 2개 |
해리포터를 시작으로 전개된 세계관인 위저딩 월드는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랜차이즈이자 미디어 믹스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더 많으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임화로의 시도 역시 다양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위저딩 월드 출범 이전의 게임들은 특정 영화, 소설 중심의 한정된 경험을 제공했다. 또 위저딩 월드 출범 이후에는 게이머를 위한 규모 큰 대형 게임보다는 시리즈 팬들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타이틀 위주로 작품이 제작됐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이러한 근래의 분위기를 깨부순 동시에 가장 성공적인 위저딩 월드 게임으로 기록됐다. 영국에서는 오랜 기간 판매량 최상위권을 지키는 GTA, 피파 시리즈를 넘어서고 AAA 오픈 월드 게임으로 유저와 평단의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성과는 게이머는 물론 비게이머로 평가받던 해리포터 팬들을 플레이어로 끌어들인 점이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어떻게 게이머와 팬을 아우르는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발란체 소프트웨어의 켈리 머피 리드 게임 디자이너는 해리포터 세계관을 게임으로 옮겨내기 위한 고민과 그 방법을 GDC2024를 통해 공유했다.




아발란체 소프트웨어가 워너 브라더스에 인수된 이후, 팀은 워너 브라더스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던 해리포터 세계관의 게임화를 강렬하게 열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누구보다도, 해리포터 IP를 좋아했고, 또 그걸 거대한 오픈 월드로 만들 자신감,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장르의 게임을 만들며 방대한 RPG 개발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다만, 실제로 게임화가 결정된 이후 그저 순진하게 개발을 원하기만 했던 시기와는 다른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실제로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기반으로 한 오픈 월드 RPG에 관심이 있는지, 또 그런 종류의 타이틀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큰 성과를 낸 프랜차이즈인 만큼 워저딩 월드의 팬은 전 세계에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가 사전 조사한 결과 많은 위저딩 월드의 팬은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호그와트 레거시의 개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호그와트 레거시 개발은 기존에 플레이어로 구분되지 않던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AAA 규모의 게임이 아직까지 구매력, 플레이 경험 기반 등이 증명되지 않은 프랜차이즈 팬층만을 노리는 게임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결국 전통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 또 위저딩 월드에 관심이 있는 이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아발란체는 실제로 다양한 조사를 통해 이 두 부류의 특징을 잡아냈다. 연령, 성별, 선호도 등 다양한 특징을 분류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핵심이었다.

우선 '플레이어'로 분류된 부류는 게임을 많이 즐기고, 더 긴 분량의 게임을 선호한다. 또 대부분 RPG를 즐기는 데 거부감이 없다.

반대로 '팬'으로 분류된 부류는 게임 플레이 경험이 굉장히 적고, 스토리 기반의 게임 플레이를 선호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게임이라는 콘텐츠보다는 해리포터를 더 좋아한다.

게임은 전혀 다른 두 부류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내야 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지만, 머피 디자이너는 적어도 이러한 도전이 자신들에게는 새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디즈니 인피니티를 비롯해 그간 아이들을 위한 게임을 다수 개발해온 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호그와트 레거시를 준비하고,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발란체 스튜디오는 2018년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들어가고 2023년 게임을 정식 출시할 때까지 총 다섯 가지의 방향에서 접근했고 이를 중심으로 게임을 완성해나갔다.

가장 먼저 구분한 것은 시스템 의존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오늘날 RPG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 게임 시스템의 큰 흐름 안에서 어느 특정한 종류의 플레이는 전혀 다른 게임플레이와 연계된다. 즉, 특정 요소에서 더 나은 게임 플레이를 원한다면 다른 게임 플레이 시스템에 참여해야 하는 식이다. 생활 콘텐츠를 위해 장비 강화가 필요하고, 장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투를 해야 하고, 전투를 위해 좋은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 콘텐츠가 준비되어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머피 디자이너는 조사를 위해 한 AAA RPG의 시스템 의존성을 분석했는데 이러한 연결 고리를 345개 정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아발란체 역시 초반에는 AAA 오픈 월드 RPG라는 특성에 맞게 시스템 의존성을 다양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개발 기간 꾸준히 진행된 플레이어 테스트에서 팬 그룹은 이러한 요소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러한 여러 플레이를 머리에 담길 버거워하는가 하면, 서로 다른 콘텐츠가 영향을 주는 시스템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극단적으로는 연계되어 있는 시스템을 전혀 다른 콘텐츠마냥 즐겼다.

아발란체는 이러한 시스템 의존성을 의도적으로 분해했다. 각각을 최소한의 의존성만을 남겨 원하는 콘텐츠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무작위성에 대한 접근이다. 이는 여러 게임 디자인, 시스템 중에서도 팬과 플레이어가 가장 다르게 접근한 부류 중 하나였다.

아발란체는 다른 게임 이상으로 운 요소를 게임의 핵심 시스템으로 잡아넣고 적용해나갔다. 여러 무작위 확률에 운이 작용했고, 주문 실패, 전투, 소셜 상호작용 등 게임 플레이 전체에 운이 걸쳐있었다.

실제로 플레이어들은이 운적 요소를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로 바라봤다. 플레이어들은 운 수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여기에 더 많은 투자를 감행했다. 반면 팬들은 운 요소를 극단적으로 싫어했고, 운이 작용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실패에 더 집중했다.

플레이어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운 요소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둘 수도 없었다.

앞서 시스템 의존성에 따라 구분된 게임 플레이 풀 안에서 플레이어를 위한 풀에는 운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반대로 팬을 위한 풀 안에서는 윤 요소를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수치를 조정해나갔다.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선택지 역시 주요 조정 요소 중 하나였다. 게임에는 다양한 선택 포인트를 주고, 플레이어의 성향에 맞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재능 시스템이 존재했다. 선택 가능한 재능은 180개 정도로 시작했다.

굉장히 세분화된 재능은 플레이어들이 약간의 수치 차이만으로도 고민하고, 이 과정을 즐기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팬층에서는 이를 적극 사용하지 않았다. 구간별로 5%, 10%, 15%가 나눠진 재능이면 이걸 다 올릴 수 있는 재능 수치에 겨우 모아서 사용할까 하는 정도였다.

이러한 성향 차이에 재능은 서로 다른 능력치를 주는 형태로 남아있되, 굳이 같은 효과를 나눠 줄 필요 없는 형태로 바뀌었다. 인센디오의 대미지를 5% 올려주는 재능을 세 개나 만들 필요 없이, 인센디오 대미지를 15% 올려주는 것 하나만 남기는 식이었다. 주문에 추가 효과를 주는 재능도 하나만 올려도 모든 추가효과를 주는 식으로 합쳐졌다.

그렇게 약 2년에 걸친 개발 기간 재능의 수는 180개에서 4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플레이어들에게 진행 방향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기능에도 변화가 적용됐다. 플레이어들은 전체 지도 스케일, 지역을 간단하게 구체화하고 게임 시작과 거의 동시에 미니맵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팬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길을 잃었다.

이것은 게임의 주요 어무인 호그스미드 임무와 관련이 있다. 팬들이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플레이 테스트 중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특정 지역을 두 그룹 모두, 거의 모두가 방문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에 익숙한 게임 디자이너들은 그간 세계를 다양한 포인트의 집합으로 봤다. 하지만 팬들은 이걸 일련의 지도로 보고, 경로들을 간단하게 연결하려고 했다.

개발진은 사람들이 포인트를 클리어하는 대신 문장으로도 가려던 길을 표현할 수 있는, 기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했다. 원래의 웨이포인트를 제거하고 가려는 경로를 보여주는 매혹적인 네비게이션을 만들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하면서 다룬 건 게임의 난이도다. 출시하기 전 12개월부터 출시까지 난이도를 제대로 잡아내는 건 큰 고통이었다. 여러 조정에도 꾸준히 팬들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어렵다, 어렵다, 또 어렵다.

이런 반응이 이어졌다. 그들은 게임이 너무 도전적인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피드백했다. 그럼에도 팬 그룹은 이것을 가까운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친구, 배우자, 자녀, 부모, 파트너 등등 위저딩 월드의 세계를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놀고 싶어했다.

개발진은 팬들의 관점을 넘어 더욱 많은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도전적인 요소가 없는,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게임 플레이를 제안해도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와 레벨까지도 제공했다.

그렇게 호그와트 레거시는 게이머도, 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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