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터나이츠, "로컬라이징과 최적화 더 신경 쓰겠다"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2개 |



실시간 전투와 연애 시뮬레이션의 이색 조합으로 개발 중인 스튜디오 사이의 '이터나이츠'는 지난 6월 진행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유저들이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 3위, 인기 리스트 5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게이머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데모 버전에서는 연애 시뮬레이션보단 액션을 중심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미려한 그래픽과 손맛 좋은 액션으로 실제 플레이한 유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데모 버전임을 감안해도 빌드 최적화와 매끄럽지 못한 대사 등 아쉬운 점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충분한 재미와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일까. 첫 데모 테스트 이후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스튜디오 사이다. 이에 '베스트럭' 이후 VFX 아티스트에서 게임 개발자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낸 유재현 개발자를 만나 데모 테스트 이후의 행보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스튜디오 사이 유재현 개발자


폴리싱부터 재녹음까지, 출시 전까지 멈추지 않는 담금질
Q. 전체 분량 중 데모 버전은 몇 퍼센트 정도인가?

= 데모 버전은 극초반을 다루고 있으며, 대략 5% 미만에 해당한다.


Q. 데모 버전 공개 후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기억나는 피드백이 있나?

= 미국 쪽 유튜버들이 많이 플레이 해줬는데 이쪽 장르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좋게 말해줬다. 저희 게임이 마이너 장르다 보니 평소에 접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가가 궁금했었는데 루트슈터 장르를 주로 플레이하던 스트리머가 처음에는 기대 안하다가 점점 재밌어하면서 다른 개발 작품도 찾아보고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방송은 그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Q. 데모 버전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게 무엇인가. 계획대로 알려졌다고 생각하나?

= 데모 버전을 통해서 알리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데 궁금했던 건 있었다. 초기에는 장르적으로 마이너 게임이라 특정 유저들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데모 버전을 통해 제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았던 것 같고 스팀 페이지 노출도 많아지면서 더 많은 분들이 봐줬다. 이번 기회를 통해 넓은 층에서 저희의 게임을 즐겨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3년 가량의 개발 기간 동안 소규모 팀으로 만들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진행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다. 솔직히 담고 싶은걸 다 못 담았다는 생각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많은 스트리머가 재밌게 해주는 걸 보면서 잘못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궁금하고 걱정됐던 게 해소됐다.





Q. 스토리 진행이 시원해서 좋았지만 너무 빠르단 생각도 든다. 후반까지 이런 템포로 이뤄지나?

= 처음에는 템포가 빠르지만 점점 템포가 느려진다. 데모 버전 이후에 캘린더 개인 플레이와 데이팅 개인 플레이가 시작되는데 하나의 던전 혹은 캐릭터의 스토리를 깊게 다룬다. 정리하면 메인 스토리는 집중하면서 천천히 가고 연애 스토리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페이스를 정하면서 갈 수 있을 것이다.


Q. 주인공과 차니의 대화가 유쾌해 웃음을 자아냈지만 세계 멸망이란 주변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그 부분에 대해선 호불호가 나뉘는 걸 확실히 이해했다. 처음 스크립트를 영어로 쓰고 이후 한글로 번역했는데 주인공과 차니 대화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보다 매끄럽게 표현하지 못해 어색함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대화 자체는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의도한 부분이 있다. 현재 한국어 40% 분량을 고치는 작업 중이며, 녹음도 다시 될 예정이다.


Q.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3D 모델링의 괴리감이 없고 전체적으로 신경 써서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련 작업을 할 때 어떤 부분에 특히 집중했나?

= 일러스트와 3D 모델링은 가장 많은 피드백이 왔던 부분이다. 사실 3D 모델링과 일러스트의 괴리감이 크고 별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건 저도 인정한다. 아무래도 VFX 아티스트로 활동하다가 개발자로 전향한 탓에 전문적으로 캐릭터 모델링과 리깅,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

캐릭터 게임을 너무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강의를 보면서 독학을 했는데 3D 모델링을 실제로 할 수 없으니 그나마 익숙한 텍스처 기반으로 직접 그려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얼굴은 표정도 그렇고 정말 신경 써서 만들어서 나름 귀엽다고 생각한다.

또, 처음에는 게임 스케일이 지금보다 작았는데 그때 작업했던 게 지금 와서 보니 바꾸기가 어렵고 만약 바꾸려면 개발 기간이 늘어나 버린다. 그래서 이터나이츠를 만들면서 배운 걸 갖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적으로 생각하면 맞는 게 아닌가 싶다.





Q. 몬스터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데모 버전에서 등장한 보스 몬스터 세 마리 모두 외형과 사용하는 기술이 달랐으며, 기괴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런 몬스터들의 디자인과 기술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고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나?

= 개발 초기에는 '데빌 메이 크라이'처럼 스타일리시한 액션 게임으로 방향성을 정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게임 분위기적으로 몬스터가 무섭고 공포 요소가 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소울류 게임처럼 몬스터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않으면 전투가 어렵길 바랬다.

그래서 이런 방향성으로 개발을 이어갔고 몬스터의 기술과 애니메이션도 계속 테스트 해보면서 조정했던 기억이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터나이츠의 몬스터는 사람이 변형된 것인데 사람마다 변형된 이유를 갖고 만들었다. 예를 들면 지하철역을 탈출할 때 나타나는 괴물은 할아버지가 크리스탈 위에 앉아 있고 그 밑으로 크리스탈 다리가 자라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건 할아버지가 감염되기 전 건강하게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반영된 것이다. 이렇듯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Q. 데모 버전에선 제대로 된 연애 콘텐츠를 즐길 수 없었는데 넣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 사실 이유가 없다. 데모를 따로 만든 게 아니라 본편에서 조금 잘라서 만들었는데 잘린 부분이 초반이라 우연치 않게 안 들어갔다고 본다.





Q. 총 5명의 캐릭터와 인연을 쌓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중 최고 랭크는 몇 명과 달성할 수 있나. 최고 랭크를 달성했을 때 얻게 되는 이점도 궁금하다.

= 최고 랭크는 달성하려면 다 할 수는 있지만 굉장히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각 캐릭터들과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에 따라서 엔딩 챕터가 달라지므로 모든 캐릭터의 최고 랭크를 찍는 게 크게 의미 없다. 최고 랭크를 찍었을 때의 이점이라면 해당 캐릭터의 스토리를 다 볼 수 있다는 점과 전설의 도움이라 불리는 기술도 쓸 수 있다.


Q. 사회 능력의 획득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얻었을 때의 이점 또한 알 수 없어 대화 선택지를 고르는 의미가 희석되는 느낌이 들었다. 정식 버전에선 사회 능력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게 되나?

= 이 부분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초기에는 대화 선택지에서 어떤 사회 능력이 오르는지 보여줬었다. 그런데 미리 알게 되니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었지만 단점으로 대화가 아닌 능력치만 보고 선택하게 됐다. 그래서 과감하게 이 부분을 없애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유저와 캐릭터 사이의 스토리를 그려나갈 '스튜디오 사이'
Q. 간편한 조작 대비 스타일리쉬한 전투가 마음에 든다. 쉬운 조작, 깊은 전투를 만들기가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웠나?

=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타이밍을 잡는 게 힘들었다. 유저가 공격을 보고 인지를 해야 하는데 너무 길면 루즈해지고 짧으면 아예 못 보니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야 했다. 그리고 게임 내에 난이도가 세 개로 나뉘는데 이번 테스트에서 스토리 모드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문가 모드도 쉽다는 얘기가 있어서 난이도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다.

특히, 난이도가 더 고민일 수 밖에 없는 게 이터나이츠는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를 보고 오는 유저도 굉장히 많다. 이런 분들은 액션 위주의 전투와 난이도에 특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다행히 이번 데모 테스트를 통해 난이도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 모드는 더 쉽게, 하드 모드는 더 어렵게 다듬었다.


Q. 전투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기획한 요소는 무엇인가?

= 제일 손이 많이 간 부분은 동료들과의 협업이다. 그래서 이펙트와 애니메이션에서 커스텀하게 들어간 게 많고 작업량 또한 많았다. 이터나이츠는 동료가 굉장히 중요한데 실시간 전투 게임에서 유저의 실력이 좋다면 굳이 도움을 받지 않고 다 쓸어버릴 수 있으니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싸우게 만들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투에서도 동료에게 의지할 수 있는 상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속성 공격과 도움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만, 유저가 도움을 받지 않고 깰 수 있는 것도 선택이니 이 부분도 존중하면서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물론 동료와 인연을 쌓을수록 얻는 이점이 많아지고 전투를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Q. 일반 공격 이후 강공격을 발동할 때 강제적으로 슬로우 효과를 걸어버리니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강공격을 따로 조작하게 만든 이유가 있나?

= 기본 공격에서 콤보를 끝까지 완료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강공격의 피해가 높기도 하고 말이다. 또, 강공격이 발동 후 끝날 때까지 무적인데 나름대로 짧은 보상을 주고자 했다. 다만, 흐름이 끊어지는 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특수 공격의 리듬 방식은 연타 위주의 전투에서 색다른 조작의 재미를 선사했지만 반대로 강공격처럼 흐름이 끊어진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타이밍을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많은 분이 이 부분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을 봤다. 나중에 찾아보니 코드에서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프로그램에서 정확히 들어와야 맞았는데 어느 정도 들어갔다고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손을 봐뒀다.

흐름이 끊어지는 부분은 이전 답변에서 이어질 수 있는데 전투 중 페이즈를 나누는 느낌으로 기획했다. 가령, 방어막을 깨는 페이즈 같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보스와 싸우는 게 답답하게 진행될 수 있으니 특수 공격 순간에는 속 시원하게 패버리는 느낌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출시까지 약 2개월 정도 남았다. 지금은 어떤 작업을 중점으로 하고 있나?

= 유저 피드백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고치고 있다. 예를 들면 난이도 조절과 전투 폴리싱, 한국어 대사 다듬기, 재녹음 그리고 현지화가 덜 된 부분의 마무리 작업 중이다. 정말 고칠 수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폴리싱하고 있다.

이후에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바로 다음 게임 개발에 들어간다. 참고로 차기작은 팀 멤버가 풀타임으로 함께 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파트 타임으로 잠깐씩 도와주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많은 분이 들어올 계획이다.


Q. 완전체 팀이 된다면 전보다 규모도 더 커질 것 같은데 차기작은 어떤 게임으로 기획 중인가?

= 스튜디오 사이는 캐릭터와 유저 사이를 베이스로 하는 스토리 게임을 팀 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차기작도 실시간 게임 플레이와 로맨스를 강조하는 게임이라는 두 개의 방향은 계속 같다. 무엇보다 이터나이츠를 통해 배운 게 너무 많다 보니 빨리 다음 작품에서 이를 잘 녹여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이터나이츠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최대한 고치고 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정말 열정을 쏟아서 만들었으니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유저와 캐릭터 사이를 베이스로 하는 스토리 게임을 만들어갈 테니 스튜디오 사이의 행보를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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