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BIC 심사, "메카닉적인 참신함보다 새로운 IP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올해로 9회를 맞이한 BIC 2023은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부터 야외가 아닌 쾌적한 전시가 될 수 있도록 벡스코 제1전시장으로 바뀌었으며, 17개의 스폰서가 지원하면서 행사의 부대 시설 퀄리티와 이벤트도 풍성해졌다.

매 해마다 성장하는 BIC인 만큼 행사에 본인들의 게임을 전시하고 싶은 개발자들 역시 점차 늘어가고 있다. 행사의 퀄리티를 생각한다면 고품질의 인디 작품을 전시하는 게 좋겠지만 국내 최고의 인디 등용문이라 불리는 BIC인 만큼 확장성과 다양성 역시 고려를 안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백 개의 출품작을 하나씩 확인하고 수상작까지 고르는 BIC 심사위원들은 늘 인디 개발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과연, BIC는 어떤 기준을 두고 출품작을 심사하며, 앞으로 어떤 모습의 행사가 되길 바랄까. 심사를 총괄하는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BIC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


Q. 올해의 심사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 올해는 여러 작품 중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심사분과에서 고민이 많았다. 저희는 게임 심사를 굉장히 많이 한다. 전체를 다루는 분들이 모여서 최종 어워드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빅커넥트라 불리는 커뮤니티 의견도 모아서 최종 결정을 했다. 심사에 우여곡절이 많을 만큼 알찬 게임을 걸러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가 생각한 올해 심사 기준 같은 것들이 작년과 재 작년부터 인디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에는 참신한 게임을 발굴하는 걸 슬로건으로 걸고 진행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디가 실험적인 부분도 있지만 참신함이 대표되기 보단 익숙함으로 진화하는 것 같다.

매년 행사를 보면서 인디가 하나의 개발자 컬처에서 산업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창작 생태계로 크게 발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해 벡스코로 옳기는 게 원년이 될 만큼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 맞춰서 좋은 환경으로 옮기게 됐고 이제는 인디 개발이 단순히 열정, 꿈으로 하기 보단 체계적으로 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Q. 심사를 하다 보면 상업적 익숙함과 참신함의 창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둬야 할지 고민이 될 것 같은데 양쪽의 비율을 나누자면 어느 정도인가?

= 작년에는 참신함과 익숙함 사이에서 참신함에 70% 정도를 생각했었다. 올해는 심사를 전부 다 하면서 출품한 게임 중에 익숙한 방식의 게임이 많았다. 이에 대해선 주관적인 얘기지만 제 기준에선 반반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

이건 단순히 인디로만 보기엔 맞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 메시지가 얼마나 색다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창작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인디 개발자가 게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게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 정리하자면 앞으로는 인디 게임을 바라볼 때 메카닉적인 참신함보다 새로운 IP에 주목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Q. 오랫동안 BIC에 주축으로 있는만큼 국내외 인디 게임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하는데 현재 국내 인디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어떤 산업에서 재능있는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려면 어느 정도 산업 협회 기관이 존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부분에서 BIC가 게임 산업의 다양한 부분 중 하나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많이 기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결국 창작자의 연령대를 계속 낮추고 이는 젊은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앞으로 BIC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Q. 매년 인디 게임의 퀄리티가 좋아지는 만큼 그에 맞춰 심사 기준이 새롭게 생기거나 기존에 있던 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 좋은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있듯 저희가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400~500개 이상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서로 모여서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저희도 점점 나이를 들어가니 우리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서 이번에는 빅커넥트라는 커뮤니티를 구축해서 젊은 친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Q. 많은 인디 개발사가 참여하는 만큼 게임의 종류도 다양해지지 않았나. 더 많은 출품작이 후보에 들 수 있도록 상의 종류를 다양하게 늘릴 생각은 없나?

= 매년마다 심사 규정이 있는데 행사가 끝나면 항상 아쉬운 점들이 있다. 이를 계속 보완해 나가면서 심사 규정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중이다. 그렇다고 이걸 급진적으로 바꿀 수는 없으니 개선점을 꾸준히 수집하면서 내부적인 회의를 거치고 규정을 개정한다. 앞으로 여러 의견을 주면 참고해서 상을 배정하는데 신경 쓰도록 하겠다.


Q. 수상 작품에 대한 표절 의혹은 항상 문제가 될 것 같다. 이러한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 표절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다르다. 겉으로 같아 보여도 실제로 플레이하면 다른 메카닉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직접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플레이한 경험을 심사 결과로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고 이 과정에서 표절이 맞다고 판단되면 표절이라고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출품작을 신청할 때 공용 에셋을 사용한 게 있으면 아예 처음부터 체크를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뒀다. 본인이 직접 만든 에셋인지 아닌지 반드시 써야 한다. 만약 신고를 안 했다가 나중에 쓴 게 틀통나면 심사에서 걸러질 수 있다.


Q.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핫하다. 이와 관련된 심사 규정은 없나?

= 올해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다만, 생성형 인공지능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1인 개발에서 할 수 없는 생산성을 갖추고 있지만 게임의 아이덴티티라 볼 수 있는 원화를 기계가 대신하니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같이 논의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하며, 추후 정리된 내용을 발표해야 하지 않나 싶다.

추가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한 게임이 올해 출품되긴 했는데 딱 보면 티가 난다. 아마 이건 유저들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선 커뮤니티에서도 거부 반응이 많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은 개발자의 자유의지겠지만 인디 게임처럼 팬층이 중요한 시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작업에선 생산성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툴인 만큼 의견을 나눠서 정리하고자 한다.


Q. 8년 전과 비교하면 현재 BIC는 규모와 명성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쯤에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나?

= 초창기의 BIC는 인디 개발자와 같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사로 슬로건을 잡고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아마추어적이었다. 당시 인디는 힙해야 한다는 게 주제였다. 그래서 장소도 컨벤션을 기피하고 야외인 예술의 전당에서 천막을 치고 했었다. 그런데 한 번은 태풍이 오더라. 그때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사람이 많이 오면서 17개나 될 정도로 스폰서도 많아졌는데 산업에서 인디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관련 기반도 마련됐다. 정리하자면 9년이 지난 지금, 인디 생태계에 온 젊은 친구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에 역량을 갖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BIC가 나아갈 방향성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인디 게임 창작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도록 업체와 후원 관계자가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디는 어떻게 보면 메이저 리그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인디 게임를 활성화하기 위한 중요한 숙제로 단순히 참신함을 넘어서는 게임을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Q. BIC의 글로벌화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지금도 많은 글로벌 인디 개발자가 새로운 기회를 보고 한국에 와서 행사를 참여한다. 앞으로 진전성 있게 행사를 꾸려가면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BIC를 통해서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제가 정말 원했던 것이 그런거다. 지금까지 BIC를 통해 작은 성공은 많이 거뒀지만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게임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선 꾸준히 발굴하고 관심을 갖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Q. 끝으로 BIC에 참여한 인디 게임 개발자 분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한다.

=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인디 게임을 통해서 많은 분이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세대가 뭉칠 수 있도록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잘 활용해주길 바라며, 매년 만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발전해나가면 좋겠다. 개발자들과 동반성장하면서 좋은 결과 낼 수 있게 저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테니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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