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을 정말 재밌게 했고, 추억하는 유저입니다.
지금은 게임제작사로서 이미지가 많이 추락했지만, 적어도 엔씨가 게임은 잘만들지?
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준 게임이 저는 아이온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씨의 대표게임을
리니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테지만, 바람의 나라를 필두로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 난무하던 그시절
울티마 온라인 북미 패키지로 온라인게임 이라는걸 접했던 저에게 리니지는
너무나 허접한 물건이었습니다. 심지어 국내에 피시방이 몇개 없던 당시, 리니지 개발진이
직접 그 피시방들 돌면서 깔아둔 알파테스트 버전부터 플레이를 했다보니... 기사와 왕자 캐릭터의
칼휘두르는 모션 한가지가 전부였던 리니지는
첫인상부터 mmo의 구성요소를 갖춘 게임 이라기보다 바람의나라 개발진이 실험적으로 만든
무언가... 에 가까웠습니다. 그후 리니지2에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고,
또 한동안 심취해서 플레이 하긴 했지만 "공성전" 컨텐츠가 처음 오픈할 당시 너무 소모적인
전쟁을 유발하는 게임내 세력구도에 따른 피로도 때문에 금방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와우라고하는 핵폭탄급 컬쳐쇼크로 인해서... 게임에 대한 눈높이가 심하게 높아지게
되었고, 와우를 3년하고 접은후에도, 아이온이 나오기까지 어떤 국산 mmo도 손대지 않은 이유가
그 높아진 눈높이 때문이었네요. 그러다보니 아이온을 플레이하면서 지나칠 정도로 와우와
비교를 하게 되었고, 그 첫인상은 리니지2에 와우색이 살짝 들어간 짬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와우와 아이온 사이에 스쳐지나갔던 몇몇 MMORPG 게임들은 하루만에 게임을
삭제했는데 아이온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맛있는 짬뽕이었습니다.
이는 레벨이 오를수록 날이 갈수록 시공과 어비스에서 펼쳐지는 아이온만의 독특한 전쟁구도로 인해
재미가 더해졌고 어느순간 돌아보니 게임방이 아닌곳에서 조차, 주변에 아이온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게 어려울 정도로 아이온은 국내 게임시장을 지배하고 있더군요.
사무직이라 가능한 일이었지만, 당시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조차 부장, 과장 저보다 윗사람들이
대놓고 게임을 하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제가 속한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엔씨의 주식은 미친듯이 올랐고 저로 하여금...
"재미난 게임을 만나면 앞으로는 주식투자를 먼저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된 게임이 아이온이네요.
게임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점캔, 평캔, 모든 스킬이 마법스킬 판정이며, 물리스킬 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어이없고 허접한 게임 시스템... 또 그 시스템으로 인해 OP가 되버리는 살성 (다행인지 살성으로 플레이함),
그리고 활강리스... 이런 버그에 가까운 문제점들이 특이하게도 게임에 재미가 되는 독특한 시너지를 내면서
초기 아이온의 게임성은 잘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 운이 좋았고, 얻어 걸렸다. 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언급한대로 게임에 대한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던 저 역시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따지면서도...
아이온은 분명 멈출수 없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나름 선발대였기에 레벨도 높았고, 렙업구간에 쌍크로메데 늘무셋팅을 마쳤고
거기에 에 당시 OP라서 너프됬던 구신석 라스베르그의 사랑, 스루드겔미르의 침묵 이 두가지를 바르고
점캔, 평캔을 렙업구간부터 사용하여 눈 감고도 활용했던, 그렇게 레벨 42부터 그당시 만렙이었던 45까지
상대진영 처치로 얻는 경험치 만으로 레벨업을 하여 만렙을 찍었으니 그 구간 시공 플레이에서 느낀
아이온의 임팩트는... 살면서 두번 경험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할 수 있겠네요.
나중에 오픈한 마스터서버 같은 추억팔이 서버를 플레이 하지 않은 이유... 그당시 시공플레이가 재미가 있던건
위에 언급한 버그성 요소들의 영향도 컸고, 당시 아이온의 유저풀이 게임에 미숙한 유저도 많았기에
느낄 수 있던 재미였다고 생각하기에 "2회차 추억팔이로 그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헛소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유튜브 등을 통해서 들려오는 소식은, 과금요소까지 더해 추억팔이라고 속이고 똥을 팔았더군요
언제부터인지, 게임제작사 라기보다는 도박장 운영하는 회사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엔씨, 저는 그 시작이
아이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온 2년차쯤이었을까요,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어느순간 과금요소로 강화석꾸러미를 팔더군요. 강화레벨 10강을 15강으로 해금하면서 판매했던 강화석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팔렸고 그때즈음 부터 아이온은 정액제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시작합니다.
플레이타임과 게임의 이해도 만으로 서버에서 No1 소리를 듣던 제 입장에서 당시의 이런 BM의 등장은
아이온이 더이상 플레이타임만으로 최고가 될 수 없는 게임이 되어간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비스포인트를 PVP가 아닌 PVE를 통해서 축적할 수 있게 변화되었을때부터 이미 아이온은
돈쓰는 유저가 어떻게든 잘하는 유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애쓰는거 처럼 보였고
시공이나 어비스에서 눈도 못마주치는 유저들이 어비스 풀템을 두르고 다니는 기형적인 상황에서 이미
전과는 다른 위화감 같은걸 느끼고 있었기에 강화석 Pay to win 과금구조가 등장했을때 "아이온은 끝났구나"
그렇게 느꼈고, 그래서 아이온을 떠나게 됬습니다. 그 후에도 아이온을 플레이하는 지인과 유튜브 등을 통해서
아이온의 소식을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었고, Pay to win 과금요소는 점점 늘어 이제 테크닉으로 현질유저와
경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푸념들을 많이 듣게됬습니다.
제게 아이온 이라는 게임은 이렇게 긍정요소와 부정요소가 공존합니다.
부정요소가 너무 컸던탓에 이후 등장한 블소는 손도 대지 않았고, 모바일게임회사로 바뀐 이후부터
자연스레 엔씨에서 내놓는 게임은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리니지 모바일을 기점으로 엔씨가 타락했다고들 하더군요 헌데 저는 이런 엔씨의 망조가
아이온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아이온을 통해 꿀맛을 돈맛으로 바꾸는 방식을 터득했고
덕분에 리니지M부터 시작된 병맛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을 잘벌어 회사의 가치는 나날이 올라갔었지만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겜창중의 겜창이었던 저에게 단기간 임팩트로 최고의 경험이자 추억인 게임, 아이온
지금의 엔씨가 아이온의 맛을 살려낼 수 있을까요? 십분의 일도 못살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지난 아이온2 나이트 생방을 보면서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그저 그럴듯한 그러나 하나도 이쁘지 않은... 여캐를 가지고 커스터마이징 팔이를 하는...
10년도 더 된 검은사막이 광고할때 쓰던 마케팅을... 지금와서 하고있는 시대착오적인 개발진들
천족과 마족의 아이덴티티는 엿볼수가 없는 여캐이미지 2개가 그 훌륭하다고 떠들어댄 커스터마이징으로 만든
아이온2의 대표이미지로 쓰이는거만 봐도 현 아이온2 개발진의 무능을 엿볼 수 있는데다
개발은 해놓고 해본적은 없는건지 불의신전을 인기 던전이라고 소개하고
불의신전의 추억을 어쩌구 하는걸 보고 기가 막혔네요...
불의 신전을 3일동안 돌아서 쌍크로메데를 극초기에 힘들게 맞춘 저이지만...
불의 신전이 추억을 언급할 정도로 잘만들어진 던전도 아니었고 그저 늘무 쌍수를 맞춰야지 한자루는
아무 의미가 없었기에 토쏠려가면서 3일을 돌았던 던전인데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온2가 어쩌니 저쩌니 막상 별 관심없고, 그래서 BM은?
이렇게 귀결되는 현재 상황을 알텐데 뻘소리만 늘어놓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즈음 자동사냥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그 말에 환호하는 유튜버도 어이가 없고
(병신같이 와~ 와~ 하면서 연신 환호하는 소리가 짜증나서 해당 유튜버 방송끄고 생방 찾아가서 시청함)
그런와중에 챗창의 환호때문인지 무슨 대단한 결단에 대한 피드백을 하듯 격앙되어 떠들어대는
3명의 개발진을 보면서 헛웃음만 나왔네요. PVP, 그중에서도 RVR의 맛을 살리니 마니 떠드는 게임에서
자동사냥은 없쪄요! 이게 이야기거리라니... 이쯤되니 아이온2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때의 엔씨는 지금의 엔씨가 아니라는 씁쓸한 현실만 돌아보게 되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 방송후기 한줄요약은...
"그래서? BM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