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검은사막 총괄 프로듀서 김재희입니다.
지난 주엔 카프라스의 돌에 대해서 말씀드렸었습니다. 이제 그로 인한 변화가 검은사막에 찾아오리라 생각됩니다.
먼저 채집과 검은별 장비 의존도가 영향을 받겠죠. 더 깊게는 거점전 보상과 까마귀 주화 교환, 파트리지오 상점, 어둠의 틈, 필드 우두머리의 매력도, 만샤움 주술 인형, 깊은 밤의 독니 등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콘텐츠들이 많습니다.
몇 년간 유지되어오던 게임의 흐름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갑자기 해결되지도 않을 거란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입니다. 어찌 보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기에 더 세심하게 지켜보겠습니다. 모험가 여러분들과 함께 더 빈틈없는 시스템이 될 때까지 더 고민하고 패치하겠습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지난 주 카프라스에 이어, 오늘은 스택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려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잠깐 옛날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저희가 모험가 여러분과 함께 모험을 한 지도 어느덧 7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처음 검은사막이 세상에 나왔을 때, 당시 최고 등급이었던 +15강의 성공 확률은 2%였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죠. 보통 소수점 자리였던 기존의 게임들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수치였습니다. 또한, 당시에 흔했던 장비 파괴의 개념도 없었어요. 모험가 여러분께서 강해지기 위해서 강화는 필요했지만, 강화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광활한 오픈월드를 마음껏 여행하시길 바라는 마음이었거든요.
이후에 성장이 고픈 모험가님들의 의견에 맞춰 장광고유동을 업데이트했을 때도 이 기조는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신규 모험가님들과의 격차를 지나치게 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 단계만큼은 도전 목표가 될 수 있게끔 성공 확률을 낮추게 되었습니다. 검은사막의 강화 확률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무한 장광고장광고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저희 검은사막 개발진들 또한, 각자가 한 명의 열렬한 모험가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데요. 그래서 저희 또한 장광고의 굴레 속에서 많은 고통을 받았었죠. 그러던 어느 날, 칼페온의 어느 지붕 위에서 개발자 한 명이 한 번 시도해보기도 어려운 고오반에 무려 네 번째 도전하다가 실패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당시에 오우거의 반지는 가격적으로나 성능적으로나 ‘끝판대장’이었거든요.)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 실패는 이상할 것이 없었죠. 그런데 이게 세 번, 네 번이 되니, 모험가님들께서 강화에 실패했을 때 느끼셨을 허탈감이 새삼 더 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다시 오우거 반지 1개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0이 될 필요가 있는가? 그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플레이가 아닌가? 라는 생각에, 강화에 실패할 때마다, 다음 시도에서의 성공 확률을 조금씩 올려주는 ‘강화 확률 증가’라는 개념을 추가했습니다. 이름이 너무 길었는지, 모험가님들께서는 편하게 ‘스택’이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시간이 흐르자 더 높은 단계로의 강화를 시도하는 모험가님들도 많아졌고, 이에 따라 스택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되면서, 스택을 일부러 많이 생성하여 순식간에 쏟아붓는 ‘스택작’이라는 개념도 자연스레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스택작은 검은사막의 분명한 강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스택작이 괴롭고 귀찮은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장비가 파괴되지 않는 점과 더불어 강화확률을 스스로 보정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기도 했거든요. 많은 모험가님들께서도 열렬히 호응해주셨지요.
그런데 저희가 너무 그 시절에만 갇혀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은 흘러오고 시대는 변해왔는데도 말이죠. 광~고 등급을 달성하기 위해 준비했던 당시의 스택작과, 동 등급에 도전하기 위한 지금의 스택작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죠. 게다가 정작 저조차도 스택작이 귀찮아서 진짜 마음먹고 날 잡아서 강화를 하면서도, 이런 것들을 애써 무시하면서 이미 바래버린 의미만 되새겨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실패가 쌓여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로 시작되었던 스택작은, 어느새 “강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실패를 쌓아야 한다.” 그리고 “성공하면 다시 실패를 쌓아야 한다.”는, 검은사막을 처음 접하는 신규 모험가님들껜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생소하기만 한 ‘작업’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저희가 가만히 손을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었습니다. 스택을 쉽게 저장해둘 수 있는 대장장이의 비전서와 발크스의 조언, 스택을 쉽게 생성할 수 있는 어둠 포식, 강화 실패를 방지해주는 크론석, 정말 귀찮았던 ‘카오작’을 개선한 장비 정화, 또 정말정말 귀찮았던 ‘부캐작’을 보조하는 나데르의 띠까지 다양한 편의수단을 업데이트해왔었는데요. 정작 스택작이 괴로웠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스택의 의도는 실패가 0이 아니게 되는거니까’라며 애써 고개를 돌려왔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스택작은 귀찮은 시스템이에요.
저희가 열심히 개선을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스택작은 귀찮지만 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이상한 감정을 드리는 시스템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올해에도 모험가 여러분들께서 스택작이 귀찮다는 의견을 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서야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하다는 점과 함께, 이제 현실을 직시한 만큼 똑바로 나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스택작을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1. 강화창 개편 : 블랙스톤을 이용한 초반 스택 교환 추가.
- 2. 용의 비늘 화석 활용성 증대 : 드롭률 증가 및 교환 NPC 추가 배치
- 3. 얼어붙은 파도의 블랙스톤 수급 방법 확장 : 동 투발라를 확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 4. 오타비오 페레 사제의 방문 : 이제 대장장이 옆에서 바로 장비를 정화한다.
강화창 개편
가장 먼저, 신규 모험가도 검은사막의 강화 시스템을 쉽게 이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강화 UI을 전면 개편하겠습니다. 핵심은 그동안 ‘강화창 밖에서 만들어 와야 했던’ 스택 시스템을 강화창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개편된 강화창에서는 스택을 만들기 위해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한편, 강화창에서 직접 스택을 생성하고 저장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모험가분들께서 “왜 블랙스톤을 바로 스택으로 교환해주지 않느냐”는 의견을 꾸준히 내어주셨었는데요. 그럼에도 저희가 그 기능을 추가하지 않았던 것은,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 즉 지나치게 작위적인 행위를 만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검은사막은 감성적인 모험이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러기 위한 여러 업데이트를 하기도 했고, 포기한 업데이트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는 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는 계속 변해가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기에, 현재 시대의 모험가분들이 원한다면 저희는 어떤 방식이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강화창에서는 블랙스톤을 이용한 스택 교환 기능이 추가됩니다.
물론 기존의 다른 스택 시스템들과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적당한 수준으로 효율을 적용해야 하기에, 비용이 더 필요할 것이고 일정 스택 이하로만 생성할 수 있도록 제한이 설정되기도 하겠지만, 시간을 절약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충분히 지불할 만한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어둠 포식의 효율도 개선하여 기존보다는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수정해보겠습니다.

용의 비늘 화석 드롭률 증가 & 교환 NPC 추가 배치
용의 비늘 화석은 기본 스택을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이템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블랙스톤을 초반 스택으로 교환하는 기능보다는 조금 더 강력한 스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아이템의 활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드롭률을 증가시키고, 교환할 수 있는 NPC를 추가로 각 마을에 배치하겠습니다.
추후에는 현재보다 조금은 더 높은 스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개발중에 있습니다.
또한, 앞서 설명드렸던 개편된 강화 UI에서 직접 용의 비늘 화석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기본 스택을 얻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얼어붙은 파도의 블랙스톤 수급 방법 확장
“동투발라 띄우다가 뉴비 다 죽는다!”
최근 저희가 가장 많이 듣고있는 의견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동투발라를 얻는 길은 오직 강화 외길이었는데요. 이 길이 참 숨 가쁘기만 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조금은 더 편한 다양한 길을 열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번에 말씀드릴 얼어붙은 파도의 블랙스톤 또한 그 길 중 하나입니다.
얼어붙은 파도의 블랙스톤은 유투발라까지 맞추신 모험가분들이 한방에 100% 확률로 동투발라 강화에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이 아이템은 끈질긴 노력을 통해서 어렵게 얻는다기 보다는, 그러니까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획득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아이템을 사용하는 데엔 스택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동투발라를 강화를 이용해서도 띄우실 수 있고, 얼어붙은 파도의 블랙스톤을 구해서 띄우실 수 있도 있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모험가여러분께서는 앞으로 동투발라 장비를 띄우실 때, 시간을 머금은 블랙스톤 또는 얼어붙은 파도의 블랙스톤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강화하실 수 있게 됩니다.
오타비오 페레 사제의 방문
과거에는 스택작을 하려면 일명 ‘카오작’이 필수였습니다. 처음부터 강화해서 14강을 띄우는 것보다, 마이너스 성향 상태에서 캐릭터가 죽으면 착용 장비의 강화 단계가 하락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저렴했거든요.
그래서 많은 모험가분들이 필드의 말을 잡거나 길드원의 도움을 받아 성향을 마이너스로 만든 뒤, 마을의 경비병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카오작을 하셨었는데요, 이 불편함을 해소해드리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장비 정화 시스템입니다.
처음엔 정말 많은 모험가분들이 뜨겁게 호응해주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많은 모험가분들께서 대장간에서 교회까지 뛰어가야만 하는 불편함과 답답함을 호소해주시기도 합니다. 작년 연회때 어느 모험가분께서도 같은 질문을 주셨는데, 그때 제가 기존 콘셉트를 유지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던 이유는, 일단 장비 정화라는 시스템이 검은사막 세계관과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모험가님이 교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강화를 멈출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안 되는 날엔 스택작용 레플라스가 너무 잘 붙어서 수 십 번 이동하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그런 날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이 바람은 같지만, 원치 않는 분은 장비 정화를 더 쉽게 하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습니다.
검은사막의 NPC들은 특정 시간이 되면 출근과 퇴근을 하기도 하잖아요.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사제가 특정 시간에 검은 기운에 쌓여있는 모험가님들의 장비를 정화해 드리기 위해 트라난 언더포 옆으로 출장을 나가는 형태가 어떨까 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스택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스택작이 변화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검은사막은 앞으로도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 시작하더라도 모험에 대한 새로운 설레임과 익숙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