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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님께 쓰는 편지입니다.

아이콘 도반첼린
댓글: 11 개
조회: 1153
추천: 41
2021-12-28 07:15:42

   안녕하세요. 헬레네 서버 마왕성 길드에서 게임하는 도반첼린입니다.

   서버 게시판에 어떤 일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 오랜만입니다.

   이른 아침, 본 글을 작성하며 염두에 둔 독자는 엑소님 한 분입니다.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로 안 보이는 길로 본 내용을 전달할까 고민을 했습니다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개된 서버 게시판에 작성합니다.

 

   옛날.. 그러니까, 2008년부터 2013년 겨울까지가 되겠네요. 이 시기는 제가 한창 게임 하던 시절입니다. 이 시기에 했던 경험들에 통과의례라는 개념을 얹어 엑소님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고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만, 한 번 쯤은 반추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통과의례

   몇 년 전, 질적 연구 배워보겠다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만난 개념이에요. 아주 간단히 이야기 하면 통과의례라는 말은 또 다른 나로 태어날 때혹은 다른 사회적 신분과 역할을 취득할 때우리가 알게 모르게 거치게 되는 의례를 뜻합니다. 이를테면, 교도소가 있겠네요. 교도소에 입소하면 자유인에서 수감자로 신분이 변하잖아요. 수감자로 신분이 변하는 과정에서 머그샷도 찍고, 신체 검사도 받고, 죄수복도 받고, 죄수번호도 받게 됩니다. 이런 행위들이 바로 새로운 신분과 역할을 취득하는 과정을 통과하는 의례들입니다.

 

   대항해시대를 즐기는 많은 유저들. 그 중 군인 컨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통과의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대항해시대 미르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 서버 게시판에서 군인에서 유해로 전향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과 유해 그만 두고 일반 유저로 살겠다.”는 글을 종종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저도 한 번(토벌에서 유해로 전향할 때) 그런 류의 글을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군인 세계에서 의례

   돌이켜 보면, 정말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분위기였습니다. 한 명의 군인이 반대쪽으로 전향한다는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거든요. 그렇게 전향을 위한 정통 루트같은 것이 당연시 여겨졌습니다(이 루트를 따르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첫째, 입장문(혹은 사과문)을 밝힌다. 첫 단계부터 욕을 엄청 먹습니다. 본인과 관계 안 좋은 사람들은 당연히 쌍 수 들고 뛰쳐나와 돌을 던지겠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친구 리스트에 있던 90명의 지인분들이 나 이제 유해 할래요!”라고 글 한 편 썼다고 전부 인연을 거두어 들이시더라구요. 결국 10명도 채 남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전향 의사를 밝히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쇼킹한 욕을 많이 먹습니다.

 

   둘째, 행동을 취한다. 유해들이 일반 유저로 전향할 때 가장 많이 취했던 행동은 두 가지에요. 조타, 노 젓기, 포술과 같은 전투 스킬을 지우고, 주구장창 모험이나 무역만 하는 식이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유해를 그만 둔다.”는 표현을 스킬을 삭제하는 상징적 행위로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군인이 유해로 전향하는 경우는 조금 더 복잡했었습니다. 유해와 토벌대가 쟁을 하면, 원군 방해를 들어가 준다거나. “, 군인쪽 스파이 아니냐.”는 의심을 견디고 우여곡절 끝에 유해 길드에 가입하는 식이었어요. 이런 행동들은 모두 나는 변화했으며 옛날과 다르다.”는 강력한 표현 방법이었습니다.

 

   셋째,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대체로 길드 가입입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까지 걸렸던 것 같아요. “저 사람은 진짜로 전향 한 게 맞아.”라는 불특정 다수의 인정이 바탕이 되고, 본인 스스로도 새로운 역할에 완전히 녹아들었을 때 한 유저의 완전한 전향이 이루어집니다.


   통과의례의 세부 과정-대항해시대와 조응

   다시, ‘통과의례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세부적으로 세 가지 과정(혹시 전공자 분이 불편하실 수 있으니 명확히 할께요.. ‘ 게넙이 구분한 과정을 말합니다)이 있습니다.

   첫째. 분리의례: 과거의 역할을 정리하는 의례.

   둘째. 과도의례: 어중간하지만 오롯한 방법으로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는 의례.

   셋째. 통합의례: 새로운 역할로 완전히 진입하는 의례.

 

   통과의례의 세부 과정들을 대항해시대 군인 세계에서 의례와 짝지어볼 수 있어요. 분리의례는 입장문 쓰기’, 과도의례는 행동 취하기’, 통합의례는 구성원으로 인정받기로 조응 가능하다고 봅니다


(낯선 말들이라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우리 아기도래대장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귀여운 도래짱이 네죽코로 길드를 옮기기 위해 의견을 명확히 밝히고 기존 길드원들과 인연을 정리하는 것은 분리의례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로, 길드에 가입 후 닉네임을 변경하고 길드 유니폼을 입고, 디스코드에 참여해 새로운 신분과 역할에 적응해 나가는 것은 과도의례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아기도래대장으로서 한 파티의 제독을 맡고, 길드전이 있을 때 호출되는 상황은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에서 통합의례에 해당합니다.)


   문제가 이렇게 된 이유

   엑소님이 여기까지 제 이야기를 잘 읽어주셨다면, 어떤 점이 문제가 되었는지 짐작이 가시리라 믿습니다. 첫 단계(분리의례; 입장 정리)부터 크게 잘못 되었습니다. 엑소님이 작성하신 사과문을 반복해 읽어보았고. 마찬가지로 코끼리대장님이 사건 초기에 작성하신 글도 읽어 보았습니다. 짐작건대, 엑소님에게 요청했던 초기 사과문은 본질적으로 싹싹 빌어라!”라는 의미라기보다, “입장 정리 명확히 하라는 뜻이었다고 추측합니다. 이런 의미를 분명 파악 하고 계셨을 겁니다. 엑소님은 나름대로 본인의 행동, 그 이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작성하셨지만, 실쟁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례(儀禮)는 연출입니다. 제가 말하는 연출이라는 표현은 짜고 치는 기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극에서 1막이 끝나면, 2막이 시작되듯 맺고 끊음이 명확히 진행된다는 의미에서 연출을 뜻합니다. 제대로 된 연출은 한 번 막이 내려가면 끝입니다. 좋든 싫든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엑소님이 작성한 입장문(사과문)은 통과의례의 첫 단계에 해당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역할을 취득하기 위해 의례를 수행하는 사람은 엑소님입니다. 그렇기에 연출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엑소님입니다. 엑소님이 토벌대로 활동하는 동안 받아온 모독, 힐난들은 모두 엑소라는 닉네임과 기존의 역할을 포기할 때 두고 오셨어야 합니다. “나도 과거에 심하게 당했다. 그러나 난 똑같이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더 이상 무슨 사과를 하느냐는 말은.. 정말 죄송합니다만, 사건과 행동을 거래 단위로 환산하는 오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환산된 단위들로 조율해서 원만히 타협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건 아닌지 염려됩니다.

 

   엑소님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례는 연출이며, 연출자는 2막이 시작되면 이미 커튼을 내려버린 1막에 미련 갖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내려가 있는 커튼을 다시 들추는 연출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엑소님이 선택한 역할은 실쟁 군인입니다. 대항해시대 군인 세계에서 쟁 방해(꼬장)’과 관련된 이슈를 갖고 있는 엑소님이 실쟁에 참여하시려면 통과의례를 온당히 거치셔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엑소님. 지금은 옛날 지독하던 시절처럼 몇 달, 몇 년씩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변절자 취급하며 어렵게 새로운 역할을 취득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1막은 진즉 내려갔습니다. 2막이 걷히면 엑소님은 과거 행동과 결별을 표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줬어야 합니다. 그렇게 실쟁판의 구성원이 되면 쉬이 끝나는 일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리

   개조식으로 요약하겠습니다.

   1. 필자는 엑소님에게 본인이 직면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기 위해 통과의례 개념을 들고 왔음.

   2. 통과의례는 3단계(분리-과도-통합)이 있음. 근데, 엑소님은 분리 단계부터 단추를 잘못 꿰심.

   3. 다시 잘 풀 수 있다고 봄. , 엑소님이 견지하던 기존 사고방식과 궤를 달리해야 함.


   엑소님. 저랑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친하지도 않은데 이런 글로 만나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엑소님은 대항에 애정이 있는 분이라 판단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게임 하신지 5년이 채 안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지금 기조로 계속 가면 종국에는 실쟁 컨텐츠를 포기하는 길 외에 다른 종착지가 있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되고 힘든 시간일 수 있겠습니다만, 정말로 원하는 선택을 하셨으면 합니다.

 

주절주절 많이도 썼네요.. 두서 없이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ps. 본 글은 다른 실쟁 유저 혹은 마왕성 길드원과 무관하며 개인적 동기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Lv65 도반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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