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숙]
얼마 전 대전시에서 남자 기사 네 명과 함께 친절 운전사로 선정돼 대전시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아침마다 도시락 싸는 게 힘들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
을 다하는 게 삶의 즐거움이라 여기며 열심히 일하는 모범 버스 운전기사입니다.
대전 지역의 시내버스 회사인 (주)동진여객의 여자 버스 운전기사로서 용감하게 입사
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승객들을 태우고 그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버
스 운전기사라는 내 직업이 나는 정말 좋다.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때 중 하나
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그 일에 열정을 쏟을 때가 아닌가 싶은데, 그런 점
에서 난 분명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실 여성으로서 시내
버스 운전을 한다는 건 어찌 보면 힘든 점도 많다. 근무시간대의 수시 변동으로 생활
리듬이 깨지는 터라 가정 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가 없고, 또 많은 사람들을 상
대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특히 밤에 술 취한 승객들을 상대할 때는 무척 곤혹스럽
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일에 보람을 느끼는 때가 적지 않은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
었다. 내가 운행하는 차를 종종 이용하는 유치원생을 둔 젊은 엄마의 말에 박장대소
를 한 일이 있다. 내용인즉, 그녀의 다섯 살바기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이 다음
에 커서 하고 싶은 일을 그림으로 그려오도록 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여경(女
警), 선생님, 피아니스트, 연예인 등을 그렸는데 그 애는 엉뚱하게 대형 시내 버스의
여자 운전사의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의아해서 그 아이에게 이유
를 물으니 아이는 이 다음에 커서 여성 버스 운전사가 되겠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더란다. 그리고 버스 속의 여자 운전사는 평소 타고 다니면서 봐왔던 나를 모델로
삼아 표현했다는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은 그림 속의 여자 버스 운전사가 어떻게 그
아이의 우상이 되었는지 신기해, 내 버스가 지나가는 시간대에 맞춰 나를 줄곧 지켜보
았다고 한다. 그후 선생님 말씀이, 내가 버스 운전하는 모습이 여느 버스 운전기사와
는 달리 멋이 있어 보이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
론 그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버스 운전사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과 덕목에 충
실했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든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
멋을 느끼고 감동을 느낀다. 나는 오늘도 멋진 모범 운전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리
라 다짐해본다. ●
[월간 샘터 3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