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게임 안에서, 혹은 여기 인벤에서 입대를 통보하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전 감정을 그리 잘 표현하는 편이 아니라 대개 멀뚱히 구경만 하고 말지만
세오님과는 일면식이나마 있는지라 힘내시라고 몇 자 적어봅니다.
'남자'라는 동물은 참 어리석은 일에 몰두하는 습성이 있다. 친구와의 하찮은 내기에 목숨을 걸기까지 하는 일은 '여자'라는 동물에게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 적절한 예가 생각나진 않긴 한데, 자판기 커피 내기 스타 한 판이 결국 밤을 지새게 한다던가 하는 것도 예라면 예라 할 수 있겠다. 남자의 이런 일면을 좀 거창하게 포장한다면 '대의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숭고한 행동으로 역사의 귀퉁이를 장식하다' 정도도 그럴 듯하다. '이산적'으로 손익을 계산하여 행동하는 것은 '이념보다는 물질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적절하고 본받음직한 일이지만, 모두가 이렇게만 살아간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순탄히 굴러갈리 없다. 누군가 희생을 하고 있기에 공동체(가정,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세계)가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어리석음과 이타적 숭고함을 뭉텅거린 애매한 행동은, 확실히 여자보다는 남자 쪽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그쪽이 왠지 어울리기도 하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남녀의 성격이라던가 사고체계가 서로 이렇게 달라 상호보완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족이지만, 남녀의 뇌구조가 반대의 역할을 할 때 더욱 어울리도록 마련되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군대! 난 육군으로 26 개월 다녀왔는데 지금은 20 개월 정도 되려나 많이 짧아진 것 같긴 하다. 물론 그래봤자 남는 거 없다.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해병대나 특전사 다녀온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요즘 세상에 맞춰 계산적으로 생각해보면 가능하면 쉬운 곳으로 쉽게쉽게 다녀오는 것이 남는 장사다. 편하면 좋고, 짧으면 좋고, 면제면 만세 부름직하다. 육군병장으로 전역한 내 경우는 요 몇 년 살면서 내 군번이 공익의 군번보다 좋은 정도는 100점 만점에 0.01점 정도지 싶다.
쉽게 말해 보람찬 나의 2년 간의 군생활은, 전역 후 술안주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게 속 편하다.
하지만 남자들은, 소위 예비역들은 가끔씩 무슨 훈장이라도 받은 냥 어디서 무슨 개빡신 군생활을 했다며 서로 자랑을 하고 구박을 하고 해댄다. 물론 술 깨면 조카들에겐 넌 군대가지 말아라 할 양반들이 말이다. 왜 그런가? 그들은 모두 안다. 나의 어리석은 2년으로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병맛 대통령을 뽑고서도 잘 돌아가고 있음을.
군생활을 남들 보다 조금이라도 더 힘든 곳에서 했다면 당연히 자랑스러운 일이고 소리칠 만한 일이다. 사회는 이들에게 더 대우해줘야 한다. 난 이땅의 젊은이들, 바로 입대를 앞두고 있는 청년들이 남자의 치기를 부릴 줄 아는 패기있는 모습이길 바란다. 물론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없어 거진 다 쫌생이같이 입대를 앞두고 벌벌 떤다. 군대 그까이꺼 별거없다. 그냥 '존내 부조리한 우리네 사는 모습 입문' 정도라 해두자. 제대하고 입에 풀칠 할 걱정하는 게 열 배는 더 힘든 일이다.
'여자'라는 동물이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국민인 척하는 웃기는 나라에 태어난 '남자'라는 동물인 당신은, 한 편으론 여자들의 짐을 그만큼 지고 있지만, 다른 편으론 그들에게 큰소리 칠 입장이기도 하다. 그대, 환갑까지 산다치면 군대 2년은 고작 1/30 밖에 안된다. 거기도 사람사는 동네다. 가끔씩 존내 재밌을 때도 있다. 기왕 가는 거 '남자답게' 빡시게 다녀와보자.
'남자다움'이 '어리석음'이 되어버린 개같은 세상에서
'징병'이라는 어이없는 고난이 그대에게 닥쳐온다.
그대는 중딩 빵셔틀 같은 찌질한 모습이고 싶은가?
차차리 언젠가 그대의 연인이 기댈 뚝실한 갑빠라도 만들어 오는 게 낫지 않겠는가!
세오님 군대 잘 다녀오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