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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APTAIN - 실마리 (28)

퀘드류
조회: 793
2011-05-17 08:45:43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래, 나도 믿어지지 않는군.”

 

로자레일과 마르텡은 갑판에서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제국 요새를 보며 서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르텡의 말에 대답한 로자레일이 주위에 서있는 선원들을 둘러보았다. 로자레일과 마르텡 이외의 선원들의 표정을 보니, 그들의 심정도 로자레일과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런데... 그 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제 생각에는 해안경비대에 넘기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마렐이 끼어들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해안 경비대에? 사실대로 말하지는 못하겠고, 어떻게 잡았다고 할 생각인데?”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직접 심문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마르텡이 말했다. 로자레일도 그의 의견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라고 불리는 사람은 여러 나라에 수배된 해적이었다. 요새의 사령관인 레토라 대령이 곡물에 제 값을 치르고 선물도 준다고 했었는데, 선물이 바로 시글로아 해 인근에 악명 높은 해적이었던 것이다. 그가 어째서 제국 요새에 잡혀 있었는지는 심문을 해보면 알 수 있을 터였다.

 

“별일 없지?”

 

“예, 아무 일 없었습니다.”

 

선창의 감옥을 지키고 있는 선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은 로자레일이 허리를 숙여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허리를 숙여야지만 들어갈 수 있지만, 몇 계단 내려가니 그런대로 서 있을 수 있는 형태였다. 기껏해야 서너 명이 누울 수 있을 만한 공간의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중년의 사내가 보였다. 기름기가 흐르는 머리카락과 낡은 옷가지, 뼈가 앙상한 손목과 발목이 그의 수감생활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봐.”

 

로자레일의 부름에도 사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뭐가 먹고 싶지?”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사내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든 것이다. 떡 진 머리카락 사이로 사내의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다. 육체적으로는 비정상일지 몰라도 정신만은 멀쩡한 것 같았다.

 

“럼... 럼을 마시고 싶군. 그리고 부드러운 밀 빵과 라임, 그래 그 신 맛...”

 

사내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포로 주제에 먹고 싶은 것들을 주저리 늘어놓는 자신의 꼴이 우스웠기 때문 일 것이다.

 

“이 자가 말한 것을 가져오게.”

 

그 모습을 지켜본 로자레일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선원에게 명령했다.

 

“후후후.”

 

로자레일의 명령을 들었는지 사내가 다시 고개를 들어 로자레일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서 귀기가 느껴졌다.

 

“통성명이나 할까? 나는 로자레일이라고 하네. 이 배의 선장이지.”

 

“후후후, 선장이라. 나도 선장이었지. 이런 폐물 상선이 아니라 날렵하고 강력한 배의 선장 말이야.”

 

레토라 대령은 이 사내를 넘길 때 시글로아 해 인근 국가에 수배된 해적이라는 정보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선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봐서는 현상금이 꽤 높은 해적인 것 같았다. 사내 스스로 선장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 추측이 맞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보니, 두목은 아니었나 보군?”

 

“도발하는 건가? 우습지도 않군. 바다의 가호를 받으신 노리시님을 모시는 제블릭이다.”

 

“노리시? 현상금 1만골드의 미친 갈매기 노리시 말인가?”

 

“그렇다. 바다의 가호를 받으신 이상 시글로아 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신 대 영웅 노리시님의 3번 대장이 바로 나, 제블릭이다.”

미친 갈매기 노리시라는 말에 로자레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노리시라면 말론의 외손자인 데무트를 습격한 해적두목이었다. 그간 알아본 바에 의하면 노리시해적단은 시글로아 근해에서 슬루프로 이루어진 선단을 이끌고 노략질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 손에 꼽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뱃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악명을 떨치는 해적단이었다.


말론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음에 놀랐지만, 로자레일은 애써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그곳에 있었나? 그것도 당신 혼자.”

 

“제길, 그 애송이 자식 때문에...”

 

제블릭은 배신이라도 당했는지, 누군가를 향해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바다의 가호는 무슨 말인가?”

 

“배가 고프군.”

 

제블릭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로자레일이 다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고, 마르텡이 윽박지르며 겁도 줘보았지만, 제블릭은 럼과 빵을 가지러간 선원이 도착해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제블릭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노리시 해적단의 3번 해적선 선장이었다. 노리시를 따라 주로 제국과 자렐린의 영해를 오가며 노략질을 하던 그는 제국식민지로 향하는 노예수송선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단독으로 노예수송선을 노릴 계획을 세웠었다. 노예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렐린 해군의 함정이었고, 그는 많은 부하를 잃고 부상도 입었지만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그는 많은 부하를 잃은 점을 문책 당할 것이 두려워 한동안 블레야 제도 일대를 떠돌았는데, 선상 반란이 일어나 배에서 쫓겨나고 말았다고 한다. 해적의 법도에 따라 무인도에 버려졌으나, 그곳은 무인도가 아니라 제국 해군의 중간 기지가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데무트, 그 자식의 혀를 뽑아 씹어 먹고 말 것이다, 으득.”

 

“데무트?”

 

제블릭의 말에 로자레일은 너무도 몰라 저도 모르게 데무트라는 이름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반란주동자가 데무트라는 애송이였다. 말단노예주제에 감히! 으악!”

 

제블릭은 그렇게 말하고는 화가 치솟는지, 소리를 질렀다. 잠시 괴성을 질러대던 제블릭이 돌연 괴성을 멈추더니 로자레일에게 제안했다.

 

“내가 그놈을 죽일 수 있도록 도와주면, 그놈이 타고 있는 배를 주겠다.”

 

허무맹랑한 제블릭의 제안에 로자레일은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감당 못 할 약속을 당연하다는 것을 보니 처음 생각과는 달리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데무트를 찾는 것은 그도 바라는 일이기에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만약에 그가 배를 타고 있지 않다면?”

 

“평생 네 노예가 되어 일하겠다! 할거냐, 말거냐?”

 

제블릭이 악에 받쳐, 소리 질러 대답했다.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군.”

 

“으악! 나를 우롱할 셈이냐? 원하는 바를 말해라!”

 

“말이 통하는 군. 첫째, 데무트가 타고 있는 배의 소유권을 나에게 이양할 것. 둘째,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 셋째, 데무트에게 데려다 주겠지만 죽이는 것은 알아서 할 것.”

 

로자레일의 제안에 제블릭은 로자레일을 노려보기만  할 뿐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지만, 이윽고 제블릭이 입을 열었다.

 

“으득, 알겠다.”

 

이를 갈며 대답하는 제블릭의 눈빛이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Lv33 퀘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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