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 2주 동안 미친 듯이 저쪽 세계의 위치(인퍼널리스트)를 키워보고 왔습니다.
(2주의 절반은 밤을 새며 플레이 한 느낌이네요)
현재 레벨 81이며 완전한 엔드게임을 경험하지는 못했으나 대충 어떤 느낌으로 하는구나 정도까지는
파악한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캐릭터 성장이 너무 느리지만 갓겜인걸? 이라고 느꼈지만
최근에 게임 종반부 컨텐츠에 대해 한계를 크게 느꼈기에 생각도 정리할 겸 글을 작성해 봅니다.
*모두 개인적인 느낌이니 동의가 안되시더라도 그러려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좋았던 점.
1. 레벨링 구간의 재미
레벨링 구간에서의 쫄깃함, 피지컬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전투의 순간이 긴박하고 재밌었습니다.
스토리도 디아만큼은 아니지만 매력적이었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디아4가 성장은 쉽고 엔드게임이 어려운(ex. 나락 고단) 느낌이라면 이쪽은 성장은 매우 어렵고 엔드게임은
방어 쪽을 신경쓰면 매우 쉬워지는 느낌이었기에 신선했습니다.
2. 빌드의 다양성은 압승
디아처럼 각 직업 별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정해진 것이 아닌 모든 직업의 기술을 해당 요건만 맞추면
자기 것처럼 사용할 수 있었기에 또한 타 직업의 정복자도 손쉽게 찍을 수 있기에 매우 다양한 빌드를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비록 똥캐가 되겠지만 힘법사, 마법전사 등 컨셉질도 충분히 가능한 느낌이었습니다.
3. 모든 아이템이 다 중요하다
디아2에서부터 내려온 흰 템부터 노랑 템까지 모든 아이템에 마법부여를 통해서 자기의 입맛에 맞게 템을 변화시키는 그 전통성을 계승했다는 것이 참 신선했습니다.
운이 좋다면 던전에서 주은 흰 템이 몇 디바인의 고가의 템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매우 좋은 고유템이 잘못해서 바로 박살나는 경우도 있고요.
이를 해보며 현 디아4의 담금질은 매우 약한 도박에 불과했다는 것을 느꼈네요.
아쉬웠던 점.
1. 엔드게임의 방향성 차이
디아4가 빠르게 캐릭을 키워서 재료를 수급하고 나락 고단을 도전하는 방향으로 엔드게임이 진행되는 것과 다르게
이쪽 게임은 캐릭을 키워 엔드게임에서 재료와 재화를 수급하고, 더 사냥이 편한 세팅으로 만들어 또 다시 재료, 재화를 수급하는 느낌의 엔드게임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저 나락 고단이라는 매우 어려운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 디아4의 목표라면,
이쪽은 세팅을 최적화시켜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화폐와 재료의 수급을 하는 것이 목표인 느낌으로
개인적으로는 불호였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사 측에서는 여러 이벤트를 갖춘 다양한 던전들을 택할 수 있게 패시브를 만들어 놨지만,
"그래도 어차피 던전 뺑뺑이일뿐인데? 어차피 몹들도 다 한방이잖아..." 라는 생각과 함께 열정이 빠르게 식더군요.
2. 다양한 빌드가 가능한 만큼 직업 본연의 매력이 어필되지가 않는...
이 부분은 제가 모든 직업을 경험해본 것이 아니라 쉽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모든 직업이 본인의 선택에 따라
타클의 기술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각 직업이 가진 메리트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클래스가 야만의 함성을 장착할 수 있으니 야만을 골라야하는 그 필연성이 옅어지는 그런...
물론 전직을 통해 각 직업들만의 패시브가 몇 개 생기지만 인퍼널리스트의 악마 형상 같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딱히 엔드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3. 내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저 같은 경우는 게임의 재미를 '하고픈 빌드가 잘 굴러가는지'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를테면 빠르게 레벨업을 하고 빠르게 템을 완성시키고 제가 구상한 빌드를 테스트해보는 것이 저에게는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거죠.
이 부분에서 디아4는 저에게 딱 맞았으나 저쪽 게임은...
일단 정해진 엔드게임의 끝이 없다는 것이 받아드리기 힘들었고 파밍 과정에서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았기에,
제가 원하는 빌드 테스트를 하는 것이 디아와 비교하면 매우 느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마치 디아4의 강철, 가죽 파밍 뺑뺑이를 무한대로 늘려놓은 느낌이라 불호가 심했네요. 그냥 다른거 다 제껴두고 내가 만든 빌드의 끝을 보고 싶은데 그걸 위해 너무 많은 과정과 거래를 거쳐야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비판하시만 디아4의 직관성(단순함)이 이런 면에서는 내게 더 잘 맞았구나 하는 걸 이 점에서 특히 많이 체감한 것 같습니다.
결론.
역시 소문대로 매우 잘 만든 게임은 맞았습니다.
그래픽도 매우 훌륭했고, 레벨링 과정에서의 그 다이나믹함은 마치 디아4 프리시즌을 할 때 마냥 쫄깃쫄깃했네요.
게임 내 다양성도 매우 폭 넓었으며 그렇기에 신경써야 하는 점들도 매우 많아 다방면으로 오래할 게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추천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빠르게 엔드를 진입하여 정해진 목표만 달성하면 되는 디아4가 좀 더 적합한 게임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와중에 제가 얼마나 던전 뺑뺑이를 싫어하는지도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ㅋㅋ...
무튼 매우 즐겁고 피곤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정식 시즌이 오픈하면 다시 도전해볼 것 같지만 현재는 고인물 분들이 너무 넘쳐나기에 저만의 독창적인 빌드를
짜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디아4 7시즌을 기다리기로 하였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그럼 7시즌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