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와 EA 관계의 역사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는 1980년대에 John Madden Football과 같은 스포츠 기반 타이틀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고, 축구 게임의 성장 가능성을 보아 1993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경쟁사와 차별점을 두고 싶었던 EA는 게임에 더욱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FIFA와 라이선스 권리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초기에 출시된 EA의 축구 게임은 FIFA International Soccer라는 이름이었으며, 초기에는 라이선스가 적어 실제 선수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고 대부분 국가 대표팀에 대한 권리 정도만 게임에 반영되는 것에 그쳤다.
이후 둘의 계약관계는 FIFA95를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수많은 FIFA 시리즈를 통해 지속되고 진화하게 된다.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와 모션이 발전해 온 것처럼, 전세계 주요 리그, 팀, 개별 선수에 대한 라이선스 또한 확장되어 온 것이다. FIFA는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단체의 이름이기도 했지만, 최고의 축구 게임 브랜드이기도 했다.
EA Sports와 FIFA가 갈라서게 된 이유
그러나 둘의 관계는 결국 2022년에 출시된 FIFA23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으며, 그 이유는 두 당사자 간의 상당한 분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FIFA 시리즈는 지난 20년 동안 200억 달러, 한화로 약 27조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Ultimate Team 모드 인-게임 결제를 통해 타이틀 판매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두었다. EA와 FIFA의 계약이 끝난 2023년도 한 해에만 10억 달러, 한화 약 1조 4,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FIFA는 2023년 재계약 협상에서 라이선스 수수료를 기존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인 4년 간 10억 달러로 올려 달라 요청하였고, 이에 EA는 액수를 줄이거나 분할해 달라 요청하였으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재계약은 결국 무산되었고, EA는 자사 축구 게임에서 FIFA 브랜드를 걷어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EA FC'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게임 시리즈를 계속 출시할 것이라 발표하였다. 한국에서 서비스 되던 '피파온라인4'가 'FC 온라인'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도 여기에 있다. FIFA 또한 축구 게임을 자체 개발하여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한다. FIFA 회장 지아니 인판티노는 계약 무산에 대해 분노하며 "진정한 축구 게임은 오직 FIFA이고 FIFA만이 영원할 것"이라고 일갈하였다.
1년 후에 본 승자는?
양자가 갈라선 지 1년이 지났고, 결과적으로 EA가 FIFA 계약에서 손을 뗀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으며 FIFA 입장에서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A의 변호사들은 당사자들과 직접 계약에 나서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해냈고, 주요 리그, 팀, 선수의 이름과 사진에 대한 사용권은 EA에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EPL, LA LIGA, BUNDESLIGA 등의 세계 상위 리그 및 UCL 토너먼트는 EA에 독점 사용권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어느 경쟁사도 따라잡기 힘든 EA만의 강점이다.
또한 기존에 EA에서 무언가에 대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경우 FIFA를 먼저 거쳐야 했던 반면, 이제는 스튜디오 내부에서 직접 이루어지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EA 스튜디오 책임자인 앤드류 윌슨은 '이전까지는 FIFA 라이선스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게임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주었고 우리를 느리게 만들었다'며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EA FC24 역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타이틀 판매 및 인-게임 결제를 통한 매출은 이전의 수준을 유지했고, FIFA가 예측(또는 기대)했던 매출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FIFA가 직접 개발하겠다던 게임은 개발 계획, 출시 계획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임 제작이 대한 경험이 전무할 뿐더러 이 정도 규모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협력사 또한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각종 스포츠 게임 제작사로 알려진 2K Games와 협상 중일 가능성이 있으나 2K 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으며, 이전에 FIFA가 요구했던 10억 달러의 수수료를 제공할 의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FIFA Uncovered 다큐멘터리는 FIFA 조직 내에서 일어난 엄청난 양의 부패를 고발하였고, FIFA의 이미지는 당분간은 개선되기 힘들 정도의 나락으로 가고 있다. EA에서 FIFA 이름을 달고 매년 선보였던 게임이 그나마 대중에게 FIFA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왔기 때문에, EA와의 계약 불발은 FIFA 입장에서 조직 역사상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The Lawyer Portal <EA and FIFA Split: 1 Year On, Examining FIFA’s Own-Go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