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가 달라진 것은 미정도 금방 알아챘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도 현우는 자신을 원했다.
스타킹을 사오고 , 다리를 만지고, 몸을 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선 안에 이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유난히 오래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시선.
옷 위로 아랫배를 만질 때마다 묘하게 달라지는 표정.
그리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욕망.
그날 밤도 그랬다.
203호.
둘은 침대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아 병원에서 받아온 안내서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현우는 어느 순간부터 글을 전혀 읽지 않고 있었다.
미정이 옆을 바라봤다.
“왜?”
현우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천천히 배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또 무슨 생각해?”
현우가 미정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아직 겉으로는 임신한 티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손바닥 전체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여기에 진짜 우리 애가 있는 거잖아요.”
“응.”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현우가 미정을 바라봤다.
이상하게 뜨거운 눈이었다.
미정은 금방 알아차렸다.
“너 설마….”
현우가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왜요.”
“흥분했어?”
현우가 대답하지 않았다.
미정이 그의 바지 앞을 내려다봤다.
이미 천이 조금 불룩하게 올라와 있었다.
“미쳤네.”
미정이 웃었다.
그런데 현우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상해요.”
“뭐가.”
“임신했다고 하니까….”
현우의 손이 미정의 배에서 허리로 옮겨갔다.
“더 예뻐 보여요.”
“갑자기?”
“더 여자 같고.”
그 말에 미정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현우가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리고 더 하고 싶어요.”
미정이 작게 웃었다.
“임신시켜 놓고 더 하고 싶다고?”
그 말이 현우에게는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했다.
그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그 말 다시 해봐요.”
“뭘?”
“임신시켜 놨다고.”
미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 이상한 데 꽂히네.”
현우는 대답 대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입술만 닿았다.
짧게.
한 번.
그리고 두 번째에는 훨씬 깊었다.
현우의 혀가 미정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미정 역시 입을 열어 받아들였다.
혀끝이 닿고 엉켰다.
현우는 한 손으로 미정의 뺨을 잡고 다른 손으로 허리를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붙었다.
키스가 길어질수록 현우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는 미정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
그리고 입술을 턱 아래로 옮겼다.
목.
귀 밑.
쇄골.
미정이 눈을 감았다.
“현우야….”
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목에 입술을 붙였다.
혀끝으로 천천히 피부를 훑었다.
그러면서 손은 미정의 상의 안으로 들어갔다.
손바닥이 배를 쓸었다.
아직 평평한 배.
하지만 이제 현우에게는 예전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곳이었다.
그는 갑자기 몸을 낮췄다.
미정의 상의를 위로 걷어 올렸다.
그리고 배 한가운데에 입을 맞췄다.
쪽.
미정이 웃었다.
“애는 아직 네 키스 못 느껴.”
“알아요.”
현우가 다시 배에 입술을 댔다.
이번에는 조금 길었다.
그다음에는 배꼽 아래.
그리고 골반 가까이.
입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미정은 손으로 현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현우는 다시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미정의 가슴을 만졌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미정은 가슴이 조금 더 예민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현우가 브래지어 위로 손바닥을 올렸을 때도 평소보다 강하게 감각이 올라왔다.
“아….”
미정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현우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아파요?”
“아니.”
미정이 작게 말했다.
“좀 예민해졌어.”
그 말을 듣는 순간 현우의 손길이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졌다.
브래지어를 벗긴 뒤 그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세게 움켜쥐지 않고 천천히 만졌다.
엄지손가락으로 유두 주변을 문지르자 미정의 몸이 살짝 떨렸다.
“진짜 다르네요.”
“뭐가.”
“전보다 더….”
현우가 말을 하다 멈췄다.
그리고 그대로 한쪽 유두를 입에 넣었다.
혀끝으로 천천히 굴렸다.
미정은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천천히.”
현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손은 여전히 미정의 배 위에 있었다.
가슴을 입으로 애무하면서도 계속 배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이 미정에게는 이상하게 야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이렇게까지 성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우.
그것이 조금 낯설면서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여전히 강하게 욕망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잠시 후 현우가 미정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오늘도 미정이 신고 있던 커피색 스타킹을 바라봤다.
미정이 피식 웃었다.
“임신해도 그건 못 버리네.”
“그건 평생 못 버릴 것 같아요.”
현우는 스타킹을 신은 종아리를 손으로 쓸었다.
발목에서 무릎.
무릎에서 허벅지.
매끄러운 나일론 아래로 체온이 느껴졌다.
그는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쓰다듬다가 입술을 가져갔다.
스타킹 위로 입을 맞췄다.
무릎 안쪽.
허벅지.
점점 위로.
미정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현우가 스타킹의 가랑이 부분을 옆으로 비켜냈다.
미정의 흠뻑 젖은 음부가 드러났다.
현우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음순 사이를 천천히 벌렸다.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미정 씨.”
“응.”
“진짜 제 애가 여기서 생긴 거죠.”
그 질문에 미정은 웃다가 숨을 삼켰다.
“어디서 생겼다고 생각해.”
현우의 손가락이 질 입구를 천천히 문질렀다.
미정의 허벅지가 움찔했다.
“아아아...현우야….”
그는 검지를 아주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젖은 내부가 손가락을 감쌌다.
한 마디.
두 마디.
끝까지.
현우가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였다.
“여기에 내가….”
미정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만 말하고 해.”
현우가 웃었다.
그는 손가락을 빼고 바지를 벗었다.
이미 성기는 완전히 발기해 있었다.
미정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너 임신 얘기만 하면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모르겠어요.”
현우는 침대 위로 올라갔다.
“미정 씨가 내 애 가진 게 너무 좋아요.”
그는 미정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성기 끝이 젖은 질 입구에 닿았다.
그 순간 현우가 잠시 멈췄다.
“괜찮아요?”
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현우는 천천히 허리를 밀었다.
귀두가 질 입구를 벌리면서 들어갔다.
미정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조금 더.
성기 절반이 들어갔다.
그리고 끝까지.
현우의 아랫배가 미정의 몸에 닿았다.
두 사람 모두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현우는 눈을 감았다.
뜨겁고 축축한 질벽이 성기 전체를 직접 감싸고 있었다.
“아아아….”
미정이 낮게 신음했다.
미정이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좋아?”
현우가 눈을 떴다.
“너무요.”
그는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
성기가 거의 끝까지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스륵.
미정의 질벽이 성기를 다시 감쌌다.
두 번째.
세 번째.
움직임이 점점 일정해졌다.
현우는 미정의 양쪽 허벅지를 잡았다.
커피색 스타킹이 손바닥 아래에서 미끄러졌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그의 옆구리를 스쳤다.
미정이 다리를 더 벌렸다.
그러자 성기가 더 깊숙이 들어갔다.
현우가 숨을 삼켰다.
“미정 씨.”
“응.”
“지금도 배 안에 애 있는 거잖아요.”
미정이 웃었다.
“당연하지.”
그 한마디에 현우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다.
미정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 정말 그 생각 때문에 흥분하는구나.”
현우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
“내가 네 아이 가진 게?”
“네.”
현우는 미정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허리를 움직이면서 계속 배를 쓰다듬었다.
“내가 임신시킨 여자랑 또 하고 있다는 게….”
그 말을 하면서 현우 자신도 흥분이 더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정의 몸이 침대 위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젖은 마찰음이 좁은 방에 반복됐다.
현우는 한쪽 다리를 들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렸다.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발목이 그의 목 옆에 닿았다.
그 상태로 성기를 다시 깊게 밀었다.
미정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거기…너무 깊어...살..살...”
현우는 속도를 조금 늦췄다.
대신 끝까지 깊게 넣었다가 천천히 빼는 움직임을 반복했다.
들어갈 때마다 질벽이 성기 전체를 조였다.
현우는 미정의 발목에 입을 맞췄다.
스타킹 위로.
그리고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아래에서는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미정은 그런 현우를 내려다봤다.
스물셋.
자신보다 서른세 살 어린 남자.
그리고 지금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
그 사실을 떠올리자 미정 역시 묘하게 몸이 달아올랐다.
“현우야.”
“네.”
“더 가까이 와.”
현우는 다리를 내려놓고 미정 위로 몸을 숙였다.
두 사람의 가슴이 맞닿았다.
미정이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다시 키스했다.
혀가 엉켰다.
키스하면서도 현우의 허리는 계속 움직였다.
미정의 질이 점점 더 젖었다.
현우가 깊이 들어갈 때마다 미정의 몸이 그를 받아들였다.
현우의 숨이 점점 더 불규칙해졌다.
미정은 그 변화를 알아챘다.
“갈 것 같아?”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벌써?”
“오늘은… 진짜 못 참겠어요.”
현우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미정의 허벅지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더 빠르게 움직였다.
질 안에서 성기가 빠르게 왕복했다.
젖은 소리가 더 커졌다.
현우의 아랫배가 미정의 몸에 반복해서 부딪쳤다.
“미정 씨.”
“응.”
“안에 해도 돼요?”
미정이 현우의 눈을 바라봤다.
이미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허락을 구했다.
미정은 그 점이 좋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현우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진짜 안에 할게요.”
“해.”
그 한마디에 현우의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졌다.
몇 번.
아주 깊게.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갑자기 몸 전체가 굳었다.
“아… 아..미정 씨.”
현우는 성기를 최대한 깊숙이 밀어 넣었다.
뿌리까지.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첫 번째 강한 수축이 왔다.
정액이 성기 끝에서 미정의 질 깊숙한 곳으로 분출됐다.
현우의 허벅지가 크게 떨렸다.
“하아….”
두 번째 수축.
다시 뜨거운 정액이 안쪽으로 뿜어졌다.
현우는 미정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미정의 질벽이 여전히 성기를 감싸고 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맥박치듯 반복되는 사정마다 현우의 몸이 짧게 떨렸다.
현우는 성기를 빼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깊게 밀어 넣은 채 사정을 전부 받아들이게 했다.
미정은 짧은 비명을 질렀다.
마지막 약한 수축까지 끝난 뒤에야 그의 몸에서 힘이 풀렸다.
현우는 그대로 미정 위에 엎드렸다.
두 사람 모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소리만 들렸다.
현우의 성기는 아직 미정의 몸 안에 있었다.
미정이 그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 했어?”
현우가 힘없이 웃었다.
“네….”
“임신한 여자한테 또 그렇게 안에 하고 싶었어?”
그 말에 현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미정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이상하게 더 하고 싶었어요.”
“왜.”
현우는 한참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미정 씨 몸 안에 이미 우리 애가 있다는 게….”
그의 엄지손가락이 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미정 씨가 진짜 제 여자 같아서요.”
미정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언제부터 네 여자야?”
현우가 웃었다.
“아니에요?”
미정은 대답 대신 그의 머리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짧고 부드러운 키스였다.
현우는 여전히 그녀 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은 채였다.
그는 미정의 배에 손을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처음 자신을 이 여인숙으로 끌어들인 것은 단순한 성적 호기심이었다.
그다음에는 스타킹이었고.
그다음에는 미정의 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미정의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자신의 아이까지 포함해서
그녀라는 존재 전체를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점점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임신 16주.
달력으로 따지면 거의 넉 달이었다.
미정에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었다.
초기에는 아무 변화도 없던 배가 이제는 자세히 보면 분명하게 앞으로 나와 있었다.
아침에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미정은 습관처럼 거울 앞에 옆으로 서보곤 했다.
‘정말 커졌네.’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감싸면 이전과 달리 단단하게 둥글어진 느낌이 있었다.
아직 누가 보더라도 임산부라고 단번에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몸을 평생 봐온 미정에게는 확실한 변화였다.
가슴도 조금 커졌고 체중도 늘었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이제 정말 자신이 ‘임신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병원에서 임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쉰여섯.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는 스물셋.
그런데 매주 몸이 변하고, 검사 결과가 쌓이고, 초음파 화면 속 아기의 모습이 점점 사람다운 형태를 갖추면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날은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현우는 오전 수업까지 빼고 여인숙으로 왔다.
“준비됐어요?”
미정이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너 수업은?”
“오늘 한 번 빠져도 돼요.”
“맨날 그러다 학점 망한다.”
“병원 가는 날인데 어떻게 안 와요.”
미정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싫지 않았다.
오히려 현우가 병원 갈 때마다 따라오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대기실에는 이미 사람이 많았다.
현우는 접수를 마친 미정 옆에 앉았다.
잠시 후 간호사가 이름을 불렀다.
“김미정 님, 먼저 혈압하고 체중 확인할게요.”
미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숫자가 표시됐다.
미정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또 늘었네.”
옆에 있던 현우가 웃었다.
“당연히 늘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넌 조용히 해.”
간호사가 웃으며 기록했다.
이어서 자동혈압계에 팔을 넣었다.
커프가 팔을 꽉 조였다가 천천히 풀렸다.
미정은 표시창을 바라봤다.
임신 자체가 고령이기도 했지만, 의료진은 특히 혈압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이후 소변검사를 위한 작은 용기를 받았다.
단백뇨나 당 같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라고 설명을 들었다.
모든 기본 검사를 끝낸 뒤 다시 기다렸다.
미정은 병원 의자에 앉아 자신의 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현우가 물었다.
“긴장돼요?”
“검사할 때마다 긴장되지.”
“저번에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내 나이가 있잖아.”
현우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미정은 그런 현우를 보고 웃었다.
“왜 네가 더 긴장해.”
“혹시 뭐 안 좋다고 할까 봐요.”
그 말이 미정에게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잠시 뒤 진료실에서 이름을 불렀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갔다.
의사는 먼저 지난 검사 결과들을 확인했다.
혈액검사 결과.
혈압.
체중 변화.
초기 검사에서 확인했던 염색체 선별검사 결과.
의사는 모니터를 보면서 천천히 설명했다.
“지금까지 확인한 검사에서는 특별히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습니다.”
미정이 그제야 조금 숨을 놓았다.
그러나 의사는 곧 덧붙였다.
“다만 산모 연령 때문에 일반적인 임신보다 조금 더 자주 확인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현우가 바로 물었다.
“어떤 걸 조심해야 해요?”
미정이 옆에서 현우를 바라봤다.
자신보다 먼저 질문하고 있었다.
의사는 미정의 혈압과 혈당, 태반 상태, 태아 성장 등을 앞으로 세심하게 확인하게 될 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미정이 침대에 누웠다.
옷을 조금 들어 올리자 둥글게 나온 배가 드러났다.
현우는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봤다.
간호사가 배 위에 투명한 젤을 발랐다.
미정이 움찔했다.
“차갑네.”
현우가 웃었다.
“맨날 해도 차가워요?”
“너도 한번 발라볼래?”
곧 의사가 초음파 탐촉자를 배 위에 올렸다.
모니터가 켜졌다.
처음에는 검고 흰 형태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현우는 여전히 초음파 화면을 보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디 있어요?”
의사가 탐촉자의 방향을 조금 바꿨다.
“여기 보이시죠?”
화면 한가운데 작은 머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몸통.
팔.
다리.
이전 검사보다 훨씬 또렷했다.
현우의 표정이 그대로 멈췄다.
“우와….”
미정도 화면을 바라봤다.
아기가 움직였다.
작은 팔이 위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다리도 살짝 움직였다.
미정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움직인다.”
현우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지금 움직인 거 맞죠?”
“네.”
의사가 화면을 확대했다.
“지금 아기가 자세를 조금 바꾸고 있어요.”
그 순간 미정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배 속에서는 저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사람이 있구나.’
초기에 초음파에서 보이던 작은 점과는 완전히 달랐다.
머리와 몸이 구분되고.
팔과 다리가 있고.
작은 척추까지 보였다.
의사는 차례대로 크기를 측정했다.
머리 크기.
배 둘레.
허벅지뼈 길이.
화면 한쪽에는 측정값들이 표시됐다.
현우는 무슨 숫자인지도 모르면서 하나하나 바라봤다.
“크기는 괜찮아요?”
“현재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습니다.”
현우가 그제야 웃었다.
미정 역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안도감 때문이었다.
잠시 후 진료실에 빠르고 규칙적인 소리가 울렸다.
두두두두두두—
현우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예요?”
의사가 말했다.
“아기 심장 뛰는 소리예요.”
현우는 말이 없어졌다.
미정도 마찬가지였다.
두두두두두두.
빠르고 힘찬 소리.
작은 몸 안에서 심장이 쉬지 않고 뛰고 있었다.
미정의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병원에 올 때마다 초음파는 봤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그 소리가 훨씬 크게 다가왔다.
아기가 커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이제 이 아이를 정말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현우가 미정의 손을 잡았다.
말없이.
미정도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의사는 초음파를 계속 확인했다.
태반의 위치.
양수의 양.
자궁경부 주변.
그리고 현재 보이는 범위에서 아기의 구조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지금 단계에서는 특별히 이상해 보이는 부분은 없습니다.”
미정이 물었다.
“선생님, 제 나이가 많아서… 나중에 갑자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나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앞으로도 정기적인 확인이 중요합니다.”
미정은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이전에는 ‘고령임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겁부터 났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랐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한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
‘무사히 낳아야지.’
처음으로 아주 분명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초음파 검사가 끝나갈 무렵 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성별도 보여요?”
미정이 바로 현우를 쳐다봤다.
“너 그게 그렇게 궁금해?”
“궁금하잖아요.”
의사가 웃었다.
“지금 주수면 자세에 따라 어느 정도 보일 수도 있어요.”
현우가 갑자기 긴장했다.
미정은 그 모습이 웃겼다.
“시험 결과 기다리냐?”
“진짜 떨리는데요.”
의사는 탐촉자를 조금 움직였다.
아기가 몸을 비틀면서 다리를 움직였다.
현우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나 아기는 절묘하게 몸을 돌렸다.
의사가 웃었다.
“오늘은 정확하게 보여주기 싫은가 봐요.”
현우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진짜요?”
미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부터 아빠 말 안 듣네.”
그 말을 해놓고 미정 자신이 잠시 멈췄다.
아빠.
현우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이제는 이상하지 않았다.
현우 역시 그 말을 들었는지 미정을 바라보다 웃었다.
초음파가 끝나고 미정은 배에 묻은 젤을 닦았다.
옷을 내리기 전 잠시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예전보다 확실히 둥글어졌다.
현우가 다가왔다.
그리고 주변 의료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배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많이 컸네요.”
“그러게.”
“제가 봐도 이제 티 나요.”
미정이 웃었다.
“조금 있으면 숨기지도 못하겠다.”
그 말에 두 사람 모두 잠시 조용해졌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현실이 많았다.
현우의 부모님.
주변 사람들의 시선.
나이 차이.
출산까지의 위험.
그리고 출산 후의 삶.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문제보다 모니터 속에서 움직이던 작은 팔과 빠르게 뛰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남아 있었다.
진료가 모두 끝난 뒤 의사는 다음 검사 일정도 설명했다.
몇 주 뒤에는 아기의 장기와 구조를 더 자세히 보는 정밀 초음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정은 일정을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병원을 나오면서 현우는 초음파 사진을 계속 들여다봤다.
미정이 물었다.
“그걸 그렇게 봐서 뭐가 보여?”
“여기 얼굴 같은데요.”
“어디가 얼굴이야.”
“여기요.”
“그건 배 아니야?”
“진짜?”
미정이 웃었다.
현우도 따라 웃었다.
잠시 후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현우가 다시 초음파 사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진짜 제 애네요.”
미정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배 안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 스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정의 표정이 멈췄다.
“잠깐.”
현우가 놀랐다.
“왜요?”
미정은 말없이 배에 손을 댔다.
방금 그것이 장이 움직인 건지.
아니면 정말 아기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처음 느껴보는 묘한 감각이었다.
마치 안쪽에서 작은 물고기가 방향을 바꾼 것 같은 느낌.
미정이 천천히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손은 배에서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미정은 가끔 조용한 밤이면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자신의 배에 손을 얹었다.
그 작은 움직임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