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현준은 밖에 나갈 때마다 무심코 남녀 공용 1인 화장실을 찾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카페에 갔다가 화장실 표시가 보이면 한 번 확인하고, 지하상가를 걷다가 공용화장실이 있으면 괜히 위치를 기억해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행동이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현준은 혼자 점심을 먹고 번화가를 걷다가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계산대 옆 복도 끝에 ‘남녀 공용 화장실’이라는 표시가 보였다.
현준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꾸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잠시 뒤 한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현준은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확인했다.
‘들어갔네.’
몇 분 정도 지나자 문이 다시 열렸다.
여성이 손을 닦으며 나오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현준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괜히 쫓아가는 것처럼 보일까 봐 커피를 몇 모금 더 마셨다.
조금 뒤 화장실이 계속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현준은 평소보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방향제 냄새.
세면대의 비누 향.
그리고 그 사이에 희미하게 섞여 있는 화장실 특유의 냄새.
현준은 잠깐 멈춰 있었다.
‘아까랑 또 다르네.’
사실 여자라서 냄새가 특별히 다르다고 단정할 만한 것은 없었다. 음식이나 몸 상태, 환기 정도에 따라 냄새가 달라질 뿐이었다.
그런데 현준에게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었다.
‘조금 전에 여자가 여기 있었다.’
그 사실 자체가 현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며칠 뒤에는 대형 쇼핑몰이었다.
그곳에는 층마다 가족화장실과 1인용 공용화장실이 있었다.
현준은 일부러 여러 층을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동하다가 공용화장실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어떤 곳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어떤 곳은 방향제를 너무 강하게 뿌려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또 어떤 곳은 문을 열자마자 현준이 얼굴을 살짝 찡그릴 만큼 진한 변 냄새가 남아 있었다.
그럴 때면 오히려 현준은 잠시 멈칫했다.
상상으로 궁금해할 때와 실제 냄새는 전혀 달랐다.
“와… 이건 진짜 세네.”
본능적으로 코를 막고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한 번 더 냄새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 경험하고 나자 현준은 자기 나름대로 차이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방금 사용한 화장실 특유의 따뜻하고 답답한 냄새.
시간이 조금 지나 공기 중에 희미하게 퍼진 냄새.
방향제와 뒤섞여 묘하게 달큰하게 느껴지는 경우.
냄새가 거의 남지 않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경우.
현준은 어느 순간 자신이 이런 걸 머릿속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하지만 집에 돌아온 뒤에도 그날 맡았던 냄새가 떠올랐다.
다음 주말.
현준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사람이 많은 복합상가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게 혼자 쇼핑을 하는 사람이었다.
옷가게를 구경하고, 식당가를 지나고, 카페에서 음료도 하나 샀다.
하지만 그의 눈은 곳곳에 있는 화장실 표시를 계속 찾고 있었다.
그러다 복도 끝에서 작은 공용화장실 하나를 발견했다.
현준은 멀찍이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몇 사람이 차례로 들어갔다 나왔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그때 현준은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누가 쓰고 나온 건지 모르겠으면 의미가 없잖아.’
처음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이용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그리고 현준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좀 아니다.’
특정 사람을 지켜보거나 따라가는 건 자신의 호기심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현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궁금증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 도착한 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람마다 진짜 냄새가 많이 다른가?’
처음에는 단순히 여자 똥 냄새가 궁금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강한 냄새와 약한 냄새의 차이, 음식에 따른 차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냄새까지 하나하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현준은 휴대폰을 들고 메모장을 열었다.
그리고 장난처럼 한 줄을 적었다.
‘공용화장실 냄새 관찰.’
쓰고 나서 자신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하지만 잠시 뒤 그 아래에 다시 적었다.
‘카페 — 방향제 강함, 거의 구별 안 됨.’
‘쇼핑몰 — 환기 좋아서 금방 사라짐.’
‘작은 상가 — 냄새 오래 남음.’
현준은 메모장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나 이거… 점점 진심이 되어가는데.”
그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 옆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다음에 밖에 나가면 어떤 곳의 공용화장실을 발견하게 될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단순했던 호기심은 어느새 현준만의 은밀한 취미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날 현준은 결국 자신이 정해놓았던 선을 넘고 말았다.
작은 상가의 남녀 공용 1인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안에는 누군가 방금 사용하고 나간 듯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현준은 잠시 숨을 멈췄다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시선이 휴지통에 멈췄다.
뚜껑이 살짝 열린 휴지통 안에는 여러 장의 버려진 휴지가 뒤섞여 있었다. 그중에는 변이 묻은 휴지도 보였다.
현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진짜 가져가 볼까.’
평소라면 더럽다는 생각부터 들었겠지만, 지금은 그보다 호기심이 더 강했다.
그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비닐봉지를 꺼냈다.
직접 손으로 만지지는 않고, 봉지를 뒤집어 손에 씌운 뒤 휴지통 안에 있던 오염된 휴지 한 장을 조심스럽게 집었다.
비닐 너머로도 축축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아 순간 손을 움찔했다.
“와… 내가 진짜 이걸 하고 있네.”
현준은 휴지를 봉지 안쪽으로 뒤집어 넣고 입구를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그 봉지를 다시 작은 지퍼백 안에 넣었다.
화장실을 나오면서도 괜히 누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현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그는 현관문을 잠그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가방에서 봉지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까까지 공중화장실 휴지통에 있던,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사용한 휴지.
그게 지금 자기 방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준은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는 봉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구를 조금 열었다.
닫혀 있던 냄새가 순간적으로 퍼졌다.
현준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으… 진짜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냄새였다.
방향제도 없고 환풍기도 없는 자신의 방에서는 공중화장실에서 맡았을 때보다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현준은 얼른 봉지를 다시 닫았다.
그러면서도 버리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냄새가 정말 다를까?’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다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여자 똥 냄새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현준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의 흔적을 직접 집까지 가져오는 단계까지 와 있었다.
그날 밤, 현준은 책상 아래 놓인 작은 봉지를 몇 번이나 바라봤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 호기심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