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는 그 관문을 지나고 마을로 들어왔다. 곧 새벽을 넘는 자정이라, 집들의 불은 다 꺼져있었지만, 여관처럼 보이는 큰 건물은 아직까지도 불이 켜져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역시 여관. 특이한 마을이었다. 여관을 중심으로 여관을 감싸듯,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돼지와 닭, 고양이, 개들이 마을 구석구석은물론이고, 길바닥에 늘어져 자고있었다. 그런 광경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며, 그는 여관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앞에는 카운터가 없었다. 대신 그것을 대신하는 듯이 문앞에 테이블과 의자 두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빤히 보고 있을때, 한 방문이 열리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이 부스스한 채로 눈을 비비며 나왔다.
"으으음- 이 야심한 새벽에 손님이라니, 꽤 오랜만이군요. 크흐흠, 보다시피 제가 몸이 좀 성하진 않습니다. 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노인은 의자에 앉으며 연신 크흠거리며 뭘 찾듯이 테이블 위를 손으로 훑어 대고있었다. 눈이 잘 안보이는 것 같다. 파란눈의 손님은 테이블 끝자락에 책사이에 삐죽이 튀어나온 안경다리를 보고 저것을 찾나보다 하며 그것을 노인에게 주었다.
"아아 감사합니다. 이제야 눈앞이 트이는군요. 허어... 마을에서 못보던 얼굴이군요. 초면에 반갑습니다. 저는 에른와스라고 합니다. 몇십년째 이 여관을 찾는자들을 기다리며 살고있죠."
짧은 감사의 말과 함께 '에른와스'라는 이 노인은 자기 소개를 하였다.
"몇십년 동안이라니.. 오래 경영해 오셨군요. 그런데 남은 방은 있습니까?"
나그네의 말이 살짝 거북했는지 에른와스는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고 숙박부를 찾아 펼쳐든채 그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그네는 흠칫하고 말을 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요 며칠동안 쉬지않고 마차를 타고 오느라 몸이 피곤하다보니 경솔한 말을 내뱉고 말았네요..."
그말을 듣고 에른와스는 얼굴에 드리워져있던 그늘을 벗어내곤,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훗,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운좋게 방이 하나 남아서 그랬을 뿐입니다. 젊었을 때부터의 버릇이거든요. 자 이리 오시죠.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에른와스는 허리를 짚으면서 '에고고, 삭신이야' 하고 중얼거렸다. 나그네는 에른와스의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에른와스의 발은 2층 복도의 두번째 문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꽤 낡은 듯한 문고리를 비틀며 문을 열었다. 세월을 간직한 벽과 천장, 바닥등과는 다르게 침대와 시트, 이불과 배게는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고, 침대 옆에는 투박한 책상과 의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여관주 생활을 혼자 하면서 청소도 제가 전부 하다보니 청소엔 이골이 났습니다. 후훗.. 보다시피 깨끗하니 편히 묵으시지요."
에른와스는 복도로 나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나그네에게 다시 말을 하였다.
"그러고보니 손님의 성함을 아직 듣지 못하였군요. 숙박부에 적을껀데, 성함좀 알려주시지요."
나그네는 몇초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대답하였다.
"...리시타, 리시타 딜루어스입니다. 그냥 리시타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에른와스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저 빙그레 미소가 그의 젊을적의 버릇중 하나인것 같다. 오히려 좋은 버릇이긴 하지만.
"알겠습니다. 리시타씨. 모쪼록 편히 쉬길 바랍니다."
종종걸음으로 에른와스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리시타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내도 그가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사흘 밤낮동안 마차를 탄 덕분에 몸이찌뿌드등 했다. 옷갈아 입는걸 포기한채, 그는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매우 기분좋은 아늑함에 리시타는 눈을 감았다.
"꼮 끼오오오옼-!"
우렁찬 수탉의 울음소리에 리시타는 눈을 떴다. .... 맙소사, 여관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는것을 깜박하고 그대로 자버려서 옷은 그대로, 짐은 내팽겨져 있었다. 한숨을 쉬고 일어나 그는 이제서야 짐정리를 하고 방을 나섰다. 1층에는 에른와스만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에른와스는 리시타를 돌아보며 반갑게 맞았다.
"꽤 이른 시간인데 벌써 일어나셨군요. 아직 다른 손님들은 주무시는데 말입니다."
옆면에 걸려진 괘종시계를 보니 아직 6시도 안된 시간이었다. 평소의 일찍 기상하는 생활 때문인지도 모른다.
"호오... 어제는 안보였었는데...? 짐속에 그런 물건이 있었군요. 칼브람 용병단에 가입하시려는 건가요?"
리시타는 그말을 듣고 허리춤을 내려다 보았다. 노인의 말대로 새벽에는 없던 물건이 리시타의 허리춤에 달려있었다. 검신이 두껍고 날카로운 1m정도 되보이는 양날검 두자루가 한쌍으로 걸려있었다. 만든지 얼마 안된것 처럼 검날에선 푸른 쇠빛이 서렸다. 리시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네. 그럴겁니다. 에른와스, 용병단 건물의 위치가 어딘지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에른와스는 자신의트레이드 마크인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선뜻 답해주었다.
"하핫 그저 저 여관문을 벌컥 열으시고 앞을 빙 둘러다 보시면 바로 보일겁니다."
간단한 대답에 당환한 리시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른와스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뒤로한채 리시타는 여관을 나왔다. 주위를 둘러도 보니 평화로운 콜헨마을의 모습과 시골의 냄새가 기분좋게 해주었다. .......그. 러. 나.
『키에에에에엑!!』
하고 알 수 없지만 날카롭고 노기를 띤 쇳바닥을 긁는듯한 포효소리가 마을의 정적을 덮쳤다.
-1막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