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은 명치를 때려서 적영웅의 체력을 0으로 만들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킬각이 적의 킬각보다 먼저 나오면 이기고
그 반대면 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기는가' 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내 킬각을 적보다 빨리 끌어내든지 (공격형)
상대의 킬각을 최대한 방해해서 내 킬각 뒤로 늦추든지 (방어형)
이걸 자주 사용하는 TCG 용어를 빌리자면
각각 어그로 덱, 컨트롤 덱이 되는 거고요.
그러나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적의 명치를 공격해서 체력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여기 분류되지 않는 덱들도 마찬가집니다.
콤보덱? 주덱?
콤보 만들어서 결국 뭘 합니까?
효율 높은 하수인 위주로 내서 필드 우위를 점하면 결국은 뭘 하죠?
당신이 그 어떤 덱을 짜든
상대 체력을 0으로 만들어야 이긴다는 전제는 결코 변할 수가 없으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상대 체력을 0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 후 상황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겼거든요. you win.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니 알아서 막으셔야겠지만요.
여기서 정말 말하고 싶은 건
'명치를 쳐라' 라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안 시켜도 알아서 할 일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덱을 짜든 플레이를 하든 하다 못해 카드 한 장을 낼까 말까를 생각하든
이 '우리 모두는 명치충'이라는 대전제에 입각하여
조금이라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하라 는 겁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생각 없이 좀 하지 마라'고 하고 싶습니다만
'그럼 무슨 생각 해야 되는데?' 라는 역질문이 뻔히 나올 것 같아서
우리 모두는 명치충이다 라는 대전제를 들고 나온 겁니다.
위에서 든 예시 중에 카드 한 장을 낼까말까 고민하는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예를 들어 나는 냉법, 상대는 명치스랄이고
이미 얼화 1장을 소모한 상태에서
내 손의 얼화 1장을 내서 하수인을 짜를까 그냥 맞을까를 고민중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먼저 내 킬각부터 봐야 합니다.
당장 이번 턴에 얼화 또는 다른 딜카드로 킬각이 나옵니까?
그럼 당신의 고민은 전제부터 잘못됐습니다.
얼화를 왜 적 하수인 정리에 써요?
적 명치에 꽂든 다른 번카드를 쓰든 벌써 이겼는데.
이상한 고민 하지 말고 스랄 명치나 때리세요.
당장 킬각이 안 나온다면
내 킬각은 몇 턴쯤 나올 것 같습니까?
적 하수인 정리에 얼화를 쓰면 확실히 킬각이 느려지네요.
그렇다면, 킬각을 위해 얼화를 아껴도 될 만큼 킬각이 빠르게 옵니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으셨다면
적의 킬각은 언제쯤 나올 거라 생각하시나요?
(단 이는 명치스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명치스랄을 모르는 분은 답변이 어려우실 겁니다.)
바로 다음 턴이 확실하다고요?
그럼 빠른 튀지컬 가셔야 됩니다.
얼화를 안 쓰면 바로 다음 턴일 가능성이 높습니까?
그럼 볼 거 없습니다. 얼화 써야 돼요.
둘 다 아닐 경우가 고민되는 문제인데
적의 핸드가 판타스틱한 수준으로 가질 거 다 가지고 있는 걸 가정하시나요?
물론 거기까지도 대비가 다 되신다면 그건 이미 거의 가져온 게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까지는 되지 못할 것이며
다만 상대가 냈거나 낼 카드들에 대한 대응책을 생각하는 정도겠죠.
이제 거의 다 오셨습니다.
이 얼화를 하수인 정리에 쓰면
내 킬각은 몇턴 정도 늦춰지고
적 킬각은 몇턴 정도 늦춰질 것 같습니까?
짧게 이야기하면, 이것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얼화를 어디에 쓰는 게 더 이익인지 답이 나오실 겁니다.
이 길고도 당연한 이야기는
아만보인 제 친구가 소스를 제공했습니다.
친구가 방밀전사를 하겠다길래
방밀전사 어려운데 어떻게 하려고? 라고 물었더니
그냥 방어도만 쌓으면 이기는 거 아냐?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ㅋㅋ
그 때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는데
명치충 이론으로 생각하면 뭐가 잘못되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1. 상대는 킬각을 재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방어도를 쌓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2. 방어도를 쌓는 것은 내 명치를 보호하는 수단일 뿐이다.
적의 명치를 까려는 수단에 대한 생각이 전무함
... 라고 설명해 주려다가
이렇게 아예 인벤 팁게에 글을 적게 됐습니다.
엥? 이거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당신
솔직히 말해 봐요.
지금이야 당연하다고 말하시겠지만
제목만 보고서 '이건 또 무슨 신선한 개소리야?' 라는 생각으로 클릭하진 않으셨는지?
너무 당연한데도 우리가 의외로 많이 놓치고 있는게 바로 이겁니다.
그리고 명치 운운하다 보니 제가 마치 렉사르 협회에서 온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은 모든 영웅을 통틀어서 렉사르 레벨이 제일 낮습니다.
렉사르 협회원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어그로 덱이 아주 원초적인 덱이라서
필드싸움 신경 안쓰고 명치만 죽어라 치다 보니까
사람들이 필드에선 안밀리기 때문에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의 덱이 더럽기 때문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잘못된 시각이라 봅니다.
물론, 해당 덱이 너프 먹어야 할 정도의 OP인 경우는 당연히 제외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