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에서 전사는, 워크래프트부터 이어져온 가장 많은 골수팬(
아저씨팬)을 가진 영웅입니다. 다수의 무기를 이용한 강력한 직접전투력, 돌진 하수인을 이용한 빠른 게임전개, 격노 하수인을 이용한 전투까지 '화끈한 플레이'를 기대하고 원하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전사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요.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 다루기가 까다롭고 약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다양한 컨셉의 덱이 존재하는 것이 전사입니다.
하지만 각종 대회에서 전사의 입상 성적은 꽤나 저조한 편입니다. 사제에 밀리고, 도적에 치이고, 사냥꾼에 까이고, 마법사에 밟혀가며 '지금까지는' 그닥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수많은 전사팬이 굶주려있었기 때문일까요. 최근 있었던 NA MLG/MG 대회에서 방태전사를 내세운 'Confused' 선수가 당당히 1위를 탈환한 것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사의 1위 탈환을 기념하며, 한사람의 전사팬으로서 지금까지 대회에서 입상(4위 이상)했던 덱들을 중심으로 변화해온 메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분석에 사용된 덱은 인벤 덱시뮬레이터의 "입상덱" 항목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Team Liquid Open 우승자 ChanmanV의 전사덱
해외 유명 프로게임팀인 팀 리퀴드에서 진행한 대회 우승자의 전사덱입니다. 이 덱은 비단 전사뿐 아니라 하스스톤 전체의 덱 구성 방식에 있어서도 큰 의의를 가지는데요,
이러한 주문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으로 전사뿐 아니라 다른 덱에서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ChanmanV 덱의 특징은, 당시 전사라면 사용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이 두장의 카드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게임 후반 한방데미지를 담당하던 피의 울음소리와 그롬마쉬 헬스크림 대신 (너프 전의)전쟁노래 사령관과 용암거인을 이용했습니다.(여기서 착안한 컨셉덱이 한때 유행한 "진격의 거인"덱이지요) 또한, 이 덱에는 도발카드가 한장도 포함되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하수인을 이용한 필드싸움 보다는 4장의 무기와 전사 주문카드를 이용, 상대 도발 하수인을 정리하고 나의 돌진 하수인으로 상대를 타격하는 초창기 전사의 정석적인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제1회 HIT(Hearthstone Inven Tournament) 우승자 이스프릿의 전사덱
(하수인 15, 주문 12, 무기 5, 평균비용 4.1)
전사 한방덱의 대명사, 이 한방에 내 모든것을 건다, 쓰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피가 끓어오르는 "진격의 거인"덱입니다. 하수인의 숫자를 줄임과 동시에 콤보에 필요없는 하수인은 과감하게 버리고 그린스킨으로 무기 효율을 높여 필드장악을 쉽게 한 덱입니다. 용암거인의 추가로 평균 코스트는 상승했으나 오히려 덱을 운영하는것은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5장의 무기와 아라시 무기제작자, 2장의 난투와 주문을 이용해 도발 하수인을 최우선적으로 필드를 정리하고
이 카드들로 빠르게 드로우를 해서 콤보를 완성하는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필드와 자신의 생명력을 조절(!)하고, 타이밍이 왔을때
콤보를 활용해 한턴에 30데미지까지 입힐 수 있는 그야말로 한방덱입니다.(플레이어의 생명력이 10 이하고, 젊은 양조사가 2장 있다면 7코스트로 30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그 파괴력은 요즘의 리로이+압도적인 힘 혹은 리로이+질풍 콤보를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지만, 콤보를 이루기 위한 핸드가 완성이 될 때 까지 버티면서 필드를 정리해야 한다는 점, 생명력이 어느정도 조절됐을 때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사용되지는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파괴력 때문에 대회를 전후로 수많은 한방 애호가들에 의해 사용되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전쟁노래사령관의 너프로 사용할 수 없는 덱이기도 합니다.
(대신 돌진카드를 이용한 변형덱이 사용되기도 하더군요)
Bilzzcon Invitational 1위 Artosis의 전사덱
(하수인 19, 주문 6, 무기 5, 평균비용 2.9)
진정한 분무전사란 이런것이다 를 보여준 덱입니다. 전사 유저들이 거품무는 광전사를 다시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된 덱이기도 하지요. 이 덱은 당시 추세가 도발 하수인을 줄이는 방향이었기에 더욱 힘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너프 전의
도발 하수인이 아닌 이상 상대 필드를 무시하고 영웅에게만 극딜을 퍼붓는, Artosis 선수의 극단적인 운영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경기에서 Artosis의 공격적인 운영에 맞선 Trump 선수의 당황한 표정은 잊을수 없지요) 경기가
콤보로 마무리될때, 장내는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이 덱의 큰 장점은, 위에서 말한 그롬마쉬 헬스크림과 내면의 분노 콤보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데미지를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카드들을 이용한 콤보는 쓰기에 까다로운것도, 코스트가 비싼것도 아니기에 중반 이후 언제든 상대에게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가 1~2장은 당연히 들어가는 도발하수인 위주의 경기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것도 사실이지요. 손패가 안좋을 시 운영이 너무 힘들다는 단점역시 존재합니다.(사실 이건 어떤 덱이던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아직까지 전사의 로망을 잊지 못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형태의 전사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NA MLG/MG #10 2위 DustDevil의 전사덱
(하수인 15, 주문 13, 무기 2, 평균비용 3.8)
ManaGrind 대회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전사가 입상한 덱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쟁노래사령관과 젊은 양조사, 용암거인을 이용한 "진격의 거인"덱 컨셉이지만, 앞서 나온 이스프릿 선수의 덱과는 다르게 방패막기와 같은 방어적인 카드를 같이 구성해 콤보가 완성될때까지의 생존력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드로우수단의 변화도 눈에 띄는데요, 풋내기 기술자와 노움 발명가 등 '드로우를 위한 카드' 대신 가젯장 경매인, 하늘빛 비룡으로 드로우와 필드장악력의 두가지 토끼를 잡으려 노력한 점입니다.
가젯장 경매인의 추가로 주문카드의 활용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전사 덱에서는 약간 의아하게 느껴진
EU MLG/MG #10 3/4위 Darkwonyx의 전사덱
(하수인 13, 주문 14, 무기 3, 평균비용 3.1)
MG 유럽대회에서 입상한 전사덱입니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전설카드들의 활용이 눈에 띄는데요, 이것은 카드와 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전설카드의 성능이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방패 밀쳐내기가 처음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1코스트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방패막기나 방어도 증가와의 시너지가 좋기 때문입니다.
(방어도가 전혀 없다는 가정 하에 4코스트 5점, 3코스트 2점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전사덱에 많이 사용되던
와 같은 카드들이 들어갔는데요, 이는 화염술사와 주문카드의 조합으로 초반 필드를 정리하고 드로우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중반에는 가젯장 경매인과
를 활용해 필드싸움에서 주도권을 잃고싶지 않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르크론 정예병 역시 꽤 오랜만에 입상덱에 포함된 카드로, 게임의 중-후반 부족한 딜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후반에는 전사의 새로운 콤보인
가 등장했습니다. 알렉스트라자를 활용해 상대의 체력을 15로 만든 이후, 10턴째에 리벤홀트 암살자와 돌진, 내면의 분노 콤보를 통해 상대 영웅을 처리하거나, 암살자를 필드에 꺼낸 이후 알렉스트라자에 돌진을 입혀 공격하는 방식입니다.(패치 전의 돌진은 0코스트에 추가 공격력이 붙어있지 않은 카드였습니다.) 혹 부족해보이는 딜은 피의 울음소리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알렉스트라자를 이용한 콤보는 효율을 인정받아 이후에도 다양한 영웅과 컨셉덱에서 사용됩니다. 하지만 드로우 운에 따라 초반을 넘기는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약간은 운이 필요한 덱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EU MLG/MG #12 3/4위 Caxx의 전사덱
(하수인 13, 주문 14, 무기 3, 평균비용 3.4)
드디어 전사도 빅덱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덱이 죄다 주황색이야.....)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전설 하수인을 다수 배치함으로써 전장 장악력을 높이고, 광기의 화염술사와 더불어
덱의 전반적인 컨셉은 Darkwonyx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중반을 화염술사와 주문으로 버티고, 중후반에는 전설 하수인을 이용해 필드를 장악하며, 후반에는 알렉스트라자를 이용한 한방콤보를 노리는 덱입니다. 하지만, 라벤홀트 하수인을 활용한 이전 덱과 달리, 그 자리에 와 같은 전설카드를 배치해 콤보가 실패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전장을 장악하고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길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케른 블러드후프는 이 시기부터 재조명받아 요즘까지 사랑받고 있지요.
Liquid Hearth Open #1 2위 Kalle의 전사덱
(하수인 16, 주문 12, 무기 2, 평균비용 2.8)
하스스톤에 대대적인 패치가 단행된 이후 열린 대회입니다. 이 패치에서 전사는 어마어마한 너프를 맞이하지요. 진격의 거인 등 전사의 주요 콤보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던 전쟁노래사령관과 돌진 카드가 너프되면서, 어쩔수 없이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게 되지요.
패치 이후 많은 전사유저들은 "이제 전사는 일어날 수 없을것"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분노전사에서 정통 하수인덱으로 선회한 이후 많이 사용된 돌진의 변화는 실제로 그만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후 벌어진 대회에서 전혀 새로운, "방태전사"의 등장으로 전사 유저들에게 희망의 빛이 내렸습니다.
사실 방태전사 자체는 이전에도 종종 사용되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격력이 일반적인 분무전사나 하수인 전사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방어구제작자의 재조명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방어구 제작자를 내리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거스의 수호자 등으로 도발 유닛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방어도를 확보한 이후에
를 사용하는 콤보는 최근 많이 등장하는 체력 12의 전설 하수인조차 1코스트로 해결하는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그에 더해 자체 어그로는 도발 하수인을 능가한다는
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방어구 제작자를 제1목표에서 끌어내리는 효과를 확보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무기 사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무기를 이용해 하수인을 정리하는 초창기 전사의 전략은 쌓아논 방어도를 소비할 수 밖에 없기에, 필드 장악에 주문과 하수인을 이용하게 된 것이지요. 이는 전사의 영웅능력 사용 시기의 변화도 가져왔습니다. 이전에는 방어도2증가 -> 도끼로 공격 순이었다면, 공격->방어도 증가의 순서로 방어도를 쌓아놓는 식의 운영을 하는 것이지요.
또한, 필드 장악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케른 블러드후프와 아르거스의 수호자, 후반 한방딜을 담당할 그롬마쉬 헬스크림과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로 방어도와 주문을 이용한 초중반 버티기와, 방패 밀쳐내기와 전설 하수인을 이용한 후반 딜까지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전사덱이 완성되었지요. 이에 더해, 방패 밀쳐내기는 '주문'으로, 아르거스의 수호자를 활용한 도발 하수인 운영이 일반화된 현재 목표 하수인에게 직접 데미지를 입힐 수 있어 확률 대마왕 라그나로스와 함께 앞으로도 많이 이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NA MLG/MG Open Tournament #14 1위 Confused의 전사덱
(하수인 18, 주문 10, 무기 2, 평균비용 3.3)
북미 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Confused의 방태전사 덱입니다. 전체적인 덱의 구성은 Kalle선수의 덱과 비슷합니다. 차이점이라면 하늘빛 비룡을 대신할 드로우 수단으로 네트 페이글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입상덱을 중심으로 전사 메타의 변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무기를 활용한 필드정리와 격노, 돌진 하수인과 주문을 이용한 전사에서 시작된 메타는, 이후 "진격의 거인"이라는 컨셉의 한방덱으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콤보를 구성하는 카드가 많다는 점, 발동 시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 때문에 쉽사리 쓰기는 어려운 형태였지요. 거기에 전체적인 트렌드가 콤보완성에서 초중반 필드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양조사와 거인을 이용한 콤보를 기다릴 수 없게 되어 진격의 거인덱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일반적인 형태의 하수인을 이용한 전사덱이었지요. 많이 사용되는, 효율이 좋은 하수인들을 이용해 필드를 장악하고, 알렉스트라자를 이용한 한방 콤보를 박아넣는 형태의 전사덱이 나오게 됩니다. 특히 이 시기부터 효율 좋은 공용 전설 카드들이 다양하게 활용되지요.
대규모 패치 이후 지금까지 콤보에서 키카드로 활용되던 카드들이 대거 변화하면서, 전사의 전략 역시 변화하게 됩니다. 방어도를 쌓아 생존력과 공격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의 '방태전사'가 등장한 것이지요. 이 덱은 현재 메타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전략중 하나입니다.
이 글이 전사를 플레이하고 연구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선수들과 많은 유저들의 연구를 통해 색다른, 강력한 전략이 계속해서 등장하길 바라며 끝을 맺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짤은 블리자드 컨셉아티스트 웨이왕씨의 그롬마쉬 헬스크림)
P.S. 인벤 덱 시뮬레이터에서 덱을 그대로 따왔는데 카드 리스트가 이상하게 나오네요. 이쁘게 보이게 하는 방법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