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드로우 하던 도적

<짤은 구글링 했음>

벌써 낙스 개방전일이다. 내가 갓 등급전 뛴지 얼마 안되어서 20등급 근처 뛸때다.  19등급 올라가는 길에 가젯잔을 꺼내놓고 드로우를 하고있는 도적이 있었다. 턴종료를 빨리 눌러달라고 위협을 했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끄는것 같았다.

 

 

<좀 빨리 해줄 수 없읍니까?>

 

했더니,

 

<드로우 한장 해가지고 어찌 주문도적 하겠소? 못 기다리겠다면 항복 누르고 다른데 가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도적이었다. 더 위협하지도 못하고 빨리 끝내달라고 감사만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드로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뽑는 것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뽑았는데, 자꾸만 더 뽑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끝내라고 해도 못들은첫 대꾸가 없다. 사실 밧줄이 타고 있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킬각 안나오는것 같으니 이제 그만 종료해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내며,

 

<리로이가 나와야 킬각이 나오지. 가젯잔 재촉한다고 킬각이 나오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내 체력이 30인데 무얼 더 뽑는단 말이오? 돚거, 외고집이시구먼, 밧줄 다 탔다니까요>

 

도적은 퉁명스럽게.

 

<다른데가 승급하소. 난 턴종료 안 누르겠소.>

 

하고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항복할수도 없고, 밧줄 시간은 어차피 틀린것같고해서, 될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마음대로 뽑아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가젯잔이란 제대로 다 뽑아놔야지, 뽑다가 놓지면 되나>

 

좀 누거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뽑던 것을 멈추고 은신한 다음 태연스럽게 감정 표현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턴종료를 누르고 말았다.  다음 턴에야 가젯잔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킬각이 나왔다고 리로이를 뽑는다. 킬각이 나오기는 아까부터 뽑혀있던 리로이다.

 

승급에 실패하고 다음 상대를 찾는데 불쾌하기 짝이없었다.

 

<그 따위로 게임을 해 가지고 전설이 될턱이 없다. 대전 게임이 아니라 벽보고 게임하는것 같다. 그래 가지고 시간만 엄청 끈다. 상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돚거이다. 생각할수록 화중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도적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다음 상대를 찾고 있었다.

 

그때 , 그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고수다워 보이고, 부드러운 눈매와 꿀벅지에 내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도적에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사이트에 와서 덱을 찾아봤더니, 여관 주인은 덱을 잘 짜놨다고 야단이다. 내 덱에 있는 것보다 참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것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여관주인의 설명을 들어보니 덱이 너무 가벼우면 가젯잔 내려놓기 까지 필드 정리가 너무 힘들며 덱이 너무 무거우면 가젯잔을 뽑아도 킬각이 너무 늦게 나온단다. 요렇게 꼭알맞은 것은 주문도적덱은 만나기가 어렵다는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도적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나는 그 도적을 찾아가서 갓골팩에 황급 위습이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스 개방 이후 그 도적을 찾았다. 그러나 그 도적은 친추창에 있지 아니하였다. 나는 그 도적이 앉았던 등급에 멍하니서 있었다. 허잔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다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 편 알탕 레이나드를 바라다 보았다. 오토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승급이었다. 아. 그때 그 도적이 저 오토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가젯잔으로 드로우 하다가 우연히 오토로 전설가는 오토충을 바라보던 도적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짤랑 짤랑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낙스 개방 전 드로우 하던 도적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