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1화 :
https://m.inven.co.kr/board/lineagem/5019/701397?iskin=lineagem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가 이 ㅅㄲ야!!!"
주임원사가 흐뭇한 표정의 장 상사의 면전에 사자후를 갈긴다.
- 주임원사 : "이 새끼 이거 짬을 똥꾸녕에 빨대를 꽂아서 쳐먹었나, 어떻게 생각을 해도 임마, 애들을 단체로 게임중독자 만들 작정이야?!" 그 딴 걸 이렇게 진지하게 나한테 건의를 해? 장진성이 니 이거 밖에 안되나?
일 잘 한다고 동기들 중에 제일 먼저 지휘추천으로 상사 진급시키고 행보관 앉혀놨더만 한다는 소리가 뭐? 게임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 장 상사 : (느긋한 표정으로) "주임원사님, 저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 기대효과도 염두구상 하지 않고 주임원사님께 제가 건의드리겠습니까. 이게 게임중독자 양성이 목적이 아니고, 순기능이 많습니다. 가령, 요즘 병영생활관 되고나서, 게다가 스마트폰까지 보급되고 나서 이게 단체생활을 해야하는 군대인데도 애들끼리 전우애도 더 엹어지고 파편화, 개인화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그냥 게임 같아도 전우들끼리 전우애도 고양시키고 군생활 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도박하고, 민간인 상대로 사기치고, 여자 잘못 홀려서 민원 당하고 이런 사고들을 방지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임원사님. 이게 돈이 되는 게임입니다."
- 주임원사 : "돈? 야 임마, 너 그럼 애들 앞세워서 돈 벌려고 하는거야?!"
- 장 상사 : (약간 뜨끔했지만 포커페이스로) "주임원사님, 윤허해주시면, 그 영면한 지도력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매월 100만원 드리겠습니다."
- 주임원사 : "월 100만원?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임마"
- 장 상사 : "주임원사님, 누구나 한 번 쯤 가슴속에 군생활하면서 '아, 우리 용사들하고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 이런 소망 하나 쯤은 있지 않습니까. 이제 21세기고 신세대 장병들이 게임을 통해 단결되고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확립과 서로 갈등없이 화목한 병영생활을 이뤄내는 것. 이것이 가능한 세대라는 걸 제가 한 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애들 주말에 단체로 PC방가서 롤하고 배그하고 하면서 서로 끈끈해지는 거 모르십니까. 이제 그게 상시화 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월 100만원은 제 사비로 드린다고하면 주임원사님 품격에 당연히 손사래를 치실 것인데,
우리 용사들이 딱 10명만 자원해도 월 100만원 정도는 게임에서 벌 수 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진짜 벌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나오는 수익을 일부 드리는 개념이라 부담가지실 것도 없고, 주임원사님께서 부대의 장 아닙니까. 부대의 장이 윤허해주신 만큼, 그 인허가에 정당한 로열티를 드리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장 상사는 월 100만월 벌 수 있을 지 자신이 서질 않는다. 하지만 이 리니지 부대 프로젝트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하다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칼을 뽑은 이상 한 번 실현 해보겠다는 굳은 심지다. 초기에 프로젝트가 부대에 안착되는 2~3개월만 월 100씩 꽂아주고 요즘 득템이 안되니 뭐니 핑계를 대며 상납액을 줄여나갈 심산이다. 장 상사가 아는 주임원사는, 일단 처음에 허락이 어렵지, 한 번 시작되고나면 관성을 타서 월 100만원이 아니라 월 20만원만 꼬박꼬박 쥐어줘도 별 말 안할 거란걸 잘 알고 있다.)
- 주임원사 : "너 이거 진짜 장난 아니네 말하는거보니까. 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건데"
- 장 상사 : "부대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정비 시간을 활용하여 용사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 뿐이니, 그 부분에 대해 허락만 해주시면 됩니다 ㅎㅎ" (대대장을 설득해달라는 말은 아직 하지 않는다. 그 부탁까지 하면 너무 부담을 가질 터. 일단 매월 용돈을 손에 쥐게 되면 하지말라고 해도 알아서 대대장이 물어볼 때 쉴드를 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 주임원사 : "해봐 한 번. 너 약속은 지켜라잉~"
그날 저녁 19시, 개인정비 시간을 맞은
2중대 행정반의 벽보에 왠 낯선 포스터가 붙어 있다.
<리니지M 게임동아리 멤버 모집>
+ 모집기간/인원 : 선착순 10명. <<< 혈맹 잔여석이 18개이기도 하고, 상시모집이라고하면 아무도 지원 안할까봐 일단 10명만 받는 걸로 구라를 쳐놨다.
+ 지원자격 : 관심있는 용사 누구나 (단, 잔여 복무기간 100일 미만인 자는 신청 금지)
+ 내용 : 간부들과 같은 혈맹(길드)에서 리니지M 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즐길 멤버 모집
+ 게임시간 : 개인일과 시간 등 자유시간 활용
+ 특전 : 1) 21:30 저녁점호 이후 22:00~00:00까지 연등 상시 가능
2) 연등 시 컵라면 무한 제공
3) 매월 1회 단체 회식 제공 (삽겹살 / 짜장면 / 치킨피자 / 보쌈 등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할 예정)
4) 하다가 재미없을 시, 캐릭터 구매 시 들어간 비용으로 언제든 캐릭터 재매입 가능
+ 신청방법 : 행정반에 비치된 양식 기재하여 행보관에게 제출
(비치된 양식에는 소속/성명/군번/계급/희망클래스/캐릭터 구매 가용예산/리니지 경험/지원동기 및 포부 등을 적게 되어있다.
캐릭 구매 가용예산 범위는 최소 100만원 이상이며, 최대 200만원 이하로 설정되어있다.)
* 캐릭터 구매 방식은,
용사가 양식을 행보관에게 제출하고 1:1 면담을 통해 어떤 캐릭터를 사는게 좋을지 컨설팅을 거친 뒤,
용사가 캐릭터 구매비를 행보관에게 계좌이체 해주면
행보관이 해당 예산 범위에서 캐릭터 구매사이트를 통해 3~4개의 후보 캐릭터를 용사에게 소개해주고
용사가 그 중 하나를 고르면 구매를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행정반에 요상한 게임 길드원 모집 포스터가 붙은 후
MMORPG에 빠꼼이인 MZ용사들의 병영생활관이 술렁인다.
"아니 미친거 아니야? 자기 캐릭을 돈을 줘가며 돌려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돈으로 캐릭을 사 오면 껴주겠다고?"
"저거 돈도 많이 들어가는 게임 아닙니까? 저거 같이 했다가 저희 인생도 거꾸로 가는거지 말입니다."
"반응을 좀 지켜봐야겠는데, 애들이 많이 합류하면 안하는 애들은 소외 당하는 거 아닙니까 이거?"
신박한 포스터에 병영생활관이 술렁거리자
장 상사는 관심끌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저녁 점호가 끝난 21시 50분 경,
장 상사가 방송을 켠다.
- 장 상사 :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아, 2중대 행보관이 전파한다. 중대원 전원 행정반 앞으로. 다시 한번 전파한다.
중대원 전원 지금 바로 행정반 앞으로"
행정반 방송에 맞춰, 각 병영생활관에 있던 용사들이 복도로 나와 삼삼오오 자리에 앉는다.
- 장 상사 : "자, 다들 아까 행정반 앞에 붙은 포스터 봤지?"
- 용사들 "예이~!"
- 장 상사 : "자, 10분만 짧게 전파할 거 전파하고, 질문 받는다. 참고로 이미 지원자 3명 나와서 방금 2시간 가량 쟁뛰고 왔다. 그렇지 손상병?"
- 손 상병 : "예 그렇슴다 ㅎㅎ 꿀잼이었지 말임다~!"
그렇다. 장 상사는 이미 여론몰이를 위해 부대의 실세 3명을 돈으로 매수, 바람잡이 역할을 부여한 상태였다.
- 장 상사 : "취지는 간단하다. 행보관이 즐겨하는 게임인 리니지M을 여러분과 같이 즐기면 여러분과 우리 간부들에게 있어 더 풍성한 병영생활이 되지 않을까하는 취지다. 오로지 그거 하나다. 강요 전~혀 없고, 희망자에 한하여 접수 받을 예정이다. 개인일과 끝나고 각 병영생활관에서 여러분 캐릭으로 우리하고 같이 서버를 평정하면 되는기야~"
(MZ들은 대충 말해도 다들 뭔말인지 알아듣는다.)
- 장 상사 : "무슨 리니지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느 취미와 마찬가지로 그냥 게임일 뿐이고, 여러분들 스마트폰도 보급되었겠다, 희망자에 한해서 같이 게임하며 전우애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보자 이거니까 오해하거나 과대해석하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들께 당부한다."
- 장 상사 : "질문 있나?"
- 김모 일병 : "행보관님 제가 100만원이 없는데, 혹시 두세명이 돈 모아서 캐릭 하나 사도 됩니까?"
- 장 상사 : "안된다. 그러면 캐릭에 애착이 안간다. 1인 1캐릭 원칙이고, 돈 100만원이 부담되면 안하면 된다. 다음"
- 이모 일병 : "길드명은 뭡니까?"
- 장 상사 : "노빠꾸다. 우리는 군인이다. 전장에 나설 때는 임전무퇴야. 우리는 캐릭터에서 베르키를 없앤다. 군인은 그냥 전장에서 죽는거다. 그래서 노빠꾸다."
- 이모 일병 : "베르가 뭡니까?"
- 장 상사 : "빠꾸 빠꾸. 문맥으로 좀 알아들어라. 자, 다음."
- 구모 이병 : "캐릭 몸만 최대 200만원으로 제한이 있는겁니까"
- 장 상사 : "그렇다."
- 구모 이병 : "그럼 장비는 무제한입니까?"
(존나 예리한 질문이다.)
장 상사는 살짝 당황했지만 '뭐 니들이 장비를 사봤자지' 하는 마음과,
최대한 리니지M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장비는 제한 없다'고 답한다.
- 장 상사 : "리니지M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이템 가치 만큼은 확실히 보전된다. 모집 공고에 기재한 캐릭터 재매입은 몸땡이 기준이고, 여러분들이 필요에 의해 더 구매한 아이템은 재매입 대상이 아니다. 아이템은 여러분들이 만약 캐릭터를 정리하게 되면 기존에 게임하는 용사들이 혈가에 구매를 하거나, 구매자가 없으면 외판을 통해 수익금을 돌려주거나, 팔리지 않는 템의 경우에는 깡통 계정을 75렙까지 만들어두고 아이템을 옮긴 뒤 그 깡통 계정을 줄거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혈원이 되면 안내해주겠다."
부대 전입 후 선임들의 갈굼과 동기들로부터 왕따에 시달리고 있던
구모 이병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사실 그는 아직 어린 탓에, 리니지M를 해본적도 없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었던 터라 수년 전 유튜브를 통해 리니지M 카드뽑기 방송 같은 걸 몇번 본 기억이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L모 재벌가의 친인척으로,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던 것이다...
속으로 몸땡이는 200만원 후잡캐릭이지만, 휴가 때 가장 좋은 아이템을 장착하고 주변의 부러움을 사게 되다면
왕따 탈출, 인싸 진입 각이라는 계획이 빠르게 머리를 스친다.
- 장 상사 : "자, 포스터에 기재한 대로, 딱 10명만 선착순으로 받을거고, 여러분들 선발된 혈원들을 대상으로는 00시까지 상시 연등, 단체 회식 등 특전을 행보관이 보장할 예정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대 강요 없고 순수하게 희망자만 받는거니까 잘 생각해보고 지원서 제출 하도록해라."
18사단 2중대의 노빠꾸 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