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게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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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삽니다.... (흑)
팀 다크 사건의 해결책
지금은 '게임' 이라는 문화 콘텐츠가 한국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게임 중독법, 일부 정치인들의 게임 시장 압박같은 불안한 사건들. 롤드컵의 한국 개최, 프로팀의 다수 창단 등의 긍정적인 사건들.
그리고 하필이면 이런 미묘한 시기에 터진 팀 다크의 사건.
다크가 한 행동이 트롤링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팀 다크의 게임 영상도 남아있고, 누가 보더라도 트롤링이라고 말 할 수는 있지만, 명확한 법규 조항이 있지는 않으니 아니라고 우기면 또 아닌게 될 수 있다. 애초에 그것이 (극히 소수기는 하지만) 팀 다크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리기도 하고.
그렇지만 누가 뭐라고 하던,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팀 다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한 행동이건간에, "대다수"의 여론은 그 행동을 트롤링이라고 보고 있다.
즉,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이것이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 행위" 라는 것은 명확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안타깝고, 일부는 분노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경기를 보고 즐기고자 하는 우리도, E-Sports 라는 판을 만들어 온 선수들과 관계자도, 또 E-Sports가 뭔지 잘 모르는 많은 다른 사람들도, 또 나아가서는 팀 다크에게도 최선의 해결책이 무엇일지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으며, 또 그 장단점은 무엇일까?
1. 저놈들을 당장 처벌하자!
어떤 의미로는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처벌의 수위에 따라서 그 반향도 제각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팀 다크의 모든 기록과 향후 게임 참가 자격을 박탈하고 가능하다면 본선 진출에 대한 상금인 천만원을 몰수, 거기에 더해 (관련 조항이 있다면) 그들의 행동에 대한 벌금을 물리는 것까지.
장점은 명확하다. 일단 팀 다크의 행위에 분노한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며, 또한 살일경백 (한사람을 죽여서 백사람을 놀라게 하는, 즉 본보기) 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먼저, 그 근거가 불확실하다. 위에도 설명했듯이, 트롤링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물증도...) 그것 만으로 위에서 예시한 것 같은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새로운 메타나 시도 자체를 죄악시 하는 본보기가 될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팀 다크의 일원들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을 쓰게 된다. 물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개과천선해서 정말 훌륭한 본보기를 보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만약 강력하게 처벌해서 당장 이 판에서 쫓아낸다면, 그러한 가능성은 영원히 상실된다.
게다가 그러한 이유 외에도, 당장 온게임넷의 리그 일정이 박살난다. 대부분의 사람이 크던 작던 뭔가 행사를 기획한 적이 있을 것이다. 수만명이 모이는 대형 집회건, 친구 둘이서 컴퓨터 사러 가는 거던간에, 무언가를 계획했는데 갑자기 그 계획의 한 부분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세명이서 컴퓨터를 사러 가기로 하고, 셋이서 택시비를 나눠 내기로 했는데 한 명이 갑자기 "나 여자친구랑 놀러가야돼." 라면서 빠지면? 당장 택시비를 더 내야 한다!!!! 여자 친구 있는 놈들은 다 똑같... 아, 이게 아니고.
아무튼, 온게임넷도 일정을 짜고 행사를 기획해 뒀을 것이고, 그것들은 따지고 보면 죄다 "돈"이다. 행사 하나만 취소해도 그게 얼만데...
거기에 더해 이런 식으로 E-Sports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질 것이며 가뜩이나 공격하던 일부 정치인, 그리고 "수익 논리"로 게임판을 기웃거리고 있는 일부 기업들도 몸을 뺄 수 있다.
즉, 이러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극단적인 해결책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고)
2. 덮고 넘기자...
어떤 의미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냥 없었던 일로 하는 것.
사실, 모든 사람이 이 것에 동의한다면 오히려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팀다크가 개과천선한다는 전제하에...) 그냥 젊은 사람들이 한 번 실수 한 거고, 앞으로 최선을 다 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힘들 것도 없다.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사과문 같은거라도 좀 올려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 방법에 찬성할 리가 없잖아!" 라는 것.
정말로 좋게 좋게 말해서, E-Sports를 즐기고 있는 이들과 관계자들이 이른바 "흑역사"로 취급하고 그냥 묻는 것은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 "우리"의 일부니까.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E-Sports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E-Sports 자체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가 주 관심사인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이용하기 매우 좋다. 굳이 노골적으로 팀 다크가 트롤링을 했다지 않나, 라는 식으로 말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언론 앞에서, "E-Sports는 아직 스포츠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어린 것이 아니겠는가" 정도로 말하면 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이 미묘한 시기에 저러한 관점을 언론에서 띄워주기 시작한다면?
게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다. 그렇지만 원래부터 어떻게 하면 게임을 그저 애들 놀이일 뿐이고, 시간 낭비라고 말하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과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 일을 넘어가 줄까?
또 그러한 "선동꾼"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하면, 게임이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E-Sports라는게 정말인가? 하고 조금쯤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어쩌면 이 방법을, 온게임넷 측에서는 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당장의 문제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니까.
3. 팀 다크의 진정성 있는 사과, 그리고 E-Sports 헌장.
간단히 말하면, 팀 다크의 팀원들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온게임넷은 이 것을 계기로 E-Sports 헌장을 만들어 내서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
일단 이 해결책이 어떤 것인지부터 설명하자.
(1) 팀 다크의 진정성 있는 사과
사실, 팀 다크의 일원들이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지,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다. 당장 내 옆에 앉은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추측"은 해도 "이해"는 할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여자친구의 "내가 왜 화났는지 맞춰봐"가 두려운 질문이 되는 것...)
즉, 진정성 있는 사과란 것은 사실상 없다. 아무리 진정성이 있어 보여도, 사실 뒤에서 혀를 내밀고 있을지 어떻게 아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과" 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간단하다. 팀 다크가 본선 진출 상금(천만원)을 온게임넷측에 반납하면 된다.
자, 이게 왜 납득할 만 한 사과가 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자.
일단 온게임넷은 이들에게 주기로 한 돈을 뺏을 수 없다. 위에서 열거한 이유대로, 근거가 불명확하니까. 그리고 그런 식의 '처벌'은, 죄를 단죄하는 쾌감은 있을 지 몰라도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단계가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상금을 "반납" 한다면?
먼저 이들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졌다는 논리가 생긴다. 이들이 아무리 진정성 있는 사과를 "말로만" 해도, 우리 모두가 거기에 납득할 수는 없다. 위에 말한대로, 진짜 사과를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이들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무수히 있는데, 꼴랑 말 몇마디 중얼거리는 걸로 용서해야 한단 말인가? (용서해야지 안하면 어쩌겟...퍽)
하지만 이들이 일인당 200만원 정도가 되는 돈을 반납한다면?
이들을 "용서"는 못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들이 반성하고 뉘우치겠다는 이야기에 "납득"은 가능해진다. 왜냐면, 당장 돈을 냈으니까. 피해를 받은 것은 이러한 사태에 처한 "우리들" 뿐인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이들도 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니까.
물론 여기에는 팀 다크의 팀원들의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 사과가 함께해야 한다. 온게임넷에서 인터뷰 시간을 만들어 주거나 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팀원 한명 한명이 주절주절 죄송하다고 할 필요는 없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팀 다크의 팀원들 모두가 자신이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원래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거고, 생각하기 따라서는 자신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지금은) 오히려 사과하는 방식이나 말을 잘못 하면 오히려 더 크게 문제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니까.
어느 분이 올려주셨듯이 기바오 선수가 사죄글을 썼던데, 그분이 팀장이시니 대표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시고, 나머지 팀원들은 뒤에서 고개라도 숙이고 있으면 된다. 누가 눈물이라도 좀 흘려주면 더 좋고.
그러면 일단 여론은 진정되고, 온게임넷측도 이들이 남은 게임에 참석하는 데에 있어서 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 (왜 이 나쁜 짓을 저지른 놈들이 계속 게임을 하는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뭐, 천만원 돌려받은 다음에 한 백만원쯤 몰래 찔러주는 것도 괜찮겠지. 향후에도 롤갤같은데다가 입 털면 고소한다는 서류에 싸인 좀 시키고.
자, 그리고 다음은 이스포츠 헌장이다.
올림픽 헌장. 축구 헌장을 아는가? 올림픽 하기 전에, 혹은 축구 시즌 시작 때에 누군가가 대표로 읽고, 다같이 선서하는 그 것이다.
https://www.unesco.or.kr/about/side_03_view.asp?articleid=83&page=4&SearchItem=&searchStr=&Gubun=&Cate= (유네스코의 체육과 스포츠 국제헌장)
이번 사건이 도덕적인 문제를 논의되어도, 구체적인 처벌이 모호한 이유가 바로 이 헌장에 대한 선서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헌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겠지만, 사실 무언가가 인정받고 안 받는 것은 이러한 Written Consent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구두 약속도 효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계약서를 썼을 때 그 위력이 배가되는 것처럼! (그러므로 여자 친구 사귀면서 함부로 각서 같은거 쓰지 맙시다...가 아니라, 아무튼간에.)
따라서, 온게임넷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진지한 논의를 한 결과, 스포츠계와 E-Sports계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고 일부 정치인들도 초청해서 합의 끝에 이스포츠헌장을 만들어서 발표하기로 하는 것이다!
팀다크가 반환한 천만원을 무슨 이스포츠 헌장 발족 위원회 같은데다가 기부하면서, 이러한 "긍정적인 기사거리가 되는" 사건을 터뜨리는 거다.
사실 정치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기 이름이 기사에 뜨는거다. 연예인 비슷하게, 정치가도 인기를 먹고 사는 존재들이니까. 그러니까 이러한, "스포츠 헌장" 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에 중요하게 한 자리 넣어주면, 그것만으로도 E-Sports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당장 우리는 한 사람 알지 않는가.
(그리고 거기에 더해 임요환이라던가...)
헌장은 어디까지나 "헌장" 이지, 딱히 무슨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로 정치가나 이런 저런 사람들을 끌어들여도 딱히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만약 이게 이스포츠 위원회나 뭐 그런걸로 발전되면 오히려 곤란해지니까)
일단 E-Sports 헌장이 만들어 진다면, 향후 팀다크의 행동이 생겼을 경우 우리는 할 말이 생긴다. 이것은 E-Sports가 유치한 애들 장난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일부가 헌장에 "선서한 말을 어긴 잘못을 저지른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에서 승부조작 파문이 일어나고, 수많은 선수가 줄줄이 잡혀들어갈때, 우리는 축구 선수들이나 조적에 관련된 자들을 욕할지언정 이 사건이 "축구가 한낱 공놀이라는 증거" 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왜냐면, 승부조작은 승부조작에 참여한 자들이 규정을 어긴 것이지, 축구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 증거로 축구 헌장이 있고, 또 모든 선수들이 선서를 하는 것이니까.
이 사건은 매우 불행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어두움의 다크" 로 가는 "첫 걸음의 스텝"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E-Sports가 진정한 스포츠로 거듭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Hard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