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쓰레기야."
이 한마디를 씹어뱉는다.
그의 이름은 Vir Artifex
최강의 어글러- 우리에겐 "꼬꼬마"란 닉네임이 더 익숙한 남자다.
"넌 지금 쓰레기라고. 키워."
"비르 또 왜 지랄이야-"
그 말을 흘려들으며 키워는 마우스를 딸칵거렸다.
보이스챗에서 무슨 농담이라도 들었는지 낄낄거린다.
비르 아르티펙스는 키워의 모니터에서 익숙한 아이디, 뺨뺨뺨을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 창녀bitch와 노는 거야?"
"비르-"
"그 빌어먹을 놈이 널 망쳤어."
"......"
키워로드가 헤드셋을 벗고 비르를 돌아보았다.
"말이 심하잖아."
"우린 졌어. 키워. 기억 안나? 넌 솔봇을 갔고! 우린 졌고! 그런데 넌 지금 뭐하는 거야!?"
"잠깐 쉬는......"
키워로드의 헤드셋을 비르가 빼앗아 집어던졌다.
헤드셋이 부서지며 부품이 흩어졌다. 키워가 고개를 든다.
"비르."
"넌 내가 알던 키워가 아냐."
아르티펙스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가 젖어 있어서, 키워는 입을 다문다.
"넌 핫샷이었어. BEST SOLO TOP IN THE WORLD. 킹 오브 말파이트. 그런데 지금 넌 뭐야?"
"난 똑같아."
"입닥쳐. 죽여버리기 전에."
"......"
비르의 타는 눈길을 견딜 수 없어서, 키워는 그에게서 등 돌렸다.
"나중에 얘기하자. 뺨뺨뺨이 기다려."
"뺨뺨뺨. 하! 뺨뺨뺨! 널 망치는 그 빌어먹을 년bitch!"
"뺨뺨뺨한테 함부로 지껄이지 마!"
키워가 몸을 홱 돌려 아르티펙스를 노려보았다. 그 눈이 명백한 적의로 차올랐다.
쎄비르는 위악을 가득 떨치며 이죽거렸다.
"하하. 좋아. 창녀. 어떻게 해줬길래 니가 이럴까? 그 빌어먹을 년과 카페에서 좆목질 해봤어? 디씨에서는 안해봤겠지? 나 좀 빌려줄래?"
"미친 새끼가..."
"왜? 난 돈을 원하는 거야. 그 씨발년 좀 빌려줘.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거든. 물론 2정글 식으로- 그 창녀도 만족할 걸?"
키워가 주먹을 휘둘렀다.
비르가 얻어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개자식."
뺨으로 바닥의 한기를 느끼면서, 쎄비르는 눈을 감았다. 키워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키워는 자신의 주먹을, 아르티펙스는 자신의 뺨을 가다듬으면서, 그렇게 둘은 침묵했다.
이윽고 쎄비르가 속삭였다.
"이제 너와 미드빵을 뜨는 게 더이상 즐겁지 않아."
"그럼 꺼져버려."
"......그래."
쎄비르가 대답했다.
키워가 입을 다물었다.
쎄비르는 눈을 감고서, 키워에게만 들릴만치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그게 좋겠어."
"너...!"
"키워-."
쎄비르가 일어났다.
아리랑식 트롤링으로 단련된 몸이, 지금은 포카보다도 왜소해 보인다.
비르의 일렁이는 눈동자에 크라임 파이는 진심을 직감했다.
"그동안 함께여서 즐거웠어. 이 쌕꺄."
포카가 소리쳤다.
"너 지금 반피로 요릭과 다이를 뜨겠다는...!"
"아니."
쎄비르가 말했다.
"이건 내가 다이를 뜨는 게 아냐."
해가 저물기 직전, 지평선에 몸을 걸친 석양은 마지막으로 붉은 빛을 세상에 떨쳐낸다.
그 빛은 지평선에서부터 창을 타고 새어들어와, 쎄비르의 얼굴을 물들였다.
그 노을에 젖은 눈동자를, 키워는 견디기 힘들다.
"지금의 너가, 네 모습이, 날 졸렬하게 만드는 거야."
쎄비르가 포카와의 탑빵에서 쳐발렸단 소식이 들려왔다.
쎄비를 향한 비난과 주작로드를 향한 비난, 두 종류의 말들이 포럼에 범람했다.
키워는 불 꺼진 연습실에 앉아 홀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글러와 탑솔러는, 때로 봇듀오 못지 않은 긴밀한 유대가 필요하다.
쎄비르와 함께한 킬과 데스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갔다.
세비가 없는 버스질은.
적막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키워가 허공에 속삭이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비르가 사라졌다. 더이상 탑빵을 뜰 수가 없었다.
나는 뭘 하지? 뽀삐? 말파이트?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내가 뭘한 거지."
키워는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고민하고, 후회하고, 다시 생각했다.
후회. 후회. 자책과 죄책감.
후회를 거듭할수록 명확해지는 것은 하나 뿐이다.
비르 아르티펙스Vir Artifex.
떠나간 남자의 이름.
키워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음은 자꾸만 꼬리를 물고 번져나간다.
한참을 히끅거리다가 진정했을 때,
어느 순간 봉긋이 곁에 앉아 있었다.
키워는 울음을 감추며, 그 속 모를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했다.
"심해로 갈게."
"......"
"내가...... 씹트롤러가 되어 심해로 갈게."
봉긋은 가만히, 소리도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why라고 물었다.
"그 녀석을...... 다시 만나야 하니까."
봉긋이 웃었다.
그는 처음처럼, 소리도 내지 않고서 입모양으로, okay, 하고 대답했다.
세계최악의 어글러, "비르 아르티펙스Vir ARtifex".
그의 전장은 은장이다.
말 없는 심해어들이 떼로 서서, 때로는 적 버스기사가 부쉬 속에 서서, 그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핏빛 전장.
사철 투쟁하는 전사들의 고향.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너를 기다리겠다.
천천히......
천천히 와도 좋다.
난 인내심이 많으니까-
키워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