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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Dev] 내구도 패치는 실패한 패치

Mnnnnnn
댓글: 18 개
조회: 11702
추천: 2
2024-09-13 10:36:30
- Riot Phreak

1.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거란건 압니다만, 제가 처음으로 밸런스 팀에 입사했을 때부터(그 때는 팀장은 아니었죠), 제가 항상 하고 싶었던 일은, 내구도 패치를 '취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나빴기 때문은 아닙니다. 게임 내 평균 화력을 낮춤으로서 딜 과잉을 바로잡고, 전투 템포를 늦추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좋은 일이고, 할 가치가 있는 일이죠.

그러나 언젠가 12.10 버전에서 내구도 업데이트가 진행되었을 때, 각 플레이어들은 분명 이전에 비해 더 단단해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게임은 유혈이 낭자했고 근본적인 '딜 과잉'이라고 하는 부분은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던 것은 결코 아니었을테지만, 그렇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는 거죠.

'내구도 업데이트'라는 이름이 붙어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정작 모든 챔피언의 내구성이 상승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령 사미라와 퀸 같은 경우에는, 내구도 업데이트 이전보다 더 물렁해졌죠. 보다 구체적으로는 신화 아이템 시절의 철갑궁을 가던 챔피언들은 대체로 외려 이전보다 약해졌습니다. 반면 징크스는 그렇지 않았죠. 이런 챔피언간의 의도되지 않은 불균형한 격차 또한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2.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 '내구도 패치'라는 것이, 정해진 목적 이외의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딜 과잉을 막기 위해 모든 챔피언들의 기본 스탯을 똑같이 뻥튀기 한다"? 그럼 줄곧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미니언 피해량은 어떻게 될까요포탑 피해량은 또 어떻겠습니까

  • 라인전 단계에서 미니언 한테 얻어맞는게 덜 아파지고, 그러다보면 딜교환을 할 때 그걸 덜 신경쓰게 될테죠. 누군가는 미니언에 얻어맞는걸 아랑곳하지 않고, 미니언 어그로를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무식하게 몸을 우겨넣는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해도 아무런 응징을 받지 않게 될 것입니다. 

  • 포탑이 덜 치명적이 되면, 타워 다이브를 하는 것조차도 훨씬 덜 정교한 작업이 되고 말죠. 어차피 모두가 더 많은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으니, 섬세하게 견적을 짜지 않아도 죽을 일이 없거든요.

  • 암살자들의 파워커브도 많이 망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암살자들은 보통 상대보다 아이템이 앞서게 되는데, 이것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거든요.

    언급드린 내용 이외에, 그밖에도 수많은 부작용들이 발생하여, 결국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졌죠.

8년 전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충분히 잘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라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이미 잘 짜여진 스탯을 모두 일률적으로 부풀려야만 했을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요.

3. 

물론 기본 스탯에 변화를 주었던 것이 내구도 패치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경의 룬 개편 당시에도 모든 챔피언들의 스탯을 손봤었죠. 그건 기존에 있던 특성 시스템을 대체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패치였는데, 각각의 챔피언들은 더 많은 체력이나 방어력... 그런 걸 받았었습니다. 그러니 기본 스탯에 변화를 주었던 것이 내구도 패치가 처음은 아니긴 했죠. 그러나 저는 그런 것들과 내구도 패치를 동일선상에 둘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가령 말씀드린 2017년 룬 개편으로 인한 스탯 조정의 경우, 그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어떠한 시스템을 제거하고, 그 대신 그 빈 자리를 다른 시스템으로 보상하면서 생겨난 일종의 교환비였을 뿐이죠. 그런 건 충분히 합리적이며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내구도 패치는 그저 마른 하늘에 툭 떨어져, 곳곳에서 건강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었죠. 이로 인해 많은 것들이 꼬여버렸습니다. 이제는 이 부분을 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 

하지만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한 번에 이 모든 것을 지워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제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아이템 스펙 하향 평준화 패치와 같은 리밸런싱을 시작으로, 게임 내에 일찍이 존재해왔던 각각의 요소를 완전히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왜 이 챔피언은 이런 스탯을 가졌을까, 왜 이 레벨에 이 정도 수치를 부여받았을까, 왜 이건 이러한 방식으로 튜닝되어 있을까, 과거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 왜 이것이 필요했고, 왜 이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 당시에 있었던 이런 룬 때문이었을까? 혹은 저런 아이템 때문이었을까? ... 이러한 부분들을 개발자인 저희부터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어떤 시대의 어느 부분이 좋지 않았기에 바꾸어야 하는지, 또 어떤 부분이 좋았기에 바꾸지 말고 내버려 두었어야만 하는지를 분명히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예를 들어, 저희는 이번 아이템 변경으로 게임 내 피해량을 하향평준화하고 딜 과잉을 잡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얼마 전 암살자들의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의 화력은 끌어올려주었습니다.

    아칼리나 제드는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얼핏 보기에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딜 과잉과는 별개로, 암살자들은 초반의 강력함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챔피언이고, 이들의 파워커브가 불쾌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느껴지려면, 이들이 정당하게 가졌어야 하는 이 부분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딜 과잉이 심하니까 모두 다 일률적으로 똑같이 데미지 줄여!" 라는 식으로 한다면 지난 내구도 패치 때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겠죠.

당연하지만 이로 인한 예외적인 변화 또한 염두에 둬야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제드는 더 나은 라인주도권과 웨이브 클리어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정글 교전 영향력이 강해졌을 것이고, 타워 다이브 능력이 더 좋아졌겠죠. 그저 제드의 초반 구간 Q 데미지를 상향한 것만으로도, 벌써 서너개 이상의 연쇄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패치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이러한 부분을 모두 고려하지 않는다면, 말씀드렸다시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말거라 생각합니다. … (후략)

Lv33 Mnnnn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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