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항시 듣던 익숙한 하늘에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풀숲에서 금발의 머리카락에 갈색의 쌍안경을 쓴 소년이 걸어나왔다.
소년..과 같이 앳된 얼굴을 가진 사내의 금발이 강물에 반사되는 햇빛에 살짝 반짝였지만 정작 사내는 얼굴을 살짝 찌푸
려 그 빛이 바래었다.
"으으음...역시 불길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즈리얼은 푸른 넥서스의 소환사들에게 소환된 상태였기에, 언제나 그랬듯이 붉은(본디 보라색이지
만, 표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리그의 모든 이들은 이들 넥서스를 푸른 넥서스와 붉
은 넥서스라고 칭했다) 넥서스의 영웅들의 기습을 확인하기 위해 레드 도마뱀 장로를 지나쳐 약 3분 후 소환사들에 의해
드래곤이 소환될 호수 옆에서 한가로이 풀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정의의 전장에서 한순간이라도 한눈을 팔다간 죽음에 이르기는 순식간이다. 특별한 아티팩트나 힘의 성장도 없는
전쟁의 초기엔 그러함이 더욱 두드러지기에 이즈리얼은 여행가로서의 위험을 알리
는 직감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그의 직감은 계속해서 반대편의 작은 풀숲에 적 영웅이 있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가 온 이후 전혀 적 영웅이 보이지 않았
기에, 이즈리얼은 이 직감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곳에 도착한 것이 소환 이후 정확히 41초일 터인데, 그보다 일찍?'
그러나 그 이전까지도 위험과 위기에 한해선 이성보다도 직감이 더욱 뛰어난 판단이 되었던 그였기에 일단 확인을 해보겠
다는 쪽으로 추가 기울어졌다.
'후.'
낮은 마음속의 기합과 함께 오른손에 빛나는 석궁의 형태를 가진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리그의 소환사들은 전쟁의 진행여부에 따라 영웅의 힘을 제한하기에, 지금과 같은 전쟁 초기엔 이즈리얼뿐 아
니라 모든 영웅의 힘이 한정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즈리얼이 자신의 힘 일부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즈리얼은 첫번째 능력으로 '신비한 화살'을 선택했다. 자신의 기본적 능력(Passive)를 이용하면 자신의 기술을 적중시
킬 때마다 몸에 주문의 힘으로 활력을 솟아오르게 하기에 역시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능력은 신비한 화살이었고, 사실상 정론으로 이즈리얼은 전쟁 극초반엔 언제나 신비한 화살을 애용했다.
이즈리얼은 주문력이 끌어오름과 동시에 눈앞으로 신비한 화살을 날렸고, 화살이 풀숲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이즈리얼
은 본능이 또다시 위기를 경고함을 느꼈다.
'이런 젠장!'
이번엔 머뭇거릴 시간조차 없었다.
눈앞으로 무엇이 오는지도 모르는 채 재빨리 뒤로 몸을 돌린 이즈리얼이 순간 섬광을 흩뿌리며 사라졌다.
리그의 소환사들이 영웅에게 내리는 비전의 주문중 하나, '소환사의 주문-점멸(summorner's spell-flash)'의 효과였다.
일순간 짧은 공간을 도약하는 이 주문은 리그의 영웅 대다수가 필수적으로 드는 굉장히 유용한 주문이었다.
새삼 이 주문의 유용함에 감탄하며 살짝 고개를 뒤로 돌린 이즈리얼은, 불과 찰나의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던 자리
에 거대한 쇳덩어리 손이 날아드는 것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분명 붉은 넥서스의 영웅-블리츠크랭크의 로켓 손이다.
살짝 삼각형의 작은 풀숲에 항상 들고 다니는 '모험가의 와드'를 집어던지며 이즈리얼은 모든 영웅에게 공통적으로 발휘
되는 전음마법을 통해 아군의 영웅에게 기습을 알렸다.
그 순간 다시 오른쪽, 수분 후 드래곤이 소환될 그 거대한 호수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는 것을 본 이즈리얼은 덮어놓고
그 반대편으로 몸을 틀었다.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공격 사정거리에서 벗어났음을 확인한 순간 이즈리얼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저런 기묘한 기운을 두르고 돌격해 오고,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쫓아오는 푸른 의복만으로도 확실하
다. 황혼의 눈-쉔이다.
쉔에겐 기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이성을 잃게 하는 그림자 도발이라는 킨쿄우 내에서만 전해지는 수수께끼의 힘이 있다는
것은 정의의 전장에서 싸우는 이들에겐 가장 대표적인 상식 중 하나였다.
아버지의 고문과정에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는 그 일화엔 이즈리얼도 혀를 내둘렀기에 이정도로 딱히 당황하진 않
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역시 감탄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이즈리얼이 손을 살짝 뻗자 손끝에서 흘러나온 붉은 기운이 쉔의 몸을 휘감자 순식간에 쉔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소환사의 주문-점화(summorner's spell-ignite)'였다.
상대의 몸을 불태워 어떠한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피해를 새기며 상대의 치유력마저 감소시키는 이 주문은 분명 위력
적인 주문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지금과 같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치명적일 리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즈리얼측 영웅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이 정글에서 쉔의 아군보다는 이즈리얼의 아군이 합류하는 속도가 더 빠
른 것은 자명했고, 그것은 즉시 뒤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색의 음파에서 입증되었다.
눈이 멀었음에도 여타 영웅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눈먼 수도승 리 신의 음파공격이었다.
음파에 쉔이 적중하는 순간 위치를 파악한 리신이 공명의 일격을 통해 쉔의 등을 걷어차며 이즈리얼에게 합류했다.
"꺄하하하~!"
곧이어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함께 점화의 그것과는 다른 피처럼 새빨간 불길이 전장을 뒤덮었다.
어둠의 아이 애니가 내뿜은 불길이었다.
애니의 소각에 적중당한 쉔이 살짝 고개를 돌리던 도중 돌연 눈빛이 흐려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애니의 기본적 능력인 방화광의 위력이었다. 1.75초동안 상대 영웅의 정신을 날려버리는 강력한 일격.
물론 1.75초는 짧은 시간이지만, 적어도 이 정의의 전장에서 1.75초라면 영웅 하나가 쓰러져 넥서스로 강제귀환되는 데에
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즈리얼의 신비한 화살과 리 신의 공격, 애니의 불 공격이 더해지자 순식간에 그 생명력이 0으로 하락한 쉔은 한줄기의
빛이 되어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제 수초 후에 자신의 넥서스에서 나타나게 되리라.
그러나 쉔을 잡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었던 듯 했다.
풀숲에서 돌연 빛이 번쩍이더니 리 신으로부터 좀 떨어진 거리에 붉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뒤이어 다시 번쩍 하더니 눈앞의 리 신이 사라졌다.
이즈리얼과 애니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녹서스의 실력자라 불리는 다리우스가 있었다.
도끼날의 뒷부분을 이용한 포획을 이용해 리 신을 강제로 끌어온 것이다.
뒤이어 방랑 마법사 라이즈의 룬 감옥이 전개되자 풀숲 속에서 쏟아지는 드레이븐의 회전 도끼에 리 신은 순식간에 마력
의 감옥에 같혀 생명력이 0으로 수직 낙하했다.
"리 신,점멸을!"
이즈리얼이 외친 순간 때맞춰 룬 감옥이 사라졌고, 리신은 번개와도 같이 점멸을 이용해 그 자리를 이탈했다.
다리우스가 혀를 차는 것을 보며 리 신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기쁘게도-혹은, 붉은 넥서스의 영웅들에게는 안타깝게
도- 그것은 단순히 생존을 기뻐하는 미소만은 아니었다.
철컥!
돌연 기괴한 소리와 함께 다리우스와 빠져나가던 드레이븐의 움직임이 멈췄다. 푸른 넥서스의 영웅인 쓰레쉬의 사형 선고
가 적중한 것이다.
드레이븐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진 순간 그곳으로 날아가는 이즈리얼의 신비한 화살과 더불어 푸른 넥서스의 마지막
영웅인 럼블의 전기 작살이 은빛을 허공에 수놓으며 날아갔다.
두 발의 전기 작살, 신비한 화살과 더불어 쓰레쉬의 연속되는 공격과 럼블의 점화까지 겹치자 순식간에 드레이븐 역시 엄
청난 양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여기에 더해 쐐기를 박기 위해 그 사이에 불의 마력이 다시 모인 애니가 다시금 소각을 전개하자 드레이븐 역시 결국 그
풀숲에 시체를 남기고 말았다.
다리우스와 라이즈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상태로 블리츠크랭크와 함께 대화를 나누더니 더 싸움을 걸지 않고 물러갔다.
이즈리얼과 쓰레쉬 역시 방금 전의 교전으로 체력을 잃은 리 신이 포션을 마시며 레드 도마뱀 장로를 잡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첫 번째 교전에서는 자신들이 압도적인 이득을 취했다는 기쁨을 안고서.
부족한 필력이나마 써본 리그 오브 레전드-본격 인베갔다 역관광당한 썰입니다 ㅎㅎ
(근데 저게 실제로 본인이 겪은 일이란게 함정..물론 전 블루팀입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