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히려 롤벤 여론이 과도할 정도로 결승전에서의 패인을 뱅에게서만 찾고 있다고 보는데.
그렇게 따지면 1세트 통째로 말아먹은 이유는 페이커였고, 2세트에서 가장 돋보인 바루스의 앞점멸 궁을 감안해서 2세트 패인을 뱅이라 쳐준다고 해도(사실 이것도 유리한 상황에서 뱅이랑 페이커 둘 죽고 끝난 건데 이 다음 4:5한타에서 그냥 팀 한타 기량차로 쳐발린 게 주 패인이지) 3세트 패인을 그냥 only 뱅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롤 보는 눈이 없는 거임.
그리고 클템, 룰러가 개인방송으로 롤드컵 결승전 해설할 때부터 이미 3경기 2번째 뱅생궁이나 3번째 뱅생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짚고 넘어감. 두 장면 다 바루스가 풀딜 받아내고도 향로와 커져라, 보호막으로 살고 딜해서 다 잡아낼 각이 분명했다는 거임.
실제로 조금만 자세히 분석해볼까? 바루스 물고 시작한 2뱅생 장면에서 그라가스 궁이랑 트런들 기둥이 제대로 안 들어가서 바루스는 의도대로 적진 한가운데로 끌려온 게 아니라 벽 너머에서 보호 다 받고 살아남아서 프리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음. 사실상 이 장면에서 이 한타는 이미 끝난 거였음. 바루스 잡으려고 뭉쳐버린 진영, 옆에서 걸어오는 초가스, 앞에서 튀어나오는 세주아니. 이 상황에서 초가스를 밀치니 세주아니를 밀치니 하는 건 이미 아무 소용이 없음. 세주궁 슬로우 장판에 바루스궁까지 있는데 초가스를 밀쳐서 잠시 시간이나 벌어보든 바루스를 밀쳐서 딜을 잠깐 못하게 하든 별 차이 없는 상황이었음. 실제로 skt는 적 원딜을 기가 막히게 삭제하고 이득을 볼 생각이었겠지만 옆에서 초가스가 나오자마자 뒤돌아서 회군을 시도하기 시작함.
적은 탱커만 처맞으면서 cc 퍼붓고 프리딜하는 불리하다 못해 불합리한 한타 구도가 완성된 건 그냥 팀적 콜 잘못 했다가 벌어진 참사였음. 물론 그라가스가 궁으로 바루스를 납치해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근데 그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이걸 뱅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혹은 잘했다라고 하려는 건 절대로 아님. 굳이 따지자면 결과적으로 트타는 앞점프 쓰고 들어가서 세주궁에 초가스 궁맞고 순삭당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옆에서 초가스 밀고 들어오는 것도 눈치 못채고 바루스 잡자는 콜했다가 실패할 한타력이면 원딜 기량이 부진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란 거임. 뱅이 룰러보다 못한 게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순 있어도 유일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음. 이미 팀 단위 판단력에서 skt는 삼성에게 확연히 밀리고 있었음.
아직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면 3뱅생궁 장면도 한번 다시 볼까? 이 장면 또한 룰러가 본인 입으로 '이건 절대 죽을 수 없었다. 룰루 궁이 늦게 들어와서 아슬아슬해보였던 거지 이건 죽으면 코장이 트롤이었던 것'이라고 웃어넘긴 향로각의 대표적 사례였다. 룰루 궁이 남은 데다 구원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상황에서 밀지 않고 맞딜하는 게 더 이상한 판단이 아닌가? 오히려 룰러의 피가 그 정도까지 떨어진 것도 밀쳐져서 구원을 받지 못함+뱅이 궁을 포함해서 가능한 최대한의 폭딜을 꽂아넣음+코장의 커져라가 한 발 늦은 것 때문이었지 그냥 서로 프리딜 구도로 갔으면 구원 받은 바루스를 딜도 안 나오는 트런들과 그라가스가 잡으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었다. 카르마가 점멸 부패의 사슬에 묶이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그럼 카르마가 물리게 한 트타가 역적 아니냐고? 이동기도 있고 궁극기도 있고 다 있는 트타한테 이속버프 준답시고 노플인데 괜히 가까이 갔다가 이니시당한 카르마가 여기선 오히려 더 직접적인 패배의 원인 아닌가?
당연한 소리지만 그 누구도 1~3세트까지 뱅이 잘했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건 극도의 뱅줌마거나 지능형 안티겠지.
내 글이 뱅을 띄워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 이 상황에서 skt의 패배 원인을 뱅의 부진 하나로 미뤄버리고 '원딜만 그새끼가 아니었으면 혹시 모른다...' 같은 뉘앙스의 말을 지껄이는 사람들이 꼴보기 싫어서다. 당장 이토게만 봐도 그런 사람들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skt가 패배한 근본 원인은 뱅 혼자 존나게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전 라인 기량 차이나고 운영도 차이나고 한타도 차이나고 치명적인 실수도 오지게 하고 그냥 ㅅㅂ 다 삼성보다 못해서 삼대떡이 나온 거다.
그 페이커조차 13세트 패배 지분이 미친듯이 높은데 무슨 원딜이 뱅이 아니라 다른 정상급 원딜이었으면 1세트쯤은 딸 수도 있었다 이딴 정신승리나 하고 자빠진 것인가?
뱅이 아니었으면 3:1이나 3:2까진 갔을 수도 있다는 소리는 뒤집어 말하면 결국 3세트 어찌저찌 이겼으면 게임이 어찌 됐을지 몰랐다는 소리고 그랬으면 45세트 결과도 알 순 없는 거네? 라는 행복회로의 전조에 불과하다. 그런 가정은 '미스핏츠가 시비르 안 뽑았으면 슼은 8강에서 짐 싸고 집갔겠네 ㅎㅎ' 혹은 '야 슼 미드가 페이커가 아니었으면 1세트에서 적어도 그렇게 허무하게 지진 않았겠다 ㅋ' 같은 아무 의미도 없는 망상이자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역사에 if는 없고 슼은 삼대떡을 당해서 왕좌에서 내려왔다.
삼성이 뭐 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더럽게 잘했는데 어떻게든 뇌내에선 비벼보려고 여지껏 뱅의 똥으로 자기위안하는 사람들이 많길래 나도 똥글을 쌌다.
Skt, 페이커, 뱅에 대한 그 어떤 비난의 의도도 없으며 18시즌에는 또다시 강해진 skt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실 매년 skt가 우승 다 해먹고 뱅이 논란까지 빚으니 서머쯤부턴 그냥 팀 자체가 비호감이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커가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상상 이상으로 마음이 아프더라.
주인공이든 최종보스 포지션이든 간에, skt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니 오히려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다음해에는 보다 박빙의 명승부를 펼쳐주기를 바란다.
※3줄 요약
1. 뱅이 잘했단 게 아니라 걔만 못한 게 아니란 소리다
2. 거듭 말하지만 삼성이랑 슼 팀 단위 실력차는 개인 기량으로 메꾸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3. 그러니까 원딜이 뱅이 아니었으면 3:1이나 3:2까진 가봤느니 뭐니 하는 행복회로 좀 그만돌려라 제발